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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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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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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1,657

작성
16.06.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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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0쪽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DUMMY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블루 스펙터.




델하니아력 3479년 6월 34일


“블랙 스파이크!(6단계 3차, 공개, 어둠속성 공격마법), 플레임 토네이도!(6단계 4차, 비전, 불, 바람속성 광역공격마법), 윈드 포스!(6단계 2차, 공개, 바람속성 공격마법)”


무차별적으로 미리 준비한 6단계 공격마법을 난사한 루미아.


“드릴링 워터포스!(6단계 3차, 비전, 물속성 공격마법)”


로웨나도 루미아가 끌어준 시간동안 준비한 공격마법을 발사한다.


“이런 강력한 공격마법들을 연사하다니. 상당하군.”


적의 대장도 이것까지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는지 피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방패를 들어 루미아의 마법을 막아내야만 했다.


대장을 직접 노리고 오는 윈드포스와 블랙스파이크 마법은 용병대장의 방패에 막혔지만 방패를 든 왼팔에 큰 충격을 준다.


그리고 플레임 토네이도는 뒤쪽의 용병대장 부하들을 덮치며 상당한 부상자를 낸다.


로웨나가 발사한 마법은 왼쪽에서 포위하고 있던 용병 네 명 정도를 덮쳐 커다란 나무에 부딪힐 때까지 날려버렸다.


“허허, 이거 한방 먹었군. 그 짧은 시간동안 네 개의 마법을 동시에 준비했단 말인가? 샤이브가 당할 만 해. 하지만 같은 8단계라도 술과 계집에 쩔어 있던 그놈과는 달리 나는 항상 벼려져 있는 상태라고. 다들 공격하라! 합!”


10명 정도의 용병들이 마법에 휩쓸려 전투불능이 되었지만 남아있던 30여명이 조금 넘는 용병들은 일행을 포위한 채 일부는 마법으로, 일부는 원거리 무기로, 대다수는 근접무기를 들고 돌진해온다.


“원형진을 유지해요. 흩어지면 답이 없어요!”


전술을 배운 제르카가 일행에게 지시하자 강자인 레닐하츠 일행이 바깥에, 허접한 두반 용병대는 조금 꿈지럭 대긴 했지만 안쪽에서 등을 맞대고 원형진을 이룬다.


두반 용병대는 새로 맞춘 장비를 바탕으로 방패를 들어 원거리 공격으로부터 일행을 보호하고 사각에서 짓쳐들어오는 적의 공격을 차단했다.


메이필은 제르카와 눈을 마주치더니 제르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무 말 없이 진형을 무시하고 뛰쳐나가서 엄청난 몸놀림으로 용병대의 강자들을 직접 상대하러 간다.


제르카는 루미아를 보호하기 위해 8단계 강자로 보이는 용병대장의 앞을 가로막는다.


“허허, 보기보다 제법 침착하구만. 이 정도 인원에게 포위당하면 대책 없이 당황하다가 당하는게 보통인데.”


루미아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견제용 마법을 준비함과 동시에 만약을 대비해 강력한 방어마법을 동시에 연산한다.


용병궁수 다섯 명 정도의 화살공격이 이어지고 대부분 쳐내거나 방패로 막았지만 두반용병대의 부하들 몇몇이 몸이나 어깨에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이런! 진형을 무너뜨리지 말라고!”


제르카가 소리치자 부상당한 부하들을 원형진 안쪽으로 밀어 넣고 사이를 메꾸는 두반.


대충 봐도 일행을 포위한 용병들은 최소수준이 5단계 베이직은 되어 보였고, 두반용병대와는 차원이 다른 정예 용병단 같다.


“워터 볼 스파크! (5단계 4차, 비전, 물, 바람, 전격속성 견제마법)”


루미아가 물의 구체를 발사한다.


빠르게 쏘아진 구체는 용병들이 뛰어오고 있는 밀집지역을 향해 던져졌고 별로 강해보이지 않는 물의 구체를 바라보던 용병한명이 코웃음을 지으며 들고 있는 검으로 베어버리려 한다.


“이런 병신아 막지 말고 피해!”


용병대장이 그 모습을 보며 다급하게 외치지만 이미 용병은 구체를 갈라버린 뒤였다.


그러자 물이 쏟아짐과 함께 공기층으로 분리되어 있던 속안의 전격마법이 곧바로 물에 젖은 용병들을 감전시킨다.


“으아아아악!”


이것이 비전마법의 묘리,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공격방식은 상대에게 마법의 적중률을 높여주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다.


온 몸을 흐르는 강한 전격에 신경이 마비되어 꿈틀거리며 쓰러지는 용병들.


“이런 젠장, 싸울 때는 항상 조심하라니까. 이봐 아가씨, 제법 한가락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부상자가 나온다면 나도 힘을 쓸 수밖에 없어. 그냥 순순히 잡혀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저씨라면 순순히 잡혀줄 건가요?”


“아니, 나 같아도 너 만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면 저항했을 거다.”


용병대장의 지극히도 이성적인 대답, 그러면서 오른손의 한손검에 상당한 마나를 담아 제르카에게 돌진한다.


제르카는 긴장하며 맞받아 칠 준비를 하고 적 용병대장이 휘두르는 공격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여 자신의 한손검으로 받아낸다.


“오빠 왼쪽!”


루미아가 다급하게 외치지만 이미 오랫동안 대장과 호흡을 맞춰온 용병대의 7단계 마스터인 부대장이 정확한 타이밍에 제르카의 빈곳을 노려 검으로 제르카의 옆구리를 베어낸다.


“오빠!”


다행이 질기디 질긴 로나카렐 가죽으로 만들어진 가죽갑옷을 베어내지 못해서 제르카가 두 동강 나는 일은 없었지만, 제르카의 신체에는 상당한 충격량이 가해진 것 같다.


“허어, 그 갑옷 좋은 물건인가 보구먼, 팔면 상당한 값을 받을 수 있겠어.”


상대는 제르카의 갑옷을 전리품쯤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로웨나는 다급히 제르카에게 통증 감소마법을 걸어주고 화가 난 루미아는 또다시 강력한 마법을 준비한다.


제르카는 정신을 차리고 안색을 되찾았지만 대장의 공격을 계속해서 방어하는 그의 움직임을 보면 아직 몸이 조금 불편한 듯 하다.


“허허, 움직임이 많이 둔해졌군, 과연 이 일격을 막아 낼 수 있을까?”


용병대장이 자신의 기술을 준비한다.


“자레 초크! (7단계 기술)”


한손검을 높이 치켜든 적의 대장은 대각선으로 제르카의 몸통부분에 강하게 그어 내린다.


제르카가 온힘을 다해 검을 들어 대장의 검을 막아 내려 하는 순간.


“피지컬 리플렉터 실드!(7단계 3차, 비전, 물리력속성 방어마법)”


루미아가 만일을 위해 준비해둔 망혼의 피 토벌전 당시 일행을 애먹였던 강력한 마법사 카롤트가 사용한 적이 있는 물리력 반사마법이 펼쳐진다.


이미 내리치는 검의 궤도에 생성된 마법에 용병대장은 정통으로 마법에 검을 내리쳤고 곧바로 전해져 오는 상당한 양의 반탄력에 튕겨나가며 검을 놓치고 만다.


“오빠 지금!”


제르카는 막으려던 검을 고쳐잡고 온 힘을 다해 마나를 불어넣어 그동안 갈고닦은 자신의 기술을 사용한다.


“셀 라즈라이저! (7단계 기술, 크란델 비기)”


제르카는 마나를 듬뿍 담은 검을 체중을 실어 빠르게 용병대장의 복부에 찔러간다.


용병대장은 황급히 왼손의 방패를 검이 없는 오른손까지 사용하여 양손으로 잡고 막아낸다.


하지만 제르카의 이 기술의 진정한 위력은 찌르기가 아니라 검 끝에 맺힌 다량의 마나에 있었다.


검과 방패가 충돌하자 검 끝에 맺힌 마나가 폭발하고 충격력은 오로지 고스란히 상대에게만 전해지는 크란델이 개발한 상승 비기였다.


용병대장은 폭발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방패 째로 날아가 뒤의 커다란 나무에 부딪혔고 기절해버린다.


양 팔이 이상한 각도로 뒤틀린 것으로 보아서는 양 팔에 상당한 골절상을 입은 것 같다.


적의 대장이 쓰러지자 제르카는 루미아의 도움을 받으며 7단계 마스터인 적의 부대장을 상대했고 자신의 기술인 플러슁 소드를 이용하여 부대장 또한 거꾸러뜨렸다.


그리고 메이필은 벌써부터 뒤쪽에서 궁수들을 처리하고 용병들의 뒤쪽을 공격했는데 대부분 상당한 부상을 입혀놨고, 제르카가 공격 당한 뒤에는 분노하여 세 명의 용병들을 사망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떨거지들을 마법으로 정리하자 꽤나 많은 사상자를 낳은 전투가 종료되었다.


레닐하츠 남매 일행은 제르카가 부상을 당하고 한명의 두반 용병대원이 죽고 두반을 포함한 다섯 명의 용병대원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황.


몇 차례 무기에 긁히긴 했지만 멀쩡했던 메이필은 양 팔이 부러지고 기절해 있는 용병대장을 끌고와 거칠게 깨운다.


“큭, 설마 너희 같은 애송이에게 당하다니, 블루 스펙터 용병단도 한물 갔군.”


“설마, 우리가 싸운 것이 블루 스펙터 용병단이라니......”


두반은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 듯 하다.


“누군지 알아요?”


“블루 스펙터는 전원 5단계 유저 이상의 실력자로 이루어진 용병단이자 현상금 사냥꾼으로 명망 높은 집단이오. 특히 8단계 마스터인 마틴 대장과 7단계 마스터인 보디안 부대장의 실력은 용병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 그런 용병단을 궤멸시키다니......”


“크윽, 수치다. 죽여라. 너희의 목숨을 노리고도 패한 자에게는 일말의 가치가 없다.”


대장은 졌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죽음을 논하고 있다.


“어떻게 할까? 제르카에게 상처 입힌 놈들인데 그냥 목을 다 베어서 묻어버리고 갈까?”


아직 화가 식지 않은 메이필이 과격한 발언을 한다.


“아니, 황녀님 그건 좀 잔인 한 것 같아요. 조금 쉬고 계셔요.”


로웨나가 메이필의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다독인 후 다시 제르카에게 치료마법을 사용한다.


“무장해제 해서 버리고 갈까?”


레닐하츠 일행이 고민하는 사이 마틴은 자신을 계속 죽이라고 말한다.


“날 죽여라, 전투의 패장이 구질구질하게 목숨을 구걸하고 싶지 않다. 다만 부대장과 부하들은 무장해제 해도 좋으니 살려서 돌려보내다오.”


“이 사람 이렇게 말하는데 말 그대로 죽여 버리면 꿈자리가 뒤숭숭 해질 것 같아.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나도 동감. 적당히 치료해서 무장해제 해서 마을근처에 떨궈놓고 가자.”


결국 로웨나가 잘 다독인 메이필을 설득하는데에 성공했고 일행은 부상을 입은 두반용병대를 치료하여 블루 스펙터 용병단의 무장을 해제하고 부상이 심각한 자들에게 응급조치를 한 후 사망한 두반 용병대의 한명과 블루스펙터 용병단의 세 명을 그러모은다.


더운 여름이라 그대로 두면 부패가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었기에 로웨나가 안 보이는 곳으로 가서 시체를 화장해 유골을 들고 왔다.


제르카는 살이 타는 냄새에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었지만(1장 9화 참조)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듯 하다.


또다시 일행은 용병단을 묶어서 두반용병대에게 감시하게 하고는 하루 쯤 걸어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풀어준다.


루미아는 대장인 마틴에게 말한다.


“다시는 저희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맹세한다면 무기와 장구류도 돌려드리지요.”


무기와 장구류는 루미아 일행의 전리품이지만 정예 용병단의 무구류 답게 새로마련한 두반용병대의 장구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상당한 고급의 물건들이었다.


“우리를 살려두기까지 하고, 무구까지 돌려주는 호의를 보이는 이유가 뭐냐!”


“뭐랄까요. 저희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여기까지 성장 할 수 있었으니까요. 아저씨들도 분명히 먹고살기 위해서 저희를 쫓아왔겠죠. 이겼다고 무작정 죽여 놓으면 찝찝하기도 하고.”


그제야 대장인 마틴은 루미아에게 보내던 적의의 시선을 푼다.


“고맙다, 이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 빚은 언젠가 갚으마. 한 가지만 묻자. 너희의 대화를 들어보니 저기 대검을 들고 있는 분은 정말 샤토윈필의 메이필 황녀가 맞느냐?”


마틴은 조심스럽게 메이필을 높여 부르며 궁금한 점을 묻는다.


“맞아요. 샤토윈필의 제 2황녀 메이필 에이라닐 실하츠베론이고 안잘리스트 학원에 유학중인 정식 황녀 맞지요.”


“알았다. 다시 한 번 사과하지. 잘못은 카네로페 백작에게 있는 것이였군.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었어.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애꿎은 부하들을 잃었군.”


자조적인 모습의 마틴.


로웨나는 마틴에게 잘 수습한 부하들의 유골을 전해준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내 마틴 록키트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그리고 한가지 충고하마, 우리 용병단 외에도 너희의 행방을 쫓고 있는 용병들이 몇 더 있다. 다행이 우리 용병단이 가장 먼저 발견하여 쫓아왔지만 아직도 너희를 쫓고 있을거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너희를 도와보겠지만 조심해주게. 그리고 자네들의 아량에 정말로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군.”


“고마워요 이제 가보시죠.”


다시 무장을 갖춘 블루 스펙터 용병단은 부하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도시로 떠났다..


레닐하츠 일행은 전투로 인해 꽤나 피곤했기에 마을에 하루 묵으며 피를 씻어내고 새로 정비한 후 다음 경유도시를 향해 걷는다.




7월 3일

사흘을 더 걸어 다음 경유지인 셀레르담에 도착한 일행.


이번에는 제대로 변장을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녔으므로 정체를 들키지 않았고 하루만 여관에 묵기로 한 일행은 여관의 1층 주점겸 식당에서 새로운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10레오 현상금이 걸린 4인조 수배자들에게 블루스펙터 용병단이 도전했다가 왕창 깨졌다더군. 무려 세 명이 전사하고 전원 사로잡혔다나?”


“정말인가 그 강한 용병단이 고작 네 명한테 깨졌다고?”


“아닐세, 10명 정도의 찌끄레기 용병단도 같이 있었다더구만, 하지만 패배한건 확실한가보이. 무려 자신들의 입으로 직접 말하고 다녔으니.”


찌끄레기 취급을 당하는 두반 용병대.


“자신들의 수치를 떠벌리고 다니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다른 용병단에 대한 경고의 의미겠지. 함부로 덤비지 말라는, 실제로 샤이브라는 8단계 기사도 이겼을 정도이니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네. 게다가 마틴 대장이 직접 확인한 바로는 수배자 중에 정말로 샤토윈필의 황녀가 있다고 말했네. 틀림없어.”


“그 말 믿을 수 있는 겐가?”


“뭐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명망 높은 블루 스펙터의 마틴대장이 직접 입으로 말했으니까.”


“허,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그럼 카네로페 백작이 잘못했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지. 아직은 그가 건 10레오의 현상금은 철회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렇군, 그 외에도 요즘 500년전 활동한 엄영석이라는 탐험가의 탐험일지가 발견되어서 떠들썩하다지 않은가?”


“그래, 탐험가 체노가 발견한 체노대륙도 그보다 훨씬 전에 그가 발견했다는 기록이 적혀있다고 하더군. 아마도 제올리오가 멸망하면서 그의 탐험일지를 가지고 있던 그의 부하의 후손 중 하나의 사본이 전투에 참가했던 군인들 사이에서 퍼진 모양인데, 이미 조각조각 나뉘어서 매우 비싼 값에 팔리고 있나 보더군.”


“그런가, 나도 그런 거 하나 주워봤으면 좋겠구만.”


“그의 탐험일지는 신항로나 새로운 대륙의 개척 등 각국의 높은 사람들이 탐낼만한 지식이 많이 담겨있다고 하네. 이미 탐험일지 일부의 몇 장은 엄청난 가격에 몇몇 수집가나 왕실에 경매로 낙찰되었다고도 하더군.”


“그런가, 나도 그런 대박이 터졌으면.”



발 없는 소문은 발 달린 루미아 일행보다도 빨랐는지 벌써부터 블루 스펙터 용병단과의 전투결과가 구석진 여관의 술집에서도 퍼지고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약속을 지켰군요. 게다가 우리를 위해 자신들의 명성을 깎아 내리면서까지 소문을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신의는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로웨나가 일행에게 말한다.


“그러네, 죽였으면 정말 꿈자리가 뒤숭숭할 뻔했어.”


“여기서는 별로 보급할 일이 없을 것 같으니 어서 다음 도시로 향합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여장을 꾸려 출발한 레닐하츠 일행은 다음 도시까지 가는 6일간의 여정동안 네 번의 습격을 더 받았는데, 하나같이 블루 스펙터 용병단이 퍼뜨린 소문을 믿지 못하고 돈에 눈이 멀어 찾아온 조무래기 수준의 용병들이었다.


실력을 갖춘 노련한 용병들은 블루 스펙터의 말들을 믿었으므로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았다.


이미 장비도 두반 용병대보다 구려서 두반 용병대 혼자서 처리할만한 조무래기들도 있었는데 레닐하츠 일행은 일단 오는 족족 순식간에 제압해서 줄로 꽁꽁 묶어두곤 했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은 사신과도 같은 무시무시한 심문관 메이필 앞에 무릎 꿇려진다.


“음, 알고 온 건지 모르고 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나 황녀 메이필이야. 긴말하기 귀찮으니 두 가지 선택권을 줄게. 살래, 죽을래?”


“살고 싶습니다! 황녀님 잘못했습니다!”


꾀죄죄한 용병이 미친 듯이 외쳐댄다.


“아휴 시끄러 조용히 말해. 안 그래도 다 들리니까. 살고 싶다고? 그래 살려줄게.”


용병의 표정이 환해진다.


아마도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를 공격한 죄는 용서할 수 없지. 안 그래, 제르카?”


“응. 벌을 줘야지.”


다시 시퍼레진 얼굴의 용병들.


“그래서 또 다시 두 가지 선택권을 줄게. 대머리가 될래, 고자가 될래? 대머리를 원하면 ‘나는 빡빡이다’를 박자 맞춰서 동시에 크게 세 번 외치고, 고자를 원하면 ‘내가 고자라니!’를 박자 맞춰서 동시에 크게 외치면 돼. 거시기 떼면 개먹이로 줄 거니까 다시 붙이겠다는 기대는 하지 말고. 만약에 소리가 일치하지 않으면 둘 다 실행할 꺼니까 조심하라고!”


무시무시한 협박.


용병들은 블루 스펙터 용병단의 말을 듣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했다.


그리고 용병들은 틀리지 않기 위해 몇 분간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후 크게 소리친다.




어느 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한 숲속 그곳에서는 오밤중에 껄렁껄렁한 사내들의 큰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고 한다.


“나는 빡박이다! 나는 빠박이다! 나는 박빡이다!”


“빡박, 빠박, 박빡이 아닙니다. 빡빡입니다!”


친절하게 발음 교정을 시켜주는 메이필.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소리가 작다!”


메이필의 불호령.


“나는 빡빡빡이다! 나는 빡빡빡이다! 나는 빡빡빡이다!”


“저기 너, 박자 틀린 것 같은데? 다들, 양쪽 다 잘리고 싶어?”


메이필은 대검을 들어 한 용병의 가랑이 사이의 지면에 푹 박는다.


“흐에엑!”


틀린 사람은 다른 용병들의 살기에 찬 시선을 받는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아아아!”


“길게 끌지 않는다. 실시!”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거기 너 눈빛이 맘에 안 드는데? 눈 깔어! 다시 실시!”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좋다. 맘에 들어. 그러니까 한 번 더 실시!”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음, 어딘가 틀린 것 같은데? 어디가 틀렸을까? 나는 모르겠는데? 혹시 알면 빡빡이로 대답해.”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대답했으니 틀린 것 맞네? 틀렸으니 다시 해야지?”


메이필은 용병들이 온순해질 때까지 반복했다.


“아 그리고 집에 가면 카네로페 백작에게 당신 때문에 귀찮으니까 머리 닦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소문 좀 내줘. 알았지? 알아들었다면 대답은 빡빡이로.”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피고에게 대머리형. 20년형을 선고한다! 탕! 탕! 탕!”


루미아의 항소도 없는 무자비한 판결이 내려진다.




그리고 레닐하츠 남매 일행을 공격했던 네 개의 무리가 개털이 되어 도시로 들어왔을 때, 지나가던 사람들은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목청껏 외쳐 대서 맛이 간 쉰 목소리로 사정을 설명한 그들은 루미아가 직접 개발한 마법을 이용하여(자신을 괴롭히던 구르카 일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구상했던 마법이지만 결국 사용하지 않았다.) 머리와 눈썹까지 밀어버리고 20년간 머리가 나지 않게 하는 마법을 거는 한편 20년 동안 유지되는 광택마법까지 걸어서 오밤중에도 달빛을 반사해서 반짝반짝 빛났기 때문이다.


한동안 렉스톨에서 가발이 좀 더 잘 팔렸다나 뭐라나.


풀려난 용병들은 치를 떨었지만 무시무시한 메이필의 심문과정을 떠올리고는 다시는 평생 일행이 떠나간 동쪽 방향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한동안 주변도시와 마을에는 빡빡이 전설이 떠돌았다.


일행의 무시무시한 악명이 렉스톨 각지에 퍼져나가자 다시는 현상금을 노리고 레닐하츠 일행을 공격하는 자들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빡빡이 소문을 들은 카네로페 백작은 이미 고자인데 대머리까지 될까봐 두려워 현상금을 철회했다.


“진작 이럴걸. 귀찮게 스리”


메이필이 작게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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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2화 16.12.08 424 6 15쪽
19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1화 +3 16.11.29 474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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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60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18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4화 +5 16.10.27 826 12 20쪽
18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3화 16.10.26 967 9 18쪽
18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2화 16.10.24 717 8 20쪽
18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1화 16.10.21 613 7 17쪽
18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0화 +1 16.10.19 597 8 18쪽
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6 7 26쪽
17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3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2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3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4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7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6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0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9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6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7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9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9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5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70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6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0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50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1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40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2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1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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