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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닐하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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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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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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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로스펠트 상회 1




델하니아력 3481년 2월 33일


루벨리를 통해 기르던 스피넬라의 모를 옮기고 난 후 혹시나 남아있던 대량의 스피넬라 종묘용 씨앗을 여분의 농지에 뿌린 아텔 연구회의 사람들.


그 뒤로 상당한 양의 비료가 필요했기에 루미아는 직접 시드라밀 III를 판매한다는 로만텔 상회로 간다.


“안녕하세요. 아! 루미아님이시군요. 학기초라 그런지 필요한 물품을 사러 오셨습니까?”


상회 주인이 루미아를 알아보고 맞이한다.


“아뇨, 저는 이미 졸업한지라 그쪽 물품은 필요 없어요.”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오늘은 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주인.


루미아는 언제나 올 때마다 상당히 많은 물품을 거의 이문도 안 남기고 사갔기에 구두쇠인 주인은 루미아가 올 때마다 언제나 속이 쓰렸다.


“시드라밀 III라는 녀석을 사러 왔는데요.”


“아 그 냄새나는 비료 말입니까? 어디보자...... 재고가 대용량으로 세 포대 있군요.”


“네? 그거밖에 없어요?”


루미아에게 유엘라는 적어도 6개월은 쓸만한 양인 200포대 이상을 확보해 달라고 하였다.


“네, 남은 재고는 이거밖에 없네요. 이것도 그나마 3년 전에 들여온 거라. 효과는 좋긴 한데 비싸고 냄새가 너무 심해서, 체르니아 학원에서 몇몇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사간 거 빼고는 악성재고로 남아있던 물건이지요. 그런고로 루미아 님에게는 재고 처리 겸 그냥 공짜로 드리지요.”


저 구두쇠 양반이 그냥 준다는 것을 보니 악성 재고이긴 한가보다.


“고맙네요. 삯을 줄 테니 일꾼들 시켜서 이 주소로 좀 보내주세요. 코가 예민해서 저 냄새는 못 견디겠는지라.”


잘 밀봉된 비료였지만, 워낙 냄새가 강렬해서 루미아는 적당히 품삯을 줘서 배달을 보낸다.


“흠...... 상당히 많은 양이 필요한데, 어디서 이걸 또 구할 수 있지요?”


“잠깐 거래 내역서를 확인하고 와야겠군요. 기다려 주세요.”


상점 주인은 잠시 뒤 장부를 가지고 나온다.


“흠. 여기 있군요. 시드라밀 III는 하칼라일의 로스펠트 상회에서 포대 당 820로제에 들여왔네요.”


유엘라는 포대당 2500로제에 사갔다고 하니 그동안 상당한 이문을 남겨먹은 셈이다.


뭐 루미아는 냄새나고 안 팔리는 거 공짜로 가져간다니 서로 이득인 것 같지만.


“로스펠트 상회라면, 그 불량품 샬반 광석가루를 납품했다던 그곳이 맞죠?”


어렴풋한 기억속에서 루미아는 잘도 상회이름을 기억해낸다.


“네, 맞아요. 요즘은 그쪽에서 물건 납품받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왜요?”


“원래부터 우리 상회의 오랜 거래처였지만, 일전 불량품 시약 사건도 있고, 평판이 별로 안 좋아져서 거래를 끊었습죠. 뭐, 상회 주인도 바뀌었고, 시드라밀 III를 구입하러 가보시면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되실 테니 내입으로는 뭐라 하지 않겠수.”


약간 기분이 나빠진 듯 말을 끊어버리는 상점 주인.


루미아는 그렇게 로만텔 상회건물에서 나온다.


“흠. 또 하칼라일에 가봐야겠네.”


도서관 게이트를 이용하여 하칼라일에 간 루미아는 프롱차이 여관에 방을 잡는다.


“루미아님 그랜드 마스터께서 잠깐 보자고 하십니다.”


네온발트가 마침 루미아가 여관에 머무는 것을 보고 호출했다.


7층에 있는 여관의 마스터룸에 프론켈이 어느새 와서는 루미아를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찾으셨다면서요?”


“오랜만이네.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즘 바빠서 시간이 나야 말이지. 마침 네가 여기 와있다길래 몇가지 소식을 전해주려고 왔단다.”


“무슨 소식이요?”


“일단은 렉스톨 군의 동향에 대한 정보. 보고서 형식으로 되어있으니 시간이 되면 읽어 보거라.”


프론켈은 남매의 일을 꽤나 신경써주고 있었기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무엇을 하려는 지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거 고맙네요.”


“그리고 말이야. 요즘 제르카군과 메이필양이 제도내에서 꽤나 소문이 되어 있어. 일전 텐텐빌 무도회에서 꽤나 이름을 날렸나 보더군.”


루미아도 돌아와서 제르카와 메이필이 꽤나 이름 있는 강자들과 시합한 일에 대해서 들었다.


“그리고 말이야. 카토렐름 왕자에 대한 소식 말이지. 후계 구도에서 제외 된 후 최근에 의수와 의완을 장착했다고 하더군. 게다가 수하들이 모아온 정보에 의하면 아직 왕위에 대한 열망을 내비치고 있다는 듯 하더라. 그와 원수를 진 너희 남매라면, 지금처럼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조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조언 감사해요. 따님은 잘 지내요?”


“물론! 나 안 닮고 레자닐 닮아서 얼마니 이쁜지 몰라. 한 번 보러 올래?”


프론켈이 일순 딸바보의 얼굴을 한다.


“시간나면 들를게요. 오늘은 아직 할 일이 있어서.”


“그래, 며칠 뒤에는 아제인 성국에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얼굴을 못 볼지도 모르니 가급적이면 빨리 방문하면 좋겠구나.”


“아제인이면 북메르진저에 있는 나라 아닌가요? 거긴 왜?”


“폴른 유토피아. 경매가 다다음주 열려. 무려 22년만이지. 술 사러 다른 대륙까지 간다고 레자닐한테 걸리면 엄청 혼날테니, 루미아도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


“후후, 제 것도 좀 입찰해 주시죠?”


“그러도록 하마, 대금은 나중에 받아내도록 하지. 몇 상자나 원하나?”


“다다익선이죠.”


“그래. 요즘 렉스톨군 관련 정보를 좀 훔쳐다 팔아서 길드자금이 넉넉해졌으니 넉넉히 확보해 두도록 하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리는 프론켈과 맞장구치는 루미아.


“그런데 오늘 할 일이란 건?”


“물건 좀 주문하러 중앙구의 로스펠트 상회에 가려고요.”


“로스펠트 상회라......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그래, 요즘 1~2년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상회가 로스펠트였었지.”


“네? 무슨 문제 있었어요?”


“신문 같은데에 기사가 자주 났던 것 같은데...... 자세히 안 봐서 기억이 안 나는군. 어이 코드리옹, 로스펠트 상회에 대한 기사 좀 찾아주겠나?”


“한 서너 시간 걸립니다.”


음성 전달용 파이프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올라온다.


“그렇다는 군.”


“그럼 일단은 방문해 봐야겠네요.”


“그래. 궁금한 점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도움을 청하거라.”


“감사해요.”


루미아는 그 뒤로 프롱차이 여관을 나와 중앙구로 향했다.


그리고 뜻밖에도 중앙구를 거닐던 클로디아와 마주쳤다.


“응? 클로디아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


“클로디아는 엄마 상점에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하러 왔어. 연금재료 보는 눈은 아직 미숙하지만, 적어도 사기는 안 당할 자신이 있거든.”


클로디아는 상대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고, 클로디아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불량품을 팔아먹으려는 생각을 품는다면 단번에 간파될 것이었다.


“그래? 오늘 시간 많아?”


“안 그래도 연금재료 도매상에게 주문 다 넣었으니 좀 놀다가 돌아갈 생각이었어.”


클로디아만큼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가 이렇게 혼자 다닌다면 수도의 불량한 녀석들이 꼬일만도 했지만, 흉악한 위력을 보이는 클로디아의 마법시범을 보고서는 두 번 다시 찝적대지 않았다.


특히 칼 들고 클로디아의 비싸 보이는 지팡이를 강탈하려던 두 명의 불량배는 클로디아가 사용한 요상한 마법에 옷가지만 풍화되어 가루가 된 채 알몸으로 (루미아가 시간계열 마법을 쓰는 클로디아를 위해 개발한 마법중의 하나였다. 빨간공과 위력이 비슷하나 옷에만 효과가 있다. 정작 루미아 자신은 시간계열 고등마법을 다루지 못해서 사용 불가) 도망가기도 하였다.


“음? 잘 됐네. 나랑 어디 좀 같이 갈래?”


“좋아.”


그렇게 둘은 중앙구의 도매상가로가 로스펠트 상회를 찾아갔다.


그리고 길을 물어 상당히 큰 6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굉장히 오래된 고풍스런 디자인의 ‘마법시약, 재료, 원자재 도매 및 유통 전문 로스펠트 상회’라 적혀있는 간판이 달린 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무수한 사람이 분주히 오가는 도매거리에서 꽤나 눈에 띄는 커다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사람이 움직여야 할 대형 도매 상회는 을씨년스럽게 적막했다.


“흐음...... 뭔가 문제가 있다던 거 같은데 인기척이 별로 없네. 일단 들어가 볼까?”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았는지 녹슨 경첩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상회 내부는 외관 만큼이나 넓고 컸지만 정작 상회가 취급하는 마법시약이나 재료등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상점 안쪽에서 누군가가 나온다.


보이는 차림은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으로 꽤나 때 묻은 후줄근한 차림으로 보이는 것이 가게에 대한 첫인상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 물건 좀 사러 왔는데요. 점원이신가요?”


“저는 로스펠트 상회의 점주인 펠만 로스펠트라 합니다. 죄송하게도 저희상회는 지금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후줄근한 차림의 남자는 무려 상회의 점주였다.


“이런, 시드라밀 III라는 비료를 구하러 왔는데 영업을 안 한다니요?”


“그런 물건도 취급했던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아무것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보이는 것처럼 날릴 파리도 주워 먹을 게 없어서 찾아오지 않는 텅텅 빈 가게.


“그럼 혹시 어디서 구하는지 알 수 있나요?”


“제가 다루던 물건이 아니라 장부를 확인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현재는 그럴 형편이 못 될 것 같군요. 혹시나 내일이라도 오신다면 공급처를 알아봐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그럼 그렇게라도 해주세요. 클로디아 오늘은 이만 갈까?”


“그래.”


가게를 나온 두 사람.


“그런데 어디 묵고 있어?”


“남동구의 네르데 여관.”


클로디아는 도서관 게이트를 맘대로 이용할 수 없기에 롬펠에서 이곳을 오가려면 마차로 반나절은 걸리므로 여관을 잡았고 프롱차이 여관에 머물만도 했지만 네르데 여관은 1층이 식당이 아니라 훌륭한 품질의 빵과 디저트를 파는 유명한 상점이었고 그것이 클로디아가 그곳에 여관을 잡은 이유였다.


“그래? 일단은 내가 머무는 프롱차이 여관으로 함께 가자.”


“그래.”


프롱차이 여관에 돌아온 둘은 네온발트로부터 한 가지 조사 자료를 받는다.


“그랜드 마스터가 해달라고 부탁하신 조사 자료입니다. 로스펠트 상회에 대한 정보이니 유용하게 쓰십시오.”


“고마워요.”


둘은 루미아가 묵는 방으로 가 자료를 펼쳐본다.


자료집 안에는 신문기사로 보이는 것들과 보고서가 담겨있었다.




‘로스펠트 상회, 불량품을 팔다가 적발, 시 당국에 과징금 60레오를 납부하다. 3479년 7월 11일 하칼라일 타임즈’


‘로스펠트 상회, 거듭된 사기로 신뢰를 잃어. 매출 및 신용도 큰 폭 하락. 3479년 11월 35일 델하니아 경제.’


‘로스펠트 상회의 점주 알만 로스펠트의 아내, 즐루피나 로스펠트 야반 도주설? 3480년 1월 3일 도스패치’


‘로스펠트 상회 점주, 알만 로스펠트 거액의 빚을 지고 자살하다. 상회는 아들인 펠만 로스펠트가 이어받아. 3480년 1월 12일, 하칼라일 타임즈’


‘빚만 3000레오!, 상계의 거목 로스펠트 쓰러지나? 3480년 3월 25일. 언빌리버블 투데이.’


‘로스펠트 상회, 콘자아일, 아온필 및 렉스톨 등에 분포한 지점과 창고 매각, 매각 자금의 용도는 채무 변제. 3480년 3월 35일, 델하니아 경제.’


‘펠만 로스펠트, 유능하지만 빚에 허덕이며 쓰러져가는 로스펠트 상회를 다시 세울 수 있을 련가. 3480년 6월 22일, 자칭 전문가가 알려주는 최신 경제정보’


등등, 로스펠트 상회에 관련된 신문과 잡지의 기사들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흠, 파리 날릴만한 이유가 있었네. 불량품 팔다 걸려서 망한 상회인가 보다.”


“클로디아는 느꼈어. 그 사람 매우 우울해 보였거든, 조만간 죽을지도 몰라.”


“뭐라구?”


클로디아로부터 매우 찜찜한 말을 들어버린 루미아.


아주 모르는 남남이지만 사람이 조만간 자살해 버릴 것 같다는(신뢰성도 매우 높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꿈자리가 뒤숭숭해지는 게 인지상정.


클로디아가 네르데 여관으로 돌아간 후 혼자 남은 루미아.


“뭐, 일단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신경 끄자......”


신경을 끈다고 했지만 루미아의 손에는 로스펠트 상회에 대한 도둑길드의 조사보고서가 들려있었다.


루미아는 그날 밤 잠을 설쳤다.




다음날.


루미아는 클로디아와 함께 아침 일찍 상점들이 개점할 시간에 다시 로스펠트 상회를 찾았다.


“하하 좋은 날씨의 아침입니다. 어제 부탁하신 시드라밀 III의 공급처 주소입니다. 오직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으니 알아두십시오.”


밖에는 펠만의 좋은 날씨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날씨에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는데, 루미아는 그 말에 그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눈치 챈다.


펠만이 건네준 종이에는 ‘힐레토 부족국, 루만 상단’이라는 글자와 주소가 적혀있었다.


“감사해요. 그럼 이만......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말하고 나가려던 순간 오지랖 넓은 루미아는 결국 마음속에 담고 있던 말을 하고 말았다.


“왜 자살할 생각을 해요?”


“아니 어떻게......가 아니라 저기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누가 봐도 뻔한 변명을 하는 펠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옳지 않아요. 세상에는 살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제가 어떤 처지인지나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루미아의 무신경한 것 같은 말에 펠만이 열에 받쳐 화를 낸다.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한번 들려주실래요?”


오히려 뻔뻔스럽게 대답하는 루미아.


뻔뻔한 그 소리에 오히려 맥이 빠지는지 허탈해하는 펠만.


“혹시 모르죠.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편해질지 모르니 한번 이야기 해 봐요.”


루미아의 달래는 말에 오히려 조금 기운을 차린 펠만이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하듯 중얼거린다.


“430년간 근 15대를 이어온 대 로스펠트 상회는 조만간 없어질 것입니다. 제가 그 마지막 주인공이죠.”


펠만이 생기 없는 목소리로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 아버지는 14대 상단주로써, 상회를 잘 운영해 오셨었습니다. 하지만 제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새 어머니를 들이셨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쯤의 일이었고 그 여자는 이상한 사람이었어요.”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는 두 사람.


“새어머니, 아니 어머니라고 부를 수 없는 그 여자는 즐루피나라고 하는 아름다운 미모의 여자였습니다. 하지만 속에는 시커먼 욕심이 가득했죠. 그녀는 식을 올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미모에 홀린 아버지에게 이상한 바람을 불어 넣으셨어요.”


“그래서요?”


“그 뒤로 상회의 재산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어느 순간부터 큰 폭으로 적자가 나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상회의 자금력은 충분했기에 큰 타격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 일로 조급해지신 아버지는 그 여자의 이상한 술수에 말려 들기라도 한 듯 계속 실책을 거듭하셨어요.”


“어떻게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즐루피나가 소개해준 곳에서 불량품이나 짝퉁 물건들을 떼어다 납품하신 거죠. 정상가격으로. 물론 그것도 그 여자가 부추긴 일이었어요. 처음엔 오랫동안 거래해온 상회의 거래처들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실수였거니 하며 넘어갔지만, 차차 문제가 커지기 시작하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거래처들이 하나 둘씩 끊기기 시작했죠. 그리고 사태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습니다. 불량품들이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서 폭발을 일으켜 몇몇 사람이 사망하고 벌금과 보상금을 내줘야 했죠. 그 뒤로 각종 신용이 하락하여 상회는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습니다.”


상인은 신용이 필수이다.


저급한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살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수많은 물건과 금전이 오가는 만큼 신용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뒤로 상회의 자산은 어디론가 빠져나가듯 계속 줄어들었고 결국 2년 전, 상회의 빚이 3000레오 대로 불어났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여자는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절망한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지요. 그리고 상회와 빚을 막 상업학교를 졸업한 제가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저런......”


“저는 상회의 빚을 갚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이미 신용을 잃은 도매상의 물건을 사가는 상점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로지 매우 오랫동안 이용해준 거래처 몇몇 분들만이 물건을 주문해 주셨지요. 결국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해진 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빚을 갚고 부동산과 자산을 매각하여 빚을 갚아나갔습니다. 그리고 아직 남은 건 800레오의 빚이었지요. 분한 마음에 아버지와 그 여자의 행적을 추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상한 점을 발견했지요.”


“그게 무엇인가요?”


“아버지가 남긴 편지나 문서들을 조사한 결과 그 여자는 수상한 종교집단인 ‘헤블리스’의 신도였어요. 그녀는 의도적으로 우리 상회의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를 홀린 것이겠죠. 상회의 자산, 그리고 불량품을 팔아 단기적으로 챙긴 이득, 오랜 신용을 팔아 챙긴 돈, 그리고 다량의 빚을 통해 만들어진 자금은 전부 그쪽으로 빠져나갔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게 된 순간 엄청 분했어요. 이미 고용인들을 고용할 여력이 없었기에 대부분 자산을 팔아 퇴직금을 주고 해고하고, 결국 로스펠트 상회는 수백년 역사를 간직한 이 본부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펠만은 체념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대지와 건물을 포함해 700레오의 가치가 있는 이 건물은 저희 상회의 마지막 자산입니다. 이미 빚을 갚을 여력이 없기에 본부건물은 경매로 넘어갈 것이고 상회의 자금난이 급한 것을 알기에 분명히 이 건물이 경매에 나간다면 헐값에 팔리겠지요. 상인의 세계는 냉정하니까요. 그리고 그 뒤 저는 책임을 지고 마지막으로 죽는 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에휴.”


한숨을 푹푹 쉬는 펠만.


“안타깝네요. 꽤나 유서 깊은 건물 같은데. 혹시나 빚을 갚을 다른 방법은 없나요?”


“미루고 미룬 지금 당장 한 달 뒤에 갚아야 할 돈만 200레오입니다. 이미 더 이상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요. 파산하고 죽는 길 뿐입니다.”


‘클로디아 어떻게 생각해?’


‘어, 아저씨의 말은 대부분 진심이야. 삶을 체념하고 있어.’


‘이런......’


‘그나저나 헤블리스라니, 하이마를 죽이게 하고 클로디아를 괴롭힌 집단아니야?’


‘맞아. 수수께끼의 집단이지, 이런데서 유서 깊은 상회의 고혈을 짜내고 있었을 줄이야.’


클로디아와 루미아는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눈다.


“일단 가볼게요. 거래처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희망을 가지세요. 살아있다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기겠죠.”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앞날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둘은 그 뒤로 약간 우울한 감정을 품으며 상회를 떠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거리로 나왔다.


작가의말

헤블리스는 여기서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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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5화 +3 16.12.21 1,025 6 19쪽
19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4화 +4 16.12.13 745 7 20쪽
19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3화 16.12.08 436 6 16쪽
19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2화 16.12.08 424 6 15쪽
19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1화 +3 16.11.29 474 11 16쪽
19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0화 16.11.29 433 5 17쪽
18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9화 +4 16.11.20 613 9 16쪽
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60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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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5 7 26쪽
17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3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2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3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3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6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6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0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8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5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6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8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8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4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69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5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5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0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49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0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39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1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0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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