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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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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21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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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1,657

작성
16.10.0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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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22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영혼의 시련3




델하니아력 3481년 5월 8일


제르카가 눈뜬 곳은 황무지.


그것도 익숙한 느낌이 나는 황무지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30여명의 특작조와 자신, 그리고 메이필이 싸우고 있다.


“여기는? 체노대륙? 영혼의 시련의 다른 모습인가?”


광활한 황무지와 모래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보급대를 급습한 제르카와 메이필, 그리고 특작조는 카토렐름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엔펄스 기사단의 한가운데 고립되어있다.


“엔펄스 기사단! 다들 저 쥐새끼들을 공격하라!”


그리고 카토렐름의 지시아레 엔펄스 기사단과 크샬라투가 공격해온다.


“설마, 그 날의 재현?”


체노대륙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클로디아와 루미아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전장.


제르카는 눈앞의 날아오는 검에 자신의 마나를 씌운 검으로 상대하고 있었고, 토마스가 눈앞의 기사의 목을 베어내고 있었으며 메이필의 대검이 적을 무기째로 갈라버리고 있었다.


“에잇 뭣들하느냐, 궁수부대 집중사격!”


안 되겠다 싶었는지 카토렐름이 궁수부대에 명령해 화살을 날리고 주의의 동료들이 쓰러진다.


그 와중에도 토마스와 골즈는 기사들을 상대하고 있고, 제르카 또한 크샬라투와 싸우면서 한쪽 팔을 베어내 버리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는 대충 이야기가 되었으니까! 제르카만은 어떻게든 살려보낼테니까.’


로웨나가 마법을 준비하는 사이 메이필이 제르카에게 조그맣게 속삭인다.


‘마나의 개방을 준비하고 있었어.’


제르카가 그때를 곱씹으며 남은 기사들을 필사적으로 처리한다.


마나를 개방한 메이필은 무시무시했다.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마나의 응집은 그녀의 거대한 대검에 닿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내며 대적하는 모든자들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다진고기로 만들어 놓았고 그녀 앞에선 모든 적들이 그녀의 위력앞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악, 악마!”


무지막지한 마나를 내뿜으며 포위망을 뚫어내는 메이필과 특작조.


그리고 이전에 경험한대로 섬광탄을 던지고 한쪽을 뚫고 달려나간다.


“이쯤에서 루미아와 클로디아가 마법지원을······”


제르카는 기억을 곱씹으며 기다린다.


하지만 루미아와 클로디아는 오지 않았다.


뒤에서는 추격자들이 따라오고 메이필은 홀로 앞에서 수십의 기사들과 수백의 병사들을 막아선다.


“제르카만은 어떻게든 돌려보낼 테니까······.”


그말을 끝으로 메이필은 적진으로 홀로달려갔다.


“메이필 안돼에에에!”


제르카가 외치지만 이미 메이필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메이필의 대검앞에 피와 살점이 튀어오르는 광경만 보인다.


“안 된다고! 나도 갈거야! 메이필을 혼자만 놔둘 수 없어!”


“제르카님, 안됩니다. 지금 저곳에 간다면 개죽음뿐입니다.”


골즈와 토마스가 필사적으로 제르카를 말리고 특작조는 메이필이 시선을 끌어 저 멀리까지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리고······.


“우우우우우우우웅 슈퍼버어어어어엉!”


대기를 울리는 폭발의 소리와 함께 엄청난 섬광이 메이필이 있던 자리를 휩쓸고 주변을 포위한 엔펄스 기사단과 렉스톨 병사들, 지시를 하던 카토렐름 왕자를 집어삼킨 마나의 대폭발은 주변 모든 것을 승화시킨 채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긴다.


“흑, 메이필 황녀님. 결국. 으아아아아앙”


결국 로웨나가 참혹한 결과에 눈물을 터뜨린다.


“안됀다고! 메이필 으아아아아아아!”


영혼의 시련인지도 모를 기억속에서 제르카가 최악의 결과에 절규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끔찍한 기억이었어.”


제르카는 아직도 폭주한 메이필이 마나로 승화하던 모습을 떠올리고는 몸서리친다.


사랑하는 이의 사망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지 눈을 떴을 때는 아직도 제르카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가 봐도 끔찍한 기억이군. 하지만 안도하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아직 재도전에 대한 대가를 다 치르지 못했거든.’


또다시 귀에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


그 소리에 제르카가 다시 정신을 차리니 또다시 본적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누군가 살고 있는 듯한 거대한 성의 꼭대기 층.


“설마, 여긴. 클로디아의······”


회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클로디아를 구하자마자 다시 습격해온 전 마법학장 가렌드.


그리고 그의 강력한 마법과 그의 의수에 담긴 신검 그랑디오스의 위력에 밀려 레닐하츠 일행은 패배했다.


그리고 클로디아는 가렌드의 생체실험을 위해 납치당했다.


“그만하라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그만둬어어어어어!”


또다시 제르카의 절규가 공허한 성안을 울리지만 아무도 듣는 이가 없었다.




‘허허, 굴곡많은 삶을 살고 있군 그래.’


제르카가 절망하는 사이 또다시 정신을 일깨우는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말했잖아.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


제르카가 그 소리에 덜덜떨며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거대한 산의 지하공동에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금빛 여명’을 발동시키고 축 늘어진 루미아의 신체가 힘없이 쓰러져 있다.


아직도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루미아의 신체, 하지만 제르카가 아무리 흔들어봐도 다시 깨어나지 않는다.


프론켈은 카자튼의 독에 중독되어 쓰러져 있었고, 그 옆에는 완성된 파멸의 문이 시뻘건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내가 졌어, 제발 그만해줘······”


제르카의 마음이 약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가의 지불은 이걸로 끝인 것 같군. 그나저나 신기하단 말이야. 이곳에서 대가를 치른 자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군. 이전의 도전자들은 죽음보더 더한 고통이라 하면 다들 끔찍한 고문을 받거나 전장에서 포로로 잡혀 살해당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말이지.’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은 제르카가 보여준 기억에 대해 꽤나 관심을 보이는 듯 하다.


‘자네는 그만해 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럴 순 없어. 자네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반드시 받아야만 하네. 자네는 재도전을 선택했고, 모든 대가를 치렀으니······ 다시 도전해야겠지. 영혼의 시련에······’


또다시 공허한 어둠에 삼켜져 심각한 정신적 타격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제르카에게 걸걸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자네는 재도전에 대한 대가를 모두 치렀네. 소중한 자들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이 대가라니. 참 특이하군 그래. 하지만, 시련은 다시 시작되었어. 이미 시작된 이상 무를 순 없지. 혹시나 자네라면 나도 다시 기대하게 된단 말이야. 힘내게나 제르카군.’



‘이곳은 심상의 세계, 무엇이든 이루고자 하면 이루어 질지니, 광기의 폭풍을 평온의 파도로 잠재우고······’


걸걸한 목소리의 격려같지도 않은 격려를 받으며 제르카가 덜덜떨리는 정신을 수습하고 눈을 떴을때 널따란 초원위에 누워있다는 것을 느낀다.


“재도전인가······ 그 끔찍한 순간들은 지나갔으니 이번에 힘내지 않으면.”


아직도 정신적 고통에 덜덜 떨며 제르카는 또다시 자신이 테디오스의 몸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리고 또다시 부관 코달리츠가 초원에 누우있는 테디오스를 데리러 온다.


“또다시 시련을 반복하는 것이로군. 이겨낼 수 있을까?”


그에 이끌려 도착한 테디오스의 막사 안.


제르카는 부관을 부른다.


“부르셨습니까?”


“혹시 가이트리 플란조스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알다마다요. 유명한 녀석이죠. 그는 형이자 가주인 아더트리에게 매일 비교당하는 삶을 살다가 어느날 패륜적인 살인 사건을 일으킨 뒤로는 형에게 파문당하고 떠돌이의 삶을 살아왔죠. 그런 그의 파문당하고 그의 소문이 사라진지 약 20년, 10단계 유저의 무술가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죄를 뉘우치고 다시 플란조스가에 들어가기 위해 형에게 용서를 구하고 가문의 말석으로 다시 합류했더랬죠. 기사가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아더트리는?”


“그는 60세의 나이로 이미 10년전에 10단계 마스터에 올라 초월자가 되기 위한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하죠. 솔직히 그와 맞댈 수 있는 적수는 대륙에서 열손가락안에 꼽을 거에요. 물론 그 안에 가주님도 포함되겠지만요. 그는 동생과는 달리 꽤나 공명정대하고 정직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요. 그리고 현재는 청류검을 목표로 이곳에 와있기도 하고요.”


“그렇군.”


막사로 돌아간 제르카는 이번엔 다시는 실패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막사로 돌아가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기위해 노력한다.


제르카는 갑자기 등장해 창월극을 빼앗아간 가이트리의 존재가 매우 신경 쓰였다.


그리고 다시는 그 끔찍한 가짜 기억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창월극을 노리는 다른 10개의 가문들을 상대할 준비를 한다.


이전에도 제르카가 느껴봤지만, 브라이츠가의 오데뇰 기사단과 중기병대는 정말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힐레토의 너른 평야지대에서 자란 준마들과 브라이츠가문 특유의 창격술, 마상창술과 기병돌진은 특히 보병들에게는 끔찍한 피해를 주었다.


그러한 힘을 알았기에 저번의 도전에서는 적당한 계책만으로도 쉽게 다른 10가문을 물러나게 할 수 있었다.


적을 전멸시키고자 하는 전쟁이 아니라 오로지 힘을 취하기 위한 전투였기에 다른 가문들은 패착이 보인다 싶으면 재빨리 패배를 선언하고 전장에서 철수했기에 아무리 브라이츠가의 기사단을 처음 지휘한 제르카라도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이트리는 다르단 말이지.”


가이트리 플란조스는 기사단의 힘으로 상대할 만한 자가 아니다.


이 영혼의 시련의 저의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가이트리는 단신으로도 테디오스로 분한 제르카를 일격사 시키고 창월극을 가지고 갔다.


“테디오스는 가이트리를 이겼을까?”


제르카는 몰랐지만 지금 몸을 빌리고 있는 테디오스는 흔해빠진 무술가가 아니다.


섬멸창 테디오스 라트리히 브라이츠, 가문은 크지 않지만 인간의 끝에 오른 경지라는 10단계 마스터에 오른 창술과, 일당백이라는 오데뇰 기사단과 중기병대 하나만큼은 대륙 중서부에서만큼은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테디오스의 10단계 마스터에 오른 무위와 가이트리의 10단계 유저급 무위는 거의 차이가 없다.


무술가의 기술은 7단계 마스터에 완성된다.


그 이후의 경지는 평론가들이 말하기를 ‘기술적’차이는 없다라고도 평한다.


하지만 마나를 섬세하게 또는 강하게 다루는 능력, 경험, 적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안목등 승패를 결정하는 다른 요소는 얼마든지 많다.


이러한 부가적인 능력들과 그 동안 쌓은 경험과 행적이 쌓여 무술의 경지를 높이는 것이다.


“아마도 테디오스가 실제 창월극을 얻었으니 가이트리를 이겼겠지.”


제르카는 혼잣말을 하며 지난번의 짧았던 일순간을 곱씹어본다.


제르카가 처음 느껴본 패배감, 아무리 이곳이 다른 사람의 기억이고 심상의 세계라지만 느닷없이 등장한 적의 월등한 무위에 대한 무력감과 그 뒤의 시련의 대가에 대한 공포감이 제르카의 마음속을 어지럽힌다.


아무리 10단계 유저와 7단계 마스터의 수준차이가 있었다지만, 제르카는 정말 손쓸 도리도 없이 순식간에 썰려나갔다.


“그의 무위일까? 아니면 창월극이 가진 힘일까?”


“가주님 밤이 늦었습니다. 내일 이온가와 카커스빌의 사자가 올 터이니 쉬시지요.”


제르카가 정신을 차리니 이미 시간은 새벽을 넘어가고 있었다.


제르카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인지 이 세상속의 테디오스가 자신의 꿈을 꾸는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심상의 세계에서 잠에 빠져든다.




그 뒤로는 일전 처음겪었던 것처럼 일사천리였다.


이온과 카커스빌과 임시 동맹을 맺은 브라이츠는 서쪽 소국연합 가문들을 격파하고 델하니아 쪽 연합을 격파한 렉스톨 3가문 연합을 와해시키고 각개격파한다.


렉스톨 기사가문을 격퇴한 제르카는 막사에서 이제 남은 이온과 카커스빌 가문만을 남겨둔 채 고민에 빠져있었다.


“저번 도전에서 나는 내일 선수를 쳐서 이온을 박살내고 카커스빌에게 전투없이 항복을 받아내었지. 과연 테디오스 또한 그렇게 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제르카는 마상전투에 그리 익숙지 않기에 계책을 써서 승리를 가져왔지만, 테디오스는 그 월등한 무위를 앞세워서 힘으로 승리를 쟁취했을 것이다.


“이것은 나의 시련,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해결해야겠지.”


일단 오데뇰기사단에게는 내일 이온가를 급습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려놓았다.


“차라리 지금 창월극이 꽂혀있는 곳으로 가서 몰래 빼올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제르카였지만 곧바로 고개를 젓는다.


“아냐, 이 안에서 창월극을 집어드는 것이 영혼의 시련의 주 목적은 아닐거야. 하지만 적어도 가이트리는 이겨야 할 것 같아.”


제르카는 영혼의 시련이 요구하는 저의를 곱씹으며 가이트리를 이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의 마지막 공격, 솔직히 내 눈엔 보이지도 않았어. 그토록 빠른 창격술을 가지고 있다면 상당한 고수라는 뜻인데, 다시 한 번 그의 공격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제르카가 그렇게 생각하니 눈앞에 갑자기 이상한 광경이 펼쳐진다.


제르카는 테디오스의 준마를 타고 가이트리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가이트리는 제르카를 도발하고는 코웃음을 치며 창월극을 내지른다.


그리고 창월극의 끝까지 휘둘러지기도 전에 제르카의 허리는 두동강이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제르카는 그대로 말에서 떨어지는 광경.


“뭐야? 내가 이렇게 죽었단 말이야? 근데 갑자기 왜 이런 광경이?”


‘이곳은 심상의 세계 원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지니.’


제르카의 머릿속에 일전에 들었던 걸걸한 목소리가 떠오른다.


“원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그걸 믿으라고? 잠깐 내가 원해서 그 광경이 떠오른 거란 말이야? 그렇다면 창월극을 내 앞에 대령해.”


그러나 창월극이 제르카의 눈앞에 뿅하고 나타날 일은 없었다.


“안 되잖아 이 뻥쟁이 자식아!”


‘원하는 것은 네 자신에서만 이루어 질 뿐.’


뻥쟁이라고 소리친 것에 대답이라도 하듯 걸걸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그럼 진작 말을 해줄 것이지.”


그렇게 외친 제르카는 다시 냉정을 되찾고 가이트리의 기술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며(이건 제르카에게만 보이는 듯 원하는 대로 계속 반복되었다.), 가이트리의 기술을 분석하려하지만, 그저 가이트리가 창월극을 완전히 휘두르기 전에 타고가던 말의 목이 잘리고 제르카의 살이 움푹파이고 끔찍하게 두동강나는 장면이 계속 반복될 뿐, 제르카는 그의 기술을 완전히 알아낼 수 없었다.


“설마 초월기라도 되는건가? 아냐, 가이트리의 무위는 10단계 유저급이라고 했어, 초월기라고 하니, 어디선가 비슷한 걸 본 것 같기도 하고, 아, 프론켈 아저씨의 그 기술! 룩세테네브리스라고 했던가?(3장 7화 참조)”


제르카는 프론켈이 초월기를 쓰는 것을 본적이 있다.


화려한 빛 무리 속에 파괴력을 가지는 보이지 않는 어둠을 실어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 있는 기술.


제르카는 필시 가이트리의 기술이 비슷한 부류일 거라 생각했다.


“기술의 정체는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를 이길정도로 강해져야 한다고······ 혹시 내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원한다면 내가 엄청나게 강해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럴수도 있겠지, 아니 이미 힘을 원한 자도 있었고. 그것도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 영혼의 시련이 요구하는 것은 하나의 답이 아니다.’


제르카의 침착 냉정한 머리가 심상의 세계 안에서도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과연, 내가 강해지면 되는 방법이 있군. 하지만 아니야. 분명히 나 이전에도 그러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을 테고, 영혼의 시련은 아직까지 아무도 통과한 자가 없지. 저 재수없는 목소리는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 했지만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지.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가겠어.”


‘시간을 늦춰줘. 최대한 수련을 할 수 있게.’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원하는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심상의 세계.


제르카는 그 시간감각을 무수히 늦춰 가이트리를 이기기 위해 혼자만의 수련에 들어간다.




이틀 후.


오데뇰 기사단이 이온가의 기사들을 급습하여 패퇴시키고, 편지한장으로 카커스빌의 항복선언을 받아내고 제르카는 준마를 타고 창월극을 회수하러간다.


“수고했군, 창월극은 우리가 가져간다.”


눈앞에 머리는 산발을 하고 미친듯이 광소를 내뱉는 가이트리 플란조스가 영혼을 제물로 바친듯한 죽은 두 기사의 옆에서 제르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말 않겠다. 창월극을 두고 가라.”


“크하하하, 장난하냐? 기껏 광대들이 눈앞에서 열심히 싸우는 것도 보았겠다. 이미 창월극의 주인은 나로 정해져 있으니까, 테디오스야 정 가지고 싶다면 힘써서 빼앗아 보시지?”


가이트리가 광소를 터뜨리며 제르카를 도발한다.


‘도발에 말려들면 안 돼. 아직 저번 공격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의 움직임만큼은 눈에 익혀두었으니.’


제르카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말을 몰아 가이트리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가이트리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제르카를 비웃으며 도발하고 있다.


“미친 자식! 간다! 디텔스 엣지!(7단계 기술, 비전, 사람을 죽이는데 충분한 검기를 검끝에서 발출합니다.)”


선공을 취하기로 한 제르카의 검에서 검기를 내지른다.


제르카가 내지른 검기는 작은 관목사이를 지나 가이트리에 다다랐고 가이트리는 재빠르게 창월극을 들어 검기를 방어해낸다.


“쳇. 귀찮게 하는 놈이군. 압도적인 힘으로 단숨에 죽여주마!”


가이트리는 그제야 말을 몰아 제르카의 앞으로 돌진해온다.


‘루미아, 메이필, 클로디아, 그리고 다른 모두들, 나에게 힘을줘.’


제르카는 속으로 그렇게 빌며 시퍼런 빛을 뿜으며 창월극을 휘둘러오는 가이트리를 향해 맞선다.


플란조스가는 검가로 유명한 가문, 가이트리 또한 검을 쓰는 기사였고 이런 폴암류의 무기는 익숙치 않았지만, 가이트리 정도의 경험과 무위를 가진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크큭 명성대로 제법 하는구만, 10단계 마스터란 실력은 어딜가도 녹슬지 않았어. 하지만 이미 힘을 이끌어낸 창월극 앞에선 말이지 흐흐흐흐흐 그냥 지나가는 개의 재롱으로 보인다구!”


또다시 엄청난 속도로 창월극을 내질러오는 가이트리.


제르카는 필사적으로 연습한 그의 동작에 자신의 애검 세일리트를 들어 막아낸다.


“후오, 이 중압감, 오랜만에 느껴보는군. 좀더 받으라고!”


서로의 말 위에서 스쳐지나간 공격, 가이트리는 다시 말을 돌려 제르카를 향해 돌진한다.


제르카는 창월극의 긴 사거정거리 앞에서 필사적으로 10여합을 방어해내며 품으로 파고들어갈 틈을 노린다.


그렇게 이동하던 도중 키큰 풀숲과 작은 관목이 여러그루 자라고 있는 곳까지 온 제르카와 가이트리.


키작은 나무가 방해가되어 가이트리의 시야를 가리는 그 때, 제르카는 그 순간을 노려 가이트리의 빈틈을 공격한다.


“멍청한 자식! 크하하하!”


가이트리가 광소를 짓더니 창월극을 크게 휘둘러온다.


이미 제르카의 공격은 가이트리의 옆구리를 향하고 있고······


“스각!”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동안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달리던 말의 머리가 대각선으로 쪼개지고 검을 휘두르지 않은 제르카의 왼쪽 어깨가 갈라진다.


그와 함께 고삐를 잡은 왼손에 힘이 빠짐과 동시에 제르카는 균형을 잃었고, 오른손에 쥔 세일리트의 공격이 빗나간다.


그리고 그 뒤 0.5초도 안되어 가이트리가 오른손에 쥔 창월극의 칼날이 제르카의 목을 베고 지나간다.


“크큭, 무위와는 달리 참 멍청하단 말이야. 기사라는 놈들은 크크큭.”


몸뚱아리를 잃은 제르카의 눈에는 허공에 맺힌 한줄기 핏자국이 마지막으로 새겨졌고, 그 뒤로 정신을 잃었을 뿐이었다.




“설마, 또 패배해서 죽었다고?”


‘그래 자네는 두 번째 도전도 실패했네. 이대로 영혼을 저당 잡히고 실패를 인정할 텐가. 아니면 실패의 대가를 치르고 다시 도전할 텐가?’


걸걸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제르카의 팔다리가 덜덜 떨린다.


잠시 있고 있었던 실패의 대가에 대한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크윽······ 나는······나는······.”


솔직히 실패를 선언하고 싶었다.


대가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공포스러운 기억, 이길 수 없는 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목표, 이러한 감정들이 흘러 넘쳐 제르카를 절망스럽게 만든다.


‘크큭, 다들 그렇지, 모두가 힘을 원해 이곳에 오지만, 모두가 실패하고······ 죽었지. 자네도 마찬가지야. 안 그런가?’


제르카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걸걸한 목소리.


“아니야, 나는 힘을 원해서 온 것이 아니라고, 그저······ 그저,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의 울타리를 지키고 싶었을 뿐.”


제르카는 창월극이 가진 강한 힘을 원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그저 루미아가 하려는 일에 방해가 되는 무언가를 치우러 왔다가 휘말려 들었을 뿐.


‘크큭 하찮은 이유로군. 정말 하찮아. 고작 그런 이유로 창월극에 도전하다니 변병거리도 되지 않는다고 크크큭. 그딴 하찮은 이유는 집어 치우고, 자네에게는 단지 두가지 선택지가 있을 뿐이라고. 실패인가 재도전인가?’


걸걸한 목소리는 제르카의 의지를 꺾으려는 듯 그동안의 노력을 깎아내린다.


“하찮지 않아! 하찮지 않다고,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그래 도전해 주겠어, 어떻게든 시련을 돌파해 주겠다고, 남아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백번이고 도전해주마!”


제르카가 악에 받쳐 소리친다.


‘크크큭 좋은 자세야, 나야 또다시 재미있는 연극을 감상할 수 있으니 백번이고 도전해 달라고, 그럴수만 있다면! 크하하하.’


그 소리와 함께 걸걸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두 번째의 대가가 제르카의 영혼에 몰려온다.


“크아악, 그만하라고 그만해 제발! 개 XXX XX XXXXX!”


공허한 공간에 제르카의 비명과 욕설만이 울려퍼진다.


작가의말

영혼의 시련은 다음화가 마지막!

......


여러분 불금입니다.

불금이라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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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설정집 8 - 인간신 허마닐레온이 설명하는 카르마 시스템 +4 16.07.13 1,256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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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것 같은 설정집 6 - 등장인물 정보. 16.05.29 1,501 0 -
공지 읽으면 도움이 되는 설정집 5 - 나카지온 대륙의 기타 국가들 +1 16.05.21 1,229 0 -
공지 반드시 꼭 읽어야할 설정집 4 - 작품 내 등장하는 경지의 분류 16.05.20 1,240 0 -
공지 읽어두면 좋을 것 같기도 한 설정집 3 - 마법체계 +4 16.05.20 1,184 0 -
공지 몰라도 지장없는 설정집 2- 나카지온 대륙의 강국 +1 16.03.24 1,338 0 -
공지 몰라도 지장없는 설정집 1 -도량형 및 돈의 단위 16.03.24 1,811 0 -
19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5화 +3 16.12.21 1,025 6 19쪽
19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4화 +4 16.12.13 745 7 20쪽
19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3화 16.12.08 436 6 16쪽
19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2화 16.12.08 424 6 15쪽
19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1화 +3 16.11.29 474 11 16쪽
19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0화 16.11.29 433 5 17쪽
18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9화 +4 16.11.20 613 9 16쪽
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59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18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4화 +5 16.10.27 826 12 20쪽
18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3화 16.10.26 966 9 18쪽
18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2화 16.10.24 717 8 20쪽
18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1화 16.10.21 613 7 17쪽
18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0화 +1 16.10.19 597 8 18쪽
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5 7 26쪽
17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3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2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3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3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6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8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4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6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6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0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19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8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5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6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8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8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4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69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5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5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0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49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0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39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1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4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0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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