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自覺) 1
습작입니다. 세부 글의 구성 플롯은 연재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연재주기가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본 글은 허구(픽션)이며, 등장(역사)인물, 지명 등은 현실과 다릅니다.^^
자각(自覺) 1
침실스탠드로 인해 어렴풋이 벽시계가 새벽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강진은 전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 이미 한번은 상상해 본 것이었다.
‘그런데 내게 아내가 있어? 흐흐흐’
아스라이 비춰오는 등을 보이고 누운 여자의 뒤태는 가녀린 목을 타고 잠옷 사이로 살짝 드러난 어깨만 봐도 일단 합격점이었다. 삼십구년간 솔로로 살아온 그는 내심 기쁘기도 했지만 문득 이 몸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때 영혼에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으윽! 이게 이 사람의 기억인가?’
갑자기 한의원 앞에서 번개를 맞을 때부터 상황과 몸의 전주인의 기억이 뇌(腦)를 통한 기억의 재생이 아니라 영혼에 각인(刻印)인 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강진은 그저 침대에 누워 그저 멍하니 각인된 기억을 순간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의원에서 자신의 영혼에 두 번이나 충격을 준 두 개의 영혼의 기억도 재생되기 시작하였다. 세 개의 기억이 동시에 재생되는 상황에서도 강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있었는데 단순 뇌(腦)를 통한 기억의 재생이 아니라 영혼을 통한 각인 과정으로 모두 자신의 인생처럼 느껴진 까닭이다.
‘아! 그렇군. 백인걸과 루아니넨의 영혼은 차원이동 전에 육체가 소멸하는 과정을 겪고 라이트닝 퍼니쉬먼트(Lightning Punishment)의 남은 기운에 영혼에도 영향을 받아 자신의 존재의지(存在意志)를 거의 상실한 상태였고, 단지 영혼에 각인된 기억의 파편만 강진의 영혼 속에 융합되어 각인되었군, 이거 소설 속에 주인공이려나. 하하'
이계의 두 영혼은 강진과 영혼이 융합된 상황에서도 마지막 생존의지를 일으키며,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 전직 야구선수 강석철(姜石鐵)의 희미해진 영혼으로 이동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제대로 유지된 강진의 영혼은 세 영혼을 큰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었다.
‘흐음, 이제 강석철로 살아야 하는가? 그럼 내 육체는 이미 죽은 거겠지. 이제 25살인데 안됐군.’
***
강석철. 그는 어릴 때 대전근교 고아원에서 버려진 아이였다. 운이 좋은지 몰라도 정이 많던 원장이 운영하던 고아원이고, 사업을 하다 노년기에 이르러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남은 상당한 부(副)로 아내와 함께 고아원을 세워 운영을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가던 시점이었다.
아직 옹알이를 하던 강석철은 전체적으로 어린 몸에 비해 몸이 단단하고 손을 쥐는 힘은 또래에 비해 대단해 원장의 성을 딴 석철(石鐵)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원장부부의 애정으로 자라던 10살 무렵 원장의 고등학교 동기인 대학교 야구감독이 고아원으로 방문하면서 석철이 아이들과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야구팀이 있는 초등학교에 소개를 해주기에 이르렀다.
원장은 대단한 야구광으로 어릴 때부터 야구선수가 꿈이었지만 몸을 쓰는데 도통 재주가 없어 포기한 야구를 석철이가 소질을 보이자 크게 환영하며, 야구팀이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내 아들 석철아!”
“네, 원장 할아버지”
“이 녀석! 아빠라고 부르라니까”
“애들이 다들 원장 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요. 저를 낳지도 않았잖아요.
“엄마가 너를 가슴으로 낳았다고 했잖아, 그리고 원장엄마는 엄마고 난 왜 할아버지냐? 이 녀석!”
“헤헤, 저는 원장엄마가 좋아요!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시고, 그냥 엄마 같아요. 헤헤”
“그래. 야구 열심히 해서 꼭 훌륭한 프로야구 선수가 되거라. 그리고 될 수 있다면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도전해보고, 이 아빠랑 약속할 수 있지?”
“네. 할아버지. 야구가 너무 좋아요!”
“허허허, 이 녀석”
원장은 사업차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기회가 있으면 미국 메이저리그 관람을 하고는 했다. 한국의 프로야구가 초창기라 선진화된 미국야구에 비할 바를 못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도 미국 메이저리그에 못지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석철이가 꼭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눈을 감는 게 원장의 가장 큰 소원 중 하나였다.
원장부부의 관심과 사랑으로 석철은 초등학교 때부터 두각을 내기 시작했는데, 특히 타격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감독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했고, 주루 플레이도 석철이가 가진 기본적인 힘과 스피드를 통해 웬만한 고등학생 수준이었다.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봉황기대기 등의 각종 우승과 준우승을 휩쓸면서도 대학을 포기하고 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고아원 원장부부가 돌아가시고 그 자식들이 고아원을 물려받기 보다는 땅과 모든 자산을 팔아치우고 고아원의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석철을 발탁한 감독의 도움으로 대전 이글스의 프로팀에 고졸신인으로 입단할 수 있었다.
입단 테스트에서 석철은 감독과 코치들에게 매우 후한 점수를 받았고, 고등학교 시절 프로급에 준하는 실력으로 해외 고교야구에서도 타율이 5할이 넘고, 우익수로 보살 역시 다른 선수에 비해 많은 매우 높은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입단 후 바로 첫 시즌에 주전으로 낙점되어, 그 해 팀성적은 최하위였지만 석철의 성적은 3할이 넘는 타율과 도루와 보살 1위의 성적으로 신인상과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게 되었고, 연봉도 많이 올랐다.
그 후 베이징올림픽의 우익수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어 군 면제를 하고 난 후 그는 원장아버지의 소원대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나 그것은 아무도 몰랐다.
사랑은 바람처럼 온다던가...
석철은 어느 날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큰 키에 긴 머리, 웃음 지을 때 사랑스럽게 드러나 보조개와 갸름하게 올라간 눈꼬리는 그의 마음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팬싸인회에서 싸인을 요청한 그녀에게 그대로 꽂히고(?) 말았는데, 싸인을 해주면서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남기며 연락해달라고 했다. 며칠 후 그녀에게 전화가 왔고 바로 이른 나이에 주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연봉과 대외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고아로 자라온 그에게는 데릴사위라도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는 장인과 장모와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가정과 야구만의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운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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