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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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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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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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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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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10.1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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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영혼의 시련 4




델하니아력 3481년 5월 8일


제르카의 눈앞에 대여섯 사람이 서있고, 한 무더기의 무언가가 불타고 있었다.


“크윽 갑작스런 기습만 없었더라도!”


눈앞의 울고 있는 남자는 지금은 죽고 없는 할반 마법사.


산적들의 화살 기습에 학생들을 호위하던 마차의 인원 절반이 순식간에 부상당하거나 목숨을 잃었고 그 안에는 미처 대응하지 못한 루미아와 카르제를 포함한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의 전투에서 분노한 제르카와 용병들이 산적들을 물리치긴 했지만 남은 것은 고작 여섯명 뿐. 친우인 발몽을 잃은 할반이, 주검들을 그러모아 화염마법으로 화장을 하고 있었고 그 안에는 검붉은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루미아와 카르제도 있었다.

제르카의 트라우마까지 건드리는 최악의 회상.


“우웩, 우웩, 웨웨엑!”


제르카는 이것이 진실된 기억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토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보고싶지 않은 가장 끔찍한 환상이었기에.


그 뒤로 제르카는 렉스톨 군의 습격에 아버지와 집사가 살해당하고 루미아와 지하통로로 도망쳐 만 하루 꼬박 산으로 도망갔지만, 동생과 함께 탈진하여 쓰러져 죽는 환상까지 보고, 그 뒤에도 계속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환상을 셀 수 없을 정도로 겪는다.

제르카의 섬세한 영혼이 그렇게 타격을 받아 금이 간다.


영혼은 초라해지고 피폐해져 간다.


그리고 제르카는 다시 눈을 뜬다.


“씨X 개씨X XXXXXX XXX XXX!”


또다시 널따란 초원에서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며 깨어난 제르카는 입에서 평소에 익숙치 않은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욕을 내뱉는다.


그렇게 한 10여분간을 온통 욕으로 내지른 제르카의 곁에 부관 코달리츠가 나타난다.


“어이쿠 가주님. 안 좋은 일 있었습니까? 여기서 무슨 욕을 그렇게 하십니까?”


“젠자아아아앙! 기분이 안 좋으니 혼자 있게 해줘.”


“알겠습니다. 이따가 회의가 있으니 그때까지는 돌아와 주십시오.”


가주의 심기가 불편해 보이자 코달리츠는 적당히 기분을 맞춰주며 간부막사로 돌아간다.


아직도 시원하게 욕을 내지른 제르카는 30분 뒤에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이성을 찾을 수 있었다.


“시X, 내 이 개 거지 같은 영혼의 시련인지 뭔지 통과하고 나면 그 망할 새끼(걸걸한 목소리의 주인)부터 찾아서 족치고 만다!”


아직도 제르카의 입에 험한 말들이 붙긴 했지만, 어쨌거나 또다시 의욕을 되찾은 것 같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끔찍한 환상들.


제르카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해내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전과는 달리 침울한 표정으로 회의를 보내고 이전과 같은 작전들을 부관과 참모에게 전한 뒤 제르카는 가이트리를 이기기 위한 명상에 들어간다.


나무에 의해 가려진 사각을 노린 제르카의 공격에 대한 가이트리의 불가사의한 일격.


기습한 제르카보다도 더 빠르게 가이트리의 공격은 말머리를 가르고 제르카의 왼쪽 어깻죽지를 갈랐고, 그 뒤에 바로 창월극의 칼날이 제르카의 목을 갈랐다.


“그는 역시 프론켈씨처럼 보이지 않는 공격을 섞어 넣는 고수였단 말인가.”


또다시 기억을 더듬어 그의 공격을 분석해 보아도 기습보다도 더 빠른 그 일격하나 만큼은 불가사의였다.


“하······. 루미아, 메이필, 클로디아 보고 싶어.”


제르카의 눈에 눈물이 맺히며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루미아의 황금빛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 메이필의 당당한 매무새, 그리고 클로디아의 새하얗고도 핏기어린 가녀린 모습······ 이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제르카 여기서 뭐해?”


라는 듯 클로디아가 말을 걸어온다.


“그냥 심란해서······가 아니라 당신 누구세요?”


제르카는 당황한 나머지 존댓말이 튀어나온다.


“누구긴 누구야? 클로디아는 클로디아야.”


눈앞에 보이는 클로디아의 이상한 대답.


“흐허허허허헝”


그 이상한 대답에 제르카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클로디아의 가녀린 몸을 붙잡고 펑펑 울었다.


자신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눈물, 클로디아는 그런 제르카를 안타깝다는 듯이 그저 바라보며 안아주고 있었다.


그렇게 10여분을 펑펑 울고 나자 제르카의 심신이 안정을 찾아간다.


“가주님 무슨일 있으셨습니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만?”


“어이쿠 어서 숨어!”


코달리츠가 이변을 느끼고 막사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미처 숨지 못한 세명.


“가주님 아내분과 따님 생각하십니까? 눈이 빨갛습니다만?”


아무래도 코달리츠는 셋을 볼 수 없는 듯 하다.


‘그런가, 내 눈에만 보이는 환상인가?’


“잠시 울적해 있었다. 아무 이상없으니 가 보도록.”


“알겠습니다.”


제르카는 코달리츠를 보내고 눈 앞의 세 여성을 바라본다.


제르카가 느낀 클로디아의 감촉과 온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것을 제르카만이 느낄 수 있었을 뿐.


“오빠 무슨일 있었어? 왜그리 울어?”


“누구야 나의 제르카를 울린 사람이! 반토막으로 내버리고 오겠어!”


아마도 환상이겠지만, 루미아와 메이필이 그렇게 소리친다.


“아아, 이런 녀석들이었지.”


영혼의 대가로 수없이 그들의 죽음을 환상으로 봐온 제르카였지만, 아무리 환상일지라도 이러한 사소한 대화하나에 제르카는 평온을 찾아간다.


“클로디아는 그 마음 잘 아니까······ 이제는 제르카도 혼자가 아니라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닐하츠 남매를 만나기 전까지 혼자였던 클로디아의 말에 상처를 입은 제르카의 영혼이 치유되어 간다.


‘고마워.’


아마도 이것은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심상의 세계’에서 제르카가 원했기에 만들어진 환상.


오직 그만이 볼 수 있고, 그만이 들을 수 있고, 그만이 느낄 수 있는 제르카 안에서 자리잡고 있는 세 명에 대한 감정이 실체화 된 모습이었다.


“그래, 난 혼자가 아니야, 혼자가 아니라고. 나 혼자의 힘으로 하려고 했던 것이 어리석었어. 무엇때문에 나는 강해지려 했던 거지?”

제르카의 눈에 생기가 돌아온다.


“복수? 아니야. 원수들에 대한 복수는 그저 과정일뿐······ 내가 강해지려 했던이유는······ 내가 가진 작은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서······ 였어.”


제르카가 강해지려 한 것은 그저 작은 울타리안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고도 렉스톨 군을 피해서 제올리오 마을을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유일한 혈육이었던 루미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했던 그였다.


그리고 그 뒤론 울타리 안에서 지켜야 할 소중할 것들이 늘어만 갔다.


지금까지의 제르카는 그저 무작정 강해지려고만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아니 깨닫게 된 오래된 목표가 제르카의 가슴에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루이브란, 이 국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했는데 말이지”


심상의 세계의 사용법(?)을 알게된 제르카가 자신 안의 루이브란을 구현화 한다.


“제르카님 그 방법도 좋지만, 그렇게 한다면 저희 쪽 기사단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치사한 계략을 쓸것이니 저라면 말이죠······”


“그거 좋은 방법이네.”


제르카가 구현화한 루이브란이기에 제르카 자신이 꾀를 내는건지 루이브란이 꾀를 내는 것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제르카의 눈에 보이는 환상의 루이브란은 이전 제르카가 생각해낸 것보다 뛰어난 계책을 내놓는다.


“이른바 니들 빼고 전부 동맹 작전.”


브라이츠가의 중기병대 전력은 확실히 다른 가문의 눈에도 남달랐다.


“기왕 동맹 맺을 거 전부 다 동맹 맺어버리죠.”


“그게 무슨 소리?”


“여기 모인 10가문 전부에 서로에게는 관계를 비밀로 하는 비밀 동맹을 맺자고 제안하여 체결하십시오. 조건은 저쪽이 방심하도록 많이 양보해 주셔도 좋습니다. 단 서로가 우리가 모두와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안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즉 우리는 모두와 비밀 동맹을 맺고 서로를 싸움을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저쪽은 우리가 동맹을 맺은지 모르니 다들 우군으로만 여길 뿐이고 직접 궂은일을 맡으러 간다고 하면 말리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비밀리에 활동하여 적의 측면이나 다른 곳을 기습하는 별동대로 다닌다고 하고 말이지요. 그 뒤에 싸움을 붙인 어느 한쪽이 패배하면, 이긴 쪽에 붙은 뒤 다른 쪽 가문에 우리가 열심히 한 것이라는 척 티를 내면 되는 것이지요. 즉 싸움을 붙이고 그 공을 가로채서 동맹을 안심시킨다는 전략이죠.”


“······ 특수한 상황을 이용한 겁나게 치사한 작전이네? 그렇게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텐데? 창월극을 얻고난 뒤에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되면 모두가 적대할 거라고?”


“잊으셨습니까? 제르카님은 이 상황에서 브라이츠 가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창월극을 얻고 나면 사라지는 사람들입니다.”


이곳이 심상의 세계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루이브란이 그렇게 대답한다.


“그러네, 대단한데?”


제르카가 루이브란을 칭찬한다.


‘아, 내가 심상의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가 구현화한 루이브란도 당연히 알고 있겠구나. 바보 같긴.’


그렇게 루이브란이 생각해낸 건지 루이브란을 구현화한 제르카가 생각해 낸 건지 알 수 없는 굉장히 치사한 작전이 진행되었고, 계책은 훌륭하게 들어맞아 10개의 가문은 브라이츠 가문이 뒤에서 구경하는 가운데 서로를 공멸시켰고, 마지막 남은 렉스톨의 한 가문을 직접 무력으로 패퇴시키고 나서야 제르카는 창월극을 소유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가이트리가 나타날 때까지는 이틀이나 남았단 말이지.”


이대로 가이트리가 오기전에 창월극을 회수하면 아마도 영혼의 시련이 끝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제르카였다.


“아니야, 그건 아니야. 분명히 그걸로 끝났다면 브라이츠가고 전투고 뭐고 만사 다 제쳐두고 땅에 꼽힌 창월극만 회수하면 끝이었겠지. 그렇지 않다는 것은 결국 가이트리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고.”


아직도 막사에는 루미아와 메이필, 클로디아가 먹고 마시는 것도 없이 환상인 채로 머물고 있었고 루이브란은 제르카가 파악한 그의 성격대로 지도를 보며 다른 무기들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고 있었다.


“가이트리는 어떻게 나를 보이지도 않는 기술로 베어낸 걸까?”


제르카는 기억을 곱씹어 자신이 썰려나가던 두 순간을 재생해본다.


첫번째 도전, 말을 달려 관목사이를 지나는 순간 가이트리는 창월극을 휘두르는 동작을 했고 창월극의 날이 닿기도 전에 제르카가 탄 말의 목과 제르카의 허리가 두동강이나 흩날린다.


두 번째 도전, 제르카가 날린 선제공격을 방어한 가이트리가 말을 몰아 제르카를 공격하고 수차례 가이트리의 공격을 방어한 제르카가 가이트리에게 반격을 하기 위해 관목의 사각에서 노리던 순간.


제르카가 타고있던 말의 목의 대각선으로 갈라지고 같은 방향으로 제르카의 왼쪽 어깨가 잘려나간다.


그리고 말이 넘어지며 기울어지는 틈을 타 가이트리의 창날이 싹둑 목을 베어내며 공중에 일직선의 피가······


‘으윽, 끔찍하군. 내가 죽는 모습을 재생한다니 말이야. 그리고 이상한 점이’


제르카는 두 영상을 비교해보며 위화감을 발견했다.


“첫 번째 공격과 두 번째 공격의 방식이 참으로 이상하군요.”


옆에서 지도를 보던 루이브란이 제르카가 재생한 살해당하는 영상(?)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뭐가 이상해? 말해줘 봐라. 내가 구현한 똑똑한 루이브란아.”


“첫 번째 공격은 닿지도 않는 일격으로 제르카님을 싹둑 했습니다만, 두번 째 공격 영상은 닿지도 않는 일격으로 일격사 시켜도 될 것을 굳이 균형을 잃게 하고 창 날로 피를 묻혀가며 직접 베어냈다는 거지요. 그리고 두 번째 영상에서 공중에 일직선으로 있는 피! 저건 목에서 튄 피가 아닙니다.”


“그러면? 뭔데?”


“말에서 튄 피와, 제르카님의 어깨에서 나온 피가 묻어있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수상하게 일직선으로.”


제르카도 이미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곳은 테디오스의 기억, 가이트리는 분명히 제르카님이 아닌 테디오스를 상대하기 위해 나왔을 것이란 거지요. 대 마상전투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으면서도 자신보다 더 높은 무위를 가진 무인을 상대하기 위해······”


“즉 보이는 것과 달리 철저히 밑 준비를 해놨다. 그거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달리는 말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예리한 줄로 된 칼날······ 작은 관목 사이에 설치해둔 거였어. 나는 멍청하게도 그리로 유인 당한 거고.”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함정에 빠진 거지요. 첫번째 영상은 베는 척만 했을 뿐이고. 두 번째는 함정에 걸려든 불쌍한 제르카님을 쓱싹.”


이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루이브란이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인지 분간이 안가는 제르카였지만, 어쨌거나 자신이 구현한 저놈은 말투는 저래도 똑똑했다.


“그러면 지금쯤 가보면 그 놈이 함정을 설치하고 있다는 걸 덮칠 수도 있겠네?”


“그 놈을 기습한다 하더라도 제르카님의 실력으로 함정이나 파대는 그 치졸한 새끼를 이길 수 있으시겠습니까?”


루이브란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제르카 자신이 가이트리를 그런 치졸한 녀석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실력차이가 나긴해. 쉽사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만약에 진다면······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우리는 그 치졸한 새끼가 미리 함정을 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그렇군. 역이용하자는 거지?”


“그렇습니다. 등룡서 략의 편에서 보면.”


“나도 읽어봤으니 다 알거든?”


“그럼 실행하시지요.”


“어떻게 함정을 파야 할 지 잘 모르겠으니······ 세부사항 좀 부탁해.”


“속닥속닥.”


여기서 루이브란이 알고 있는 사실은 전부 제르카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제르카의 머리에서 나온 건지 루이브란의 머리에서 나온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반격이 시작되었다.



이틀 후.


제르카는 기사단을 이끌고 창월극이 있는 장소로 간다.


“루미아, 부탁해.”


“알았어 오빠.”


제르카 눈에만 보이는 환상속의 루미아는 크란델이 준 마법서를 꺼내 한 페이지를 펼친다.


“이거면 될 거야.”


“고마워.”


“클로디아······ 네 친구 좀 빌려줄래?”


“그래. 부르는 것도 오랜만이네.”


클로디아는 친구, 제 3계의 초월마수 린드프린을 불러온다.


“린드프린 정도면 줄 칼 따위에 잘려나가진 않겠지.”


“메이필······ 부탁할게 같이 싸워줘.”


“뭔 소리야? 부탁 안 해도 평생 같이 싸워줄 거라고?”


“그냥 같이 있어만 줘도 되니까.”


“그래.”


어차피 심상의 세계에서 환상의 존재인 메이필은 아무리 칼을 들어도 가이트리에게 피해를 줄 수 없을 것이다.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되는 것은 오로지 제르카가 닿는 범위에서뿐.


하지만 메이필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제르카는 린드프린을 타고 뒤에는 메이필을 태우고 창월극이 꽂혀있는 곳으로 간다.


아마 부관이나 기사들의 눈에는 린드프린이 평범한 준마로 보이겠지만, 제르카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이 탄 말을 린드프린으로 바꾼 이상 그것은 그대로 이루어진다!


“플로우 사이트!”


제르카는 루미아가 건네준 주문서를 사용한다.


“후, 저기 설치해둔 칼이 보이는구만.”


“분명히 평범한 줄칼로는 말을 베어버릴 수는 있어도 그렇게 깔끔하게 갑옷을 입은 제르카님을 베어내지는 못할 겁니다. 아마도 마법적 처리가 되어있겠지요.”


제르카가 입고 있는 약간 푸른빛을 띤 갑옷은 무려 그 엘시아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물건이다.


당연히 평범한 줄칼이 달리는 힘만으로 그렇게 깨끗하게 갑옷째 베어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말이야, 오빠, 줄칼을 쉽게 확인하려면 거기에 담긴 마나를 보면 될 거아냐? 그래서 스승님이 남긴 그 주문서를 써보자고.”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쓰게된 마법.


“그리고 이건 비장의 주문서. 익숙치 않은 작업이라 만드느라 오래 걸렸어. 내 전공이 아니니까.”


또다시 하나의 마법주문서를 품에 넣으며 제르카는 가이트리를 이기기 위해 나아간다.


“수고했군, 창월극은 우리가 가져간다.”


“그 소리 세번째 들어.”


“뭔 잠꼬대 같은 소리냐? 마침 잘 왔으니 목이나 내놓고 가시지? 섬멸창 테디오스님?”


상대는 철저히 자신보다 무위가 위인 테디오스를 도발하기 위해 계산하고 말을 내뱉는 것이다.


“메이필, 뒤에서 지켜봐줘, 그리고 대검 좀 빌려줄래? 아무래도 저놈 상대하기엔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래.”


제르카는 가이트리의 도발을 철저히 무시하고는 의지를 전하자 들고 있는 검이 세일리트에서 대검으로 바뀐다.


“자, 진짜로 해보자고. 이 치졸한 자식아?”


“뭐가 어쩌구 저째?”


충만한 의지로 가이트리를 상대하는 제르카.


그런 제르카에게 가이트리는 철저하게 공격해오는 척 작은 관목이 많은 곳으로 제르카를 유인한다.


‘큭, 속이 뻔하구만.’


제르카의 눈에 보이는 가느다란 마나의 줄이 관목 사이사이마다 배치된 것을 보며 제르카는 코웃음을 짓는다.


그 한가운데로 제르카를 유인한 가이트리는 열심히 도발하며 제르카에게 심심찮게 공격을 감행한다.


제르카는 그런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며 자신도 또한 가이트리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이때다!’


“미스트!( 5단계 3차 보조마법, 물속성, 짙은 안개를 만들어냅니다.)”


‘꼼수엔 꼼수!’


루미아가 부여한 마법주문서를 찢어 1로트(55cm) 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를 만들어내는 제르카.


물론 마법을 주문서에 담은건 환상의 루미아지만 그걸 구현하는 것은 심상의 세계를 이용한 제르카의 의지다.


“아니, 뭐라고!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가이트리가 당황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줄칼의 위치가 전부 틀어진다.


하지만 제르카는 플로우 사이트로 그 모든 것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가이트리의 움직임까지.


“네가 만든 함정에 네가한번 빠져보라구!”


시각을 유지하는 자와 시각을 봉인당한 자의 싸움.


제르카는 시각을 봉인당한 가이트리를 공격한다.


아무리 수준이 세단계는 위라는 가이트리라도 어디에서 대검이 날아오는지 오직 소리와 감과 마나의 느낌만으로 방어해야만 한다.


“크, 네 말도 그러한 감각을 가지고 있을까?”


제르카는 가이트리의 말을 공격한다.


말은 놀라 뛰쳐나가고 결국 관목사이에 쳐둔 줄칼에 의해 모가지가 뎅겅 잘려나간다.


“크악!”


그리고 그 기세에 가이트리는 오른 팔목을 잘려 바닥에 나뒹군다.


“하하, 꼴볼견이구나, 제 함정에 제가 빠지다니.”


“크흑!”


오른팔목이 잘려 창월극을 놓친 가이트리가 달려서 짙은 안개를 빠져나오려 한다.


“미안하군 끝이다. 린드프린 들이박아!”


제르카가 가이트리 앞에 놓인 줄칼을 보고는 린드프린에게 명령했고, 달리던 속도 그대로 들이받는다.


“서걱!”


그리고 튕겨나간 가이트리는 자신이 설치해놓은 함정에 목이 걸려 잘려진다.


“미안, 아무리 환상이라지만 메이필의 대검에 더러운 피를 묻히고 싶진 않았거든, 차라리 실력으로 싸웠으면 당신이 이겼을지도.”


“크흐흐,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아아아아······”


가이트리의 공허한 그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제르카는 자신의 의지로 안개를 거두어 들인다.


그러자 줄칼에 젖은 안개의 물방울들이 맺혀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인다.


“이제, 끝인가. 창월극은 받아가겠어.”


청색의 밝은 빛을 내뿜으며 앞뒤로 붉은색과 푸른색 둥근 돌이 박힌 창월극을 주워들었고 제르카는 끌려가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사방이 어두운 공간으로 빠져나온다.




“크허~ 자네가 시련을 통과할 줄은 상상도 못했군. 정말 대단허이. 크허허허허허.”


걸걸한 목소리가 제르카를 향해 크게 웃는다.


“영혼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인가? 시련에 통과했다면 내보내 주시지.”


“크허허허, 실은 말이야. 자네가 통과한 것은 영혼의 시련의 절반, 광기의 시련이라네. 고로 평온의 시련을 통과해야만 진정으로 영혼의 시련을······”


“야이 개X끼야!”


욕설과 함께 제르카가 뿔났다.


작가의말

산넘어 산넘어 산넘어 산은 지금 세번째 산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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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9화 +4 16.11.20 614 9 16쪽
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60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18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4화 +5 16.10.27 826 12 20쪽
18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3화 16.10.26 967 9 18쪽
18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2화 16.10.24 717 8 20쪽
18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1화 16.10.21 614 7 17쪽
18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0화 +1 16.10.19 597 8 18쪽
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6 7 26쪽
17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4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3 5 16쪽
»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90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4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4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7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7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1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9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6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7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9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9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5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70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6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1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50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1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40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2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1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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