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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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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티
작품등록일 :
2024.03.29 08:47
최근연재일 :
2024.05.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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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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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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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4화

DUMMY

*


엘라라 부인이 있다는 해밀턴하우스는 수도의 북쪽에 있었다.


제국총독부가 있는 수도의 중심부의 북쪽엔 화려한 저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파비안은 깨끗한 거리를 걸으며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다.

‘엘라라부인은 제국 쪽의 사람인가?..

북쪽구역은 제국귀족들과 기사들이 사는 구역이라 들었는데..’


해밀턴하우스는 북쪽에서도 가장 중심부에 있었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로 된 8층짜리 대저택이 큰길가에 우뚝 서 있었다.


대저택의 화려한 입구는 길과 연결된 작은 정원길을 지나 낮은 계단 세 개를 걸어 올라가면 바로 나왔다.


파비안이 입구에 다가가서 노크했다.


큰 문이 스르륵 열렸다.


대저택의 내부는 화려한 붉은색 카펫과 값비싼 그림들과 장식품이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집사와 메이드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1층을 오가고 있었다.

내부를 둘러보던 파비안의 시선이 문 옆으로 향했다.


문의 옆에는 깔끔한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파비안을 슬쩍 위아래로 훑어보며 미소를 지었다.

“해밀턴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숙박? 식사? 커피? 저희 호텔엔 뭐든지 있습니다.”


파비안은 예상외의 이 건물에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엘라라부인을 만나러 왔어요.”


남자의 눈빛에 예리한 섬광이 스쳐갔다.

“무슨 일로 그분을 만나려 하시는 건지요?”


“제 친구의 소개로 부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분은 이곳 해밀턴하우스호텔의 주인이십니다.

지금은 잠시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제게 당신의 이름과 소개해주신 분의 이름을 적어주시면

부인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중년남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남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엘라라부인은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소개해주신 분의 이름과 본인의 이름을 적어주시죠.

그리고 저녁에 다시 이곳에 들러주십시오.”


파비안은 종이에 이름을 적어주었다.


연미복을 입은 남자는 종이를 받아들고 문을 다시 열었다.

“저녁에 다시 오시지요.

만나주실지는 모르지만.”


중년남자는 문을 연 채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파비안은 약간 무안한 감정을 느꼈지만, 곧바로 뒤돌아서서 호텔을 나왔다.


중년남자는 완벽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행동 하나하나가 깔끔한 매너가 있었지만

절대적인 선이 있는 것처럼 단호함이 느껴졌다.


밖으로 나온 파비안은 거대한 호텔건물을 바라보았다.

해밀턴하우스는 북부의 화려한 저택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으로 거대한 크기의 건물이었다.


‘이곳은 과거에는 대귀족의 저택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 곳이 고급호텔로 운용되는 것도 특이하군···.

이곳의 여주인인 엘라라부인과 아레이는 대체 무슨 관계인 것일까?······’


잠시 호텔을 보던 파비안은 마탑주 제라마가 소개해준 학자 알스윈을 먼저 찾기로 했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알스윈이 운영하는 고서점을 물어봐도 다들 고개를 갸웃 저었다.


그러다 한 나이든 남자가 말했다.

“고서점이라면 볼로냐아카데미가 있는 곳에 있을지 모르오.

그곳에 한번 가보시오.”


볼로냐아카데미!


아카이아왕국의 자랑거리인 아카데미는 북대륙에서도 손꼽히는 학문연구기관이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학문을 다루고 있었고 무엇보다 볼로냐아카데미의 기사학교는 아카이아왕국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제국의 식민지가 된 이후 볼로냐아카데미의 기사학교는 폐지되었다.


처음에 제국은 이곳 아카데미를 통째로 없애려 했지만 제국귀족들중에서도 오랜 학문의 역사와 뛰어난 학자들을 보유한


이곳 아카데미를 없애는 것을 반대하는 이가 많아 기사학교와 행정학교만 사라지고 나머지 학과들은 그대로 남겨놓았다.


게다가 그곳엔 음악원이 있었다.


북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음악교육 기관인 볼로냐아카데미의 음악원..


파비안에게 제대로 된 음악교육은 반드시 필요했다.


몸속에 있는 금빛 힘..


그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호수의 여인 비비안이 알려준 데로 자신의 음악이 더욱 깊고, 완숙해져야만 했다.


‘이곳에 온 김에 음악원도 한번 알아봐야겠군..’


볼로냐아카데미는 콜로니수도의 동쪽에 있었다.


수도의 동쪽엔 나지막한 산이 하나 있었는데 산 전체가 통째로 아카데미였다.


평평한 산의 곳곳에 오래된 아카데미 건물들이 있었고


많은 수의 학생들과 교수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파비안은 지나가는 아카데미학생을 붙잡고 물었다.

“학자 알스윈을 들어봤어요?”


아카데미학생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보다마다요.

그분은 고대역사학과교수입니다.”


“그곳은 어디에 있나요?”


아카데미학생이 가리킨 곳은 산의 정상 쪽이었다.


정상 쪽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대역사학과건물은 밖에서 보기에도 황량함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파비안은 그곳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교수의 방을 찾아 노크하자 신경질적인 쉰 목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래된 먼지가 가득한 정체불명의 종이들이 가득 쌓여있었고


그 아래에서 안경 끼고 마른 남자가 종이들을 들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형형하게 살아있었다.


쿨럭 쿨럭!


방안은 먼지가 가득해 저절로 기침이 나왔다.


기침을 하자 먼지들이 날아가는 게 보였다.


파비안은 말했다.

“마탑주 제라마님이 찾아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알스윈교수의 날카로운 표정이 환해졌다.

“제라마가?”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알스윈은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베르하르트..수수께끼의 그 인물에 대한 기록은 나 말고

제대로 가진 사람이 없지.

고서점으로 같이 가지.

그곳에 건국왕의 모든 기록들이 있네.”


파비안은 교수와 산을 내려가며 음악원에 대해 물었다.


알스윈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악원?

자네는 용병으로 보이는데

음악원에 왜 관심을 보이는 건가?”


파비안은 가방에 든 류트를 꺼내었다.

“음악을 배워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거 참 별난 용병이구만.

그런데 볼로냐의 음악원은 그렇게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네.

음악원은 제국과 동부콜로니 심지어 서부콜로니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야.

많은 학생이 이곳에 추천을 받고 오지만 깐깐한 교수들 앞에서 음악에 대한 재능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아예 발을 디딜 수도 없다네.”


“추천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 거죠?”


알스윈은 빙긋 웃었다.

“보통은 제국 귀족들의 자제들이나 콜로니의 돈 많은 상인들이 총독의 추천서를 가지고 오지.

하지만 나는 아카데미의 교수이기 때문에 음악원의 아는 교수에게 부탁하면 실기시험을 보게 해줄 수 있어.

물론 시험에 통과할지는 모르지만.

혹시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음악 말고 역사를 배워보는 게 어떤가?

훨씬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내 장담하지.”


파비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마음을 이미 정했습니다.”


알스윈교수는 어딘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고서점은 아카데미가 있는 산의 아래쪽에 집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있었다.


알스윈의 고서점은 말로만 서점이었지 사실상 책들과 고문서를 보관한 일종의 창고였다.


교수는 고서점 안쪽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책들과 종이가 가득 담긴 상자를 여러 번 옮기는 그가 힘들어하자 파비안이 다가갔다.

“제가 같이 돕겠습니다.”


알스윈은 안경사이로 눈을 가늘게 뜨고 파비안을 보았다.

“눈치가 완전 없는 건 아니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모든 상자와 책을 꺼내야 하네.

가장 아래쪽에 깔린 저 상자와 그 옆의 갈색 책들이 모두 베르하르트에 관한 책이야.”


파비안은 책이 가득 담긴 상자들을 두세 개씩 훌쩍 들었다.


알스윈이 파비안의 힘에 깜짝 놀랐다.

“자네 힘이 엄청나구만..

무겁지 않은가?”


파비안은 왼손으로 책들이 가득 담긴 상자를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 정도는 제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파비안은 빠르게 움직이며 책들이 담긴 상자들을 정리해나갔다.


교수는 그런 파비안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순식간에 산더미같이 쌓여있던 책들을 모두 꺼낸 파비안은 가장 아래 있는

베르하르트의 자료들이 담긴 상자와 책들을 꺼내었다.


알스윈이 그동안 모은 다양한 기록들이 있었다.

‘베르하르트 일대기, 건국왕의 사상과 철학, 베르하르트의 생애와 사랑······


책들을 하나씩 꺼내며 살펴보던 파비안은


베르하르트 마나연공법과 오라수련법이라고 된 낡은 책을 발견했다.


파비안이 그 책을 들자 알스윈이 말했다.

“정말 괜찮겠는가?”


파비안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었다.

“어떤 것이요?”


“그 책은 오랜 기간 기사들 사이에서 금기의 서적으로 분류되었어.

기사 베르하르트는 그 시대 최강의 기사이자

오라와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걸로 유명했어.

건국왕이 죽고 난 뒤 오랜 기간이 지나 세상에 나온 그 수련법을 둘러싸고 피튀기는 쟁탈전이 벌어졌지.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아 그 수련법은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알려졌지.”


“왜 그렇죠?”


알스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수련법을 배운 기사들은 여지없이 평범한 기사에 머물렀어.

오라가 발전하지 못했거든.

쟁탈전에서 이긴 사람들도 수련법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은 세상에 금세 공개되었지.

그때 제 2의 광풍이 불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은 알게 되었어.

저 수련법은 베르하르트처럼 마나하트가 두 개인 사람만이 가능한 것이었다고.”


파비안은 먼지 묻은 베르하르트수련법을 보았다.

‘내 몸 안의 검은짐승의 힘과 영원의 뱀의 힘······

그 서로 다른 힘으로 마나하트를 만든다면..

그렇게 된다면······’


“이 수련법을 빌려가도 될까요?”


알스윈은 흔쾌히 말했다.

“물론일세.

아니 자네가 가져도 되네.

같은 내용의 수련법책은 한 상자나 된다네.”


알스윈이 손가락으로 옆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똑같은 베르하르트수련법이 수십 권 쌓여있었다.


파비안은 알스윈의 고서점에서 몇 시간 동안 책과 서류를 정리했다.


교수가 음악원의 추천서를 써주는 대신 서점 내부의 정리를 부탁했던 것이다.


파비안이 움직이자 너저분하고 두서없이 책들이 쌓여있던 고서점의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파비안이 마지막으로 책들의 먼지까지 다 털어내자


알스윈교수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리본으로 묶은 종이를 가지고 왔다.

“이 추천서를 가지고 음악원의 알레한드로 교수를 찾아가게.

그럼 실기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줄 거야.”


교수가 추천서를 건네며 넌지시 말했다.

“한 번씩 여기 놀러 오게.

내가 베르하르트의 다른 자료를 찾아놓을 테니.

서점 안에 그의 또 다른 자료들도 있을 거야.”


파비안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알스윈교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리고 한 번씩 내 책들도 정리해주고..

나이가 드니 허리가 아프군..

대신 베르하르트에 대한 모든 자료를 무제한으로 빌려 갈 수 있게 해주지.”


*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여름의 저녁은 제법 밝았다.


파비안은 다시 해밀턴하우스로 향했다.


호텔로 들어서자 아까의 그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그의 태도는 아까와 딴 판이었다.

“파비안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아까는 매너는 있지만, 어딘가 차가운 태도였다면 지금은 귀빈을 모시는 듯 깍듯한 태도였다.


파비안은 갑자기 바뀐 그의 태도에 어리둥절했지만 그를 따라 호텔의 내부로 향했다.


중년남자는 호텔에서 제법 높은 직위인 듯 마주하는 집사와 룸메이드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호텔 1층의 가장 안쪽에는 카페가 있었다.


남자는 파비안을 카페로 데리고 갔다.


카페에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반짝이는 은발 검은색 실크드레스를 입은 창백한 피부를 한 아름다운 부인..


그녀는 파비안을 보며 미소지었다.

“반가워. 파비안.

아니 파비안 윈터튼이라고 해야 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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