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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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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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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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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4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4화 야성과 지성의 시련1, 시련의 시작.




델하니아력 3481년 8월 1일


“제르카? 여기는?”


“······클로디아는 여기 왜 온 거야?”


“제르카가 혼자 중얼거리다가 레디스탄한테 박살 날 것 같아서. 클로디아가 허겁지겁 방어마법 두르고 도와주러 온 건데?”


아무래도 제르카가 맘 먹은 성명창의 시련에 클로디아가 같이 말려든 듯 하다.


“······ 여기는 성명창의 시련의 공간, 심상의 세계야. 저 미친 영감탱이가 시련의 과제를 줄 것이고, 성공하면 성명창이 가진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고, 실패하면, 두 번다시 기억하기도 싫을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 거야. 클로디아 왜 여기까지와서······”


그 와중에도 제르카는 클로디아를 걱정한다.


“그래······? 잘 됐네. 클로디아가 제르카에게 도움 받은 만큼 클로디아도 제르카를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클로디아는 말을 끊고 제르카에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적어도, 이번 시련만큼은 고독하지 않을 테니까. 클로디아가 언제라도 곁에 있어.”


“흑, 클로디아. 고마워.”


제르카의 눈가에 갑자기 눈물이 맺힌다.


클로디아는 알고 있었다.


몇 달 전 제르카가 광기와 평온의 시련에서 실패로 인한 끔찍한 경험을 홀로 겪고 난 후 모두에게 돌아왔을 때의 기분을, 자신의 무력감과 고독감과 안도감과 모두를 다시 무사히 만났을 때의 기쁨을.


그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민감하게 읽어 들이는 클로디아였기에 지금의 흔치 않은 상황에서도 이번에는 그 누구보다도 제르카의 도움이 되어주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커흠, 나를 두고 연애놀음이라니, 이번 시련의 대상들은 간덩이가 부었구나. 나는······”


걸걸한 목소리가 짜증이난다는 듯 말한다.


“알아요. 장무산씨죠? 성명창의 힘을 얻고자 시련에 도전하니 과제를 내어주시죠?”


든든한 우군이 바로 옆에 있기에 기운을 차린 제르카는 저 짜증나는 장무산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괴상한 놈들이로고. 좋다. 시련을 시작하지. 시련을 실패한다면, 그에 합당하는 대가를 치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네. 물론 다시 도전할 용기가 있다면. 크크큭. 네놈들은 특히나 눈꼴시리니 기대하라고 흐흐흐흐흐흐. 그리고 포기하게 된다면 그 댓가는”


“알고 있으니까, 영감님 닥치고 얼른 시작해요. 여차하면 콱 때려버린다?”


“맹랑한 놈이로고. 그래 여태까지 126명이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번 시련을 맛보게 해주마. 나중에 울면서 빌어도 영원히 영혼은 저당잡히니까. 크흐흐흐.”


역시나 한창나이의 청소년들이나 걸릴법한 이상한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말투로 장무산은 기분나쁘게 웃어 제끼고는 야성과 지성의 시련을 시작한다.


“저 망할 영감탱이는 역시나 재수 없다니까. 하나도 변한 게 없어.”


그 망할 장무산에게 지난 시련으로 개인적으로 상당한 감정이 남아있는 제르카였기에 입에서 거친말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키 큰 둥치와 북쪽에서는 보기 힘든 커다란 잎을 가진 열대수들. 그리고 습한 공기와 축축한 바닥이 제르카나 클로디아가 처음 보는 경치였다.

“대륙 남쪽의 열대 우림 비슷한 곳 같은데?”


“그래서 제르카 뭘 해야해?”


“그건, 나도 몰라.”


이 장무산이 만들어 놓은 시련은 참으로 불친절해서 시련의 대상자들에게 시련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지난 광기의 시련에서는 창월극을 얻는 것이 아마도 목표였었지.”


“그럼 이번 목표는 성명창을 얻는 것?”


“아마도 그럴거야.”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서?”


“크흐흐흐, 이곳은 심상의 세계. 원하는 것은 뭐든지 이루어지리니.”


갑자기 걸걸한 목소리가 둘의 대화에 끼어든다.


“저 목소리 믿지마. 나쁜놈이야. 원하는 것은 뭐든지 이뤄지긴 하지. 뒤를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정말로 이루어져? 근데 거기에 무슨 문제 있어?”


“그래, 심상의 세계는 원하면 이루어지는 곳이야.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 주지는 않고 대부분 이뤄지지. 하지만 항상 커다란 소망을 이루는 대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해. 대부분의 도전자들은 그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앞에 닥쳐올 시련을 간단하게 타파할 거대한 힘을 원하겠지. 그리고 그 뒤에는 소망의 대가와 상응하는 더 큰 시련이 있을거야. 그러니 저딴 영감의 달콤한 이야기에는 넘어가지 말라고?”


“알았어.”


제르카는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로디아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다.


“큭, 저딴 영감이라니 상처받았어. 책임져.”


장무산은 그 나이에 상당히 감수성이 풍부한 듯 제르카의 말에 상처받은 것 같다.


“망할 영감탱이야, 네놈의 그 걸걸한 목소리로 그딴 말 해봤자 하나도 안 와닿거든? 알아서 할 꺼니까 입 닥치고 구경이나 해.”


“크윽, 이래서 커플들이란! 실패하면 두고보자!”


“쿠쿡!”


불행하게도 장무산은 초인이 되던 그 날까지 강제로 동자공을 수련하던 모태솔로였다.


제르카는 심상세계의 비뚤어진 장무산에 대해 상당히 거친 목소리로 다그쳤고, 클로디아는 이러한 제르카의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새로운 일면이 재미있는 듯 하다.


“그래도, 클로디아라면 어떻게든 장무산씨를 구슬려서 시련의 목표라도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


“······ 그렇긴 하네.”


고깃집 개 3년이면 못파는 자투리 부위를 골라 알아서 구워 먹는다고 루미아로부터 적당히 상대를 구슬리는 법을 배워온 클로디아라면 저 배배꼬인 장무산도 구슬릴 가능성이 있었다.


“뭐 날파리는 쫓아냈으니까. 일단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자.”


“그런데 여긴 어딜까? 덥고 습해.”


“나도 몰라. 이곳 세계는 저번 시련의 경험과 비춰보면, 시련에 도전한 누군가의 기억일지도 몰라, 즉 지금 이 몸이 우리 외의 사람들에게는 나나 클로디아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인식 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래? 그럼 제르카랑 클로디아는 어떤사람으로 보이게 될까? 궁금하네.”


“그보다, 일단 이 찝찝한 우림으로부터 빠져나가자,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제일 급선무야.”


“그래? 잠시만, 펄스 센티두 에스페이셜! (8단계 1차 보조마법, 클로디아의 공간 감각을 극대화합니다. 루벨리와 클로디아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클로디아 전용마법.)”


클로디아의 마법지팡이에서 원형의 파동이 세 번 퍼지고 주변 공간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정보가 클로디아의 왼손에 빛의 형태로 모여든다.


“그건 뭐야?”


“주변 공간에 대한 모든 정보. 이건 인간의 머리로 전부 받아들여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니까. 여기서 클로디아가 필요한 정보만 찾아봐야지.”


“그래? 마법사들이란 대단하네.”


“이건 ‘클로디아’만의 능력이니까! 그 루미아나 루벨리님이라 해도 따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엣헴”


자랑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클로디아.


이 마법은 공간을 말그대로 인지하는 클로디아의 권능을 살려주는 마법, 마법술식을 알아도 따라할 수 없는 클로디아만의 고유마법이다.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면 기껏해야 주변 가까운 곳에 은신한 사람을 찾아내는 용도로나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사람이 있는 곳부터······ 음, 여기서 남남서 방향 5데칼론 로트 거리(약 1km)에 사람이 넷, 차림새를 보니 사냥꾼 같아.”


“그래? 위치는 알았으니 멀리 가기 전에 일단 찾아가서 뭐든 물어보자.”


5데칼론 로트라면 평범한 성인이 적어도 15분은 걸어가야 하는 거리, 그쯤이면 이동하고 남을 것 같았기에 제르카는 무술가의 특징을 살려 빠르게 이동하려다가 잠시 멈칫한다.


‘클로디아는 그렇게 빨리 못달려.’


라는 눈으로 간절하게 쳐다보는 클로디아 때문에 클로디아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든 제르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사냥꾼들을 향해 달려나갔고, 클로디아는 왠지 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매우 가벼운 편인 클로디아를 안고도 2분도 안되어 거리를 좁힌 제르카는 곧 사슴한마리를 해체중이던 사냥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덴로스, 올피나 부부아니우? 오랜만이구려, 오늘도 사이좋게 사냥 나왔수? 언제나 보기 좋구려.”



남쪽 사투리인지 조금 이상한 억양의 델하니아어로 대답해주는 나이 많아 보이는 사냥꾼.


둘에게는 다행이도 사냥꾼들은 지금의 제르카와 클로디아와 아는 사이인 듯 하다.


‘사이좋은 부부라니, 차암.’


공주님 안기에서 막 내려온 클로디아의 얼굴이 샤냥꾼의 말에 더 붉게 물든다.


“아, 네. 오늘은 허탕친 것 같지만.”


“허허, 그 일발 필중의 덴로스가 허탕이라니, 수렵지왕의 이름이 울것소. 용인지 이무긴지 잡아다가 덴바르트 공에게 진상한 게 엊그제 같은데.”


아무래도 덴로스는 사냥꾼으로서 명성이 엄청나게 높은 사람인 듯 하다.


“하하,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동물들도 먹고 살아야지요.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봅니다. 그런데 오늘은 꽤나 큰 사슴을 잡으셨네요?”


제르카가 잽싸게 말을 맞춰가며 정보를 더 듣기위해 말을 건다.


“늙어가는 우리들로썬 참 다행이지. 덴바르트 공이 요구하는 공물의 양이 점점 늘어가고 있으니 말일세. 우리야 이 정도 크기의 사슴 한마리면 요구를 맞출 것 같다만, 이번 페랄 블라웃 축제에 자네는 평소의 20배인 육류 200데카필론 루딧(약 2톤)을 요구받았지 않았나? 오늘처럼 허탕친다면 납기일에 맞추기 힘들텐데 말이지.”


“하하, 뭐 본 실력을 내면 그정도야 쉽지요. 오늘은 아내랑 공기나 쐬러 나온터라.”


“여전히 금실 좋구만, 올피나야 결혼전에는 루게릭 마을 모든 젊은이들의 아이돌이였으니 말일세. 허허, 그렇게 자네가 확 낚아 채갈지는 몰랐지만, 어쨌거나 요즘 페랄 블라웃 축제 덕분에 덴바르트 공의 요구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다가 요구를 맞추지 못한다면 엄벌에 처한다 했으니까.”


“공물 제출기한이 언제까지였죠?”


“음 축제 시작이 1월 16일 부터니까. 14일까지지.”


“날짜가는 줄 모르고 있었네요. 오늘 날짜가 며칠이죠?”


“자네 멍텅구리 풀이라도 삶아 먹었나? 더울때는 그거 달여먹는게 최고지만 가끔씩 흐리멍텅해지니까. 오늘은 12월 31일일세. 기한은 20일쯤 남았군.”


‘12월이면 한겨울인데, 남쪽지방이라서 아직 덥나?”


그렇게 생각하며 제르카는 좀 더 정보를 얻기 위해 묻는다.


“지금 몇 년도? 아내가 달여준 멍텅구리 풀이 진했는지 잘 생각이 안나는군요”


“페이 23년 아닌가, 아! 자네는 태조신교 신자가 아니었지? 델하니아력으로 몇 년이더라?”


“2433년.”


옆에 있는 조금 젊은 사냥꾼이 표준 델하니아력으로 환산해서 알려준다.


‘뭐라고? 2433년? 무려 천년 전이잖아!’


“크, 그런데 역시 멍텅구리풀이 효과가 좋긴한가봐? 실은 자네들의 결혼이 올피나가 자네를 보쌈해가서 이루어졌다는 소문이 맞긴 한가보군. 올피나가 그렇게 진하게 달여마시게 할 정도라면. 크헤헤. 오늘 좋은 밤 보내게. 아주 부러워 죽겠어.”


사냥꾼들은 제르카에게 새끼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이며 떠나갔다.


실은 멍텅구리풀은 엄청난 자양강장효과가 있는 풀로 더위를 이겨내는 효과는 자양강장 효과의 덤일뿐, 남자들을 흐리멍텅하게 만들고 울끈불끈(?)하게 만들어주는 천혜의 영초로 꽤나 드문데다 마음에 드는 남성을 꼬시는데 효과가 탁월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많아 아주 비싼값에 거래되는 풀이었다.


사냥꾼들의 어조와 자신의 공간감각 덕분에 이런 뉘앙스를 아주 잘 읽어들였던 클로디아의 얼굴이 제철 딸기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커흠, 대충 필요한 정보는 들었으니. 루게릭이란 마을로 가볼까? 아, 마을이 어느 방향인지 안물어 봤네. 클로디아 혹시 주변 마을의 방향같은것도 알 수 있어? 클로디아 얼굴이 너무 빨간데 어디 아파?”


“아니야, 잠시 처리할 수 없는 정보가 머리에 들어와서 당황했을 뿐. 아마도 마을 위치는 마법을 쓰면 금방 알 수 있지만, 클로디아 생각에는 그냥 지도 펴는게 제일 편할 것 같은데?”


클로디아가 머리를 휙휙 저으며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는 제르카에게 가장 간편한 방법을 알려준다.


“아! 그게 있었지. 그런 좋은 물건 가지고 있었으면서 매번 써먹을 방법을 까먹는단 말이야.”


제르카가 아티팩트 지도를 꺼낸다.


“현재 위치가, 여기고 루게릭 마을은······ 더 남쪽이네. 어휴 이 더위에 더 내려가면 더 더워질텐데. 잘도 사람이 사는군. 보아하니 여기는 렉스톨 끝자락인가?”


“제르카 아니야. 지도를 봐봐. 축소해서.”


그 말에 지도에서 약간 위화감을 느낀 제르카가 지도를 대륙전도가 나타나도록 축소시킨다.


그리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세계전도에서 자주 봤던 대륙에서 자신들의 위치가 표기된 점을 찾아낸 제르카.


“뭐라구? 여기···... 남메르진저대륙이잖아! 위치는 신성하즈칼제국······ 망할 영감탱이야! 듣고 있지! 이건 대체 무슨상황이야! 듣고 있으면 대답해보라구!”


남메르진저 대륙은 남반구인 만큼 12월 말이면 한여름에 다가가는 더워지는 시기, 더운 이유가 있었다.


시기는 1000년도 더 된 과거시기의 게다가 대륙과 대양을 건너 신성하즈칼 제국이라니, 제르카와 클로디아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크허허, 이곳은 무엇이든지 이루어지는 심상의 세계, 자네는 날 싫어하는 듯하니 뒷방 영감탱이는 쭈그러져 있도록 하지. 열심히 해보시게 실패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해줄까. 룰루.”


아직도 삐쳐있는지 걸걸한 장무산의 목소리가 제르카를 비꼬는 말투로 웃어준 후 금새 사라진다.


“망할 영감탱이 하여간 도움이 안 돼. 일단 루게릭 마을로 가자.”


지도에서 루게릭 마을의 위치를 파악한 제르카가 이동할 채비를 한다.


“제르카 잠깐만.”


“응? 왜? 아 루게릭 마을 참 멀긴 하네. 이런곳 까지 와서 사냥할 정도라니 덴로스는 훌륭한 사냥꾼인가 봐. 뒤어가야 할 것 같으니. 자아. 클로디아도 운동좀 하라구?”


“아니, 클로디아는 그런게 아니라!”


또다시 공주님 안기 자세로 이번에는 2데카필론 로트(4km)를 달려서 주파하겠다는 제르카의 태도에 클로디아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다음달 14일까지라니까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얼른 가보자구!”


“아니, 클로디아 이동마법 쓸 수 있어.”


“어 정말? 다행이다. 근데 8단계 이동 마법은 혼자 이동하는 마법 밖에 없지 않아?”


“클로디아니까 가능해.”


“어, 그래.”


‘제르카에게 안겨가는 것도 좋고, 은은히 풍기는 제르카의 땀냄새도 좋지만, 메이필 언니한테 미안하니까. 그래도 다행이다는 뭐야.’


엄청나게 부끄러운 상황을 메이필을 핑계로 적당히 무마한 클로디아는 제르카의 대답에 약간의 섭섭함을 느끼며 더 가까워질 찬스를 날려버린게 아닐까 살짝 후회하고는 살짝 뾰루퉁한 어조로 이동마법을 준비한다.


“선선한 바람이 마음이 닿는 곳까지. 새하얀 빛의 날개가 의지가 다다르는 곳까지! 페어 윈드 무브먼트!(8단계 5차 보조마법, 비기, 최대 네명까지 이동 가능한 고급 마법.)”


이제는 클로디아의 마법스승이라 할 수 있는 루벨리로부터 클로디아의 재능에 걸맞는 다양한 마법들을 직접 개발 전수 받고 있었는데, 이 마법도 그 중 하나였다.


기존에 알려진 유일한 8단계 이동마법, 텔레포트(8단계 4차마법)는 자신 혼자서 보통 20데카필론 로트(40km)거리 내외가 한계인 이동거리를 이동시킬수 있는 마법이었는데, 루벨리와 클로디아가 머리를 맡대고 만든 이 마법은 8단계 마법임에도 최대 네 명, 200 데카필론 로트(400km)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클로디아 전용의 마법이다.




클로디아의 마법이 완성됨과 동시에 클로디아가 뿌리고 다니는 향수의(무려 로스베이라 연금술 상회의 최고가 브랜드 뷰티리콜 제품!)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부드러운 바람이 둘을 감싸더니 둘이 바람의 입자가 되어 따스한 봄바람을 맞는 것 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둘의 눈앞에 자그마한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꽤나 작은 마을이네? 우리가 예전에 살았던 아레미야 마을처럼, 그런데 클로디아, 여기 공중인데? 으아악!”


제르카가 루게릭 마을을 보며 어릴적 살았던 고향, 아레미야 마을의 향수를 느끼는 것도 찰나, 텔레포트 마법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공중낙하를 체험하게 된 제르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간다.


“걱정마, 클로디아의 마법이라구!”


순풍의 이동이라는 마법답게 곧바로 부드러운 바람이 둘을 감싸안으며 천천히 하강하여 안전하게 착지시킨다.


“어, 음. 일단 사냥꾼들이 언급한 덴바르트 공이 준비한다는 축제에 대해서 알아볼까?”


그리고 착지와 함께 클로디아가 뿌린 은은한 향수의 향기까지 전해주던 부드러운 바람이 사라지고 잠시 뻘줌해진 제르카가 말문을 연다.


“그래, 그전에 클로디아는 활동 거점이 될 우리 ‘부부’의 집부터 찾아보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안그래?”


“부부? 어, 음, 그래. 지금은 그런 상황이지. 클로디아 말이 맞는 듯 하다.”


약간 부끄러운 단어가 섞여있지만, 이제는 서로의 역할에 익숙해져 가고 있기에 잘 넘어간다.


“그런데 어떻게 찾지?”


“클로디아에게 생각이 있어.”


그러고는 약간 차림새를 바꿔본 클로디아가 지나가는 농부인 듯한 사람에게 물어본다.


“저기, 덴로스라는 사람의 집을 찾고 있는데 어딘지 아시나요?”


“외지인이신가? 덴로스의 집이라면 이 곳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있을 텐데 말이우. 덴로스의 집은 저기 저쪽 거리 남쪽으로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쭉가서 사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가서 굴다리 밑을 지나서 왼쪽 철물점을 보면 작은 샛길이 있는데 그쪽으로 쭉 1분쯤 가시면 헨퍼슨 농장이라는 돼지를 키우고 있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서 오른쪽을 보시면 있는 개울에 난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작은 숲이있고 코홀트 제제소라는 집이 나오고 거기서 가구용 목재들을 다듬고 있는 톱옆을 지나다 보면 작은 돌담벽이 있는데 거기에서 보이는 커다란 삼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길이 쭉 뻗어 있는데 그 길은 훼이크고, 그곳 돌담벽을 쭉 따라 가다가 보이는 커다란 당근 밭을 기점으로 동북동 방향으로 뻗어있는 작은 길을 걷다보면 해바라기가 잔뜩 피어있는 작은 꽃집이 있는데 그 꽃집에서 해바라기가 지금시간 쯤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걷다 보면 한창 아까 말한 철물점에 공급할 농기구 작업을 하는 대장간이 하나 나올건데 거기서 막 달아오른 철을 식히기 위해 사용하는 물을 공급하는 우물이 있는 방향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벌꿀보다 더 단 사과술’이라는 우리마을의 자랑이자 유일한 술집이 있는데, 거기서 작년에 담근 사과주들이 아직 익고 있는 새하얀 칠을 한 술창고 옆쪽으로 난 자갈이 깔린 길을 걷다보면 아직 파릇파릇한 사과가 달려있는 사과농장이 있고 사과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다보면 덜익은 사과로 만든 사과파이와 구수한 냄새가 나는 스튜를 파는 작은 식당이 있고 그 쪽에서 보이는 작은 언덕에 그 식당에 스튜용 먹음직한 닭들을 공급하는 파란기와를 올린 집이 있는 닭농장이 나오는데 그 주인이 알려주는 집이 바로 사냥꾼 덴로스가 사는 집이라오. 아 근데 덴로스 양반은 지금 사냥나가고 없을텐데 말이지. 근데 내 설명 다 기억 했수?”


“아, 고마워요. 조금 길지만 기억했으니 걱정마세요.”


클로디아의 변신(?)덕분인지 덴로스의 아내인 올피나라 인식하지 못한 농부가 엄청나게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푸른 기와를 올린 닭농장에서 물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제르카와 클로디아는 농부의 그 말을 토대로 당분간 머물게 될 덴로스의 집을 찾아간다.


작가의말

마침표 없이 이 소설안에서 이리 긴 문장을 작성한 건 처음입니다.

천년전 머나먼 이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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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9화 +4 16.11.20 613 9 16쪽
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60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18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4화 +5 16.10.27 826 12 20쪽
18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3화 16.10.26 966 9 18쪽
18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2화 16.10.24 717 8 20쪽
18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1화 16.10.21 613 7 17쪽
18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0화 +1 16.10.19 597 8 18쪽
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5 7 26쪽
17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3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2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3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4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6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6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0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9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5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6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8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8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5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69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6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0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49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0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39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2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0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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