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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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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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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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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DUMMY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금의 달, 은의 파도




델하니아력 3480년 5월 21일


어느덧 해는 중천을 지나고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었고, 한껏 달궈진 소금 가루들이 세차게 부는 바람 속에서 싸우고 있는 부족연합과 렉스톨군 병사들의 사이를 가르며 지나간다.


제르카는 아련하게 묻어나는 입속의 짠맛을 의식하며 메이필의 대검을 움켜쥔다.


웬만한 성인 남성들도 버거워 할 무게의 묵직한 대검, 제르카 또한 대검을 양수로 감아쥐었지만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었다.


“크하하하, 이 몸의 원정을 망쳐주신 못난 개자식에게 불편한 죽음을 안겨주마, 이거나 받아라!”


왕자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마나의 기운이 손잡이가 보석으로 한껏 치장된 검신을 타고 이글거리듯 타오른다.


“타합!”


곧바로 제르카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왕자의 거친 일격, 제르카는 대검을 들어 막아내고는 한걸음 물러나 검을 겨누고 공세자세를 취한다.


“그 검, 안 그래도 무거워 보이는데 말야, 수준도 낮아 보이는 녀석이 이 몸에게 도전하다니, 100년은 멀었다고!”


40중반인 왕자의 무위는 9단계 마스터, 적어도 제르카보다는 두 단계는 높다.


왕실의 지원 속에 어렸을 적부터 마나 친화도를 높여준다는 온갖 영약들을 먹으며 최고의 교관들에게 왕실의 상승 무공인 아발리자 검술을 익힌 그는 무인들의 나라의 왕자답게 무술도 고강했다.


하지만 왕자도 제르카와의 싸움에서 자신의 기사단장인 크샬라투가 오른쪽 팔을 잃고 부단장인 클라보가 골로 가는 현장을 눈으로 직접 봤기에 상당히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클라보와의 일전으로 제르카가 부상당하는 것도 보았기에 검을 들고 나선 것이다.


붉은 마나로 일렁이는 보검을 들고 햇빛을 반사하는 눈부신 황금갑주를 입은 왕자, 그리고 메이필에게 건네받은 피가 말라붙은 대검을 들고 왼쪽 옆구리가 너덜너덜해진 낡은 로나카렐 가죽을 입은 제르카, 그 둘의 대결을 지켜보는 클로디아와 메이필의 마음은 무겁기 만했다.


‘클로디아, 언제든 제르카가 위험해 보이면 끼어들어 알았지?’


‘알았어.’


주변에는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들, 부족연합 전사들의 시신이 널려있었고, 아직도 병장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왕자가 다시 제르카에게 돌진한다.


“아발리자, 크론 셰일! (7단계 기술, 찌르는 동작 후 상하로 베어내는 동작이 일품인 라황 왕가의 비기) 죽어라, 벌레야!”


시작부터 우위에 있는 왕자는 제르카에게 막힌 최초의 공격이후 파상적인 공세를 시작한다.


‘찌르기, 그리고 이어지는 동작, 왕자의 눈, 근육의 움직임을 보아 아래, 그리고 위!’


제르카는 힘든 와중에도 상대의 움직임을 살핀다.


누구나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왕자의 최초의 찌르기 공격이 다가오고, 제르카는 검을 들어 올려 찌르기를 쳐낸다.


“아합!”


“텅!”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왕자의 아래에서 쳐올리는 공격을 간결한 몸짓으로 피한 제르카는 이어지는 상단 베어내기 공격을 대검을 들어 막아낸다.


“칫, 촐랑 촐랑 잘도 막아내는군.”


필살의 힘이 담긴 두 번째 공격을 막아내자 몇 번 더 공격을 시도한 왕자는 제르카가 빈틈없이 피하고 막아내자 짜증이 나는 모습이다.




“제자야, 너는 이 개구리가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있느냐?”


제르카가 크란델에게 무술을 배운지 2년여가 지날 무렵, 산에서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한 크란델은 제자에게 물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 그것을 예측하라니 크란델의 물음에 제르카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나도 개구리가 어디로 튈지는 몰라. 그건 개구리 자신에게 달렸겠지. 하지만! 개구리가 튀어나가려는 직전, 그 순간만큼은 나도 그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단다. 가령 저놈은 오른쪽 위로 튀겠지.”


“정말요?”


“내기할까? 난 100% 승리할 자신이 있는데”


“해보지요.”


“내가 이기면 벌로 오늘 저녁 없다.”


“제가 이기면 오늘 저녁 곰아저씨 풀코스요.”


“알았다.”


내기를 건 크란델은 곧바로 개구리에게 겁을 줘서 뛰도록 만들었고 개구리는 오른쪽 위로 도망간다.


“에이, 그건 스승님이 그 쪽으로 유도했기 때문이잖아요.”


“그래, 왼쪽에서 겁을 주면 오른쪽으로 튀겠지, 하지만 그것 말고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가령, 네가 검을 휘두를 때 어디를 공격할지 예측할 수 있지. 한 번 오늘 배운 것들로 공격해봐라.”


그 뒤로 제르카가 휘두르는 검을 크란델은 손쉽게 미리미리 피해낸다.


“어떻게 그렇게 미리부터 다 피할 수가 있죠?”


“검술의 기본은 시선이다. 공격하려는 대상에 집중하려는 것. 대부분의 검술에서 가르치는 기초중의 기초이다. 또한 검을 휘두르기 위해선 손과 팔, 어깨, 그리고 힘을 지지하는 허리와 다리, 그리고 힘을 전달하는 상체의 모든 근육들이 움직인다. 팔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 즉 상대방의 시선과 근육의 움직임을 순간 파악한다면 상대가 노릴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이건 고급기술이고 익히는데에 상당히 걸리겠지만, 기초는 가르쳐 줄 테니 추후 꾸준히 연습해 보려무나.”


결국 기초는 저녁시간 넘어서까지 진행되었고 제르카는 저녁을 굶었다.


제르카는 스승으로부터 배운 기술들을 끝없이 연마했다.


매일 아침 대련하는 메이필은 좋은 연습 상대였고 그것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폴짝폴짝, 토끼새끼도 아니고 피해대기는, 너도 복수를 위해 왔다면 공격해 보라고!”


하지만 쉴 틈 없이 공격해대는 왕자는 여력이 상당했기에 제르카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다.


“텅!”


제르카는 가끔씩 대검을 휘둘러 공격하지만 그 때마다 왕자는 마나를 실은 자신의 보검으로 어렵지 않게 쳐낸다.


“어이 어이, 그걸 공격이라고? 아무래도 기사단 놈들이 기강이 많이 해이해졌나봐, 이딴 놈에게 당하고 말이야.”


그에 비해, 몇 번의 격전을 치루고 옆구리에 부상을 입은 데다, 익숙지 않은 무거운 거검까지 든 제르카는 조금씩 지쳐간다.


“아발리자, 헤르 세튼!”


왕자는 아발리자 검술의 기본 공격술 속에 간간히 검술의 필살기들을 섞여서 공격한다.


마나를 담아 강렬하게 찔러 들어오는 왕자의 검들은 이전의 공격들처럼 쉽사리 피할 수 없었고 대검으로 막아내던 제르카의 팔에도 저릿저릿함이 느껴진다.


“터텅!”


가까스로 막아낸 제르카는 왕자가 기술의 반동으로 몸이 크게 기울자 왕자의 무게가 실린 오른쪽 다리를 노려 크게 휘두른다.


“크슛!”


“크앗, 이 개자식이!”


금빛 금속갑주가 베어지는 소리와 함께 왕자의 오른팔에서 피가 흐른다.


‘얕았나.’


왕자의 다리를 잘라버리려 했지만, 왕자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 짧은 찰나에도 몸을 뺐고 두터운 갑옷을 가르고 오른팔의 피부를 살짝 베어내는 정도에 그친다.


“이거 말이야, 버러지는 그냥 살짝 밟아서 톡 터트릴라고 했는데, 버러지 주제에 침을 쏘다니 말이지.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어.”


그렇게 말한 카토렐름왕자는 전신에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한다.


전신을 감싸고 있는 금속 갑주를 넘어 희미하게 배어나오는 붉은 마나는 제르카의 눈에도 들어왔고, 왕자가 가진 9단계 마스터의 실력을 그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7단계의 경지가 온몸에 마나를 불어넣어 활용할 수 있는 경지라면 9단계의 경지는 그것을 넘어 신체를 강화하고 일시적으로 변용(變容)할 수 있는 경지로 일시적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움직임과 수준급 공격마법과 맞먹는 파괴력을 고작 주먹과 발길질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크하하, 죽어라!”


이전보다 세배는 빨라진 움직임으로 왕자가 돌진해온다.


“슝, 슝!”


일반인의 눈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검속으로 검이 휘둘러지고 제르카는 용케 예측하고 피해내지만 그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지자 점점 더 피하는 타이밍이 위태로워진다.


“플러슁 소드! (6단계 기술, 신속한 세 번의 휘두르기 기술, 적의 방어를 무너뜨리는데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텅!”


“안되지 안 돼. 그딴 싸구려 기술이 이 몸에게 통할 줄 알았나?”


간간히 제르카는 자신의 기술로 왕자를 공격하지만, 애초에 두 단계나 높은 왕자의 마나를 담은 검은 쉽사리 기술을 막아낸다.


“메이필, 위험해 보이는데, 클로디아는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알았어, 만약을 준비해.”


끼어 들 준비를 하는 클로디아와 메이필,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르카도 온몸에 마나를 보내며 공격속도를 따라잡으려 애쓴다.


“아발리자, 엑슬리셔! (9단계 기술)”


빠른 세 번의 공격 뒤에 제르카를 세로로 두 동강을 내버릴 기세로 카토렐름왕자의 필살기가 들어온다.


“터텅!”


“크흑!”


세로로 들어오는 마나의 검격에 제르카는 대검을 가로로 뉘여 막아냈고 메이필의 대검은 상당한 강도를 지닌 만큼 부러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 충격을 고스란히 제르카의 팔과 신체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이런 피가!”


클로디아의 눈에 피어오르는 소금먼지의 뒤에 보이는 제르카의 모습, 일시적으로 치료주문을 받은 제르카의 왼쪽 옆구리의 상처가 터졌는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피, 모습 보기 좋구만, 그래 이만 끝내주지!”


왕자는 검을 들고 다시 공격했고 하단베기 상단찌르기 등 온갖 컴비네이션 기술들을 제르카에게 시도했고 제르카의 움직임이 크게 둔해지자 끝을 내려한다.


“엑슬리셔!”


좀 전과 같은 기술, 왕자는 제르카가 왼쪽 옆구리의 부상으로 몸이 둔해졌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쪽을 노리고 자신의 최대 필살급 기술을 다시 사용한다.


“텅! 휘리릭! 툭!”


두 번째의 일격, 그 강렬한 공격에 제르카는 잡고 있던 대검을 놓치고 만다.


“크흐흐, 검까지 놓쳤군, 네놈의 아버진지 같은 버러진지는 몰라도 죽어갈 때 아마 살려달라는 불쌍한 눈빛을 하고 있었겠지? 이제 너도 똑같이 마무리를 지어주지. 히익!”


피칠갑을 하고 있는 제르카의 섬짓한 안광, 피투성이가 된 전신에 오직 눈만이 살벌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왕자는 살짝 두려움을 가진다.


‘침착하자, 틈을 잡아, 죽인다.’


아버지를 언급하는 왕자의 말에 제르카는 속으로 끓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무서운 눈빛을 보내며 계속해서 왕자를 공격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크윽 위험해!”


클로디아는 준비했던 마법을 발사하려하고 메이필은 주변의 검을 주워들고 달려가고 있었다.


“빨리 죽여야겠군! 끼어들려고! 어림도 없지. 자 마지막이다!”


공교롭게도 제르카가 있는 위치는 클라보의 시신 옆, 대검을 놓치고 빈손인 제르카는 가까스로 클라보의 검을 들고 공격을 막아냈지만, 미쳐 마나를 담지 못한 검은 왕자의 검에 무썰리듯 잘리고 제르카의 다친 왼쪽 옆구리를 관통한다.


“크아아아악!”


울려퍼지는 제르카의 비명.


“하하하 이제 죽어라! 엑슬리......”


“푸슉!”


왕자가 제르카를 관통한 검에 마나를 불어넣어 죽이려는 순간 아까 공격당한 왕자의 갈라진 갑옷 틈으로 몬스터 가죽을 벗길 때에나 쓰는 조그마한 단검하나를 역수로 잡은 제르카의 오른손이 박힌다.


“크읏, 이깟 단검하나로 어찌 될 줄 알았더냐 죽어라!”


팔에 통증을 느낀 왕자가 힘을 주기위해 검을 잡은 오른손에 왼손까지 댄 순간,


“란켈 드라이버! (6단계 기술, 회전력이 담긴 마나로 적에게 커다란 구멍을 뚫어줍니다.)”


메이필이 실전에서 자주 구사하는 기술이 단검 끝에서 발해진다.


“뭐라고? 크아아아아아악!”


강렬하게 회전하는 집중된 마나가 왕자의 오른팔, 그리고 검을 붙잡은 왼손에 미친다.


“푸샥!”


살이 갈라지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검을 잡은 오른팔이 마나의 회전력에 분쇄되어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떨어져 나가고 손잡이를 붙잡은 왼손 또한 무지막지한 마나의 파동에 갈려나간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크윽, 왕자 당신이 졌어. 나는 정면에서는 당신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왕자 당신이 왼쪽 옆구리를 공격하도록 유도했지. 그리고 이것이 그 결과다. 죽어라 왕......자.”


제르카는 이미 날아간 오른팔과 왼손 때문에 자유로워진 짐승 해체용 단검을 왕자의 목에 찌르려한다.


제르카는 이것만을 노렸다.


마치 스승님이 개구리에게 위협을 줘서 오른쪽으로 뛰도록 한 것처럼 자신의 부상을 미끼로 왕자의 행동을 부상당한 왼쪽 옆구리로 공격하도록 유도하였고, 고의로 익숙치 않은 대검을 놓쳐 방심을 유도하였다.


그 후 주워든 부단장 클라보의 검은 메이필의 기술인 ‘란켈드라이버’를 시전하기 위해 마나를 아끼느라 속절없이 잘려나갔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한 번의 기회를 부실한 단검으로 노릴 수 있는 갑옷의 갈라진 틈을 향해 꽂아넣을 수 있었고 결국 살을 주고 뼈를 취한 제르카는 승리할 수 있었......지 못했다.


“탈칵”


“제르카아!”


하지만 제르카는 출혈이 심했는지 목숨을 끊어야 할 단검을 놓쳤고 이내 정신을 잃고 죽은 듯 왼쪽으로 쓰러진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왕자는 자신의 오른팔과 왼손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제르카 앞에서 미친 듯이 웃는다.


“기사들! 내 눈앞에서 이 버러지자식을 죽여라!”


하지만 이미 주변은 거의 정리된 상태고 왕자의 귀에는 멀리서 부족연합의 전사들과 렉스톨 군의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하하하하, 아무도 없구만, 그렇다면, 이 내가 밟아서라도!”


검을 쥘 수 없었기에 마지막 남은 마나로 제르카의 상처를 헤집어 주려고 생각한 왕자가 일어서려는 순간.


“야이 개자식아!”


“텅!”


“꾸웩!!”


메이필의 무시무시한 거력과 마나가 담긴 발차기가 왕자의 복부에 꽂히고 강렬한 충격을 받은 왕자가 짜부라진 개구리 목소리를 내더니 뒤로 날아가 고꾸라져 기절한다.


“클로디아 어서 지혈을! 나는 저놈을 죽여 놓고 올게!”


“알았어! 검만 빼줘. 일단 왕자는 묶어놓자, 손수 집행할 수 있게.”


메이필은 왕자를 죽이려 마음먹었지만, 클로디아의 말을 들어 제르카에 박힌 보검을 빼낸 후 클로디아에게 맡기고, 제르카나 루미아가 직접 왕자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묶어두기로 한다.


메이필은 자신의 날아간 대검을 들어 왕자의 갑옷을 해체한 후, 피가 줄줄 흐르는 양 팔을 무시하고 왕자를 꽁꽁 묶어둔다.


“적장을 잡았다! 렉스톨 군이여! 카토렐름왕자는 여기 사로잡혀있다! 항복하라! 무기를 버리면 살려주겠다!”


메이필이 마나를 담아 왕자를 생포했음을 외쳤고 지휘부가 통째로 날아갔음을 확인한 렉스톨군 병사들이 하나, 둘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기 시작한다.


“이겼다! 이겼어! 만세!”


부족연합의 전사들은 항복한 병사들을 제압하며 전쟁의 승리를 만끽하기 시작한다.


“쿠르릉 쾅!”


승리를 축하해 주기로 하듯 활화산인 르나르 화산이 폭발하여 막대한 먼지구름을 피워 올린다.


“오빠 괜찮아?, 당장 폴트씨, 제밀리카씨에게!”


“응, 괜찮아, 견딜만 해.”


루미아는 왕자가 사로잡힌지 1분도 안되어 도착했는데 제르카의 상태를 보고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클로디아의 응급조치를 받고 출혈만 간신히 막은 제르카는 루미아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는지 루미아를 안심시킨 후 다시 눈을 감는다.


클로디아는 엄청 울었는지 눈물을 닦지도 않고 과잉으로 회복마법을 시전하고 있었고 보다못한 메이필이 로웨나를 시켜 제르카를 의사인 제밀리카에게 후송시키려 몇몇 용병들에게 지시한다.




“그럼 이제 마무리를 지어 볼까?”


“콰쾅!”


급한 불이 꺼지자, 루미아는 원수인 왕자와의 악연을 끊으리라 결심하고 마법지팡이를 들고 포박된 왕자에게 다가갔고 그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화산이 폭발한다.


루미아는 그 소리를 듣고 문득 하늘을 쳐다본다.


이미 해는 거의 저물어가고 붉은 황혼빛 속에서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보름달이 화산이 내뿜은 먼지 구름속에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금빛 달, 예쁘네.”


루미아의 혼잣말.


평소에는 시리게 창백한 빛을 내뱉는 달이 화산이 내뿜는 먼지 구름속에서 꿋꿋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머금은 소금사막을 둘러본다.


“빛나는 소금사막......”


“휘이잉~”


회색빛 소금사막이 저물어가는 붉은 황혼빛과 보기 드문 금색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새하얗게 빛나는 소금들이 사막의 바람에 휘날린다.


마치,


“은빛의 파도 같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루미아.


“!!!”


금의 달, 은의 파도.


“금의 달이 뜨고 은의 파도가 밀려올 때 다시 깨어나 결판을 짓나니......”


미래의 신 프람드노스트가 예언하고 루벨리가 전해 부족들 사이에 구전되어왔던 그 광경이 비현실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눈앞의 기이한 광경에 루미아는 왕자를 죽이려던 살심도 잊고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서 자신의 호신용 검을 꺼내든다.


그리고 갑자기 루미아는 검을 들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루미아, 뭐, 해? 갑자기? 춤?”


지켜보고 있던 메이필의 눈에 루미아의 움직임이 보인다.


루미아는 무아지경으로 셰릴 여신에게 배운 검무를 추기 시작한다.


한 달이 넘게 연습해왔던 셰릴 여신의 검무, 금의 달, 은의 파도 밑에서 그동안 연습해왔던 루미아의 검무가 애달프게 펼쳐진다.


적의 목을 취하듯 빠르고 강렬하게, 죽은 넋을 기리듯 애달프게 천천히, 마치 이곳에서 전투를 벌인 모든 살아남은 자를 위로하고 죽은 넋을 기리듯 루미아는 과거 셰릴 무녀들이 추었던 검무를 추고 있었다.


“루미아, 아름답네.”


클로디아가 작게 중얼거린다.


제르카를 보고 있던 클로디아도, 메이필도, 전장정리를 지시하던 로웨나도, 전장을 정리하고 있던 부족연합의 전사들도, 그리고 포로신세가 된 렉스톨군 병사들도 이 기이한 광경을 넋놓고 보고 있었다.


춤이 절정에 이른다.


비록 검무를 장식하는 화려한 음악은 없었지만 루미아는 홀로 저 멀리 뛰고 검에 실린 회전력을 이용하여 공중에서 네 바퀴 반을 돈다.


그 착지를 바탕으로 검을 찌르듯 발끝으로 선 루미아는 빙그르르 움직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려한 검놀림을 통해 검무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루미아의 움직임이 멈춘다.


루미아는 시간을 잊은 듯 눈을 감고 있었고 , 지켜보는 사람들의 속에는 경건함마저 피어났다.


“오, 신이여.”


부족연합의 한 전사가 조용히 외친다.


신을 믿고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는 사람 속에서도 그냥 ‘신’을 외칠 정도로 기이한 주변경치와 기이한 검무.


루미아의 검무는 말 그대로 신화(神化, 신의 구현)였다.


그리고 그 끝에 이르는 정적 속에 황금빛 달빛만이 루미아를 비추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정적을 깨는이가 있었으니,


“오호호호호호! 루미아여 드디어 검무를 완벽히 재연하였도다! 잘했구나 루미아여!”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에 피어난 경건함이 가득 차오르자 루미아 한사람만으로 부족했던 신성력이 모이고 모여 봉인이 해방된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루미아의 품속 세르의 돌로 만들어진 항아리속에서 밝은 빛이나고 은빛 파도가 치는 소금사막의 상공에 거대한 여성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줌마, 누구?”


알면서도 묻는 거겠지만, 정신을 차린 루미아의 눈앞에는 50년 전쯤 유행했을 만한(실제로는 1만 2천년 전쯤이지만) 엄청나게 촌스럽게 차려입은 거대한 여성이 서있었다.


“야 이녀석아, 이 몸, 현재와 존재를 다스리는 하셰릴유스트,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최고의 여신일 셰릴님을 몰라보다니, 아줌마가 뭐야 아줌마가!”


셰릴여신은 잠깐 화가 난 표정을 지었지만, 지켜보는 눈이 한 가득이었기에 표정을 지우고 다시 할 일을 한다.


“티아, 그 날이 왔어. 그리고 미안해.”


셰릴 여신은 한곳을 바라보며 사과를 하더니,


“그래, 셀게란 그 자식이 해놓은 시답잖은 봉인부터 풀어야겠지.”


셰릴이 카토렐름 왕자쪽을 가리키며 손을 휘두르자 메이필이 벗겨놓은 갑옷 속에서 하나의 금속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고 곧이어 거대한 여신이 상공에 나타난다.


“세련된 아가씨...... 저쪽은 아줌마.”


티아 여신의 모습은 최신 하칼라일 황도에나 유행할 듯한 세련된 복장과 검고 긴 생머리를 지닌 아가씨의 모습.


티아베르트 여신을 보고 조용하게 혼잣말한 루미아였지만 셰릴의 귀는 밝았다.


“무어라고! 아줌마라는 말 그만두지 못할까!”


“셰릴, 미안해. 내가 욕심내지만 않았어도.”


루미아에게 호통을 치려는 셰릴여신이었지만, 이어진 티아여신의 사과에 말을 놓는다.


모든 사람들은 갑작스런 여신들의 강림에(원래는 봉인이 해제된 것이지만) 넋을 놓고 지켜보거나 엎드려서 절을 하고 있었는데


“아~ 다들 할거 해.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부끄럽게. 루미아는 손들고 서있고”


라는 셰릴의 말에 전장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신들이 그 동안 잠자고 갇혀있었던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듯 이야기를 하며 훈훈하게 시간이 지나는 듯 했는데......


“콰콰쾅!”


저 멀리서 신화급 마법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갑작스레 왕자 옆에 포탈이 생긴다.


“이런, 늦었군, 카토렐름 왕자, 하지만 당신은 이 시대에서 루클라디오 성(星)의 기운을 가장 많이 가지고 태어난 몸, 당신은 대륙을 혼돈으로 이끌 자. 데보밀로토님의 기대를 받는 자를 이런 곳에서 죽게 놔둘 순 없지.”


셀게란이 나타났다.


이미 이곳저곳 잘려나간 듯 몸이 성치 않은 셀게란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잠시 동안 방치된 왕자를 향해 손을 뻗는다.


“셀게란 순순히 놓칠 줄 알았나!”


곧이어 근처에 포탈이생기고 활활 불타오르는 붉은 마력으로 온몸을 두른 루벨리가 나타났다.


루벨리의 몸도 성치는 않았지만 셀게란 보다는 멀쩡한 모습이다.


“허허, 대단하시군요. 하지만 제, 목적은 완수했습니다. 뭐 절반의 성공이지만요. 양쪽신중 한쪽의 신물의 회수, 왕자가 살아만 있다면 후일은 어떻게든 되겠지요.”


티아여신이 빠져나온 신물을 줏은 셀게란은 그대로 피를 흘리며 포박되어 있는 왕자에게 손을 뻗었고 왕자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럼 이만! 나중에 봅시다!”


셀게란이 포탈을 열고 도망치려한다.


“가만 놔둘 줄 알았나!”


차원게이트를 열고 다른 계로 도망치려는 셀게란에게 한줄기 노호성이 들리고 엄청난 광량이 셀게란의 복부를 꿰뚫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앆!”


셰릴여신이 내던진 섬광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농락의 신이며 하급신인 셀게란을 관통하고도 모자라 그의 모든 신체(神體)를 증발시킨다.


“안돼에에에에에!”


그 단말마를 끝으로 셀게란이 증발하여 소멸한다.


최상급신의 어마어마한 신화급 마법하나에 1만 2천년전부터 수많은 이들을 농락하고 셰릴여신과과 친우인 티아여신마저 농락했던 셀게란은 그렇게 소멸했다.


“도망가기 직전에 잡아서 다행이에요. 한번 숨으면 추적이 불가능하니까요.”


티아여신이 안심했다는 듯 셰릴 여신에게 말한다.


“왕자는? 왕자는 어디로 갔죠?”


그제서야 왕자가 사라졌음을 깨달은 루미아가 여신들에게 묻는다.


“모르겠네요. 적어도 우리의 힘이 미치는 이 대륙 안에서라면 알 수 있지만 이곳 대륙엔 없네요. 세계 전체를 탐색하는 마법은 아무리 우리라도 이곳 주신인 라그누의 허락 없인 사용할 수 없어요.”


티아여신이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루미아야 미안하구나, 내가 조금만 빨랐더라도.”


“루미아, 미안해, 순간 방심으로 놓치고 말았어. 특히 마지막 폭발마법은.”


셰릴여신과 루벨리가 사과를 한다.


그 말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듯 셀게란이 한 공격에 의해 루벨리는 이곳저곳이 성하지 않았다.


망연자실해 서있는 루미아.


하지만 루미아는 강한아이였다.


“뭐, 어쩔 수 없죠. 이곳에서 왕자에게 저희가 복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정해진 운명일지도 모르겠네요. 도망쳐버린 건 아쉽지만, 오빠와도 이전에 이야기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다음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말끝을 흐리는 루미아


아쉬웠지만 이렇게 전쟁에서 승리하고 왕자와 직접 대결해서 심각한 부상을 입힌 것만으로도 천운이었다.


“그래, 운명이란 항상 괴팍하지. 루미아야,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구나, 너에게도, 네 오빠에게도, 그리고 너와 뜻을 함께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셰릴 여신이 자신과 티아를 봉인에서 풀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말이지.”


셰릴 여신이 모두가 들릴 만큼, 조용히 이야기한다.


“나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으면서 깨달았어. 이제 이곳 대륙의 인간들에게 우리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이미 인간들은 자신의 자유의지와 그 잠재력으로 이 혹독한 대륙에서 스스로 살아남았으니까. 이미 다른 대륙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허마닐레온(인간신)의 말을 들을 걸 그랬어. 신화(神話)의 시대는 끝났어. 뭐, 앞으로는 신앙으로 떠받드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미 우리는 이곳 사람들에게 거의 잊힌 존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다만, 이곳의 환경은 우리가 축복을 내리던 1만 2천 년 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일그러진 마나의 흐름이 되돌아왔기에 대륙의 기후는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비정상적인 마나폭풍도, 심각하게 건조한 환경도. 모두.”


셰릴여신의 말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그래요. 인간들에 대한 신의 장기간의 직접 통치는 저희의 욕심이었어요. 그렇기에 데보밀로토(욕망의 최상급신)와 네냐센타스(탐욕의 상급신)의 눈에 들어왔겠지요. 이제 와서라도 힘든 시간을 보낸 이곳의 인간들에게 사과해야겠네요.”


티아여신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한다.


“우리는 이곳을 떠날 거야. 그동안 우리가 담당한 부분에 복귀해야겠지. 뭐 며칠간은 이곳에서 못 다한 부분을 정리해야겠지만. 필요하면 이 몸의 미모를 생각하며 염원(念願)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마친 셰릴과 티아가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루미아, 미안해. 끝을 냈어야 했는데.”


“아냐, 오늘이 날이 아니었을 뿐. 왕자가 살아도망가는 것이 운명이었다면 누군가 죽이려 했어도 어떻게든 살아남았었겠지. 분명히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거야.”


제르카가 왕자의 목을 찔렀더라면, 클로디아가 메이필을 말리지 않았더라면, 메이필이 끝을 냈었더라면, 루미아가 중간에 검무를 추지 않았었더라면, 하지만 셀게란에 의해 이미 왕자는 어디론가 도망쳤고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루미아의 표정은 결연하면서도 평온했다.


“그래, 정리하러 가자.”


“응.”


루미아와 메이필은 격전이 펼쳐진 장소로 돌아가 전장을 정리한다.


루미아는 정리하던 중, 눈에 익숙한 오빠의 손잡이만 남은 검을 발견했다.


“오빠......”


루미아는 그것을 챙겨들고는 하늘을 쳐다본다.


아직도 환한 금빛달이 루미아를 함께 내려다본다.


그리고 물 한방울이 떨어진다.


금빛 달이 우는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구름을 뚫고 무수한 비가 쏟아진다.


마치 은의 파도가 휩쓸 듯 내리는 비가 소금사막 전체에 스며든 붉은 피를 씻어내려는 것처럼.




델하니아력 3480년 5월 21일 체노대륙.


제르카 탐험대: 총원 70명. 골즈 포함 21명 사망, 부상 17명.


부족연합: 총원 4000여명 사망자 1100여명, 부상자 1200여명


렉스톨군: 총원 12000여명. 젠탈루 후작, 켈바스티안 백작 포함 사망자 5700여명, 부상자 2700여명, 포로 1200여명, 생환 2400여명(수송대와 배에 남아있던 병사들)


여신의 봉인이 풀렸다.


전쟁은 끝났다.


작가의말

4장도 에필로그만 남기고 끝

소금사막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 모티브입니다. 우기에는 빗물이 고여 거울처럼 하늘을 반사한다는 곳이죠.

그리고 제르카는 오른팔 파괴자(가렌드 학장, 크샬라투 단장, 카토렐름왕자)에 등극.

남매의 왕자에게의 복수는 실패.

아줌마, 아가씨 여신의 부활은 성공.


무슨 일이 있었나 갑자기 독자수가 확 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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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4화 +4 16.12.13 746 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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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2화 16.12.08 424 6 15쪽
19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1화 +3 16.11.29 474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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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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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70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6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0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5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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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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