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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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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217,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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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
글자수 :
1,691,657

작성
16.10.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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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1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브라이츠 가문.




델하니아력 3481년 5월 9일


“결정했어요.”


제르카는 30분이나 장고한 끝에 자신의 결론을 대답한다.


그동안 정적을 견디지 못한 클로디아와 뮤리를 제외한 모두는 인내심을 가지고 제르카의 결정을 기다렸다.


“여기 모인 카르마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


“훌륭해!”


제르카의 말에 모두가 침묵을 지킨 가운데 오직 장무산만이 제르카를 칭찬한다.


“그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


“이유야 많지요. 첫째는 내가 정당한 방법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는 것. 둘째는 나에게 이만한 양의 카르마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 셋째는 여기 모인 카르마는 다른 사람의 영혼을 착취하여 생긴 것이라는 것, 넷째는 영 쓰기 꺼림칙하다는 것, 다섯째는······”


루벨리의 물음에 대한 제르카의 대답은 8번째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품은 인생의 목표와는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빠 그 인생의 목표가 무언지 물어봐도 돼?”


“부끄러우니까 말 안 할래.”


자신의 소중한 울타리를 지키겠다는 목표는 영혼의 시련을 지켜봤던 장무산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모두에게 터놓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목표였다.


“그렇다면 여기 모인 카르마는 어떻게 해?”


“카르마는······ 모두 원상태로 되돌렸으면 해. 이 안에는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영혼을 저당잡힌 사람들의 원혼이 모여있을 거야. 이들의 원혼이라도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어.”


“하긴 여기 모인 카르마의 종류는 대부분 ‘혼돈’ 속성일 테니까.”


카르마는 미래의 가능성을 고착시키므로써 얻어지는 힘.


미래를 부정확하게 만드는 혼돈의 카르마는 다른 존재의 미래의 가능성을 강제로 빼앗음으로써 생성된다.


혼돈의 카르마를 모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미래의 가능성을 품고있는 다른 존재를 죽이는 것.


질서의 카르마를 모으는 방법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또는 수련.


“······ 역시 내가 만든 시련을 통과한 자로군. 혹시나 이 힘을 사용하려 하지 않을까 두려웠는데.”


장무산이 청명월 시리즈를 만든 의도는 오로지 에고가 담긴 무구를 만들고 싶어서이다.


디트릿타의 계략의 산물인 이 거대한 카르마는 어떻게 되었든 장무산이 원치 않는 결과물이며 제르카가 카르마를 해방한다 선언했을 때에는 오로지 힘을 원해서 창월극을 얻으려 한 도전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시련, ‘평온의 시련’을 유일하게 통과한 제르카에게 감사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렇군. 그렇게 결정했다면, 제르카야, 너에게는 아직 카르마를 다루는 힘은 없으니 잠시 창월극을 나에게 다오. 내가 안전하게 처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루벨리님. 아무래도 다른 분들을 모셔야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요.”


카르마는 초월자가 되기전에는 깨닫기도 어렵고 직접적으로는 신들이나 다를수 있는 힘이다.


제르카는 창월극을 루벨리에게 맡기고 루벨리는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그럼, 이제 한건 낙착인가? 길었던 하루였어.”


“그나저나 제르카는 언제 그렇게 강해진거야?”


제르카가 일행을 구하러 왔을 때, 메이필을 비롯한 인질들은 제르카의 달라진 기도를 느끼고 한단계 성장했음을 느꼈다.


“영혼의 시련을 끝냈을 때? 한층 더 강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어. 나로써도 믿기지 않지만.”


“오빠 축해해.”


“큭, 나도 빨리 제르카를 따라잡아야 하는데.”


메이필은 연인의 성장이 살짝 분한 듯 하다.


현재 제르카는 23세, 8단계 유저급의 무술가이다.


역사상 비슷한 시기에 이정도 경지까지에 오른 자들은 극히 드물었다.


8단계에 오른자들의 평균나이가 60세 초중반임을 생각하면 너무나 이른 시기에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 마냥 성장이 빠른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니까.”


아이렌의 자조적인 목소리가 작게 이어진다.




5월 11일


그 동안의 피로를 떨쳐내기 위해 이틀이나 더 쉰 일행은 일정을 마무리한다.


“옛다, 창월극, 그 안에 쌓여있던 무수한 카르마는 이제 무(無)로 돌아갔다. 갇혀있던 영혼들은 해방되었다. 이제는 조금 특이한 속성을 가진 초월급 무기일 뿐이지. 그리고 디트릿타의 계략은 무산된거고.”


“감사합니다.”


“단, 하나, 장무산이란 놈의 영혼만은 돌려보내지 못했어. 영혼이 조각나서 1/3밖에 없었거든. 불완전한 영혼을 억지로 꺼내봤자 금방 소멸해 버리겠지.”


“그렇군요.”


“쳇, 대단한 여신인줄 알았더만.”


장무산의 영혼이 툴툴거린다.


“이놈아 디트릿타 녀석의 계략을 없에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 이놈을 콱 그냥.”


“할 수 있다면 좀 패주세요. 많이.”


“아쉽지만 실체가 없어서 불가능해. 완전한 영혼이라면 몰라도 이 딴 불완전한 영혼 따윈 소멸시키는거 외에는. 영감 소멸이 좋아?”


“히익! 됐수 얌전히 있을 테니 살려줘.”


“풉!”


제르카가 원한을 담아 루벨리에게 부탁하지만 역시나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 사이 옆방에서 아이렌과 로닌이 들어온다.


“우리도 파스톨로 돌아가야 될 것 같아. 드로셰의 장례도 치러야 할 것 같으니. 인사하러 왔어.”


“아이렌 언니 돌아가게? 섭섭하네.”


“루벨리 여신님도 그 동안 고마웠어요. 특히 변화마법을 비롯해 많은 도움 감사해요.”


“응? 아, 별거 아니야.”


“루벨리님!”


“아! 나 네가 알고 있는 루벨리 여신 아니야 나는 루벨리 유시타라고.”


“풉, 저나 로닌이나 이미 오래전부터 거의 99%로 루벨리님이 변화마법의 여신 루벨리님이라 예상하고 있었어요. 왜 레닐하츠네랑 같이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니 어떻게 알았지?”


“뭐, 그 동안 보여준 행동거지나, 저희로 써는 엄두도 못 낼 변화계열의 정수를 담은 마법쓰시는거나, 결정적인 것은 썬더폭스 용병단 일부를 거둬들이면서 ‘28레제’를 언급하신 것. ‘레제’라는 단위는 신계에서만 쓰는 단위로 그것도 법의 신 ‘유리슬레이 레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신계 재판의 형량을 선고 할 때만 쓰이는 단위라는 거죠.”


“왜 그딴 지식을 알고 있는 거야?”


“그야, 마법대학 입학하면 1학년 때 제일 먼저 배우는게 파스톨 역사니까요. 파스톨의 건국자 칼라즈나파 스톨레스 하임. 이쪽 역사를 조금만 파면 중급신의 신위에 오른 칼라즈나파가 제 5계에서 힘을 썼단 이유로 신계법정에서 36레제의 노역형을 받았다는 사실은 마법학도라면 모르는 자가 없을걸요? 매년 시험 단골문제니까.”


“······ 망할 깔라 자식. 도움이 안 돼.”


아무래도 칼라즈나파는 다른 신들로부터 ‘깔라’라고 불리는 듯 하다.


“그리고 더더욱 결정적인 것은, 여기요.”


아이렌이 꺼내든 것은 ‘응용변화마법술 제 8판, 에핀토스 저’라 쓰여있는 마법대학 교과서로 보이는 물건.


왜 아이렌이 아직도 교과서를 챙겨 들고 다니는지는 묻지 말자.


“3학년 선택 응용과목이죠. 그리고 여기.”


아이렌이 펼친 페이지에는 무려 변화마법의 여신 루벨리 리벨루시타의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 왠지 나 안 닮았는데?”


“그러네요.”


닮았다고 우기면 닮은 것 같고 안 닮았다고 우기면 안 닮은 듯한 삽화지만 직접 옆에 두고 보니 비슷하긴 하다.


특히 불타는 듯한 빨간 머리는 정말 똑같았고, 아이렌은 그저 루벨리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 친다.


“결국 숨기려는 노력은 바보짓이었단 말이지?”


“루벨리님은 거의 들킬만한 발언만 했잖아요! 어휴, 내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결국 루벨리의 정체는 들통나기 마련이었고 루벨리의 부주의한 발언들을 막어 보려던 루미아의 노력은 헛수고였다는 뜻이다.


“그런고로 여신님을 뵙게 되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저한테는 평생 자랑감이라고 해야 되나?”


“대외비이니 28레제 후에나 떠벌리고 다니라고.”


“힝. 아무래도 28레제에 상응하는 형벌인가보네요. 그 때되면 10단계 마스터에 오른 할망구 아니면 흙으로 돌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초월자가 되면 돼잖아, 그 쉬운길을 놔두고는. 알아서 해. 나로부터 직접 배워갔으니 ‘제자’취급 정돈 해줄게.”


“여신님의 제자라니, 정말요? 감사합니다. 드로셰가 없어서 아쉽지만.”


“돌아왔다! 주인님아 밥 좀 줘라!”


아이렌의 그 말에 살짝 침울해질 뻔 했지만, 다행이 클로디아와 뮤리가 들어와서 분위기가 다시 밝아진다.


“언니, 당장은 안 떠날거지? 아직 할 일이 조금 남아있어.”


“그래, 원래의 예정일은 한참이나 남아있으니까.”


아이렌의 파스톨 복귀 예정일은 8월 말정도로 넉넉하게 잡아두었었다.


자금이 넉넉치 못한 아이렌은 당연히 마도게이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의 이동도 고려한 여정이었으니까, 뭐 드로셸른이 게이트 비용을 대주는 등 꽤나 물적 지원을 많이 해주긴 했지만.


“그럼 정산하러 가보자구. 공짜로 일할 순 없으니.”


루미아는 힐레토 국가와 시에서 내건 대형의뢰, 힐레토 협곡 마수토벌 의뢰를 보고하러 용병길드로 갔다.


그리고 그동안 해치운 몬스터의 숫자(썬더폭스 용병단의 성과는 용병 중 한 명이 보고했다.)를 보고하니 길드마스터가 놀랐고 루미아가 보여준 증거품들을 네 시간이나 걸려 검증하고 그 금액을 정산했을 때, 길드에 가진 현금이 정산금보다 한참이나 부족했기에 근처의 은행에 다녀오고서야 일행은 의뢰금을 받을 수 있었다.


“67레오 40세츠야.”


“헉!”


일행이 잡아낸 마수들의 숫자가 네자릿수가 넘어갔기(광기의 제전 포함)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중 1/2을 떼네 아이렌 일행에게 준다.


“우리쪽 활약에 비해 조금 많은데? 우리는 로나카렐 가죽도 많이 받았고.”


“드로셰씨에게 보내는 조의금도 포함한거야.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으니까.”


“고마워.”


“일단은 아직 안 떠날꺼지?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누군데?”


“일단 돌아가게 되면 알려줄게.”


“똑똑”


그러는 동안 호텔 객실의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제르카 레닐하츠님 계십니까? 편지가 와 있습니다.”




제르카 레닐하츠님 귀하.


안녕하세요. 저는 당대 브라이츠가의 가주 클라렛 브라이츠라고 합니다.


당신께서 행하여 주신 일에 대해서 매우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직접 방문할 수가 없기에 당신을 초청하고자 합니다.


부디 제르카 레닐하츠님께서 브라이츠가의 장원에 꼭 방문해주십사 간청하는 바입니다.


클라렛 브라이츠 배상.




고풍스러운 문체에 알아듣기 어려운 옛 델하니아어의 고어가 군데군데 섞인 편지였다.


“응? 클라렛 브라이츠?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여성이름 같은데?”


“모르는 사람이야.”


“제르카는 여자들이 꼬이기 쉬운 체질이니까 혹시 지나가는 사람중에 눈길이라도 준적 있어?”


“그런 사람 없어.”


“클로디아 변호사! 지금 저 제르카의 발언엔 문제가 있습니까?”


“클로디아의 판단에 제르카는 다행이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아.”


“휴우.”


이상이 검사 메이필의 추궁과 변호사 클로디아, 피고인 제르카의 문답이었다.


“근데 말이야, 브라이츠가 아직도 남아있어? 브라이츠가의 가주라고 했는데. 어디로 와달라는 거야? 브라이츠가의 장원? 설마 그 낡아서 부서지기 직전인 장원으로 와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루미아가 편지에 적힌 내용에 의문을 품는다.


“문맥상 그런 것 같은데? 거기 살아있는 사람이 있기는 하던가?”


제르카는 그 안에 들어가서 유일하게 본 것은 망령의 기사들밖에 없었다.


“그런고로 루벨리님 부탁해요?”


“······ 망할 녀석들, 세일링 트랜스포트!”


루벨리는 착했다.


“나중에 데오스톤 왕국 특산이라는 엘소르디오 에일을 드릴게요.”


엘소르디오 에일은 엘소르디오 수도원에서 수도원의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수도사들이 양조해서 판매하는 맥주로 일반 맥주의 4배의 맥즙을 사용하여 10%~12%내외의 알콜도수로 만드는 대륙 최고의 맥주로 손꼽히는 물건이다.


루벨리가 장소를 골라 떨어진 곳은 브라이츠 장원 외부의 구 연무장.


“골라도 하필 이장소를.”


“여기가 그래도 제일 장애물이 없고 넓으니까. 마법사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구.”


별로 기억하기 싫은 나쁜 일이 일어났던 곳이기에 얼른 장소를 떠나 장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전 망령의 기사들이 지키고 있던 대문으로 다가가자 그곳에는 아무도 없고 안쪽에서는 희미하게 생기와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녹슬고 엄청나게 낡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레닐하츠 일행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화들짝 저택으로 들어간다.


레닐하츠 일행은 어찌할 지 몰라 저택으로 조금씩 발걸음을 올리고 있었는데 조금 걷고있자 저택의 문이 열리더니 한 명의 인영이 나타났고 그 중 키가 작아 보이는 하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더니 제르카를 덮친다.


아니 덮치는 듯 달려들어 안긴다.


“아아, 제르카 레닐하츠님이시군요. 소녀, 당신만을 가다렸사옵니다.”


“언제 꼬신거야?”


“제르카? 아는 사람?”


옆에서 메이필과 클로디아가 눈에 불을 켜고 제르카를 추궁한다.


메이필보다 조금 작은 2로트 5.5카밀로트 되는 키에 (160cm가량) 이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북방계 민족의 긴 잿빛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나눠 묶고, 매우 오래된 듯한 낡은 흑백 모노톤의 고전 덴플로양식(약 400~500년전 유행한 의복 양식)의 장식이 많은 드레스, 그러면서도 메이필 만큼은 아니지만 몸매의 맵시를 잘 살려주는 착 달라붙는 고급지면서도 오래된 느낌의 옷감이 그녀의 작고 선이 갸름한 미형의 정숙미를 강조해 주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클라렛 브라이츠 님이신가요.”


제르카는 자신을 부딪히듯 끌어안은 숙녀로부터 간신히 세탁해 말린 세탁물 특유의 냄새와 매우 오래된 물건들에서 맡을 수 있는 퀴퀴한 냄새, 그리고 그 냄새를 지우기 위한 약간의 들꽃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소녀가 사람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아직도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소녀는 이 일대를 브라이츠가문의 테디오스 브라이츠의 하나밖에 없는 여식, 클라렛 브라이츠라 하옵니다.”


“아, 저는 제르카 레닐하츠, 이쪽은 제 동생인 루미아 레닐하츠, 그리고 이쪽은······”


제르카가 대표로 일행을 클라렛에게 소개한다.


“외람된 말이오나, 어찌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르카가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클라렛에게 사정을 물어본다.


“꼬르륵.”


하지만 제르카의 진지한 물음을 방해하기라도 하듯 클라렛의 뱃속에서 성대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흑, 이틀 전 지나가던 용병분에게 얻어먹은 것 말고는 지금까지 굶고 있던지라······”


그 말에 루미아는 빵에 버터와 잼을 바르고 아침에 주방으로부터 얻어온 신선한 병우유을 하나 건네준다.


“감사하옵니다. 제르카님 동생분.”


그렇게 먹을 것을 받아든 클라렛은 극도의 배고픔 속에서도 조신하면서도 천천히 음식을 삼키고는 다 먹고 어느 정도 허기가 가시자 다시 못다한 이야기를 한다.


“제 아버지가 이전 창월극의 주인이었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아버지 테디오스는 제가 태어나던 해, 창월극을 얻었지만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한 시련에 실패하시고 시한부의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저는 무남 독녀였던지라 꽤나 귀여움을 받고 자랐지요. 하지만 제가 아버지로부터 창술을 배우면서 13살이던 때, 가족여행으로 놀러간 블라이헤스톤의 해변, 유람선을 타던 중에 아버지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창월극을 가지고 놀다가 붉은 돌을 바다에 빠뜨려버렸습니다. 그 뒤로부터 저희 아버지의 성격이 변하기 시작하셨고, 꽤나 성질이 급하게 변해버리셨어요.”


“창월극에 박힌 혈령석 – 평온이 사라지자, 혈령석 – 광기에 침범당한 게로군. 그나저나 내가 박아 넣은 혈령석은 고급 대장기술로 박아넣은 거라 그렇게 쉽게 빠질만한 물건이 아닐텐데?”


“어쨌거나 그 뒤 10년 제가 23살이던 해, 아버지가 영혼을 저당잡히고 부여 받은 남은 시간이 다하고 저당잡힌 영혼을 회수당하게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작별을 고하시던 바로 그날, 이변이 일어나 아버지뿐만 아니라 저희 브라이츠가의 가솔들은 영혼을 빼앗기고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광기의 제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소녀에게 그간의 기억은 없지만 드문 드문 그러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디트릿타의 짓이었겠지, 빠지지 말았어야 할 혈령석 – 평온이 빠진 것을 비롯해서. 아마도 너희를 카르마를 모을 하수인으로 부려먹기 위해서. 정신을 가지고 장난치는게 그 놈의 특기거든.”


“그렇군요. 그리고 소녀는 어느 날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서는 긴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지켜주지 못하고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 제르카 레닐하츠라는 청년을 찾아가라. 가문을 부탁한다.’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의 환영은 사라졌습니다. 그게 바로 엊그제였어요.”


“그렇군요.”


“그 뒤로 소녀는 오래된 옷장에서 그나마 가장 멀쩡하게 남은 옷을 찾아 입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제르카님의 모습을 찾아보았지만 저택에 이전의 저와 마찬가지로 쓰러져 잠든 식구들 만 있을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택을 나와 주변을 돌아다녀 간신히 주변에서 마수를 사냥하던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고, 다행히도 제르카님을 아신다기에 이렇게 편지를 써서 부탁드렸던 것입니다.


클라렛은 아마도 임시 사냥캠프에 같이 머물렀던 용병들을 만났고 약간의 먹을 것과 함께 편지를 부탁했던 것 같다.


“그게 오늘 아침에 어떻게 도착했다는 거네.”


아마도 그 맘씨 좋은 용병들이 의뢰 해결을 보고하면서 제르카 일행이 머무는 곳을 알아내 편지를 부쳐준 듯 하다.


“엊그제 깨어 났다는 말이면, 내가 창월극에 담긴 카르마를 해방시켰을 때로군.”


루벨리가 창월극에 담긴 디트릿타의 술법을 해제시켜 카르마를 해방한 때, 마찬가지로 영혼을 빼앗겨 저택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던 클라렛도 깨어난 듯 하다.


“하지만 소녀 외에는 아무도 깨어나지 않아서 너무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어쩐지 모습을 알고 있던 제르카님의 얼굴을 보았을 때 소녀도 모르게 그만.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니에요. 그 마음 잘 아니까.”


영혼의 시련에서 갑작스럽게 불러낸 루미아, 메이필, 클로디아를 보았을 때 얼마나 반가웠던가를 기억하며 제르카가 클라렛을 안심시킨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르카님, 소녀는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만······.”


“말씀해 보세요.”


“소녀를 데려가 주시지 않겠사옵니까? 저에겐 이제 아무런 연고도 남지 않은지라. 이래 뵈도 아버지로부터 배워온 창술하나만큼은 자신 있사옵니다.”


불쌍한 얼굴로 부탁해오는 클라렛의 눈에 눈물이 어른거린다.


‘내 딸을 부탁하네.’


그리고 뒤늦게 생각나는 광기의 주인의 부탁.


“그렇게 하죠. 뭐 살던 시대보다 한참 뒤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잘 살아봅시다. 어떻게든 도와드리겠어요.”


“감사하옵니다.”


“클라렛씨 잘 부탁해요.”


“제르카는 크로디아거니까 거리 잘 유지하라구?”


그리하여 클라렛 브라이츠가 레닐하츠 일행에 합류하였다.


그런 훈훈한 광경도 잠시, 누군가의 새로운 등장에 그 훈훈한 광경이 깨졌다.


“클라렛 아가씨! 무사하십니까? 신 엠데스턴 드디어 깨어났사옵니다!”


400년 넘게 풍화되어 넝마 같은 옷을 입고 깨어난 오데뇰 기사단장 엠데스턴이 깨어나자마자 클라렛을 찾아 돌아다녔고 드디어 발견한 듯 하다.


“휘이이잉~”


그리고 그 뒤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따뜻한 바람이 지나가자 안그래도 간신히 형체만 유지한 채 엠데스턴의 하반신에 간신히 걸쳐져 있던 넝마가 부서져 내리며......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다란 물건(?)이 드러난다.


“꺄악! 저리가!”


엠데스턴의 육중한 덜렁이는 그것을 본 클라렛이 비명을 질러댄다.




소동도 잠시, 속속들이 지하에 잠들어 있던 브라이츠가의 가솔들이 깨어났고, 하나같이 400년 묵어 먼지가 되기 직전인 넝마들을 입고 있었기에 일행은 그나마 분주히 여분의 옷을 주었지만, 그마저도 모자랐기에 결국 루벨리가 텔레포트로 옷을 사러갔다 온다.


“······클라렛 양? 우리를 따라온다는 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영혼의 시련에 의해 목숨을 잃은 테디오스를 제외하고는 디트릿타의 계략에 의해 망령의 기사화한 브라이츠가의 사람들이 전부 깨어나고 있었다.


작가의말

분량은 예정된 선을 또 벗어나고


덜렁덜렁 덜렁, 덜렁덜렁 덜렁 바둑이 방울?

제르카 주변엔 또다시 여성이 꼬이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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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4화 +4 16.12.13 746 7 20쪽
19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3화 16.12.08 436 6 16쪽
19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2화 16.12.08 424 6 15쪽
19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1화 +3 16.11.29 474 11 16쪽
19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0화 16.11.29 433 5 17쪽
18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9화 +4 16.11.20 614 9 16쪽
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60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18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4화 +5 16.10.27 826 12 20쪽
18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3화 16.10.26 967 9 18쪽
18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2화 16.10.24 717 8 20쪽
18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1화 16.10.21 614 7 17쪽
18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0화 +1 16.10.19 597 8 18쪽
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6 7 26쪽
»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4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3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4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4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7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7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1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9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6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7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9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9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5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70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6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1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50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1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40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2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1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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