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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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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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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1.27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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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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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19쪽

09.5화. 잉여잉여 - 1

DUMMY

“아아, 세상에 평화가 가득해─”


나는 평화로운 이 세상을 만끽하며 한 마디 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내 말은 공염불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진다. 누가 들어달라고 한 건 아니다. 그냥, 혼잣말이다.

지금 앉아 있는 곳은 학교 건물 뒤편 구릉. 그러니까, 리유와 처음 만났던 그 장소. 봄이 한창 되어 주위에 무성했던 풀들이 꽃을 피워 한층 더욱 화사하게 됐다. 풀만 있을 때엔 그저 그랬던 장소지만 그 풀들이 모두 꽃이 되니 정말 천국인가 싶다. 하늘하늘 날리는 벚꽃, 날리진 않지만 그저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큼해지는 개나리, 진달래…… 거기에, 꽃만큼이나 예쁜 여자애들.

귀여움의 리유. 청순함의 성빈이. 섹시함의 희세. 오, 이렇게 보니까 미인의 3요소를 하나씩 가진 애들이 다 모였군. 흐흐,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무슨 왕후장상이라도 된 기분이네.

리유는 강아지처럼 벚꽃이 흩날리는 언덕을 좋다고 뛰어다니고 있다. 벚꽃 잎이 얼굴에 닿자 까르르 웃는다. 참, 귀여움의 절정이다.

성빈이는 잔잔한 표정으로 나무에 기대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컨셉질? 아니, 저건 청순함이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려 청초한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만든다. 참, 청순함의 절정이다.

희세는…… 참, 그냥 섹시함의 절정이다.


“뭘 보는건데!”

“아, 안 봤어요! 너 봤네요, 너!”

“봤잖아!!”


그 음탕한(?) 시선을 놓칠 리 없는 희세. 금세 내 눈을 뽑을 기세로 와서 말한다. 하지만 도리어 그렇게 나에게 몸을 들이대면 가슴 흔들리는 게 시시각각으로 적나라하게 눈앞에서 펼쳐지니 도리어 내 눈은 더욱 호강을 하고 있다. 아아, 정말…… 나희세, 최고다……!


‘퍽!’

“악! 아버지한테도 맞은 적 없는데! 때리지 좀 마! 너 진짜 손 맵다고!”

“맞아도 싸지!”


표정 관리를 잘 못 해 황홀한 표정을 지으니 희세는 참지 못하고 냅다 주먹을 내 얼굴에 날린다. 여자애 주먹에 얼굴을 맞는 건 또 색다른 경험이다. 아니, 내가 변태라서 ‘하앍하앍 좀 더 때려주세요 희세님!’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기분이 더 나쁘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나쁘진 않다. 아니, 주먹으로 맞는 게 나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지내는 거!

그래, 바야흐로 전란의 시대는 지나고 평화의 시기가 왔다……

……아니, 뭔가 중요한 거 하나 까먹은 것 같은데?!




“오늘은 점심 언덕에서 먹자!!”

“어, 그래.”

“…….”


점심 전 쉬는 시간, 리유는 내 자리로 와선 팔짝팔짝 뛰며 기분 좋게 말한다. 나는 휴대폰으로 소설을 보고 있어 심드렁하게 대답하곤 리유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보던 휴대폰을 보고 있다. 리유는 아무 말도 없다.


“…응? 더 할 말 있어?”

“……우우우웅! 너무해!!”

“뭐, 뭐가?!”


휴대폰을 보는데 여전히 내 옆에서 인기척과 쌕쌕거리는 작은 숨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리유가 굉장한 기세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억울함을 넘어서 슬퍼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이다. 누가 보면 내가 굉장히 심한 말을 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서. 리유는 잔뜩 삐쳐서 퉁명스런 목소리로 소리친다.


“웅도 네가 리유 눈도 안 마주치고 말하니까 그러지.”

“그러는 너는 지금 내 눈도 안 마주치고 말하고 있거든!!”

“아아, 미안. 이거 새로 산 책인데 너무 재미있어서.”

“아니야, 난 기분 안 나빠. 다만 좀 이상하잖아, 그런 말 하는데.”


옆에서 느긋하게 책을 보고 있던 성빈이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며 말한다. 하지만 고개가 돌아감과 마찬가지로 책도 같이 돌아 성빈이의 시선은 여전히 책으로 향해 있다. 독서하는 건 희세만큼은 못 봤지만 꽤나 책을 보는 편인 성빈이. 정말 재미있는지 책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리유는 잔뜩 삐쳐서 볼을 부풀리고 얼굴까지 살짝 상기돼 있다.


“뭐, 임마.”

‘뿌우우우’

“아 하지 마! 화났다니까!”

“잘못했어. 이번엔 제대로 경청할게.”

“…피이.”


저번처럼 엄지와 검지로 리유의 빵빵해진 볼을 꾸욱 눌렀다. 또 약간 침이 튀며 괴상한 소리가 난다. 리유는 창피한지 왈칵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친다. 하하, 그렇게 화내는 것도 앙탈 부리는 것 같아서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자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눈을 흘기는 리유다. 하지만 상당히 풀어진 표정이다. 하여간, 너무 파악하기 쉬워서 문제라니까, 리유는. 좀만 다정한 말투로 말하고 머리 쓰다듬어 주고 귀여워해주면 금세 경계를 풀어 버리니. 그러다 못된 아저씨들이 잡아가면 어떡하려고. …따, 딱히 내가 못된 아저씨인 건 아니지만.


“저번에 무릎 까졌을 때, 성빈이랑 시켜 먹은 도시락 엄청 맛있었어! 그거 먹자! 값도 괜찮아!”

“아아, 두솥도시락 말하는 거구나.”

“응응!”


리유는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내 태도에 방긋방긋 웃으며 말한다. 참, 귀여운 앨세.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더욱 좋아하며 귀엽게 웃는다. 아아, 이 무슨 아름다운 선순환인가! 귀여움 받는 걸 좋아해서 애교 부리고, 그게 귀여워서 귀여워해주면 더욱 귀여운 행동을 하고, 그게 귀여워서 더 귀여워해주면…… 하핡… 좀 변태 같긴 하네.


“무릎은 괜찮아?”

“응! 다 나았어! 히히.”


리유는 당당하게 무릎을 내 눈까지 들어보이며 말한다. 생각보다 유연하네. 랄까 치마도 꽤나 짧은데 그렇게까지 당당하게 다리를 들면… 아니, 뭐 딱히 본다고 별다른 생각이 드는 건 아니지만. 희세나 성빈이라면 모를까. 아, 아니! 걔네라고 딱히 본다고 이상한 생각 하는 게 아니라! 그, 그런 말 있잖아? 클라스(?)가 다르다고……


“도시락 시켜서, 받은 다음 언덕에서 먹자!”

“뭣하러 그렇게 귀찮은 짓을… 그냥 교실에서 먹으면 안 돼?”

“우우우웅! 거기서 먹고 싶어! 꽃도 엄청 폈단 말야!”

“아유… 귀찮은데.”


리유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래 저으며 말했다. 생각만 해도 귀찮다. 애초에 도시락을 시켜먹는 짓은 어디 나가서 먹기 귀찮아서 그런 거잖아. 헌데 어째서 그렇게까지 아낀 에너지를 다시 언덕 올라가는 데에 소비해야 하나. 그냥 교실에서 얘기하면서 먹어도 충분할 텐데.


“괜찮을 것 같은데? 꽃 폈다면.”

“에에? 성빈아, 좀 봐주라, 귀찮은데.”

“꽃구경 하는 셈 치고 가면 좋지 않을까?”

“응응! 역시 성빈이야! 헤헤헷. 가자가자!”

“아아이…”


성빈이는 책을 읽다 말고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성빈이의 찬성 의견에 의기양양해진 리유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성빈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안 갈 수도 없고. 모르겠다.


“알았어, 갈 테니까. 희세한테는 네가 말해.”

“…에엣! 그, 그건 너무하잖아!”

“에에~? 우리 리유는 희세랑 친구 아니었어?”

“그… 그, 그건 맞지만!”


나는 전제조건을 말했다. 리유는 분명 희세도 데리고 갈 테니까, 그리 말했다. 리유는 멈칫 하며 나에게 따지듯 말한다. 어린 아이를 놀려 먹는 것 같이 재미있어진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리유를 보며 말했다. 리유는 억울해하는 표정으로 말을 제대로 잇질 못한다.


“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내가 못 할 것 같애! 흥이다 흥!”


리유는 잔뜩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봐야 희세의 짜증에 비하면 아주아주 귀여운 수준이라 정말 귀엽다. 비단 리유를 놀리는 것만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재활 비슷한 것을 해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리유, 가만 보면 모르는 애들한테 말 거는 게 굉장히 서투르거든. 희세한테야 얼마든지 말을 잘 걸 수 있겠지만, 주위 애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그런 거잖아. 하지만! 주위 시선 신경 쓰여서 자기 친구를 친구라고 하지 못하면 그건 친구도 아니지! 그런 마음으로 리유에게 그런 말을 했다.

리유는 나에게 억지로 자신감 충만하게 말한 뒤 천천히 여자애들 중심에서 여왕님처럼 받들어지고 있는 희세 쪽으로 걸어간다. 새삼 장엄한 느낌마저 나려 한다. 크고 위압적인 여자애들 무리로 작고 가냘픈 몸을 옮기는 리유. …내가 좀 가혹했나? 아니, 부딪혀야지!


“……!”


리유는 천천히 여자애들 쪽으로 가다 문득 멈칫 한다. 정희랑 눈이 마주쳤다. 리유는 그대로 꼬리를 내린 강아지처럼 돼서 몸을 싹 돌린다. 정희가 위협적으로 쳐다본 것도 아니고, 그냥 힐끔 본 것일 뿐인데. 그리곤 빠른 걸음으로 내 쪽으로 온다.


“모, 못해!”

“인정이 빠르네.”

“아, 아냐! 내가 할 거야! 이따가 할 거야! 지금은 잠시 후퇴일 뿐! 점심시간 되자마자 자웅을 가릴 거니까!”

“그래그래, 맘대로 해라.”


리유는 억울한 표정으로 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대신 말해주려 하는데 리유가 일어나는 걸 막으며 빠른 말로 당황해선 말한다. 왠 자존심을 부린데. 알았다고 하고 자리에 앉는다. 리유는 씩씩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허허, ‘자웅을 가린다’ 씩이야. 얼마나 거창하게 말하려고. 수업이 곧 시작된다.



“밥 같이 먹어주세요……”

“어, 어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야, 오늘은 니들끼리 먹어.”

“어, 어…”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됐다. 나는 자웅을 가린다는 리유의 활약상이 궁금하여 졸리던 눈도 반짝 뜨고 사태를 지켜본다. 점심시간이 되어 여자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저마다 약속된 장소로 이동한다. 희세와 친구들은 오늘도 밖에서 점심을 먹으려는 모양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왁자하게 떠들며 문 쪽으로 나가려 한다. 리유는 미처 접근하지도 못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쫓아간다. 다행이 희세가 그런 리유를 봐서 뒤 쪽으로 빠져 리유를 쳐다본다. 리유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울먹울먹이며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한다.

아아, 저 느낌 알지. 희세는 당황스런 표정이 돼서 휘휘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여자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희를 중심으로 다시 뭉쳐 교실을 빠져나간다. 다른 여자애들도 이상하단 눈치로 리유를 쳐다본다.


“우아앙─”

“왜, 왜 그래! 내가 기분 나쁘게 한 일 있어? 왜 울어?”

“으아아앙─”


희세가 당황해서 말해도, 리유는 그저 희세의 가슴에 파묻혀 앙앙 울 뿐이다. 이거… 뭔가 되게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인데.


“네가 시킨 거라고? 참, 어이가 없어서. 왜 멀쩡한 애를 울려!”

“……나라고 울 줄은 몰랐다고. 난 그냥 자립심 같은 거 키워주고 싶어서.”

“네가 얘 아빠야?! 뭐 그런 걸 신경써! 네 앞가림이나 잘 해!”

“에이에이, 웅도도 리유 생각해서 그런 건데…”


교실에는 나, 희세, 성빈이, 리유 네 명만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미련하게 리유가 운 이유가 나의 장난 때문이라고 말해 희세에게 잔뜩 혼나고 있다. 풀 죽은 나의 목소리에도 희세는 신랄하게 나를 비판한다. 옆에서 성빈이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남자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겠지. 여자애들한텐 천사 같이 착하고, 또 성빈이랑은 특별히 친한 희세이기에, 성빈이의 제재에 금세 멈추고 방긋 웃는다. 아아, 무서워라. 리유는 아직도 코를 훌쩍거리고 있다.


“도시락이나 시켜 먹읍시다.”

“그래, 걸어가는 것 슬슬 귀찮으려고 하니까. 여기서 먹는거지?”


희세는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곤 말한다. 여자애들과 있을 때와는 달리 굉장히 자유분방한 자세다. 여자애들하고 있을 때에도 나름대로 잘 지내지만, 지금처럼 편한 태도나 자세는 아닌데. 다리를 꼬고 있어 치마 안쪽의 은밀한 눈부실 정도로 흰 희세의 허벅지가 보인다.


‘딱!’

“어딜 봐!”

“아악 내 눈!”


희세가 꼬고 있던 다리를 푼다. 다리를 풀며 생긴 간극에, 그 차이에 살짝 보일락 말락 하는데! 딱 하고 희세가 내 눈에 딱밤을 매긴다. 아악, 어떻게 해야 눈에 그렇게 때리는 데 딱 소리가 나는데! 너무 아파서 말 그대로 눈물이 줄줄 나온다. 희세는 ‘진짜 변태 새끼.’ 하곤 고개를 획 돌린다. 그나마 한 쪽 눈은 남겨준 은혜에 감사한다. 근데 진짜 이렇게 하다간 눈 나빠질 것 같애. 너무 아프잖아.


“응, 운동장 옆에 높~은 언덕 있잖아. 거기서 먹으려구.”

“에엣?! 왜 그런 귀찮은 짓을! 그냥 교실에서 먹으면 되잖아! 누가 그런 쓸데없고 불합리한 짓을 하자고. 오홍, 너지? 변태새끼?”


성빈이가 산들바람 같이 잔잔한 말투로 조곤조곤 말했다. 이에 희세는 날카로운 톤으로 외치듯 말한다. 어이어이, 그 생각, 누군가랑 매우 흡사한데. 의외로 통하잖아? 근데 왜 무조건 나한테만 뭐라 하는 건데? 모든 죄는 나로 통하는 것이냐?!


“헤헹, 그런 멍청하고 안일한 생각을 할 만한 녀석은 변태새끼 빼곤 없지. 애초에 도시락을 시켜먹는 것 자체가 편리를 추구하려 만든 시스템인데, 다시 그걸 바깥으로 나가는 수고로움을 더해서 먹자니… 멍청이! 머저리!”

“아니, 나는 아닌데……”

“……으우우.”


희세는 신랄하게 나를 비판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 신랄한 비판의 화살들이 전부 내가 아닌 리유에게 가고 있다는 거겠지만. 나는 0의 대미지를 입었고, 리유는 겉잡을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됐다. 겨우 진정되었던 울음이 다시 몰려오려는 징조가 보인다. 희세는 도리어 아무 대미지 없이 멍청한 반응을 보이는 나를 보고 ‘얜 뭐 반응이 이래?’ 하는 표정이다. 하긴, 보통 이러면 여기서 내가 ‘아니거든!’ 이런 식으로 과민반응 하는 게 평소의 일상이니까.


“역시, 그냥 안 올라가는 게 나을까…? 귀찮고 미련한 짓이지, 그치?”

“어… 어? 아, 아, 아니야~ 날도 많이 풀렸는데! 꽃구경도 하고 좋지! 하핫! 자, 리유야, 안아줄게!”

“와아아앙 웁, 숨막혀.”


리유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희세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희세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다. 금세 상황을 파악한 듯 애써 변명한다. 저것도 은근 반칙이다, 리유의 애처로운 표정. 내가 호구라 당하는 게 아니라, 애지간한 사람은 버틸 수가 없다니까, 저 표정엔. 여자애에다 미소녀인 희세마저 당하잖아. 희세는 특단의 대책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리유를 꼬옥 껴안아 준다. 쓰다듬어주는 것 만큼 안기는 걸 좋아하는 리유이니, 대번에 기분이 풀려 방긋방긋 웃는다. 희세의 압도적인 가슴에 파묻혀 숨막혀 하는 리유. 이거… 기분 묘한데. 엄청 귀여운 리유와 저 압도적인 게 같이 공존하고 있으니 뭔가… 좋, 좋은 건가.


“또 이상한 생각 했지!”

“아, 아닙니다요!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며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진짜! 숨쉬면서 야한 생각만 하지! 변태, 변태, 변태새끼이이~~!”

“으응, 희세 네가 오해하는 거야. 웅도 얼마나 착한데.”

“성빈이 넌 너무 착해서 문제야. 저 눈을 봐. 음란마귀가 가득하잖아.”

“네, 네. 그 쪽 안 쳐다볼게요.”


이상한 생각을 한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 했다간 또 소중한 내 눈을 공격 받을 수도 있으니. 다행이 리유가 품에 안겨 있기에 직접적인 행동은 가하지 않는 희세이다. 성빈이의 말에 희세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말한다. 대체 내가 뭘 얼마나 변태짓을 했다고 저러는 거지. 내가 희세에게 변태짓을 한 게 있다면! 정말 하나 밖에 없어. 스캔(?)한 죄. 그게 죄는 아니잖아! …뭐, 본인이 기분 나쁘다면 하지 말아야겠지만. 본능적으로 되는 걸 어떡하라구.


뭐, 어쨌든 희세까지 전부 동의를 해 버렸으니, 이젠 영락없이 동산에 올라 밥을 먹으면 된다. 도시락을 시키고 올 때까지 잠시 교실에 있게 됐다.


“음. 그래, 지금 얘기하면 되겠네.”

“응? 어떤 거?”


나는 혼잣말을 하며 말을 할 판을 차렸다. 성빈이가 궁금하단 표정으로 물어본다. 나는 희세에게 장난치고 있는 리유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리유 왕따에 대한 거.”

“응, 그렇네. 나도 참가하기로 했어! 리유 왕따 구제 작전.”

“옹! 난 몰랐는데.”

“아아, 말을 안 했네. 어쩌다 보니까 희세도 도와주고 싶다네.”


내 말에 희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리유는 ‘어째서?’ 하고 말하고, 희세는 귀엽다는 듯 리유 볼을 살짝 꼬집으며 ‘네가 나 도와줬잖아’ 하고 말한다. 훈훈한 두 미소녀의 대화를 흐뭇하게 쳐다보던 나는 박수를 딱 쳐 희세와 리유를 집중시키고 말했다.


“자자.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우리에겐 두 번의 왕따를 헤쳐본 경험도 있고, 정보 주머니인 성빈이도 있고, 인맥 끝판왕인 희세까지 있어. 게다가 추리왕인 나까지 있으니, 금세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누가 추리왕이야? 그리고, ‘인맥 끝판왕’은 뭔데? 되게 기분 나쁘거든?”

“나는 또 스파이 노릇은 못 하겠는데……”


희세는 퉁명스런 반응을 보인다. 희세의 퉁명스런 반응이야 익히 예상했을 뿐더러 이젠 일상 같아 별 대미지가 없지만 성빈이의 완곡한 거절은 충격이다. 또 그것대로 생각해보면 성빈이도 아무래도 불편하긴 하겠지. 민감한 문제를 계속 건드리게 되니. 게다가 정작 그 왕따의 당사자인 리유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조심스럽게 희세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 찌른다. 압도적인 볼륨감. ‘우와… 진짜 크네.’ 하고 감탄하는 리유. 희세는 부끄러운지 ‘아, 아니야! 그냥, 뽕이야 뽕!’ 하고 말한다.

보통, 가슴에 뽕을 넣은 사람이 그걸 뽕이라고 자랑하진 않잖아. 희세 같은 경우는 거꾸로네. 가슴 큰 게 부끄러우니까 뽕이라고 속이는. 참, 대단하긴 한 가슴이야. 보면 볼수록… 이크.

“…한 번 봐준다, 이번은.”

“넵. 죄송합니다.”


희세와 눈이 딱 마주쳐, 나는 얼른 복종의 의미로 시선을 푹 숙였다. 희세는 날카로운 눈으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이거 어디 희세 등쌀에 살 수가 있나. 애초에 그건 리유 잘못이잖아. 가슴 찌르고 가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킨 건 리유라구요!! 하지만 역시 그런 내 말은 마음속에서만 울려퍼지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그런 얘기는 됐으니까, 그냥 놀자!”

“어이어이, 네 문제야, 네 문제!! 희세 일 때문에 한참 미뤘는데. 이제 아니면 언제 하라구. 고등학교 1년을 또 이렇게 보낼 순 없잖아?”

“흐응, 그치만 귀찮아~! 난 그냥 얘기하고 노는 게 좋아!”

“어이구…”


본인이 강력하게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으니 회의 같은 걸 주관하려 해도 맥이 빠질 뿐이다. 리유는 천진난만하게 말하곤 다시금 시선을 희세 가슴 쪽으로 옮겨 ‘나도 이만큼 크면 좋을 텐데!’ 하고 말한다. 희세는 여전히 얼굴이 빨개져선 ‘아, 아니야! 얼마나 불편한데! 작은 게 좋은 거야.’ 하고 말한다. 에이, 또 뭐라 할 수도 있으니 얼른 시선을 돌려야지. 시선을 돌려 성빈이를 보니 어째 성빈이도 약간 부러워하는 듯한 시선으로 희세의 특정 부위에 시선이 가 있다. 성빈이 너마저?! 아니아니, 성빈이 너는 충분해! 리유야 충분히 걱정할 만하지만!

도시락이 올 때까지 적당히 떠들다가 온 도시락을 가지고 신속하게 언덕으로 향한다. 물론 도시락을 받아 온 것도, 언덕까지 들고 올라가는 것도 나다. …역시 난 노예일까나.


작가의말

웬만하면 한 화가 4편으로, 대략 3.2~4만자가 되도록 조절해왔지만 최초로 도래한 분량조절실패에, 이번 편은 잉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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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5화 - 4 +17 14.01.18 4,516 139 19쪽
19 05화 - 3 +24 14.01.18 3,922 7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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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4화 - 3 +18 14.01.16 3,286 79 18쪽
14 04화 - 2 +16 14.01.15 3,312 73 25쪽
13 04화.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11 14.01.15 3,736 92 20쪽
12 03화 - 4 +9 14.01.14 3,537 85 20쪽
11 03화 - 3 +7 14.01.14 4,215 127 18쪽
10 03화 - 2 +7 14.01.13 3,881 9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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