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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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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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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1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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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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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글자
17쪽

05화 - 2

DUMMY

“이게 뭐에요?”

“말 했잖아. 자신감을 증진시켜주는 약♡”

“……설마 비X그라?”

“어머, 그 쪽이었어? 후후, 선생님이 구해다 줄 수도 있는데♡”

“아아아뇨! 그런 걸 왜 제자한테 구해다 주려는 건데요!! 무슨 말을 못 해!!”

“후후, 귀여워.”

“아악, 하지 마요.”

선생님은 무언가 나에게 주며 말한다. 굉장히 야한 말투로 말씀하셔서, 혹시나 하는 맘에 물어보니 역시나 장난을 치신다. 아, 이 선생님이 진짜! 리유가 보고 있다니까! 안 돼, 여기선 평정을 지켜야 해! 내가 말려들면 말려들수록 선생님은 더욱 좋아하니까. 선생님이 머리를 쓰다듬는 걸 냉혹하게 뿌리쳤다. 그래도 선생님은 미소를 잃지 않으신다.

“어쨌든 받아 둬. 네가 걱정하는 비X그라는 아니니까.”

“……이거 진짜 뭔데요?”

“자신감을 증진시켜준다는 건 뻥이고, 그냥 먹어. 맛있는 거니까. 선생님 간다.”

“에…… 네.”

선생님은 내 손에 호두알만한 크기의 무언가 두 개를 쥐어주곤 계단을 내려가신다. 나와 리유는 멍하니 사라지는 선생님을 쳐다본다.

“뭐야, 이게.”

“은박지 벗겨보자. 맛있는 거 아니야?”

“그래. 자. 같이 먹어야지.”

“고마워, 히히.”

쉬는 시간이 끝나가고 곧 수업이 시작되기에, 나와 리유는 걸어가며 대화를 계속했다. 선생님이 두 개를 주셨기에, 리유에게 하나 줬다. 리유는 웃으며 작은 손으로 그것을 받아든다.

선생님이 준 ‘그것’은 대략 이렇게 생겼다. 광택이 나지 않는 은박지로 쌓여 있는데, 포장이 조잡하지 않고 표면에 금박으로 고풍스러운 무늬가 있는 걸 보니 싸구려 같진 않다. 영어인지 뭔지 알파벳으로 적혀 있지만 겨우 고1의 학력인 내가 알아볼 수가 있나. 묘하게 단어가 익숙하지가 않은 게 영어는 아닌 것 같다. 호두만한 크기에, 꽤나 묵직하기까지 하다. 리유가 먼저 은박을 벗기고 나도 따라 벗겼다. 까맣고 큰 덩어리. 실로 깎은 듯 멋진 무늬도 있다. 그리고 특유의 달달한 향.

“초콜릿이당!”

“아, 그렇네.”


리유의 눈은 순식간에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한다. 단 것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리유이니 초콜릿을 보고 눈이 돌아가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저 반응은 도리어 정상에 가까운 것이지. 단 것, 특히 초콜릿을 좋아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짜장면에도 초콜릿을 넣어 먹으려는 괴악한 식성인걸.

리유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초콜릿을 입에 갔다 댄다. 먹는 것도 꼭 다람쥐처럼 조금씩 갉아 먹는다. 갉아서 녹여 먹는 건지, 아니면 그냥 씹어 먹는 건지. 어쨌든 좀 얄미워 보일 정도로 조금씩 먹고 있다. 리유가 그러는 거니 마냥 귀여워 보일 따름이지만. 반면에 나는 그런 리유를 힐끔 보고 초콜릿을 바로 입에 넣었다. 호두만하지만 호두보단 조금 작은 크기인지라, 입에 넣고 그냥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이런 거 아껴 먹거나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서.

“헤헤, 맛있당. 엄청 달아.”

“우욱! 우우욱!”

“히익! 뭐야, 뭐?! 왜??!”

리유는 초콜릿을 녹여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런 리유를 보다가 괴로운 표정이 되어 헛구역질을 했다. 으악, 으아아악! 리유는 그런 내 반응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허둥댄다. 나는 씹던 것을 겨우 진정시키고 입 안의 초콜릿을 녹여 삼켰다.

“겁내 써!!”

“에에?! 이렇게나 단데?”

“아니, 안에 무슨 시럽? 같은 거 있는데, 그게 엄청 씁쓸해. 텁텁한데다 뭔가 톡 쏘는 맛도 나고. 이상한 맛인데.”

“에에. 그런 거 싫은데.”

나의 감상평에 리유는 질색을 한다. 단 것을 좋아하니 그 반대인 쓴 맛은 얼마나 싫어할까. 딱 봐도 어릴 때 가루약 먹기 싫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전쟁을 일으켰을 것 같은 리유. 하지만 포기하기엔 초콜릿의 단 맛이 너무 강렬하다. 그냥 무작정 단 맛이 아니라, 적절한 단 맛과 느끼함, 묘한 풍미가 더해진 진짜배기 고급 초콜릿이기에 더욱 그렇다. 솔직히 그 이상한 시럽인지 소스인지만 아니었다면 굉장히 괜찮은 맛의 초콜릿이었을 것 같은데. 그 이상한 시럽 덕분에 입맛 다 배렸다.

리유는 무언가 결심한 듯 초콜릿을 입에 넣는다. 다 넣은 건 아니고, 앞니 쪽으로 초콜릿을 꼬옥 문다. 하지만 악력이 모자라서 초콜릿을 두 조각으로 내지 못한다. 아, 그것도 귀엽네. 울상이 돼선 입에서 초콜릿을 빼 작은 두 손으로 힘껏 쪼갠다. 겨우 쪼개진 초콜릿. 과연, 안에는 반투명한 무언가 끈적끈적한 물질이 들어 있다. 색깔은 투명한 색인지 어쩐지 초콜릿과 같은 갈색이다.

“으으…… 기분 나빠.”

“그거 빼고 먹으면 되겠네.”

“으앗! 아아아앗!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그치. 아우, 아직도 입이 텁텁한 것 같애.”

리유는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초콜릿 안의 그것을 보며 질색을 한다. 그러더니 혀를 찍어 한 톨만큼 그것의 맛을 보더니 마치 세상 모든 맛없는 것을 먹은 것처럼 강렬한 반응을 보인다. 눈을 질끈 감고 팔을 파닥파닥 휘젓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나는 괜히 흐뭇해져서 늠름하게 말했다.

“버릴래.”

“야, 아깝게. 그걸 왜 버려. 안에 있는 거 버리고 먹으면 되잖아.”

“싫어, 안에 있는 거 빼도 이 쓴 맛 날 거 같애. 싫어, 버릴래.”

“아이, 버리지 말고 나 줘. 나 먹게.”

“히익. 역시 변태라 식성이 특이한 거야?”

“아니야! 초콜릿이 맛있어서 먹는 거라구, 그리고 아깝잖아! 먹을 거 버리면 지옥 가!”

리유는 물건에 흥미가 떨어져 함부로 버리려는 아이처럼 말한다. 펄쩍 뛰며 초콜릿을 받는 나. 리유처럼 초콜릿을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방금 전 먹었던 맛이 꽤나 괜찮아서 다시금 입에 털어 넣었다. 시간이 지나니까 그 씁쓸한 뒷맛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렇다. 이런, 식성이 어른처럼 된 건가. 이제 난 아저씨가 된 건가. 리유는 초콜릿을 먹는 나를 괴물이라도 보는 것처럼 멀거니 쳐다본다.

“크으, 그래도 역시 이 쓴 맛은 거지같긴 하다. 뒷맛이 괜찮아서 먹는데.”

“으으…… 웅이는 변태.”

“왜 변태인데!!”

“우와아아~ 냄새나 냄새나~!!”

허나 초콜릿이 아무리 고급이라 해도 이 톡 쏘는 거지같은 쓴 맛은 어쩔 수가 없다. 리유는 여전히 나를 괴물처럼 보며 한 마디 한다. 아니, 어째서 변태냐고!! 가뜩이나 여자애들이 나 왕따 시켜서 그 말에 노이로제 걸렸는데. 그거 아는 애가 나한테 당당하게 그런 말을 하다니! 정답게 노는 모습도 슬슬 우리 반 복도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얼어붙어서 교실로 들어갔다. 그래야 하니까. 그래도 리유는 나한테 눈을 찡긋 한다.



“아오…… 뭐지.”

“?”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오후, 수업은 계속된다. 나른해지기 쉬운, 졸음에 취해 졸기 쉬운 시간대이다. 조금 놀란 건, 난 수업시간에 퍼질러 자는 건 남자애들이나 그러는 줄 알았는데 여자애들 중에도 그러는 애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애들처럼 반 전체 인원의 2/3 이상이 자고 있거나 하는 막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몇 애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나도 묘하게 나른한 기분이다.

어째 더워서 마이를 벗었다. 아직 충분히 쌀쌀한 날씨인데. 교실 뒤를 보니 온풍기는 켜져 있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나 말고 다른 여자애들은 마이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외투에 무릎담요에 중무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더운 걸, 그렇게 중무장 하고 있는 여자애들을 보니 더욱 더워진다. 게다가 또 이상한 건. 머리가 무겁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느낌. 두통은 아닌데, 무언가 머리를 짓누르듯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둔화되는 느낌이다. 거기다 나도 모르게 약간 빙빙 도는 느낌이 든다. 신기한 기분이어서 제자리에서 머리를 약하게 한 바퀴 돌려보니 으아아, 정말 세상이 다 도는 느낌이 든다. 순간 토할 뻔 했다. 뭐지, 이거.

주먹을 꽈악 쥐었다. 어째 손이 차다. 발도 찬 것 같다. 손과 발에 느낌이 별로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거기다, 점점 졸려 온다. 졸린 거야 나른한 오후 시간 때이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좀 종류가 다른 졸림이다. 차원이 다르다. 눈꺼풀이 내려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몰라, 뭐야 이거…… 엄청 졸려…… 점점 눈앞도 안 보인다.

나, 죽을병이라도 걸린 걸까. 아까 그 초콜릿이 문제인가. 아아, 모르겠다.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

“웅도야.”

“……응?!”

“괜찮아? 안색이 되게 안 좋은데. 귀까지 빨개졌어.”

“……응! 으응! 괜찮아.”

어질어질한데다 머리가 무겁기까지 하고, 얼굴도 화악화악 달아오르는 상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무렵, 옆자리 성빈이가 걱정스런 눈초리로 나를 보며 말한다. 쪽지로 말할 만한 게 아닌가보지. 난 어째 얼른 대답하려 했는데 반응이 3초 정도 뒤에 온다. 내 몸이 내 의지를 잘 못 따른다?! 처음 있는 경험이어서 굉장히 당황스럽다. 나의 이상한 반응에 성빈이는 더욱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본다.

“선생님한테 말씀 드릴까?”

“아니~~ 아니야,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헤헤.”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좀 졸리네~ 헤헤헤.”

“응, 알았어.”

나는 살짝 맛이 간 사람처럼 대답했다. 아니, 이렇게 반응하려는 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살짝 달뜬 기분이 돼선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나온다. 아까 전까진 마음이 돌로 눌린 듯 무겁고 갑갑했는데 어째 지금은 그런 건 하나도 없이 순수하게 기쁜 느낌이다. 그리고 나를 걱정해주는 성빈이가 너무 예쁘고 너무 고맙고 너무 좋다. 막 껴안고 싶은 마음인데 정말 그럴 순 없으니까 웃는 얼굴로 빤히 쳐다보는 정도만 했다. 성빈이는 정말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날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고개를 까딱이는 것마저 너무너무 귀엽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책상 위에. 팔도 괴지 않고 머리만 옆으로 해서 책상에 기댄다. 수업시간 때보다 더 머리가 핑핑 돈다. 아아, 왜 이런 거지. 게다가 엄청 졸리다. 눈을 감으니 빙글빙글 도는 이상한 느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근데 나쁘지 않아. 물에 빠지는 듯한 느낌으로 잠에 빠질 것 같다. 아니, 그럴 순 없지. 절대 자선 안 돼. 간신히 눈을 떴지만 몸엔 힘이 하나도 없어 머리를 일으킬 순 없다. 영화에서 수술 중 각성 같은 거 되면 이런 기분일까. 의식은 아주 명랑하고 또렷하게 있는데 몸은 잘 안 움직인다. 아니, 사실 의식이 명랑하고 또렷하지도 않다.

계속 잠들려는 걸 간신히 붙들고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엎드려 있으니 시선이 묘하게 낮아져 여자애들의 치마와 허벅지가 보인다. 검은 스타킹에 허벅지─ 아아, 좋아 죽겠다. 좀 더 치마 짧은 애 없나. 우리나란 이래서 문제야. 아니, 학생이 치마를 짧게 해도 안 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탕 발린 훈장 노릇이고, 실은 치마 짧은 게 좋아~ 치마 통 줄인 것도 너무너무 좋아~ 좀 더 짧게 해 줘~ 좀 더 폭도 줄여 줘~ 걸을 때마다 엉덩이 살랑살랑~ 고등학생이라는 여자애들이 어쩜 이렇게도 야할까! 하하, 너무 좋네. 난 행복해, 세상 어떤 녀석이 여고 교실에서 이러고 누워서 여자애들 허벅지랑 치마 구경하고 있겠어.

‘촤악!’

“꺄앗!”

“…….”

그렇게 행복감을 느끼며 여자애들의 허벅지를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끼얹는 소리가 나며 얼굴이 시원하다. 이어서 상의와 바지 쪽도 시원하다. 마침 더워서 마이도 벗고 있던 나로서는 그 차가운 느낌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옆에 있던 성빈이가 비명을 지른다. 뭐지?

“어머. 손이 미끄러졌네. 미안?”

“하하하하.”

“저, 전혀 미안한 말이 아니잖아! 이렇게 다 젖었는데!”

고개를 살짝 돌려 올려다보니 희세다. 희세가 전혀 미안하지 않고, 도리어 도도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깔보는 듯한, 비웃는 듯한 얼굴을 하고선. 머리가 핑핑 돌아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되지만 가만히 머리를 일으켜 주위를 보니 대충 이해가 간다.

나, 우유투성이가 됐다. 머리에서도 우유가 뚝뚝 떨어지고 있고, 교복 상의 역시 우유로 흠뻑 젖었다. 바지도 마찬가지. 책상에는 희세가 놓친 우유곽이 있고, 우유 역시 흥건하게 있다. 내 책을 적시고 있다. 옆에 있던 성빈이가 소리치며 말하지만 희세는 ‘뭐, 미안하다고 했는데!’ 하며 도리어 성빈이한테 심통이다. 아아, 성빈아 넌 가만히 있어, 네가 끼어들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런데 가만히 보니 결코 실수로 우유를 떨어뜨릴 그런 거리가 아니다. 성빈이랑 나는 자리를 다시금 붙여 앉았다. 그러니까 어제처럼 일부러라도 그 사이에 오지 않는 한 이 뒷자리를 지나갈 이유 따윈 전혀 없다. 게다가 뭐 부딪힐 것도 없고, 누가 봐도 희세가 그냥 나한테 우유를 끼얹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 이 년이 맞구나. 이 년이 주동자가 맞아. 과연 희세와 그 추종자인 여자애들 몇 명은 저들끼리 깔깔 까르르 웃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자애들은 조금 당황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하는 그런 눈치들. 하지만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겠지. 네 년들은 그저 대세를 따르기만 하는 소심한 년들이니까.

앉은 상태에서 희세를 쳐다본다. 희세란 년은 뻔뻔하게도 나에게 우유를 쳐 부어놓고도 잔뜩 웃음을 머금고 나를 쳐다본다. 팔짱을 끼고 있어 가뜩이나 큰 가슴이 더욱 도드라지게 커 보인다. 더러운 암퇘지년, 가슴만 커 가지고. 아니, 그럼 젖소인가? 흐흐흐, 가슴! 가슴을 보자! 아주 더럽고 나쁜 년이구나, 저 희세라는 애는. 애들한테 상냥하고 학급 일도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모든 일에 임하기에 착한 애인 줄 알았는데, 또 얼굴도 예쁘장하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 눈이 꼭 여우새끼 눈 같다.

나는 갑자기 굉장히 큰 분노를 느끼게 됐다. 저딴 년이 뭐라고 나를 이렇게 괄시하고 핍박하고 무시하지. 저 눈은 마치 자기가 나보다 위에 있어 우월감을 느끼는, 그런 눈이다. 남을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쓰레기의 눈. 그 주위에 있는 미친년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짓거리 하는 거, 엄연히 학교폭력이다. 아무리 여학생들이라 해도!!

“…….”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잘 가눠지지가 않지만, 나는 일어났다. 그리곤 퀭한 눈으로 희세를 쳐다본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머리에서부터 우유가 뚝뚝 바닥으로 떨어진다. 우유 비린내가 진동한다. 거기에 몸은 약간 휘청하면서, 얼굴은 화악 달아오른다.

“뭐, 할 말이라도 있어? 닦아주기라도 할까?”

“…….”

희세는 여전히 비웃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말을 하려 하는데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 하지만 확실히, 화난 눈을 하고 희세를 쳐다봤다. 아까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지라 퀭한 눈이 돼서 희세를 쳐다보니 희세는 약간 섬뜩한지 몸을 움츠린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여자애들이 어떤 짓을 해도, 난 그저 묵묵히 지켜만 봤다. 내가 왜?! 이 여고의 유일한 남자인 내가! 이 내가! 여자는 모름지기 남자에게 순종하고 남자를 따라야 하지 않는가! 그런 존재이지 않는가! ……아닌가. 아님 말고. 생각만 할 수도 있는 거잖아.

사나이 정웅도, 뭐 하고 있는 거냐! 조상님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 이 여자만 있는 곳, 이 곳에서 자신의 중심을 당당하게 펼쳐야지! 내 안의 소우주여! 이제 대우주가 될 차례!! 그래, 난 할 수 있다. 나는 당당하다. 내가 누구인가. 수컷 웅, 길 도. 상남자 정웅도다! 네깟 가슴만 큰 젖소 같은 년이 나를 비웃어?! 미움과 증오가 샘솟는다.

금방이라도 마음에 담은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전혀 불안하거나 창피하거나 하지 않다. 도리어 자신감이 넘쳐흐를 것 같다. 아, 선생님이 「자신감을 증진시켜주는 약」이라고 한 게 괜히 그런 게 아니구나. 정말 약효가 있어.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매우 크게 말했다.

“이 시X년들아!!!!!!!!”

“!!!!!!!!!!”


작가의말

크윽, 7000자라니... 슬슬 시동이 꺼져가는 건가...

그리고, 정말 그리고 죄송하단 말을 하고 싶네요.
지금까지 오로지 속도만을 중시해서 속도전으로! 천리마 운동이다! 이런 식으로 급속한 연재를 해 와서 퀄리티가 시망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번 편은 정말... 자신이 없네요.

똥망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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