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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티 님의 서재입니다.

SS급특성 두개가진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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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티
작품등록일 :
2024.03.29 08:47
최근연재일 :
2024.05.05 20:1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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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25
추천수 :
282
글자수 :
247,089

작성
24.03.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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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9쪽

2화

DUMMY

*


“일어나”




파비안의 몸에 차가운 물이 뿌려졌다.


눈을 뜬 파비안의 앞에 마구간 지기 군터가 눈을 부라리고 서 있었다.


깜짝 놀란 파비안이 벌떡 일어났다.


‘군터가 일어날 시간이면 ······’


파비안은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해가 떠 있었다.


‘어젯밤에 대체 얼마나 깊이 잔 거지..’


항상 새벽에 일어나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영주성의 노예 파비안은 이렇게 늦잠을 자는 경우가 없었다.


잠깐 머리를 긁적이던 파비안은 재빨리 마구간의 말들이 먹을 여물을 준비하고


성의 이곳저곳을 청소했다.


마구간 지기 군터도 일이 되어있지 않으면 자신이 욕을 먹기에 파비안의 등에 대고


욕지거리를 퍼부었지만 바삐 움직이는 소년을 방해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며 아침의 마지막 일인 뒤뜰 청소를 하고 있던 파비안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집사 알드윈이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파비안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이걸 가보크에게 전해주고 와라.”


파비안의 눈이 커졌다.


가보크..


가보크는 글래스고 도시의 밤의 주인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본래 글래스고의 밤거리의 도박장 몇 곳과 사창가를 관리하던 작은 조직의 두목이었는데


전쟁으로 경제가 완전히 박살 난 글래스고의 새로운 제국영주 크루스카와 결탁해


순식간에 글래스고의 밤의 세계를 완전히 장악했다.


크루스카는 전쟁으로 파괴되어 세수가 급격히 줄어든 글래스고에서 밤의 세계를 장악한 가보크에게서


막대한 뒷돈을 받아 부를 축재할 수 있어서 좋았고


가보크는 제국영주 크루스카의 비호를 받으며 경쟁자 없이 밤의 주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기에


둘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였다.


그런데 이 가보크라는 인물은 과거 글래스고의 영주였던 윈터튼백작에게 강한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친형제와 같은 범죄조직의 부두목이 돈을 빌려준 상인을 살해하자


영주였던 윈터튼백작이 곧바로 그를 사형에 처한 것이었다.


기껏 해봐야 작은 범죄조직의 두목이었던 가보크가 윈터튼백작에게 앙심을 품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젠 세상이 바뀌었다.


고귀했던 백작가문의 아들은 이제 영주성의 노예가 된 것이다.


파비안은 그곳에 갈 때마다 진한 살기를 느꼈다.


파비안이 만약 제국영주의 하인이 아니었다면 가보크에게 진작에 목숨을 잃어 잔혹하게 고문당하고 뒷골목에 버려졌으리라···.


글래스고의 밤의 주인 가보크는


자신이 한번 원한을 가진 자는 끝까지 추격해 복수하는 복수귀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제국영주는 이상하게도 가보크와의 은밀한 편지는 늘 파비안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나와 가보크와의 원한 관계를 알고 있는 건가..’


파비안은 제국영주의 편지를 들고 글래스고의 뒷골목으로 향했다.


글래스고의 뒷골목은 과한 화장을 한 창녀들과 삶의 의욕을 잃은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는 거지


거친 부랑자들로 넘쳐났다.


파비안은 그곳 골목을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부랑자와 거지들의 시선이 파비안에게 향했다.


그들은 탐욕스러운 먹잇감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파비안을 바라보았지만


영주관의 하인의 옷을 입은 파비안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게다가 파비안은 글래스고의 밤의 황제인 가보크가 복수대상으로 점찍어 놓은 대상


그런 파비안을 건드리면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을 뒷골목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뒷골목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도박장과 창관 술집들이 밀집한 지역이 나왔다.


과도한 화장을 한 얼굴이 허여멀건 한 창녀들이 검은머리에 잘생긴 외모의 파비안이 지나가자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추파를 던졌다.


“파비안.

여자의 품이 그리우면 이리로 올라와.”


“내가 따스하게 해줄게.”


파비안은 그런 창녀들의 추파를 들은 척 만 척 한 체 안쪽으로 걸어갔다.


글래스고의 밤의 황제 가보크가 있는 곳은


거대한 도박장 두 곳 사이에 있는 낡은 2층 건물이었다.


파비안은 모퉁이를 돌아 그곳으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 가보크의 은신처의 문이 열렸다.


그 순간 파비안의 두 눈이 커졌다.


문이 열리고 나타난 것은 영주의 마부의 검은 옷


파비안은 도박장입구의 큰 간판으로 몸을 숨겼다.


검은 옷의 남자는 얼마전 새로 온 마부인 제이크였다.


‘그가 왜 저기에서..’


제이크는 파비안의 머릿속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었다.


파비안을 괴롭히는 군터를 조종하는 인물..


그와 스쳐 지나갈 때 파비안은 교묘하고 끈적한 적대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제이크는 가보크의 은신처에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곧바로 골목을 돌아 사라졌다.


간판 뒤에 숨어있던 파비안은 그가 사라진 뒤 한참의 시간이 지나 가보크의 은신처로 향했다.


낡은 나무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뱀눈의 사내의 얼굴이 등장했다.


쭉 찢어진 눈이 파비안의 몸 전체를 위아래로 기분 나쁘게 훑었다.


뱀눈의 사내가 고개를 옆으로 까닥 흔들며 옆으로 조금 비켜섰다.


입구에서 도박을 하던 험상궂은 외모의 남자들의 시선이 파비안에게 향했다.


그들은 잠깐 도박을 멈추고 파비안을 먹잇감처럼 바라보았다.


‘언제 와도 기분 나쁜 곳..’


파비안은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고 침착하게 그들의 옆을 지나갔다.


파비안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나서


얼굴에 큰 흉터가 난 거한이 말했다.

“어린놈이 배포 하나는 타고났네.

이곳에 와서도 한 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뱀눈의 사내가 말을 받았다.

“괜히 백작의 아들이 아니라니깐.

몰락해도 사자의 아들이라는 건가...”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가보크두목은 자신이 가장 아끼던 부두목의 원한을

절대 잊지 않지.

제이크가 그곳에 갔으니 이제 저놈은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될꺼야.”


“제국영주가 자신의 재산을 건드린 것을 가만히 놔둘까?”


거한은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에 제이크가 그곳으로 간 거지.

굳이 죽이지 않아도 은밀하게 목줄에 올가미를 걸고 조이는 방법도 있지 크크.”


파비안은 낡은 건물의 단단하고 좁은 복도를 지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자


반백 발의 깔끔하게 생긴 외모의 남자가 책상에 두 손으로 턱을 대고 파비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차갑고 냉혹한 기운은 공간 전체를 강한 살기로 채우고 있었다.


파비안은 심호흡을 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크루스카영주의 편지입니다.”


가보크는 말없이 파비안을 노려보았다.


파비안은 그의 책상 위에 편지를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되돌아 방을 빠져나오려 했다.


바로 그 순간

가보크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 몸 위에 붙어있는 거 말이야.”


파비안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고개를 돌린 소년에게 가보크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언제까지 붙어있나 지켜보겠어.”


파비안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듯 멈춰있던 파비안은 심호흡을 여러 번 한 뒤 가보크의 방을 빠져나왔다.


‘언제 와도 이곳은 늘 기분 나쁜 곳이야..’


파비안은 자신의 가슴 쪽에 새겨진 낙인이 원망스러웠다.


6년 전 어린 파비안이 아레이와 함께 제국의 노예가 되던 그 날 파비안의 몸에는


제국마법사의 마법으로 된 낙인이 찍혔다.


저주받은 노예의 낙인..


이 낙인은 주인에게서 도망간 노예의 심장을 터뜨려 죽이는 무시무시한 낙인이었다.


낙인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길은 주인이 죽는 것이었지만 마법의 낙인이 찍힌 노예가 주인을 살해하거나


살인을 교사할 때는 이 저주는 어김없이 발동되었다.


크루스카영주에게 영구히 귀속된 노예······


파비안은 그런 비참한 운명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


‘실버새도우가 나타나 나의 이 비참한 운명을 구해줬으면······’


실버새도우!


언젠가부터 동부콜로니에 나타난 수수께끼의 인물!


그는 동부콜로니사람들을 괴롭히고 수탈하는 악독한 제국영주와 귀족들에게 나타나 정의의 심판을 하는


영웅이었다.


제국기사들도 실버새도우의 검에 허수아비처럼 쓰러졌다지 않은가?


파비안은 언젠가부터 어두운 방에서 실버새도우가 나타나 자신의 운명을 구해주는 상상을 하곤 했다.


‘내 여동생도 어딘가에서 이런 낙인이 찍힌 노예 생활을 하고 있겠지?..’


꽃같이 화사하고 상냥했던 파비안의 여동생 플로라..


그녀를 떠올리자 파비안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가보크의 은신처를 빠져나온 파비안은 영주성으로 향하지 않고 글래스고의 상가들이 모인 지역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던 파비안의 발걸음이 용병 길드 앞에 잠시 멈추어졌다.


파비안은 용병길드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남대륙과 북대륙의 모든 도시와 성에 존재하는 용병길드는 등록된 용병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하였지만


돈을 받고 정보를 파는 일도 겸했다.


오래전 파비안이 이곳을 찾았을 때

글래스고의 나이든 용병길드마스터는 파비안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귀족 출신 제국 노예에 대한 정보는 1급이상이다.

그건 무역연합의 금화 다섯 개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야.”


노예에게 금화 다섯 개는 불가능에 가까운 금액이었지만


다행히 파비안에게는 조금의 돈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용병 길드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파비안은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도유물상점으로 향했다.


마도유물상점!


북대륙 동쪽 광활한 사막지대에 묻혀 있는 멸망한 고대마도문명의 유물을 취급하는 곳!


그곳 사막엔 강력한 마수들과 마도문명의 망령들이 떠돌아다녀 매우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고대유물들이 묻혀 있는 그곳은 큰돈을 노린 모험가로 넘쳐났다.


하지만 모험심 강한 그들도 마도문명의 중심부로는 절대 다가가지 않았다.


그곳엔 고대인이 펼친 거대한 마법의 장막이 있었고 그 안에는.. 고대의 악마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모험가들 사이에 소문으로만 떠도는 장막 안의 악마는


곧 신성국가의 성황청에 들어가게 되고


강력한 성기사들과 사제들 그리고 학자들로 이루어진 탐사대가 장막 너머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이곳 동부콜로니의 글래스고에도 그런 고대유물을 취급하는 마도유물상점이 있었다.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고대유물은 마력을 다루는 마법사나 오라를 다루는 기사들 중 일정 등급 이상의 실력자들만 그 속에 있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비안은 마나와 오라를 다루지 못하는데도 고대유물을 사용할수 있었다.

파비안이 이러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윈터튼백작에게 누군가 고대유물을 선물해줬을 때였다.


영주관의 응접실에 놓인 고대의 특이하게 생긴 유물에 호기심이 간 파비안이 그곳에 손을 가져다 댄 순간


파비안은 느낄 수 있었다.


고대인의 신비로운 마법의 힘이 유물을 통해 파비안의 몸에 들어오는 것을


“얼른 들어와.”


깐깐하게 생긴 마르고 안경낀 마도유물상점의 주인이 파비안을 맞이했다.


그는 파비안의 마도유물감응능력을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상점주인은 파비안을 이용해 모험가들이 고대문명의 유적으로부터 가지고 온 유물들의 진위를 감정하는 일을 맡기고 있었다.


본래 유물을 감정할 수 있는 감정사를 돈으로 고용하려면 막대한 금액이 필요했지만


노예신분인 파비안에게는 푼돈만 쥐어주면 가능했던 것이다.


파비안은 상점 한켠에 쌓여있는 낡은 유물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10개중 7개는 고대인의 마력이 하나도 남지 않은 모양만 남은 유물들이거나 돈을 노린 가짜 모험가들이 위조한 유물이었다.


나머지 3개의 유물도 미약한 마력만 남아있는 하급유물이었다.


파비안이 감정을 마치자 상점주인은 혀를 끌끌차며 세 개의 감정가인 구리동전 세 개를 파비안에게 주었다.


진짜 감정사의 감정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지만 파비안은 군말 없이 동전 세 개를 받아들었다.


노예신분인 파비안이 유일하게 돈을 구할 수 있는 곳······그러한 곳이 유물상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상점주인도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요즘 마도유적탐사도 시원치 않은가 보더라.

망령들이 늘어나 모험가들도 몸을 사리는 중이야.

가짜 유물 들고 오는 사기꾼들만 늘었다.”


“네······”


파비안은 힘없이 유물상점을 빠져나오려 했다.


그때 상점의 문이 벌컥 열렸다.


상점에 흙먼지 가득 묻은 낡은 갑옷을 입은 모험가 한 명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주인장.

이 유물 좀 감정해 주시오.”


모험가는 특이하게 생긴 마도유물을 내밀었다.


특이한 금속으로 된 작은 원판 안에 여러 개의 정밀한 원판과 톱니 나침반바늘 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있는 구조의 유물이었다.


파비안도 그동안 많은 유물을 감정했지만 이런 유물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마도유물의 가장 큰 원판에는 처음 보는 고대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모험가가 내민 유물에서는 기묘한 힘이 느껴졌다.


상점주인이 파비안에게 눈치를 보내자


파비안은 유물을 들고 옆방으로 향했다.


파비안은 유물을 꼼꼼하게 살폈다.

‘이 유물에서 느껴지는 힘은 진짜다···.

상당히 강력한 고대 마력이 느껴져···.’


파비안은 정교하고 복잡한 모양의 유물을 빨려 들어갈 듯이 자세히 살폈다.


유물 가장 안쪽에 여러 겹의 원판 안쪽에서 무언가 푸른빛이 나는 게 보였다.


‘이것은 뭐지?’


호기심이 간 파비안이 유물 가운데 있는 원판에 손을 가져다 댔다.


바로 그 순간


유물의 원판들이 움직이며 기묘한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파비안은 깜짝 놀라 손을 떼려 했지만, 유물에 철썩 달라붙은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심장 쪽에서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다.


유물의 빛은 점점 더 강해졌다.


순간적으로 방안을 가득 채우는 눈부신 빛이 발생했다.


상점주인이 놀라 옆방으로 향했을 때는


멋쩍은 표정으로 망가진 유물을 잡고 있는 파비안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상점주인이 분노를 집어삼키는 표정으로 파비안을 보며 나즈막하게 으르렁대며 말했다.

“파.비.안.

앞으로 백 개의 유물 감정을 할 동안 돈을 주지 않겠다.”


파비안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상점주인이 방을 나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험가를 향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유물은 하급유물이오.

진품이기는 하지만 이미 마력이 사라진 유물이니 은화 두 개 드릴 수 있소.”


모험가는 울상이 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유물은 깊은 미궁 근처의 마도유적에서 발견한 것이오.

평범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상점주인은 눈을 부라렸다.

“내가 하루 이틀 장사합니까?

이런 물건은 하루에도 여러 개는 이 가게에 오는 그런 흔한 물건이오.

정 돈이 필요 없다면 도로 가져가시오.”


모험가는 몇 번을 더 흥정했지만 결국 은화 다섯 개를 받고 돌아가는 걸로 만족했다.


상점주인이 방에서 나오는 파비안을 향해 말했다.

“다음번에 또다시 그렇게 유물을 망가뜨리면

다시는 감정을 맡기지 않을 거다.”


“조심할게요···.”


파비안은 망가진 고대유물을 상점주인에게 내밀었다.


상점주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완전히 망가진 유물을 얻다 팔어. 가져가서 버려.”


파비안은 유물을 품 안에 넣고 상점에서 나왔다.


*


영주성의 마구간에 돌아간 파비안을 기다리는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새로 온 마부 제이크


검은 옷을 입은 그가 파비안을 보며 말했다.

“과일을 먹으려 하는데 칼 가진 거 있나?”


“작은 나이프 하나는 가지고 있습니다.”


제이크는 기다렸다는 과일이 가득 든 광주리를 내밀었다.

“이거 다 손질해서 마부들의 숙소로 가져와.

그리고 나이프도 가지고 와.”


파비안은 자신의 방에서 나이프를 가지고 와 과일을 손질하면서 제이크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대체 내 나이프는 왜 가져 오라고 하는 거지?..’


숙소로 가자 마부 제이크는 입구에서 파비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비안은 제이크에게 손질한 과일이 담긴 쟁반을 건네주었다.


“나이프는?”


“여기 있습니다.”


제이크는 파비안의 나이프를 유심히 살펴본 뒤 손질된 과일을 쿡 찔러넣었다.


제이크는 과일을 한입 베어 물고 나이프를 든 채 섬찟한 눈빛으로 파비안을 보았다.


파비안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제이크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일 손질이 잘되었군.

나이프는 내일 돌려주겠다.”


마구간으로 돌아온 파비안에게 어김없이 마구간 지기 군터의 트집이 시작되었다.


“이 노예놈아.

마구간 청소를 깨끗하게 하라고 했지?

기사님들의 말이 이런 더러운 곳에서 스트레스받으면

그게 우리한테 다 돌아온다는 것을 모르냐?”


마구간은 항상 파비안이 깨끗하게 청소했지만, 군터는 말도 되지 않는 트집을 잡아


파비안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군터의 트집과 폭행은 정도가 나날이 심해졌다.


마치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파비안이 저러다 맞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늘의 군터는 평소와 달랐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파비안을 향해 손 발 마굿간의 편자 끼우는 쇠막대기 가릴 것 없이


무참히 휘둘렀다.


도저히 맨정신인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파비안은 그런 군터의 폭행을 꿋꿋이 견뎠다.


파비안은 군터를 향해 한 번도 대든 적이 없었다.


그의 내면에 있는 검은 분노 그것은 한번 발현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파비안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이상하게도 군터의 폭행은 평소보다 강했지만 파비안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몸이 평소와 달라진 게 느껴졌다.


결국 군터는 지쳐서 숨을 헉헉대며 돌아섰다.


파비안은 잠깐 바닥에 쓰러져 있다 무심히 일어나 방으로 돌아왔다.


눅눅한 초를 켠 파비안은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슴 쪽에서 금빛 기운이 강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왼팔의 검은 기운을 확실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몸의 상흔은 이미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무언가 몸이 달라졌어···.’


파비안은 평소와 다르게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차가운 새벽..


파비안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무언가 공기가 평소와 달랐다.


파비안은 초를 들고 자신의 축축한 방을 나왔다.


공기 속에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파비안의 방으로 향하는 좁은 길 모퉁이를 돌자 그곳에..


마굿간지기 군터의 시신이 놓여있었다.


군터의 가슴에는 익숙한 나이프가 박혀있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차갑게 식은 파비안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마부 제이크였다.


그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짓더니 군터의 시신과 파비안을 마주 보았다.


그는 짐짓 놀란 표정으로 크게 소리쳤다.

“살인이다.

여기 살인이 일어났다!”


파비안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속에 끝없는 분노가 차올랐다.


파비안의 왼팔이 저절로 움직이며 기묘한 충동이 가득해졌다.


파비안은 제이크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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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24.04.06 684 7 15쪽
9 9화 24.04.05 701 8 14쪽
8 8화 24.04.04 738 6 15쪽
7 7화 +1 24.04.03 782 9 16쪽
6 6화 +1 24.04.02 907 10 15쪽
5 5화 +1 24.04.01 1,038 11 12쪽
4 4화 +2 24.03.31 1,259 10 13쪽
3 3화 +2 24.03.30 1,331 16 13쪽
» 2화 +1 24.03.29 1,609 13 19쪽
1 1화 +2 24.03.29 2,526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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