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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티 님의 서재입니다.

SS급특성 두개가진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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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티
작품등록일 :
2024.03.29 08:47
최근연재일 :
2024.05.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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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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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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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8화

DUMMY

*


파비안은 그 남자를 호텔의 특실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검을 든 채 가만히 노려보았다.


중년남자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지만

저런 기묘한 것은 처음 보는군.”


검은 구체에 향해 있던 그의 시선이 파비안에게 향했다.

“엘라라 부인이 보내서 왔다.

살고 싶으면 나를 따라와라.”


파비안은 경계를 풀고 검을 내렸다.


장발의 중년 남자의 걸음은 특이했다.


천천히 걷는 것 같았는데 바닥을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제국병사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그 위를 떠다니는 듯했다.


파비안은 어두운 여관의 복도에서 갖은 장애물을 피해 빠르게 이동하는 그를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였다.


남자를 따라 순식간에 여관의 밖으로 나온 파비안이 처음 마주한 것은 짙은 안개였다.


인공적인 짙은 안개..

네테르토프에서 접한 적이 있는 마법의 안개였다.


안개를 헤치고 한 여성의 실루엣이 다가왔다.


흑발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이 일대에 살아있는 제국군은 없어요.

10분 거리에서 다가오는 제국헌병들을 제외하면”


“역시 검희답구료.”


여자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나를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그냥 해본 소리요.”


여자는 옅어지는 안개를 보며 말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마법의 안개는 곧 사라지고 제국헌병들이 추가로 도착할 거예요.”


중년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이동합시다.”



*


파비안은 엘라라부인에게 피 묻은 서류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비밀서류를 천천히 바라본 뒤 말했다.

“노예 한스라고?”


파비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카이아왕국 블루아 남작의 아들 한스에요.”


엘라라부인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블루아 가문의 한스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구나.

제국의 이 전쟁계획은 우리 조직에게 큰 힘이 될 것이야.”


파비안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스의 용기는 대단했어요.

목숨을 걸고 그 서류를 빼내온 거예요.

하지만············나는 그를 지켜주지 못했어요.”


엘라라부인은 파비안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자책하지 마렴 파비안.

너는 최선을 다했단다.

한스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우리는 한스를 꼭 기억하면 돼.

그를 잊지 않는 거지.”


엘라라부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리로 따라오렴.”


부인을 따라간 곳은 호텔의 지하였다.


파비안은 평소에 지하에 있는 빈방에서 악기연습을 하며 굳게 닫혀있는 지하 2층이 궁금했었다.


그녀는 굳게 닫힌 지하 2층의 자물쇠를 열었다.


지하 2층은 어두컴컴했다.


여러 개의 방이 있었고 방들은 모두 굳게 닫혀있었다.


엘라라부인은 그중 가운데 있는 큰 방의 문을 열었다.


파비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두운 방 안엔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스스로 빛을 내는 고대인의 보석이었다.


엘라라부인은 슬픈 표정으로 보석들을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방의 한쪽으로 가 보석함에서 보석을 하나 꺼내었다.


그리고 벽의 한쪽에 가서 비어있는 홈에 보석을 끼워 넣었다.

자세히 보니 벽에는 보석들을 끼울 수 있는 비어있는 홈들이 무수히 많이 있었다.


엘라라부인은 보석의 아래에 오늘의 날짜와 블루아 가문의 한스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파비안은 그제야 이 보석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이 많은 보석들은 그동안 제국에 맞서다 죽은············사람들의..’


부인이 보석 아래서 파비안을 불렀다.

“이곳은 기억의 공간이야.

용기 있는 한스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렴..”


파비안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마자 한스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피 흘리며 파비안의 손을 잡고 말하던 한스의 마지막 말······

‘나를 기억해줘요.’


엘라라부인이 경건하게 기도했다.

“태양신의 품에

잠시 이 세상에 머물렀던 아름다운 별과 같은 한스의 영혼이 돌아갑니다.

그의 짧지만 찬란했던 생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태양신이시여 한스의 영혼을 축복해주소서.”


부인이 기도하는 동안 파비안의 마음속에 드는 생각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강해져야겠어..

다시는 내 품에서 누군가가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부인의 기도가 끝나고 파비안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두 눈엔 강렬한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저도 조직에 들어가겠습니다.”


엘라라부인은 묵묵히 파비안을 보았다.

어딘가 그녀의 표정이 차가워 보였다.


부인이 말했다.

“지금 너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말하는 거야.

조직은 그런 충동적인 감정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받지 않아.

일주일의 시간을 줄게.

그동안 깊이 생각해보고 진정으로 모든 희생을 감내할 자신이 생겼을 때 다시 말해줘..”



*


알레한드로 교수는 고개를 갸웃 저었다.

“파비안.

최근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

경쾌한 곡을 연주해도 우울한 분위기가 묻어나오는군.”


파비안은 음악원의 강당에서 교수에게 피아노 연주를 배우고 있었다.


피아노!


고대인의 기술을 재현해 만든 이 건반악기는 남부대륙의 한 고위귀족가문의 소속장인이

만들어낸 악기이다.


처음엔 거대한 공간을 채우는 웅장한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보다 알려지지 않은 악기였지만

점차 개량을 거듭한 피아노는 인기가 빠르게 올라가는 악기였다.


최근 들어서는 음악가들 중 피아노곡만을 작곡하는 음악가도 많이 늘 정도로

젊은 음악가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알레한드로 포르테교수!

열정적인 눈빛을 가진 반백발의 이 교수 역시 피아노의 열정적인 전도자였다.


그는 볼로냐음악원의 세 명의 교수 중 페르난도 교수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 둘의 사이를 갈라놓은 게 바로 피아노 연주를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페르난도 교수!

항상 장식이 없는 단색의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그는

웃는 얼굴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 엄숙하고 깐깐한 교수로 악명이 높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칭찬 한마디 들을 수 없는 교수인 그는

음악에 대한 태도도 그는 항상 기술적이고 구조적으로 완벽을 추구했다.

조금의 자유로움도 인정하지 않는 고전주의적인 음악가인 그는

새로운 악기인 피아노에 대해서도 파이프오르간의 연주법을 가르칠 때처럼 엄밀한 방식으로 가르쳤다.


파비안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렸다.


봄날의 통통 튀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피아노 소나타곡이었지만

계속해서 음이 길게 늘어지고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알레한드로 교수는 계속해서 연주를 멈추게 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

지금 자네는 어둡고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어.

무의식중에 그러한 분위기가 연주에 스며들고 있지.

곡을 바꿔야겠어.”


교수는 다른 악보를 가지고 왔다.

“지금 프린시피안테수준인 자네가 감당하기 어려운 곡이야.

하지만 지금 자네의 감정 상태라면 어쩌면 제대로 표현해낼지도 모르지.”


파비안이 악보의 제목을 보니 그곳에는 월광소나타라고 적혀있었다.


교수가 말했다.

“이 곡을 작곡한 작곡가는 그때 당시 상당히 우울한 상황에 처해 있었어.

병에 걸려 청력을 상실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만날 수 없었고.

극단적인 상황들이 겹치자 작곡가는 자살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지.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위안할 생각으로 작곡한 곡이 바로 이 월광소나타야.

이 곡은 인테르메디오의 단계가 되어야 제대로 표현 가능하지만

어쩌면 자네의 재능이라면 제대로 표현할지도 모르지.”


파비안은 월광소나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곡이 시작되자마자 교수는 연주를 멈추게 했다.

“그건 그렇게 강하게 연주하는 게 아니야!

고요한 호수 위를 조각배가 부드럽게 움직이듯 연주해야 해!”


알레한드로 교수의 가르침은 깐깐했다.

수십 수백 번 동안 월광소나타의 한음 한음을 표현하는 것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지도했다.


마침내 파비안이 멈추지 않고 연주하게 되자


교수는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이제 어느 정도 들어줄 만 하군..

지금 머무는 곳에 피아노가 있다고 했지?”


“그랜드피아노가 있어요.”


“이 악보를 가져가서 계속 연습하게.

지금 자네의 마음속엔 우울함이 깃들어 있어.

그 감정을 이 곡으로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다면

인테르메디오의 단계로 빠르게 올라갈 수 있어.”



종일 피아노를 연습하고 음악원을 나오자 벌써 날은 어두웠다.

하늘엔 밝은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찬란한 달빛을 보니 종일 연습했던 월광소나타곡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파비안은 호텔로 돌아와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지하 연습실로 향했다.


그곳엔 엘라라부인에게 부탁해 가져다 놓은 다양한 악기들이 놓여 있었다.


파비안은 방 가운데 있는 그랜드 피아노에 앉은 뒤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밝은 달이 떠올랐다.


악보를 놓고 심호흡을 한 뒤 건반을 부드럽게 눌렀다.

고요한 지하 연습실에서 감미로운 연주가 시작되었다.


은은하게 연습실을 채우는 선율은 달빛이 공간을 채우듯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이 공간을 채우는 건 오직 파비안이 연주하는 월광 소나타뿐이었다.


소나타를 연주하는 동안 파비안의 마음속에 있던 복잡한 감정을 달빛을 닮은 선율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한스의 마지막 얼굴과 기억해줘요라고 하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곡을 다 외운 파비안은 악보를 볼 필요가 없었다.

월광소나타는 음악원에서 연주했던 것과 달리 어느새 평온하고 위안을 주는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종일 알레한드로 교수에게서 지적을 받았던 2악장에 다가가자 파비안은 잠깐 긴장했지만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연주를 이어갔다.


막혔던 부분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소나타는 계속되었다.

자신감을 얻은 파비안의 연주가 보다 더 아름다워졌고 감정적으로 깊어졌다.


파비안은 어느 순간 말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우울했던 감정이 거대한 해방감으로 찾아왔다.

한스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그 순간!


파비안의 어깨에 있던 금빛 영원의 뱀에서 눈부신 빛이 발생했다.


달빛소나타를 연주하는 파비안은 강해지는 금빛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지만, 연주에 집중했다.


마침내 마지막 음을 연주해내자 연습실엔 다시 고요함이 찾아들었다.


어두운 연습실에서 파비안은 눈을 감고 자유로움을 느꼈다.


달빛소나타를 연주할 때의 호수 속에 휘몰아쳤던 부드러운 격정이 사그라들고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다.


파비안의 눈이 떠졌다.

‘드디어 인테르메디오의 단계에 이르렀다.’


음악에 진실한 감정을 담아내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달라진 몸속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금빛 힘과 검은 짐승의 힘

마침내 두 힘의 균형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


제국 헌병대장 골로포프의 집무실


상급기사 게오르기는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헌병대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골로포프는 독한 술을 한잔 따라서 천천히 마셨다.


그의 강렬한 눈빛이 게오르기에게 향했다.

“결국, 회수하지 못했군.

기사 다섯과 헌병 수십 명이 죽었는데도···.”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게오르기.

나는 네가 콜로니 출신이지만 다른 기사들과 차별하지 않았고

네 능력과 공적을 그대로 반영해주었다.

그 덕분에 빠르게 승진했지?”


“맞습니다.

대장님의 은혜를 항상 뼈저리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너의 뒷배를 봐줄지 모르겠지만

이런 실수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


“죄송합니다..”


“콜로니의 저항세력들············

그 쥐새끼 같은 놈들이 이 시간에도 콜로니 수도를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면 곧바로 혹독한 벌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게오르기 네놈은 그 누구보다 저항세력을 잡는 일에 탁월했던 것을 알기에 이번엔 그냥 넘어가겠다.

다음번은 없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나가보도록!”


상급기사 게오르기는 깍듯하게 경례를 하고 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헌병대장 골로포프는 다시 술을 한잔 따랐다.

천천히 술을 홀짝이던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값비싼 사냥개는 한두 번 사냥에 실패했다고 바로 도살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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