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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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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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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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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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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팔렌티 협곡




델하니아력 3481년 5월 5일


“두 단에450로제요.”


“뭐가 이리 비싸?”


시장에서 제일 싱싱해보이는 야채 묶음을 든 루미아가 상인이 부르는 가격을 듣고 푸념을 한다.


“요즘 팔렌티 협곡의 마수들 때문에 물품공급이 엉망이라서 말이오.”


“그래도 그렇지. 이 가격은 평소의 세 배가 넘는데? 이봐, 여기 살짝 시들어있잖아?”


루미아가 야채 끝부분의 살짝 변색된 부분을 기어코 찾아낸다.


“어휴, 알았수 400로제로 깎아드리지.”


무시무시한 전업주부만이 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기는 루미아의 모습에 야채상회의 주인이 살짝 움츠러든 채로 가격을 깎아준다.


“챗, 다들 엄청 비싸네.”


“루미아 저기, 복숭아 벌꿀절임 있어, 사가자.”


복숭아와 벌꿀이 풍겨오는 달큰한고 향긋한 냄새를 맡은 클로디아가 구입예정에 없던 물건들을 충동구매하게 만든다.


한눈에 재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루미아와, 대략적인 속셈을 파악할 수 있는 클로디아 콤비는 절대로 바가지나 덤터기를 쓸 일이 없었지만, 전체적인 물가가 올라있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장의 최상품 식재들을 싹쓸어간다.


입이 늘었기에 평소보다 많은 재료들을 루미아가 준비하는 동안 제르카와 메이필은 정보길드를 방문했다.


“팔렌티 협곡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여행을 위한 기본정보는 150로제, 용병들이나 의뢰주들이 원하는 고급 정보는 750로제, 지도는 1000로제짜리 기본지도와 3000로제짜리 정밀지도가 있습니다.”


“지도는 됐구요, 고급정보가 필요해요.”


“알겠습니다. 이번 토벌의뢰를 하시려나 보군요. 3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여기 1000로제에요, 차 두잔 주시구요. 거스름돈은 됐어요.”


정보가 모여 보고서로 복사되는 동안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정보길드 마스터가 주는 두툼한 종이뭉치를 받아든다.




팔렌티 협곡


팔렌티 산맥을 관통하는 작은 협곡으로 오래전부터 중요한 물류의 중심이었고······


300여년 전부터 이 협곡 주변을 통치해온 힐레토 최고의 부족이었던 기사가문인 브라이츠가가 이곳의 통행료를 징수해왔으며 270년전쯤 브라이츠가가 영문 모를 이유로 몰락하여 사라진 뒤로 힐레토의 엔시디드 부족이 소유하여 몬스터를 토벌하는 등의 관리를 하여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으나 최근의 마수 대발생에는 대처능력이 부족하여······.


그 뒤로는 팔렌티 협곡 주변의 식생이나 몬스터 분포에 관련된 자세한 정보가 나열되어 있다.


최근 협곡에 다수의 마수들이 출현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특히 현재는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과거 브라이츠가의 장원이 있던 팔렌티 분지에 다수의 강한 마수들이 발견됨.


현재 통행시에는 대형마수를 사냥할 수 있는 최소6단계 이상의 무술가, 마법사 3명 이상을 동원하거나 산맥을 우회하는 다른 길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함.


최근 발생한 현상에 대한 몬스터 목격 정보는······.


밑으로는 선행팀들이 보고한 대체적인 지리와 몬스터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다.



“노그라에, 엘레훕스라니 강한 마수들이 많네. 이러니 물류가 막히지. 어쨌거나 필요한 정보는 얻었으니 돌아가자.”


제르카와 메이필이 돌아온 호텔 로비에는 루미아와 클로디아를 제외한 전원이 여행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고 20분쯤 지나자 루미아와 클로디아도 돌아왔다.


일행은 그 동안 4세츠가 넘게 나온 숙박료를 정산하고 걸어서 하루, 마차로는 반나절 거리인 팔렌티 협곡을 향해 출발한다.




한편 블라이 헤스톤 항을 벗어난 작은 마을의 한 여관.


붉은 색 마법사 로브를 입은 초로의 남자마법사와 온몸을 시커먼 두건과 로브로 감싼 신원 불명의 존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디트릿타님 부르셨습니까.”


“오랜만이군 어이, 네놈 언제부터 머리가 대머리가 되었냐?”


시커먼 두건의 존재가 남자마법사에게 묻는다.


마법사는 어슴푸레한 여관 방안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머리에서 광택이 나고 있었다.


“그게······ 지시하신 일을 하다가 그만 불의의 사고로······”


“거 시원하니 보기 좋군, 그래서 내가 지시한 물건은 가져왔겠지?”


“디트릿타님, 죄송하지만 지시하신 물건을 입수하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뭐라고? ‘그것’을 입수 하는 데에 실패했다고?”


“그게······ 수십 마리를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고 비렁뱅이들의 방해를 받은지라······”


“하아······ 멍청한 네놈에게 맡긴 내가 잘못이지. 그래서 대책은?”


“로나카렐들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 비렁뱅이들이나 다른 사냥꾼들이 입수한 것같습니다. 비렁뱅이들은 다행이도 멀리 가지는 않았습니다만 팔렌티 협곡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부하를 감시로 붙여두었으니 그들이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다시 빼앗을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그래 어차피 제어용 물건이니 없어도 상관없긴 하지만, 어쨌거나 멍청한 대머리새끼야, 이렇게 된 이상 팔렌티 협곡의 물건을 찾아서 당장이라도 내 앞에 대령하라. 제약만 없었어도 직접 움직이는 건데, 재수없는 에휼리타 녀석이 진행하고 있는 일이랑 보조를 맞추려먼 한시가 바쁘단 말이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디트릿타님. 근데 혹시 제 머리 좀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제가 알고 있는 온갖 마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더군요.”


희미한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마법사가 묻는다.


“흐음. 그렇게 고위 마법술식은 아니다만······ 6단계 정도? 하지만 마법술식이 삼중으로 암호화 된데다 꼬이고 꼬여있어서 해주 하려면 상당히 오래 걸리겠군. 나는 바쁘고 귀찮으니까 알아서 풀어.”


디트릿타라고 불린 존재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큭, 젠장.”


“쨍그랑”


구박받은 남자마법사가 애꿋은 화병에 분풀이 하는 소리만 들려온다.




팔렌티 협곡으로 향하는 가도.


“아, 덥다, 머리도 잔뜩 자랐는데 호텔에서 자르고 올 걸 그랬나? 이거 머리를 얼릴수도 없고.”


물계열, 그 중에서도 얼음계열 마법을 전문으로 하는 드로셸른 마법사는 서서히 찾아오는 여름날씨에 적응이 안 되는가 보다.


“드로셰 아저씨. 그럴 때 좋은 마법있는데 걸어드릴까요?”


루미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여드름쟁이 마법사에게 묻는다.


“설마 그 대머리마법? 됐다 됐어. 크라수스 놈 보니까 완전이 번쩍번쩍하던데. 그냥 반사광으로 마도 간판(작가주: 네온 싸인 비슷한 물건) 만들어도 될 정도라니까? 그딴 저주마법 필요 없어.”


“아쉽네요. 잘만 쓰면 그 여드름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됐거든? 여드름과 머리카락의 등가교환이라니 필요 없어!”


“마나 조금만 불어넣으면 한 달 정도밖에 안가요. 한번 시험해봐요.”


“마법실습용 토끼가 되긴 싫어, 괜찮데두!”


“아쉽네, 아이렌 언니랑 떠들다가 새로운 술식 추가해봤는데. 아저씨 여드름 없어지면 아이렌 언니가 좋아할 만큼 잘생겨 질 것 같은데······. 정말 아쉽네..”


“정말? 아니야 안 돼. 대머리만큼은. 대머리보단 여드름쟁이가 훨씬 나아. 그리고 나 아직 아저씨 아니거든? 너희들보다 10살밖에 안 많다고.”


드로셸른은 마법사다운 이성으로 루미아의 유혹을 간신히 이겨내고 실험동물이 될 뻔한 처지를 면했다.


“저희보다 열살 많으면 아저씨죠. 안 그래? 클로디아?”


“맞아.”


루미아가 ‘샤이닝 글로리’라는 화려한 이름을 가진 독자 마법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았다.


안잘리스트 학원에서 평소에도 눈꼴 시린 구르카 녀석을 골려 주기 위해 여러 마법 술식을 시험 삼아 써보던 루미아는 3학년이 되어 필수과목인 생명마법의 이해와 응용이라는 필수 마법과목을 배워야 했는데, 시, 공, 역(에너지)의 3속성을 제외한 8속성 마법에 두루 능한 루미아였지만, 그 중에서 생명마법만큼은 루미아도 그다지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생명마법은 전체 11개 속성의 마법 중에서도 그 분야가 굉장히 방대한데, 기초적인 치유마법에서부터, 신체를 강화하는 부여마법, 동, 식물을 성장시키는 성장마법, 적의 신체에 이상을 만드는 공격마법, 최면마법과 기억을 읽는 마법 등이 포함된 환상마법과 정신마법, 공간마법과 연계되는 마이너 계열인 소환마법, 그리고 마찬가지로 마이너한 분야인 저주마법, 그리고 더더욱 마이너한 분야이자 체질적으로 타고나야 사용할 수 있는 소환 마법의 하위 분파인 정령마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법계열이 있었다. 덕분에 생명마법의 모든 분야를 마스터한 자는 마법의 역사상에서도 세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한창 작은 상처를 치료하는 마법에 대해서 배우다가 몇 번 실패하고 문득 ‘나는 재능이 없는 것일까’ 고민하던 천재마법소녀 루미아는 그 다음시간엔 조직을 회복시키고 털을 자라게 하는 마법을 실습하던 도중 두 번 쯤 실패하고 구르카를 어떻게 골려 줄까 하는 딴 생각을 하다 실수로 발모마법에 자작술식을 섞어 넣는 실수를 하게 되고 마법실습용 토끼의 솜털을 모조리 깔끔하게 벗겨버리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덕분에 실습점수는 왕창 까였지만(당연히 수업 목표 달성에 실패했으므로) 담당 교수로부터 너는 아무래도 다른 쪽에 자질이 있는 것 같다는 모순된 칭찬을 받은 루미아는 결국 잼병이었던 생명마법분야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메이저인 회복계열이 아니라 마이너한 쪽인 저주마법계열이지만) 그 재능을 갈고 닦아 웬만한 마법사들이 쉽게 해주 할 수 없는 궁극의 대머리 마법을 완성시켰다는 그렇고 그런 안 흔한 이야기.




마차로 반나절을 달려 도착한 팔렌티 협곡 초입.


수십 만 년간 비바람에 산맥의 지층에서 비교적 부드러운 암반이 깎여나간 지형으로 지금은 마차가 다니기 위해 가도가 잘 닦여있고 마차 두 대가 지나갈 만한 가도 옆에는 이 협곡을 만든 오래전엔 커다란 강이었겠지만 지금은 비가 올 때에만 물이 차오르는 움푹 파인 지형이 남아있었다.


“전방 멀리, 마수가 있는 것 같아, 거대한 놈. 두 마리.”


역시나 감각이 뛰어난 클로디아가 일행의 눈보다 훨씬 빨리 마수를 감지하고는 일행에게 알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들도 저 멀리 거대한 노그라 두마리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전에 보았던 것 보다도 훨씬 큰 녀석들인데?”


“이놈들도 가죽값이 꽤나 나갔었지?”


“아무렴, 우리 남매가 처음으로 일해서 벌어들인 돈이기도 했으니까.”


“가랏! 메이필 언니!”


“쳇, 커다란 놈이니 손맛은 좋을 것 같다만, 귀찮게 스리.”


루미아의 흡사 자신의 소환수를 부리듯 하는 장난스런 명령에 메이필이 투덜거리면서도 등에 맨 대검을 꺼내 바람처럼 달려간다.


“쓱, 삭.”


노그라가 메이필을 알아차리고는 일어서기도 전에 메이필은 앉아있어서 약5로트 (약2.75m)위에 있는 두 노그라의 머리를 한번의 움직임에 두 번 베어내는 동작으로 순식간에 잘라낸다.


노그라는 6단계 마수이기에 일반적인 여행자 그룹에서는 사냥하기 까다롭고 기피대상인 마수였으나,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오른 일행은 혼자서 간단히 처리할 만큼 실력이 올라있었다.


“가죽 벗겨 가자.”


“그래.”


루미아의 한마디에 제르카는 하도 많이 써서 부업으로 가죽벗기는 일만 해도 될 정도로 숙달된 예리한 소도를 꺼내 두텁고 무거운 노그라의 가죽을 벗겨낸다.


“끙차, 역시나 이녀석들 가죽은 무겁구나.”


“응. 이제 내 차롄가?”


루미아가 제르카가 10분에 걸쳐 벗겨 놓은 가죽 앞에 선다.


“여기서 더 할 일이 있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 태니지 퍼!(tanage fur, 6단계 3차마법, 비기마법(루미아 개발) 살아있지 않은 대상의 털을 몽땅 뽑고 광택이 나게 합니다.)”


그러자 노그라의 털가죽에서 털이 몽창 뽑혀나가고 기름이라도 바른 듯 광택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피부가죽부분을 제외한 피하의 불순물들이 후두둑 빠져 나온다.


“뭐야 이건?”


“무두질 마법. 대머리 마법을 조금 응용해 봤는데 효과가 상당한 것 같아. 무게도 가벼워지고 보존성도 좋아지고, 딱 팔아먹기 좋게 만들어졌잖아?”


가죽 가공에는 반드시 무두질 과정이 들어간다.


필요 없는 털을 뽑아내고 가죽에 붙어있는 기름이나 기타 이물질을 제거하며, 생물질이기에 썩지 않도록 기름을 먹이거나 화학물질로 방부처리를 하고 건조시키는 과정과 때에 따라 광택을 내는 과정을 거치고는 한다.


물론 호랑이 가죽이나 곰가죽처럼 장식용이나 모피용으로 사용할 때는 털을 뽑는 과정이 생략되기도 하지만.


그런 귀찮은 과정을 루미아는 마법 한방으로 단숨에 처리한 것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자주 써 먹지는 못할 것 같으니 암호화 술식으로 변환해서 마도공방이나 가죽공방에 팔아 먹어야겠어. 비싸게 받아먹어야지.”


“······”


옆에서는 대머리 마법을 시험 당할뻔했던 드로셸른이 이 엄청난 자작마법을 보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아이렌은 루미아의 황당한 마법 응용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끝났으니 이제 더 가볼까?”


“주변에 마수가 많아, 싸우는 소리도 들리고.”


클로디아가 말한 것처럼 지금 이곳에는 여러 사냥팀들이 몰려와 있었다.


일전의 로나카렐을 서너 마리쯤 사냥한 사냥 팀들도 와 있었고, 부산물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헌터들에게는 이렇게 마수가 잔뜩 출몰하는데다 보수가 짭짤한 의뢰까지 걸려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대목이기에 너도나도 한몫 잡고자 달려온 것이다.


“다들 열심이구만, 우리가 올 필요는 없었던 것 아냐?”


“루벨리님 기왕 왔으니 몸이나 풀고 가시죠.”


루벨리가 귀찮다는 듯 말했으나 제르카가 적당히 다독인다.


팔렌티 협곡 깊숙이 들어가자 마수출몰 빈도가 높아지고, 협곡 외각의 안전한 지형(원래는 지나가는 마차들이 쉬어가기 위해 마련해 놓은 곳이다.)에는 사냥팀들이 합동으로 차려놓은 사냥캠프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이~ 새로운 녀석들인가? 점점 경쟁자들이 늘어가는 구만? 나는 이곳 캠프의 임시 장을 맡고 있는 썬더폭스 용병단의 단장 엔트미어 보울츠라네.”


“아, 저는 루벨리 상회의 제르카 레닐하츠입니다.”


“자네들도 여기 사냥하러 왔나? 인원수가 되니 캠프를 차린다면 저쪽 자리가 좋겠군,”


엔트미어는 친절한 사람인지 비어있는 공터를 알려준다.


“감사합니다. 이곳 사정은 어떤가요?”


“뭐, 헌터팀들은 살 맛 났다니까? 어디선진 몰라도 끊임없이 중대형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일부 부실한 녀석들이 실려나가긴 했지만, 다들 한몫 잡아가려는 열기로 가득해. 그런데 이곳은 5단계 마스터급 이하는 꽤나 사냥하기 힘들텐데 괜찮겠나?”


엔트미어는 일행의 꽤나 어려보이는 나이를 보고서는 걱정하듯 물어본다.


“걱정마세요. 저희는 전부 7단계 마스터 이상이니까.”


“정말인가? 젊어 보이는데 대단하군, 믿기지 않는구만, 로나카렐 사냥쪽에서 왔나? 그 녀석들도 대단했는데 말이지. 얼마전에는 번쩍 번쩍 빛나는 대머리 마법사가 이끄는 녀석들도 왔는데 좀 고압적이긴 했지만 말이야.”


엔트미어는 말이 많은 타입인 듯 했다.


“그렇군요. 저희는 알려주신 곳에 캠프를 차리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참, 이곳에 캠프를 차리게 되면 밤에 불침번을 세워야 한다네. 자네들은 이곳의 신입이니 두 팀 네 명 정도가 좋겠군. 그리 알아두게. 시간은 나중에 전달해 주도록 하지.”


“고맙습니다.”


엔트미어가 가리켜준 곳으로 가니 공터가 넓게 있었고 그 주변에는 사냥팀들이 사용하는 대형 천막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미 사냥을 끝내고 온 듯 그 주변에서는 비릿한 혈향과 누린내가 감돌고 있었고, 술이라도 한 듯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마차를 세우고 로닌이 말들을 관리하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마찬가지로 커다란 대형 텐트를 설치했다.


그러는 동안 날이 저물고, 루미아가 항구에서 사온 상하기 쉬운 생선들을 조리하여 저녁을 먹자 날이 완전이 깜깜해졌다.


“자네들이 담당할 시간은 오늘 28~30시, 다음날 00~02 시라네. 불침번이 끝나면 저쪽 오른쪽의 텐트에 있는 사람 둘을 깨워주게.”


“알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엔트미어가 떠나가고, 불침번을 자청하고 나선 아이렌과 루미아, 제르카와 클로디아가 조를 짜고 야영에 들어갔다.




참 맑은 날씨에 별이 참으로 밝았고, 그날 밤 경계를 위해 쳐놓은 목책 옆에서는 낮의 열기를 재우는 선선한 산바람이 부는 가운데 여성 마법사 두 명이 조용히 마법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교류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시간이 지나 빛나는 금발에 검은 망토를 두른 마법사가 다른 불침번을 깨우러 간다.


그리고 텐트속에서 걸어나오는 키큰 청년과 어두운 밤안에서도 존재가 환하게 드러나는 새하얀 소녀.


“오늘은 참 별이 반짝반짝 하네.”


“요, 몇 달간은 밖에서 노숙할 일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곳은 거의 산속이고.”


새하얀 소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은하수 쪽 수많은 별무리가 서로 자랑이라도 하듯 새하얗고 노랗고 파란 빛들을 반짝거린다.


마수들도 잠자늗 듯, 오로지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타닥타닥 잔잔한 소리 아래, 그들만의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저기, 별이란 건 뭐야?”


“음······ 뭐라고 해야 하나. 낮에 뜨는 태양 있지? 그게 하늘의 저 끝, 아마도 그 무엇보다도 먼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거야.”


“왜?”


가끔씩 튀어나오는 하얀 소녀의 이런 황당한 질문에 소년은 당황하지 않고 말을 고른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랄까? 우리 같은 밤을 보내는 별밤지기들에게 말동무가 되어달라고 꿋꿋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


“그렇구나.”


“그럼 저것은?”


소녀가 가리킨 방향에서는 마침 별똥별이 찰나의 불꽃을 피워내며 사라진다.


“그렇게 떠들다 지친 별들도 자러가야하지 않겠니?”


“그렇구나. 그럼 왜 저 별은 파랗고, 저 별은 노랗고, 왜 저 별은 하얘?”


“그것은 말이야 루미아의 머리는 노랗고, 루벨리님의 머리는 빨간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사이 소년은 자신의 곁에 있는 새하얀 소녀가 문득 별하늘에서도 유난이 밝은 빛을 발하는 새하얀 별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키 큰 소년과 새하얀 소녀가 별빛에 대해 나누는 도란도란한 목소리가 나즈막하게 퍼져나갔다.


작가의말

대머리 마법! 무시무시합니다!

마지막부분은 알퐁스도데의 '별'의 오마주라고 해야하나.

차려준 밥도 못먹는 불쌍한 양치기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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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4화 +4 16.12.13 745 7 20쪽
19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3화 16.12.08 436 6 16쪽
19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2화 16.12.08 424 6 15쪽
19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1화 +3 16.11.29 474 11 16쪽
19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0화 16.11.29 433 5 17쪽
18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9화 +4 16.11.20 613 9 16쪽
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60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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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2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3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4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6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6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0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8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5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6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8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8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5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69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5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0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49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0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39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1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0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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