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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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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1.2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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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21쪽

07화 - 2

DUMMY

“그러니까, 여론 조사라는 거지!”

“여론조사?”

“응!”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난 성빈이에게 말했다. 성빈이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여론조사, 그러니까 여자애들 한 명 한 명에게 물어보는 거지. 희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론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암만 이미지가 괜찮아졌다고 해도 남자인 내가 그걸 물어보면 진솔한 대답을 기대할 순 없으니까. 리유 같은 경우는 은따가 현재 진행형인지라 역시 안 되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빈이 뿐. 하지만 성빈이는 그리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나는 환한 표정에 조금 어두운 표정이 돼서 약간 기가 죽어 말했다.


“왜… 좀 아닌 것 같아?”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확실히 물어봐서 애들 의견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성빈이는 말끝을 흐리며 확실한 대답을 꺼려 한다. 역시, 좀 무리이려나. 물어본다면 좀 심층적으로 물어봐야 하니까. 희세를 싫어한다 라고 대답한다면 왜 싫어하게 됐는지, 예전엔 그렇게 좋아하고 잘 따랐는데 지금은 무슨 이유로 싫어하는 지 이런 걸 명확하게 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사람 좋은 성빈이라도 그런 걸 일일이 물어보긴 좀 껄끄럽겠지, 아무래도. 아니, 사람 좋은 성빈이니까 오히려 그런 질문 하는 걸 본인이 꺼려하지 않을까. 성빈이는 머뭇거리다 말한다.


“그렇게 하면, 희세 뒷조사 하고 다니는 것 같잖아…”

“아… 그런가.”


역시, 성빈이가 걱정하는 건 후자 쪽 생각이었군. 확실히, 조금 애매한 면이 있긴 하다.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걸 희세가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굉장히 골치 아파질 테니까. 나라도, 누가 내 뒷 얘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다닌다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거기다 그렇게 계속 희세에 대한 걸 말하면 혹시라도, 희세가 따돌림 당하는 게 공론화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럼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될 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내 예상이지만. 성빈이 말도 일리가 있긴 하다. 성빈이의 말 한 마디에 다른 이런저런 문제들도 떠올라, 역시 그건 하지 말아야겠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왕따를 하는 주체인 여자애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일이 훨씬 수월하게 풀릴 수 있을텐데.


“여자애들 생각을 들어야 확실하게 감을 잡을 수 있을 텐데… 나만 해도, 리유나 네 말 듣고 감 잡았잖아.”

“응…”

“하아. 그치만 역시 안 되겠지. 그건 괜한 내 객기니까. 아니, 리유가 부탁한거잖아. 정작 리유는 저러고 자고 있는데! 나 참.”

“…해 볼게.”

“엉?”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성빈이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또 가만 생각해보니까 희세한테 굉장히 실례인 짓이기도 하다. 해서 깔끔하게 포기하려 그러는데, 갑자기 성빈이하 한다고 말을 한다. 나와 희세를 힐끔힐끔 보면서 뭔지 모르겠지만 눈치를 보더니 확신에 찬 눈을 하곤 나에게 말한다. 그 확신에 찬 표정에 도리어 내가 더 당황스럽다.


“괘, 괜찮겠어?”

“응. 아무 관계도 없는 네가 나서겠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할래.”

“에에, 너도 아무 관계 없잖아.”

“아니, 난 관계 있어.”

“응?”


아무 상관도 없는 성빈이에게 마냥 다 부탁하기가 미안해서 말했다. 하지만 성빈이는 정색하고 말한다.


“네가 당하고 있을 때에도 난, 다른 애들처럼 소문을 따랐을 뿐 너한테 한 마디 말도 못 했어. 희세는 나한테 굉장히 잘 해줬고, 나도 희세가 좋아. 그치만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저번에 네가 당하고 있을 때랑 꼭 같잖아? 너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희세 도와주려고 하고. 그러니까, 그런 너한테 창피해서라도, 난 꼭 할래.”

“……그렇다면. 부탁할게.”

“응.”


성빈이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 돼서 말한다. 꽤나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하는데 지금은 쉬는 시간이고 희세도 엄연히 같은 반 교실에 있기에, 성빈이랑 나는 굉장히 작게 말하고 있다. 작게 말하지만 성빈이는 매우 진지하게 말한다. 나는 성빈이의 말을 알아 듣곤 잠시 생각하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나 왕따 당할 때 가만히 있어서 미안했는데 지금 또 희세 왕따 당하는데 가만히 있어서, 그게 싫어서 도와주겠다 이런 말이잖아. 성빈이의 말에 나는 잠시 멍하니 성빈이를 쳐다봤다. 참, 착하구나. 성빈이는. 좀 안 좋은 건 웬만한 일은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래도 그 착한 마음씨가 얼마나 좋은가. 성빈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멀거니 희세를 바라본다.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희세.

성빈이랑 희세랑 친한 건 처음 알았다. 아니, 둘이 비슷하게 착하고 반장을 도와 학급 일도 열심히 하고, 애들하고 친하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런 둘이 친한 건 다른 일이잖아. 둘이 어울리는 무리도 다른걸. 성빈이는 천사처럼 착한 타입이라면, 희세는 완연한 여왕님이나 공주님 타입이거든. 그것도 만인을 자기 밑에 두려는, 독단적이고 고압적인 공주님. 그래서 두 사람이 그리 친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뭐,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성빈이의 결심을 들었어도 지금으로썬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인 리유는 앞자리에서 자고 있다. 수업시간부터 꾸벅꾸벅 졸더니 기어이 쉬는시간 내내 골아 떨어져 있구나. 에휴, 뭘 기대하겠어. 그냥 리유는 귀여운 맛이 좋은 거지.


“가자, 리유야.”

“에? 어딜?”

“놀러.”

“그럼 성빈이도…”

“됐어, 얼른 나오기나 해.”

“에, 에에~ 뭐야!”


지루한 수업 시간은 지나가고, 또다시 찾아온 쉬는 시간. 나는 리유 자리로 가 억지로 리유을 일으켰다. 리유는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지만 성빈이 얘기를 하며 내가 억지로 끌고 가자 그제야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저항한다. 하지만 난 ‘가서 얘기 해줄게, 가서!’ 하며 억지로 리유를 끌고 간다. 이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좀 위험해 보이는 장면은 아니겠지. 덩치 큰 남자애가 조그만 여자애를 힘으로 질질 끌고 가다니. 리유는 소리는 치지 않지만 발버둥을 치며 저항한다. 그래봤자 내 힘에는 어떻게 안 되지만.


“왜!”

“성빈이는, 그러니까 내가 부탁한 일 때문에.”

“뭔데에!”

“그건… 일단 복도로 가자.”


복도로 나오자 그제야 리유가 불평스런 말투로 말한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리유라도, 여자애들 앞에서 소리치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아는구나. 난 자세한 설명을 하기 귀찮아 대충 말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장소도 복도지만, 내가 가자는 복도는 계단 끝 쪽 복도. 나와 리유의 대화와 휴식의 쉼터. 어째서인지 이 쪽은 애들이 전혀 다니지 않으니까, 여기 와서야 나는 리유의 팔목을 놔 주었다.


“…변태.”

“뜬금없이 갑자기 왜!!”

“…다른 애들이 뭐라고 생각했겠어?!”

“아, 그거야…”


리유 말에 나는 할 말이 없다.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 했네. 리유, 은근히 따돌림 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상황에서 내가 리유 손을 덥썩 잡고 왔으니. 아, 손 말고 손목! 의외로 주위 애들 눈치를 살피는 리유구나. 반대로 된 것 같은데, 이런 대화. 보통 상식인 쪽이 나였고 이상한 애가 리유 였는데. 아아, 얼른 상식인으로 돌아가야지. 내 무책임한 행동의 원인을 리유에게 설명해야겠다.


“성빈이한테 부탁한 건, 희세에 대한 여론 조사.”

“여론조사? 신문 같은 거야?”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한 번에 못 알아들을 줄 알았어, 리유 양. 좀 더 차분히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차근차근히 설명해주었다. 리유, 처음 말귀는 잘 못알아 듣지만 천천히 지속적으로 가르쳐주면 잘 알아듣는 애니까. 리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으응, 그러니까 성빈이밖에 못한다는 거잖아. 나도 너도 할 수 없고.”

“응. 그래서 성빈이한테 부탁한거고. 우리 둘 이렇게 노는 중에도 성빈이는 열심히 여자애들한테 물어보고 수다 떨면서 정보를 캐고 있어. 참 대단하지?”

“…피이, 나도 여자애들하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할 수 있어.”

“그래, 근데 그게 불가능하니까 이러고 있는 거잖아.”

“…칫!”


리유는 어째서인지 삐쳐서 툴툴거리며 말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앞뒤가 잘못 됐잖아. 자기 왕따 일부터 해결을 하고 남 사정을 봐 줘야지, 자기부터가 애들한테 은근히 따돌림 받고 있는데 뭘 하겠어. 난 남자라서 이런 쪽에서 힘을 못 쓰는 거지만, 리유가 만약에 왕따 건을 해결하고 조금이라도 여자애들하고 친해진다면 오히려 성빈이보다도 훨씬 정보를 얻기 쉬웠을 텐데. 리유는 귀여우니까, 상대방을 방심시켜서 정보를 술술 나오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눈치 밥통인 여자애가 자기 귀여움을 이용해서 그렇게까지 공작원 노릇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삐쳐선 ‘흥흥!’ 거리며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지만 내가 ‘왜 그래 또, 삐친 것도 귀엽네.’ 하며 아첨하는 말을 하자 금세 또 기분이 풀려선 ‘아니거든! 흥흥!’ 하면서 더욱 삐친 척을 한다. 하지만 누가 봐도 삐친 게 아니라 삐친 게 귀엽다니까 더 귀여움 받으려고 삐친 척 하는 걸로 보인다. 참, 늘 귀여움 받는데도 저렇게나 귀여움을 받고 싶을까. 좋은 선순환이긴 하지만.


“근데, 정말 궁금한게. 왜 희세를 도와달라는 거야?”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 여자애가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면서 괴로움 받고 있는데 그걸 귀찮다는 이유로 하지 않으려 하다니…”

“야아, 너가 그렇게 정색하고 말하니까 무섭잖아. 그런 뜻이 아니라, 궁금해서 그래.”

“그럼 물어보지 마~~ 여자애한테 자꾸 꼬치꼬치 캐묻지 말라구!!”


내 질문에 리유는 싸늘하고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방금 그 표정의 냉랭함은 꼭 사감 선생님의 그것과 맞먹을 수준이다. 사감 선생님에서 색기(?)만 빼고. 게다가 내용도 무시무시하다. 평소 귀여운 말투만 쓰는 리유의 빈약한 어휘력 풀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소름돋는 문장이다.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가 리유의 표정이 다시 장난기 있는 웃음으로 바뀌는 걸 보고 겨우 마주 웃으며 말했다. 리유 역시 장난이라는 듯 높은 톤으로 목소리가 바뀌어 말한다.


“공감…가는 거야. 아무래도?

“무슨 공감?”

“아이… 그러니까!”


나는 나름대로 리유가 상처받거나 혹은 기분 나빠할까봐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리유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며 대답한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건지. 괜히 더욱 막막한 기분이 돼서 결국엔 솔직하게 물어봤다.


“희세 도와달라는 거. 희세도 너도, 은근히 따돌림 당하고 있으니까. 그거 공감돼서 그러냐고.”

“……그런 거 물어보는 건 상처인데.”

“장난치지 마! 그래서 잘 알아듣게 설명 했잖아!”

“에에에에! 장난 아닌데! 너무해!”


리유는 내 질문에 풀이 죽은 표정이 돼서 잠시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더니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난 순간 0.5초 정도, ‘역시 너무 직설적으로 물어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리유 눈빛의 묘한 즐거움이 서려 있는 걸 보고 얼른 다그쳤다. 또 생각이 드는 건, 애초에 진짜 상처 받는 멘탈이라면 저런 ‘상처인데.’ 하는 직설적인 말을 면전에서 할 리가 없잖아. 과연 리유는 울상이 돼선 들킨 것을 억울해한다. 알기 쉬워서 좋다니까, 리유는. ‘그만 좀 장난쳐. 나 놀리는 게 재밌어?’ 하고 물으니 리유는 ‘응!’ 하며 밝게 웃는다. 어이어이, 그렇게 밝게 대답하는 게 어디 있어. 안 그래도 사감 선생님한테 매일매일 잔뜩 능욕(?)당하는데. 아무래도 난 여자애들한테 당하는 팔자인가보다. 이젠 리유한테까지 농락당하니. 리유는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아니, 공감 가거나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그냥 우리 패밀리에 희세까지 같이 다니면 좋겠어!”

“우리… 패밀리?”

“응! 나랑, 웅이랑, 성빈이랑, 희세까지! 넷이 같이 다니면 좋을 것 같애!”

“……그런가?”


리유는 정말 생각 없이 말하는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말한다. 앞뒤 이런 것 저런 것 계산하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그것만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듯한 느낌. 이런 걸… 백치미라고 할까? 허허.

글세, 상상해보면 좀 아닌 듯 싶기도 하고,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직 희세라는 애를 내가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좋다 나쁘다 왈가왈부 할 수가 없다. 어디까지나 내가 보기만 하고 조금 겪어본 희세는 굉장히 고압적이고, 쌀쌀맞고, 지기 싫어할 것 같은, 그런 성격이니까. 자존심도 몹시 강할 것 같고. 철인 3종 경기에 가서도 능히 잘 해낼 것 같은, 그런 여자애. 희세가 나중에 커서 교사가 된 뒤에 남자친구를 계속 5년 정도 못 사귀어서 성격이 어둡고 다크하게 바뀐다면 지금의 사감 선생님하고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나야 나쁠 건 없다. 여자애 둘이랑 같이 다니는 것도 좋지만 셋은 더 좋지 않겠는가. 자랑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심리는 있잖아! 이만큼 예쁜 여자애랑 같이 다니니까 나까지 뭔가 격이 올라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게다가 그런 좋은 파급효과도 날 수 있잖아. 리유, 성빈이, 희세. 성격도 외모도 다 제각각인 세 명의 여자애와 동시에 친하니까 저 애는 뭔가… 중재자? 미네랄 100 가스 350 스테이시스 필드, 리콜? 아니, 그거 말고!! 아무 애들하고나 잘 지내는 좋은 남자애구나, 그런 이미지가 될 수도 있잖아? 그럼 여자애들한테 더 호감 이미지가 될 테고! 더욱 안정적이고 빛나는 장밋빛 학교생활이!

…될 리가 없잖아. 그보다는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되겠지. 「‘헤픈’ 변태 노예」 우와, 진짜 거지같다 그 칭호. 그나저나, 여러 면에서 참 대척점에 위치한 희세와 리유다. 키나, 몸매나, 매력으로 하는 점이나.


“웅이는, 희세 별로 안 좋아?”

“아니, 좋지. 사실 나도 친해져보고 싶은걸. 예쁘잖아.”

“…변태.”

“아니 왜 거기서 변태가 나오는데!!”


나는 리유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아니, 그렇다고 희세가 싫은 건 아니고, 그냥그냥 중간 정도다. 뭐, 같은 패거리가 된다면 그럭저럭 지낼 자신은 있다. 하지만 리유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세 발자국 정도 떨어지며 말한다.


“희세 가슴 때문에 좋은 거잖아! 나랑 성빈이만으로는 성에 안 차니까!”

“뭔 개소리야!! 성빈이는 거기서 왜 나오고!! 애초에 그런 식이면 가슴 기여도가 가장 낮은 건 너 아니야?!”

“헉, 허헉…!! 변태에에에에엣!!”

“야, 야! 그렇게 크게 말하면!!”


리유는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태도로 큰 소리로 말한다. 창피하지만 나 역시 억울하여 큰 소리로 마음에 두고 있던 말을 꺼냈다. 큰 상처를 입은 듯 잠시 멈칫한 리유는 무언가 말하려다 차마 말하지 못하고 ‘변태에에에에~’ 하면서 교실까지 뛰어 간다. 난 너무 창피해 얼굴이 화악화악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뛰어서 녀석을 붙잡으러 간다. 지나가는 여자애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하고 있다, 리유 녀석!! 여자애들은 예전처럼 경멸하는 표정은 아니고, 그냥 ‘둘이 잘도 노네’ 하는 훈훈한 표정이다. 그래도 창피해!! 간신히 잡으려고 하지만 이미 교실 앞이다. 교실 즈음 오니까 리유도 소리 지르는 건 그만둔다. 싹 멈추니까 무안하기도 하고, 마침 쉬는 시간도 반 이상이나 가버린지라 나와 리유는 말없이 교실로 들어왔다.



“어땠어?”

“그게… 좀 그렇더라구.”


저녁 시간. 평소와 다름없이 나와 리유, 성빈이 셋이서 저녁을 먹으러 간다. 오늘은 그리 멀리 가고 싶지 않아 학교 앞에서 간단히 튀김과 떡볶이 등으로 떼우려 한다. 성빈이에게 오늘 여론 조사의 경과를 물어보니 표정이 썩 좋지가 않다. 약간 언짢아 보이는 표정으로 성빈이는 말한다.


“하나같이… 다들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욕 하는 애들도 많았고. 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어떤데 그래?”

“…….”


학교 앞 분식집은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자그마한 상이 있는 4인실로 들어가니 딱 아늑하니 좋다. 무엇보다 누구 눈치 보며 이야기를 작게 할 필요도 없으니까. 성빈이는 내 질문에 조금 어두운 표정이 됐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꺼낸다.


“혹시 몰라서 녹음해뒀거든.”

“우와. 엄청 똑똑해. 생각도 못 했는데.”

“…직접 들어봐.”


성빈이의 말에 나는 감탄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에도 여전히 성빈이의 반응은 그리 썩 좋지가 않다. 성빈이는 외부 스피커로 해서 녹음된 음성을 틀었다.


『그건 그렇고, 희세 있잖아…』

『어… 어. 왜?』


방금 전까지 까르르 웃으며 수다 떨고 있던 여자애들. 성빈이 목소리가 희세에 대해 물어보자 금세 웃음이 싹 가시고 진지한 목소리가 됐다.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


『요즘 혼자 다니던데. 뭐 아는 거 있어?』

『…나 걔 싫어.』

『나두.』

『재수 없잖아.』

『응응, 지가 젤루 잘난 줄 알어.』

『맞장구 쳐주는 것도 힘들어.』


여자애들은 성빈이의 말에 한 마디씩 한다. 처음 말을 꺼낸 여자애가 당당하게 싫다는 말을 하니 마치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하이에나 때처럼 한 마디씩 야금야금 내뱉는다. 그 느낌이 희세가 나에게 뭐라 했을 때 옆에서 마음에 비수가 꽂히는 듯한 말을 내뱉었던 여자애들의 그 말과 꼭 같다. 나는 순식간에 거북한 기분이 돼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리유 역시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녹음된 걸 듣는다.


『솔직히 이쁜 건 인정 하겠는데.』

『에이, 이쁘긴 뭐가 이뻐! 걸레 같아 가지구.』

『맞아 맞아, 좀 걸레같이 생기긴 했어.』

『가슴은 크잖아.』

『야, 듣겠다.』

『에헤헤~』

『어쨌든 짜증나. 별로, 싫어.』

『……그래.』

“……”

“……”


소리는 기분이 안 좋게 느껴지는 성빈이의 짧은 한 마디에서 끝이 났다. 녹음된 소리를 다 듣고 난 셋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왜 성빈이가 그렇게 좋지 않은 표정이었는지 이해가 간다. 그것도 모르고 눈치도 없이 밝은 톤으로 말을 걸다니, 으이구 이 화상아. 잠시 정적이 이어진다.


“다른 애들도, 비슷한 반응이었어. ‘어째서 싫어진 거야?’ 라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물어볼 수가 없더라구. 한 마디로 최악. 이미지 완전히… 너 때보다 더 심한 것 같아.”

“…여자애들 무섭다, 진짜. 나 때도 저렇게 뒷다마 했어?”

“하는 걸 못본 건 아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어.”

“…….”


성빈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도 그 심각성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수준으로 싫어할 줄이야. 성빈이도 리유도 다 언짢은 표정이다. 이거, 심각한 수준의 왕따잖아. 여기서 폭행 또는 가혹행위만 들어가면 완벽하게 학교 폭력인 거잖아. 아니, 지금도 충분히 학교 폭력이지만! …확실히 그냥 넘어갈 수준은 아닌데.


“어쨌든 애들 말 들으면서 굉장히… 걱정됐어. 희세가. 솔직히 나, 별로 탐탁지는 않았는데… 확실하게 희세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응, 나도 그렇네. 여자애들 하는 말 들으니까… 남 일 같지가 않잖아.”


성빈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불과 얼마 전에 내가 당했던 그 왕따다. 어쩌면 여자애들은 나에서 타겟을 희세로 바꾼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한 명 한 명에겐 그다지 큰일도, 장난이라고, 진지한 마음은 없었다고 하겠지만 당하는 그 애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인지, 얼마나 죽고 싶은지 내가 당해봐서 아니까. 그것도 나는 며칠 당하지도 않았지. 그나마 다행인 건 희세도 아직 이런 사단이 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원래대로 돌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사소한 오해가 겹쳐 이런 거니까.


“그나저나 원인은 파악을 못 했네. 싫어한다는 것만 잔뜩 알게 됐고.”

“응. 아무래도 원인을 물어볼 순 없었어. 그것까지 물어보면… 좀 눈치 보이기도 하고.”

“그렇긴 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가 좀 아프려 하네.”

“…우웅.”


마침 튀김과 떡볶이가 나온다. 먹을 것을 먹으며 앞으로의 방향을 얘기해봤다. 하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다. 나 때야, 명확한 적도, 정보도 확실히 있어서 일을 처리하기 수월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희세 본인 모르게 처리하고 있는 일이니까, 정보의 양이나 일의 진행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밥을 먹으며 적절히 얘기해봐도 시원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오, 근데 이 집 튀김이 맛있네.


적당히 먹고 가게를 나왔다. 맛도 가격도 괜찮지만 무엇보다 학교 앞인지라, 금방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가게다. 계산을 마치고 튀김 집을 나왔는데.


“……엇.”

“…….”


가게 앞을 나와 학교 쪽으로 가려는데 나는 흠칫 놀랐다. 팔짱을 끼고,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한 여자애. 희세.


작가의말

얼른 아르바이트 그만 두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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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7화 - 3 +11 14.01.22 3,083 63 21쪽
» 07화 - 2 +4 14.01.21 3,104 62 21쪽
25 07화. 다시 시작된 그것 - 1 +9 14.01.21 3,517 61 20쪽
24 06화 - 4 +10 14.01.20 3,666 97 20쪽
23 06화 - 3 +13 14.01.20 3,796 63 20쪽
22 06화 - 2 +11 14.01.19 4,079 65 20쪽
21 06화. 자연스럽게! - 1 +7 14.01.19 4,313 72 18쪽
20 05화 - 4 +17 14.01.18 4,516 139 19쪽
19 05화 - 3 +24 14.01.18 3,922 72 19쪽
18 05화 - 2 +24 14.01.17 3,473 100 17쪽
17 05화. 크아아아 흑화한다 +12 14.01.17 4,654 124 21쪽
16 04화 - 4 +10 14.01.16 3,771 80 19쪽
15 04화 - 3 +18 14.01.16 3,286 79 18쪽
14 04화 - 2 +16 14.01.15 3,312 73 25쪽
13 04화.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11 14.01.15 3,736 92 20쪽
12 03화 - 4 +9 14.01.14 3,537 85 20쪽
11 03화 - 3 +7 14.01.14 4,215 127 18쪽
10 03화 - 2 +7 14.01.13 3,881 9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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