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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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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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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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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영혼의 시련2




델하니아력 3481년 5월 8일


심상의 세계, 제르카는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기사단을 이끌고(실은 이끌려 가는 것 같지만.) 수많은 명망있는 무가들이 모여있다는 핸델로픈 평원으로 출발한다.


제르카는 무겁디 무거운 플레이트 아머에 척봐도 상질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장창, 브라이츠가를 상징하는 빛의 상징이라는 환수 오데뇰이 새겨진 투구를 쓰고 건장한 체구의 준마를 타고 선봉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그 좌측에는 부관인 코달리츠가, 우측에는 오데뇰기사단 단장인 엠데스턴, 그리고 바로 뒤에는 환수 오데뇰이 그려진 대형 깃발을 든 기수와 함께 브라이츠가의 자랑이라는 오데뇰 기사단 60여명이 제르카와 비슷한 무장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지금은 각국에서 거의 운용되지 않는 중무장 창기사단.


공격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거의 운용되지 않는 병과인 중기병대, 그 선봉에 창을 꼬나쥔 제르카가 달리고 있다.


‘창은 익숙치 않은데 말이야. 스승님으로부터 창술은 배웠는데, 그건 창술가를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기초수련만 했으니까. 세일리트라도 있다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제르카가 쥔 장창이 자신의 애검 세일리트로 변했다.


‘응? 되잖아? 그렇다면?’


제르카보다 더 커다란 몸집이 줄어들며 장신이면서도 탄탄한 제르카의 체격으로 돌아오고, 움직임을 방해하는 육중한 플레이트 아머도 최근에 맞춘 엘시아가 만든 가죽갑옷으로 대체된다.


“가주님, 오늘따라 창이 멋지군요.”


60명의 중기사단과 200의 중기병대를 이끄는 기사단장 엠데스턴이 그런 제르카의 모습을 보고 말한다.


‘저들의 눈에는 그대로 보이는가 보군. 다행이네.’


제르카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저들의 눈에는 테디오스로 보이는가보다.


‘이루고자 하면 이루어진다라. 의미심장하군.’


마음속으로 들려오던 걸걸한 목소리의 말은 사실인 듯 하다.


어제의 회의에서 브라이츠가는 핸델로픈 평원의 북서쪽에 있다고 하는 창월극을 목표로 움직이기로 하였다.


이미 죽은 장무산의 말에 의하면 청류검은 중앙에, 성명창은 남동쪽에, 창월극은 북서쪽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무가들이 무기를 노리는 만큼 세개의 무기를 모두 노리려하는 가문은 거의 없었다.


특히 브라이츠가는 가주가 강하긴 하지만, 약소국의 기사가문인 만큼 제국급 대국의 기사가문과는 그 규모도 달랐기에 세개의 무기를 모두 노리는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중기병대는 창(Lance)와 폴암(pole-arm)을 모두 사용하였기에 성명창과 창월극 중 하나의 무기를 선택하기로 하고 회의끝에 난 결론은 경쟁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창월극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었다.


말을 몰아 제르카가 도착한 핸델로픈 평원의 북서쪽, 이미 이곳엔 창월극을 노리는 11개의 기사가문이 모여 멀리떨어진 곳에서 진을 치고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같이 국가를 대표하는 강한 기사가문의 기사들, 하지만 이곳에 초월급의 무기를 얻는 곳은 단 한 곳뿐.


다들 가문의 정예들을 모아왔기에 패배한 자들은 재기하기 힘든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왜 나는 브라이츠가의 가주가 되어 움직이게 된 것일까?’


제르카가 생각하기에도 팔렌티 협곡의 브라이츠가가 창월극을 소유한 것으로 보아서 이 전투는 브라이츠가의 기사단이 승리했을 것이다.


영혼의 시련은 그 체험을 다시 보여주려는 것일까?


넓은 초원의 한 가운데 저 멀리, 이것을 만든 장무산의 능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초승달과 그믐달을 상징하는 반월 모양의 두 날이 푸른달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파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먼저 창월극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창월극을 감도는 그 위압적인 힘도 문제지만, 가장 먼저 움직이는 가문은 가장 먼저 표적이 될 것이다.


이곳에 모인 11가문 서로 모두가 적, 하지만 승리자는 오직 하나뿐, 가장 먼저 표적이 되면 가장먼저 공격받아 망할뿐이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


이미 서로의 가문들은 눈치를 보며 공통의 적을 만들기 위해 합종연횡하고 있었다.


그렇게 눈치를 보는 가운데 제르카가 있는 브라이츠가의 진지에도 두 명의 사자가 도착한다.


“데오스톤 왕국 이온가의 가주 후란프님으로부터 온 친서입니다.”


“데미요코 왕국 카커스빌의 가주 엠리님으로부터 임시 동맹의 제안이 왔습니다.”


둘다 대륙 중북부의 중견 국가의 기사가문이며, 양쪽 다 친서의 내용은 위명이 자자한 브라이츠가의 중기병대에게 셋만 남을 때까지의 임시 동맹을 처하는 바이며, 선봉을 맡아 달라는 것.


설사 남은 세 가문만 남아 다투게 되더라도 패자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할 것이라는 것.


“뭐, 선봉을 맡아달라니 방패막이가 되어달라는 뜻이겠지만, 그들 뜻대로만은 움직여 줄 순 없지. 어차피 역사적으로는 브라이츠가가 무기를 얻은 것 같으니까······”


하지만 저들 가문에서도 브라이츠카는 꽤나 중기병으로 유명한 가문인듯, 전력으로 삼기 위해 입질을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제르카와 참모들이 입회한 가운데 동맹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3가문간에 친서가 두세차례 오가자 그들간에 임시 동맹이 맺어진다.


다른 쪽들도 비슷한 대화가 오갔는지 3, 3, 2 순으로 동맹을 맺어 결국 창월극을 얻기 위한 다툼은 4파전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그리고 브라이츠가가 속한 파벌이 상대하게 될 곳은 대륙 서쪽의 소국 출신의 기사가문이 모인 파벌.


“브라이츠의 중기병대가 선봉을 맡습니다. 이온의 기병대는 좌우측면을, 카커스빌의 경기병대는 분산된 적을 치는 후위를 맡습니다.”


일단 기병대의 무장이 차이도 있었기에 가장 중무장을 한 브라이츠가 적진을 와해시키기 위한 선봉에 선다.


제르카는 중기병대의 2선에서, 부대 지휘 및 갈라진 적을 베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선봉대의 최전선에는 기사단장 엠데스턴과 오데뇰 기사단의 최정예들이 기병용 장창(랜스)를 꼬나들고 돌진하여 진을 와해시키고, 그 뒤에는 폴암계열 무기를 든 기사들이 갈라진 적을 베어내는 기본적인 전술이었다.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엠데스턴 단장과 오데뇰의 정예 기사들은 순식간에 적 선봉대의 약소한 부분을 찾아내어 돌파하였고 중앙이 꿰뚫린 적들은 20%정도의 피해가 발생하자 마자 빠르게 항복을 선언한다.


각자 가문의 정예들만 모아왔기에 가문마다 300~500명 정도의 인원들, 전면전이 아니기에 패배를 직감한 가문들은 피해를 줄이고자 재빨리 항복과 철수를 선언하였고 서로간에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포로를 잡을 필요도 없이 전투는 하루만에 끝났다.


제르카는 전투마를 타고 세 명 정도를 베어낸 것 같았지만, 워낙 빠르게 지나가서 경황도 없었고 마상전투에 익숙치 않았기에 꽤나 곤란한 상황을 겪었지만, 워낙 주변의 기사들이 베테랑이었던지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가주님 조금 위험했습니다. 고민 거리가 있으십니까?”


“아니야, 일단 오늘은 승리했으니, 다른쪽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도록. 피해 상황은 어떠한가?”


기사단원 두 명 사망, 한명이 위독한 중상, 여섯명이 전투 불능의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기병대는 사망 12명, 부상자 46명입니다.


“예의를 갖추어 처리하게.”


“알겠습니다.”


알맹이는 제르카였지만 표면상은 테디오스였기에 적당히 지시를 내린 제르카는 3일뒤에 전장에서 보자는 델하니아의 펠핀과 크롬자이른 가문 연합을 격퇴한 렉스톨 기사가문 동맹의 제안을 수락했다.




무를 숭상하는 렉스톨의 무가 3가문의 동맹은 델하니아 2가문 연합과의 전투에서 간단하게 승리해버리고,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채 브라이츠가 동맹과 전투를 벌인다.


“렉스톨 귀족가문사이에는 꽤나 사이가 좋이 않았었지. 아무래도 그 점을 이용해 볼까?”


이미 제르카도 안잘리스트 학원에서의 전술수업과 손무의 등룡서를 통해서 많은 전략들을 익히고 있었다.


그 중 제르카가 선택한 것은 사이가 좋지 않은 렉스톨 무가들의 상황과 서로의 욕심을 부추겨 내분을 일으키는 것.


정정당당함을 중요시 하는 기사도 정신에 어긋나는게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제르카는 기사도 아닐뿐더러, 기사도란 말은 전쟁을 모르는 귀족기사들만의 허울좋은 말들일 뿐이고 칼질 한번에 목숨이 오가는 실제 전장에서는 기사도란 우스겟소리밖에 되질 않는다.


셋이서 한명을 공격하는 건 다반사요, 뒤를 찌르는 기습, 암기사용 등 이기기 위해선 어떠한 방법이든 사용하는 것이 실전이다.


제르카는 부하를 시켜 렉스톨의 세 가문에 서로를 음해하고 창월극에 대해 선수를 취해 가지러 갔다는 허보(虛報)를 몰래 뿌렸다.


그리고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렉스톨 무사가문의 동맹은 와해, 손쉽게 각개격파를 하여 승리를 가져간다.


“결국 우리쪽 셋만 남았군. 실력을 보아하니 둘이 연합하여 우리를 칠 것 같은데.”


제르카가 객관적으로 봐도 이온과 카커스빌의 기사단은 브라이츠가의 기사단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브라이츠의 오데뇰 기사단은 강했고 그들이 빌붙으며 당연히 선봉으로 세우려 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셋만 남은 상황에서 머리가 있는 자들이라면 둘이 힘을 합쳐 강자를 먼저 제거하려는 것은 당연한 법, 강자와 연합해 다른쪽을 제거해 봤자, 결국엔 강자와의 1:1만이 남을 테니까.


“구두로 약속된 결전은 3일후, 이미 동맹을 해체하고 각자의 힘으로 대결해보자고 말한 녀석들이지만, 결국은 연합해서 이쪽에 부딪혀오겠지. 그만큼 오데뇰 기사단이 강하다는 뜻이고······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머릿수의 차이는 절대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개격파만이 최선이다.”




델하니아력 3031년 9월 14일, 아침부터 열린 브라이츠가 오데뇰기사단 전략회의


“오늘 밤 이온을 칩니다.”


“네? 약속된 날짜는 내일 모레가······”


“그러니까 오늘 친다는겁니다. 둘이 연합하기 전, 이온과 카커스빌이 공격해오기 전에 선수를 칩니다. 어차피 약속은 구두약속, 어떠한 증서나 조약이 오가지 않았습니다. 오데뇰 기사단은 당장 오늘 밤 선수를 취해 이온을 박살내고 다음날 카커스빌 진영을 유린합니다. 이상.”


“하! 알겠습니다.”


제르카의 일순 비겁한 것처럼 보이는 지시에도 휘하의 기사단은 명을 따른다.


이 일전에 동료의 목숨과 가문의 영광이 달려있다.


전쟁의 세계는 비정한 법, 이것저것 다 따지고 나면 남는 것은 패배뿐이다.


적을 속이고 때로는 아군도 속여라, 병법의 기본이다.


이제 두 가문이 적으로 돌아선 이상, 피해를 최소한도로 줄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적의 목을 친다.


그날 밤 오데뇰 기사단은 저녁을 일찍 먹자마자 제르카의 지시대로 이온가의 진을 공격했다.


브라이츠가의 기사단이 급습했을 때, 이온가의 진지에서는 한창 정시대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참이었다.


“네놈들! 비겁하다! 약속은 내일 모레 아니었더냐!”


“흥, 너희도 약속을 깨고 오늘 밤 연합해서 습격하려던 것 아니냐?”


“아니다, 그럴리 없다. 이런 치사한 자식들!”


“항복하고 무장을 해제하면 더 이상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 기한은 5분을 주지.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피해가 늘어갈 거다.”


패배를 확인한 이온은 재빠르게 항복하고 최소한의 병장기와 식량을 지닌재 패퇴하여 고국으로 돌아간다.


제르카가 살펴보니 이온은 오늘 밤 습격을 준비하고 있던 듯 하다.


“분명히 이온과 카커스빌은 연합하여 오늘 밤에라도 달빛이 없는 야심한 시각을 골라 습격해올 것이오. 중기병대로 이루어진 우리 기사단을 상대하기엔 저들의 병력은 너무나 열세니까. 고로 우리는 저녁을 일찍 먹고, 저들이 밥먹을 시간에 공격합니다. 정보가 발설되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이상이 제르카가 짜낸 계책이었다.


다음날 제르카는 한통의 서신을 카커스빌에게 보낸다.


“이온은 물러갔소, 우리는 최소한의 피해로 그들을 물리쳤소. 항복하시오. 테디오스 브라이츠.”


오데뇰 기사단은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온과 카커스빌의 입장에선 브라이츠가 선봉에 서서 전투도 이기고 최대한 많은 피해를 대신 입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제르카는 그들의 의도대로 순순히 움직이지 않았고, 최대의 전력을 보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커스빌의 기사단은 절대 무력으로 브라이츠의 기사단을 이길만한 전력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로 카커스빌은 패배를 인정하고 핸델로픈 평원에서 떠나갔다.


“전쟁에서 최고의 승리는 전투없이 이기는 것이라 했지. 그럼 이제 창월극을 회수하면 영혼의 시련이 끝나는 것인가? 시련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군.”


등룡서의 중요한 부분을 되짚으며 제르카는 기사단을 이끌고 창월극이 있는 곳으로 간다.


제르카는 쉽게 생각했다.


이렇게 영혼의 시련이 끝났으면 진작에 창월극의 진정한 주인이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사서에는 청명월의 진정한 주인은 현재까지 아무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제르카가 기사단을 이끌고 창월극이 있던 곳에가니 창월극은 없고 기사차림을 한 두사람의 시체와 같은 복장의 한무리의 기사단이 있을 뿐이다.


“수고했군, 창월극은 우리가 가져간다.”


“누구냐? 창월극을 둘러싼 전투는 우리가 승리했다. 창월극은 우리에게 가질 권리가 있다.”


“나는 가이트리 플란조스다. 뭐라고 떠드는지 모르겠군. 우리는 그딴 것 약속한 적 없는데? 고작 평원에 꽂힌 무기하나 가져가는데 그렇게 힘들게 일할 필요가 있나?”


“플란조스가라니! 제올리오 왕국의 기사아닌가! 분명히 당신들도 세 무기에 따라 나누어 최후의 승자가 무기를 갖는다는 조약에 서명했을텐데?”


“아 그거? 그건 내 같잖은 형인 아더트리가 서명했을 뿐, 난 아니야. 다시 말하면 그딴 시답잖은 조약따위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지. 주변의 귀찮은 것들을 물리치느라 수고했어. 기사가문들 몰래 가져가기란 하늘의 별따기거든. 당연히 싸우고 있는 틈에 몰래 가져가는게 최고 아니겠어?”


“비겁한 자식들.”


부관인 코달리츠가 분개한다.


“기습이나 해대는 너희들이 할말이 아닐텐데? 하긴 귀찮은 것들을 물리쳐준 것도 있으니 감사를 표해야겠네. 이미 청류검도 얻었겠다. 창월극의 힘도 이끌어 냈겠다. 더할나위 없군.”


“창월극의 힘을 이끌어 냈다고? 무기를 잡자마자 영혼의 시련이 발동이 될텐데? 어떻게 영혼의 시련을 통과했나?”


영혼의 시련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청명월 시리즈를 한번 소유한 적이 있었던 다른 무기의 주인들에 의해 잘 알려져 있었다.


“장무산 영감탱이가 만들어놓은 그딴 시험 알게 뭐야? 당연히 영혼의 제물을 바쳤지. 내가 미쳤다고 미치광이의 시험에 응하겠나? 뭐 저 둘 정도의 실력이라면 30년은 사용할 수 있겠군.”


‘무슨소리야? 영혼의 제물이라니?’


제르카가 궁금해 하는 사이 코달리츠가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말한다.


“부하를 제물로 삼다니 제정신이냐? 네가 그러고도 진정 플란조스가주의 동생이란 말이냐?”


“날 내쫓은 그딴 형이랑 비교하지마! 희생된 둘은 순교자다. 날 의해서 영혼을 바친 숭고한 순교자들이란 말이지. 뒤에서 살해당할 정도로 멍청하긴 했지만 크하하하하하.”


결국은 부하둘의 영혼을 바쳐 창월극의 사용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광기에라도 물든듯 창월극을 든 가이트리가 광소한다.


“미친······”


코달리츠가 그 모습에 혀를 끌끌 찬다.


“잡설은 귀찮으니, 귀찮은 것들을 물리쳐준 것에대한 선물을 주고 떠나가야겠군. 그 선물은 바로 죽음이다. 얘들아 쳐라!”


곧바로 가이트리의 부하들이 덮쳐오고 오데뇰 기사단이 응수한다.


“크큭, 가주인 너는 직접 상대해주지, 창월극의 힘도 시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앞뒤로 붉은색과 푸른색의 돌이 박혀있는 창월극을 집어든 가이트리가 직접 준마를 몰고 제르카에게 돌진해온다.


“저 붉은돌, 밖에서 본 창월극에는 없던 건데? 가만, 메이필이 주웠던게 저거랑 비슷한 것 같기도하고.”


“크큭 전투중에 무슨생각을 그리 열심히 하나? 자아 죽어라!”


제르카는 잽싸게 말머리를 움직여 돌진력이 실린 가이트리의 창월극을 피한다.


“크큭 제법이군. 하지만 그 테디오스의 위대한 명성답지 않게 참 어설프군, 금방 끝낼 수 있겠어. 자 다시간다!”


제르카가 어설픈 것은 당연했다.


비교당하는 것이 당대에 10단계 마스터의 창술사이며 마상전의 대가이던 테디오스였으니까.


제르카는 반격을 준비하고는 말을 돌려 가이트리에게 맞선다.


그리고······


“스각.”


아픔을 느낄새도 없이 제르카의 허리가 둘로 갈라지며 엄청난 피를 뿌리며 제르카의 상체만이 말위에서 떨어지고, 그 뒤로 잘려진 하체가 스르륵 무너져 내린다.


“끝났군.”


가이트리는 창월극을 휘둘러 묻은 피를 떨쳐낸뒤 사라진다.


제르카의 의식은 그렇게 끊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르카가 눈을 떴을 때에는 초원이 사라지고 온통 깜깜한 배경안에 누워있었다.


“죽었나? 나는 분명히 둘로 갈려져서.”


인지할 순간도 없이 내질러진 가이트리의 창격에 제르카는 순식간에 살해당했다.


‘후하하하하, 죽었군 그래, 죽었어. 자네는 창월극의 힘을 노리고도 영혼의 시련을 통과하지 못했어. 그 대가는 죽음뿐. 자, 자네에겐 두가지의 선택이 남았네. 실패를 인정하고 영혼을 저당잡혀 밖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도전해볼 텐가? 물론 다시 도전하려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쿠하하하.’


또다시 제르카의 머릿속에 이전에 들었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혼을 저당잡힌다는게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다. 창월극의 이전 주인들처럼, 지금 본 가이트리가 살해한 두명의 기사들처럼 영원히 이 안에 영혼을 봉인하고 살아야 한다는 거지. 물론 자네가 가진 카르마만큼 밖에서의 시간이 주어지겠지만, 어디보자 자네 정도라면 12년 정도는 되겠군. 오호 보기보다 많은양이야.”


즉, 시한부 인생이 된다는 뜻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나가면 12년 후에는 영혼을 이곳에 바치고 봉인된다는 뜻이다.


‘이런데서 죽을 순 없어.’


“그렇다면 다시 도전이라는 것은?”


“자네의 영혼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다시 도전하는 것을 말하지. 그 대가란 것은 다시 도전하기 전까진 알 수없지만. 이 나조차도 어떤 대가를 치르는 지 알 수 없어. 하지만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라는 것만은 알려주지. 이전의 도전자들도 세 번 이상은 다시 시도하지 않고 실패를 선언했거든. 다들 그렇게 이곳에 영혼을 저당잡혀있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뱉는 걸걸한 목소리.


“그리고 지금 자네가 체험한 것은 이 안에 영혼을 저당잡힌 마지막 주인의 기억이지. 자 어떻게 하겠나? 실패를 인정할텐가? 아니면 다시 도전하겠나?”


“······ 나에겐 사랑하고 기다리는 이들이 있소. 다시 도전하여 반드시 영혼의 시련을 통과하겠소.”


“크큭. 전임자들도 다들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다들 실패했다고. 뭐 결정했다니 이제 대가를 치러야겠군. 내가 만든 시스템도 아니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행운을 비네.”


그 뒤로 제르카의 눈에 무언가의 환상이 보인다.


“크아아아아아악. 제발 그만해! 그만해 달라고! 크아아아아악!”


공허한 어둠속에서 제르카의 절규만이 울려퍼진다.


작가의말

ㅠ.ㅠ 앞으로 더한 시련이 남아 있으니......


기존 카커스빌과 엠데스턴을 혼동하여 적은 부분이 있어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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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1화 16.10.21 614 7 17쪽
18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0화 +1 16.10.19 597 8 18쪽
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6 7 26쪽
17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3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3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4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4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7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6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1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9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6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7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9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9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5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70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6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1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50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1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40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2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1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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