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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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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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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2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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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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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18쪽

08화 - 3

DUMMY

그러니까 지금 상황을 좀 정리해보자. 애들에게 공공연하게 따돌림 당하던 희세. 어떤 계기로 싸우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따돌림의 주동자인 정희와 말싸움을 하게 되고. 화려한 언변과 직설적이고 신랄한 비판으로 희세는 오히려 정희와 그 일파 애들을 궁지로 몰았다. 당당하게 할 말 다 하고 말싸움에서도 크게 기세를 올린 희세. 하지만 정희는 ‘왜 제 3자를 끼어들게 하냐, 그러고도 네가 깨끗하냐’ 라며 나를 강제 참전 시킨다.

이 싸움 전에 난, 정희에게 희세에 대한 걸 물어봤다 희세를 따돌림 시키는 게 정희라는 것도 알게 됐고, 그것보다 더 전에는 희세에게 호되게 혼도 났다.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뭐야, 내가 개새끼네. 내가 괜히 깝쳐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정희는 정희대로 내가 그러니까 오해할 수도 있고. 아니, 설령 오해하지 않고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했다 하더라도 ‘오해한 척’ 해서 희세를 나쁜 년으로 만들 수 있고. 희세는 괜히 자존심도 뭣도 없는 이상한 애가 되고. 내가 잘못 했네.

─라고 잘못 인정 한다고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성 싶은가! 희세는 정말 엄청난 기세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조금만 더 쳐다보면 내 얼굴이 뚫려 버릴 정도로. 괜히 덜덜 몸이 떨릴 것만 같다. 정희는 의기양양해선 나와 희세를 번갈아 본다.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변태 씨?”

“……아.”

“…….”


의기양양한 정희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찌 들으면 놀리는 것 같기도, 비꼬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멍청한 표정이 돼서 별다른 말도 못하고 멍하니 희세를 쳐다봤다. 희세는 더욱 눈을 부라리며 나를 잡아먹을 듯 쳐다본다. 아. 아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주위 애들도 모두 나를 쳐다보고.


“저, 그러니까 나는.”

“닥쳐.”

“어…”


어이어이! 말 할 기회정돈 달라고! 나는 변명이라도 해 보려고 운을 땠는데 바로 매몰차게 희세가 내 입을 틀어 막아버린다. 그러더니 다시금 몸을 홱 돌리곤 정희를 쳐다보고 말한다.


“이 새끼는 상관없잖아. 쟤 맘대로 끼어든 거니까, 나랑은 관계 없다고.”

“에에~? 그걸 어떻게 알아. 네가 그냥 무시하는 거 아니야? 쟤가 무슨 이유로 너를 도와줘? 마음대로?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기를 왕따시키려던 애를 도와주려 하진 않지. 모종의 무언가가 있지 않는 한은.”

“…….”


정희의 말에 희세는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다. 살짝 입술을 깨무는 희세의 눈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하긴, 정희나 다른 애들 입장에서 볼 때엔 그렇다. 보통 상식으로는 자기 왕따시키려던 애가 아무 이유도 없이 도움을 줄 리가 없다. 희세와 내가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게 아닌 이상. 오해하기 십상인 상황이기에, 희세는 자기 위치의 불리함을 알고 말을 아끼고 있다. 아니, 근데 진짜로 그 말 그대로인데. 난 아무 이유 없이 희세를 도와주려는 건데. 희세가 그렇게 막말로 나를 저지했어도, 난 오기로라도 희세를 도우려 했고, 내 마음대로 그렇게 한 건데. 안 되겠어, 오해를 풀어주게 말을 해야지


“아…… 저, 그러니까.”

“넌 닥치라니까!”

“……넵.”


이 상황을, 오해 하고 있는 모두에게 사실을 말하려 하는데 희세가 앙칼진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이어이, 이러니까 더욱 확실하게 희세의 심복으로 보이잖아. 명령에 확실히 따르는 호구. 희세는 입을 앙 다물고 불쾌한 표정으로 정희를 쳐다보다 내 쪽을 한 번 본다. 마찬가지로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정희 쪽을 보며 말한다.


“저 새끼가 너한테 뭐라고 말했든, 뭘 물어봤든 나랑은 정말 관계없어. 난 저 새끼랑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

“에에. 그냥 잡아떼기? 그거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거 아니야?”

“상관없다고! 난 정말로!”

“후후후후.”


희세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정희는 여전히 여유 있는 태도로 비꼬듯 말한다. 희세는 그에 더욱 부아가 치미는 지 발악하듯 소리 지른다.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내가 볼 때엔 희세는 맞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애들이 볼 때엔 다르겠지. 희세가 불리하니까 그냥 소리치는 것으로만 보일 것이다. 그걸 알기에 정희는 더욱 의기양양한 태도인 거고. 최정희… 저 영악한 아이… 나를 보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던 건 나를 이용해먹으려는 시나리오를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짜낸 뒤의 미소였겠다.


“저… 나 좀 말해도 될까.”

“넌 닥치라고, 제발! 끼어들지 말라고 했잖아!!”

“왜, 뭐 안될 거 있어? 뒤라도 찔리시나? 그냥 말 하게 내버려 둬 봐. 할 말 있다잖아.”

“……!”


내 말 한 마디가 끝나기가 무섭게 희세는 고개를 우악스럽게 돌려 날카롭게 말한다. 하악… 좀 더 날 매도해줘, 좀 더 싸가지 없게! 좀 더 앙칼지게! 날 욕해줘! 때려줘! 더 세게! ……뭐야 이게!!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 생각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그냥 찍 소리도 못 내고 나는 가만히 찌그러 들었다. 하지만 의기양양한 정희의 말에 희세는 움찔 한다. 뭐라 반박하지 못하는 희세. 이 상황에선 정희 말을 듣는 수밖에 없을 거다, 아마. 불안하기도 하겠지, 내가 헛소리 지껄이면 단박에 상황이 이상하게 될 테니까. 정희나 다른 애들은 나를 희세의 구원군이나 아군이라 생각하겠지만, 희세 입장에선 나도 적이니까. 그리고 그렇게까지나 폭언을 했는데, 남자애 자존심 긁는 말까지 했는데 좋은 소리 해줄거란 생각은 안 하겠지. 하지만 난 희세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도와주겠다고 거짓 진술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냥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서 오해를 풀고 싶을 뿐이다. 내 왕따 사건 때도 그랬는 걸.

사회에서, 간혹 거짓이 진실을 덮어 버리고 착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손해를 보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어리지만 법 체계라던가 이런 건 너무 어려워서, 못 배운 사람들은 착하게 살아도 손해보고 살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모두가 같은 학교에서 만큼은 진실을 밝혀서 오해가 풀리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이 애들이 나아가 사회의 일원이 됐을 때도, 그 정의를 기억하고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라는 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사실 그냥 변명이다. 궤변이지. 나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어… 일단 이건 오해야. 나는 희세랑 아무 관계도 없고, 그냥 내 멋대로 희세를 도와주기로 했거든.”

“그게 말이 돼? 너 왕따하려던 앤데? 내가 말했었잖아, 괜한 짓 하지 말라고?”

“말이 돼지 왜 안 돼!”


나는 정희의 비꼬는 말투에 큰 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조금씩 짜증나려고 한다. 모든 패를 손에 쥐고 있는 양 의기양양한 정희의 표정을 보니 짜증이 나려 한다. 분명 희세는 잘못 없는데, 맞는 말만 했는데 왜 희세가 수세에 몰리고 정희가 의기양양 해야 하나. 나는 다시금 생각을 정리해서 말했다.


“모든 게 네 생각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마. 나는 그냥 희세가 돕고 싶어서, 정말 그냥 돕고 싶어서 도운 거니까. 도운 거라고 도운 게 엉망진창이 돼서 안 돕느니만 못하게 됐지만.”

“그러니까 그걸 누가 증명하나구.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서로 입 다물고 모르는 척 하는 건ㅈ…”

“말 돌리지 말고! 결과를 봐!”


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큰 소리로 말했다. 아, 여자애한테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되는데. 논리정연하게 내 의견을 피력해서 논리로써 설복시켜야 하는건데, 이러면 그냥 내가 힘 세고 강한 남자라 힘으로 누르는 것 같잖아. …애초에 내 힘으로 눌릴 여자애들도 아니지만. 어쨌든 가슴이 화악 달아오르는 걸 느끼고 나는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러니까 네가, 희세 왕따 시키려는 건 확실하단 얘기잖아! 애들한테 소문 퍼트리고, 일부러 악질적인 일 일으키고. 둘이 그거 얘기하고 있던 거 아니야?! 왜 내 얘기 꺼내서 논점 흩트리는데? 자기가 불리하니까 일부러 나를 떡밥 삼아서 시선 돌리려는 거 아니야, 너?”

“그, 그… 그게 아니라! 희세가 우리한테 비겁하다ㄱ…”

“비겁한 건 너네잖아! 애초에 한명 대 여러 명으로 말싸움 하면 누가 의기양양해질 것 같아? 누가 유리할 것 같아? 난 솔직히, 희세가 더 대단해. 너희들 모두를 상대로 한 치도 안 밀리고 하고 싶은 말 다 하잖아? 왜 그런 줄 알아? 희세가 잘못한 게 없으니까! 잘못은 너희가 했으니까!”

“…….”


말하다보니까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길게길게 얘기했다. 그래, 이거라구 이거. 지금 말하고 있던 건 서로의 흠이나 도덕성이 아니라, ‘누가 왕따를 시켰나’ 하는 문제였잖아. 근데 왜 괜히 쓸데없는 나를 약점 삼아서 희세를 곤란하게 하는 건지. 그것에 대한 분노 때문에 나는 말을 크게 해 버렸다. 정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리고, 네가 그랬잖아. 여자애들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나랑은 상관없다고.”

“…….”

“내가 왜 상관이 없어. 난 이 반 사람 아니야? 나도 엄연히 이 반에서 지내고 있고! 우리 반 일원이라고! 정작 아직도 나를 소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너 아니야?!”

“…아, 아니야, 그건!”


정희는 내 말에 더욱 궁지에 몰려 당황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말하다보니까 자동으로 나와 버렸다. 어라, 유효타? 희세는 약간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래도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

“…….”

“나는 둘이 싸우게 하려는 게 아니었어. 나는… 둘이 친했었잖아? 모두, 희세하고 친했었잖아? 근데 왜, 뭣 때문에 희세를 따돌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다시 친해질 수는 없어? 응?”

“…….”


나의 말에 정희와 희세 둘 다 대답이 없다. 어색한 분위기만 감돌 뿐이다.


“하아.”

“……?”

“네 말이 맞아. 내가 한 것 맞아. 미안하다, 희세야.”

“……어.”


정희는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두어 번 내젓고 맑은 눈으로 희세에게 말한다. 희세는 영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정희를 보다 말한다. 정희는 아까의 표독스런 표정이나 비웃는 듯한 표정이 아닌, 평소의 쿨하고 당찬 모습이 돼서 무덤덤하게 시원스럽게 말한다.


“사실, 질투한 거 맞아. 나도 잘 하는데, 나도 너만큼 할 수 있는데 모두 너한테만 주목하는 게 너무 싫어서. 근데 그거 알아? 다들 너한테 그만큼은 질투심이 있더라. 그건 예상 못 했는데. 그래서 내가 생각한 범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따돌려지게 돼 버렸고. 그건 그만큼 네가 완벽하니까, 하. 지금도 짜증날 만큼 완벽하네.”

“…….”


정희는 시원하게 모든 걸 털어 놓는다. 나는 움찔 하며 놀랐다. 사실 저렇게 자기 잘못 인정하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사람은 자기 위신이 너덜너덜해진다 해도 결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는데. 정희의 칭찬 같으면서 욕하는 것 같기도 한 말에 희세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삐딱하게 섰던 자세를 바로한다. 정희는 희세를 똑바로 보고 말한다.


“나 때문에 괴로웠다면 미안해. 누구보다 너를 따랐던 게 나인데. 나도… 나도…! 너처럼, 흑! 할 말 다 하고! 흑! 당당하게! 흑! 지내고, 싶, 었, 는, 데…! 끄흑!”

“!!”


정희는 무덤덤한 시원한 말투로 말하다가 어느 시점인가부터 갑자기 울컥 한다. 그러더니 급격히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훌쩍이더니 급기야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울어 버리기 시작한다. 그 당당하고 쿨한 정희가 설마 울어 버린다고는 누구도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다들 깜짝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다. 급기야는 정희는 땅에 주저앉아서 아이처럼 앙앙 운다. 희세 역시 아니꼬운 표정에서 당황한 표정이 돼서 정희에게 다가간다. 정작 정희 옆에 있던 여자애들은 ‘뭐야’, ‘어떡해’ 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몰라 뭐야 이거 내가 울린 것 같잖아. 아니, 난 그냥 말만 한 건데. 상처 준 것도 아니고, 난 그냥 ‘제안’을 한 것일 뿐이잖아. 그 제안을 듣고 정희가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말하다 혼자 감정이 끓어올라 저렇게 우는 거잖아. 진실이 어떻든 하지만 모양새가 내가 울린 것 같은 느낌인 건 사실이다. 정희 주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애들을 욕하지만 사실 나도 그 여자애들과 똑같이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다. 똑같은 그 밥에 그 나물들이지. 희세는 ‘괜찮아 괜찮아, 뚝! 울지마, 울면 칠칠맞잖아, 뚝!’ 하면서 어린애 달래듯 정희를 달랜다. 정희 역시 희세가 달래주자 더욱 서럽게 앙앙 울어댄다.


“흑! 흐어엉, 히끅! 흐아아앙! 흐앙, 아아아앙!”

“아이… 그만 좀 울어!! 울면 다야!! 이걸로 어물적 넘기려는 거지!!!”

“아아아아앙!! 그, 그런 거! 흑! 아닌, 데!! 히끅!! 우아앙!!”


희세는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표정으로 쏘아 붙인다. 정희는 더욱 서럽게 울며 이제는 아예 희세에게 매달려서 통곡하듯 운다. 나라가 다른 나라에 넘어가면 저렇게 이 날에 목 놓아 울게 될까. 희세는 한숨을 쉬며 난처한 표정이 됐다. 우와, 정말 이미지 반전이네. 키도 크고, 쿨한 이미지에 귀여운 맛이라곤 전혀 없던 정희인데 지금은 리유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어린애처럼 울어댄다. 아니, 오히려 저번에 양호실에서 내 품에서 울었던 리유는 리유답지 않게 울음을 참으려 해서 의외로 어른스러웠지. 지금 저건 완전… 크고 아름다운 희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는 정희. 눈물도 엄청 많이 흘려 금세 희세의 교복이 젖어 들어간다. 오우… 으아아, 왜 이런 와중에도 그런 데에만 눈이 가는 건데! 「변태 씨」의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구나!!


“우으응…”

“응, 왜?”

“아니야.”

“저… 내가 가서 사과해야 하나?”

“…네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 달래주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뭐 그것도 희세가 해주고 있긴 한데…”


뭔가 흐지부지하게 된 결말에 겁먹어서 성빈이 뒤에 숨어 있던 리유가 앓는 소리를 내며 내 팔을 툭툭 치며 나를 올려다본다. 아아, 귀엽네. 그래, 여자애는 이렇게 귀여워야지. 무서운 기세로 싸우던 희세와 정희만 보다 리유를 보니까 마음이 녹는 것 같다. 리유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성빈이를 보고 물었다. 성빈이도 조금 어이없는 눈으로 정희를 쳐다보며 말한다. 정말 충격 먹은 표정의 성빈이. 나보다는 여자애들이 더욱 충격이었겠지. 정희는 그렇게 한동안 서럽게 울었다. 희세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는 정희를 품에 안고 있다.


왕따 설전 사건(?)은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끝이 났다. 여자의 울음은 강력한 무기라고 했나. 그건 대남성용(?)인 줄 알았는데, 여자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효력이 있는 것 같다. 하긴, 저렇게 엄청 울어버리면 어떤 일인들 애매하게 돼 버리겠지만. 결과는 「그리고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인 것 같다. 희세는 특유의 당돌하고 거침없는 신랄한 비판으로 스스로의 오해를 모두 털었고, 아니 사실 희세 본인이 한 말은 다른 여자애들의 모든 어그로를 새로이 끌어 모을 충분한 사유가 됐지만 희세를 은근히 따돌림 시켰다는 걸 정희가 인정했기에, 희세에게 ‘비겁하다’ 란 말까지 들은 여자애들이니 더 이상 어떻게 희세를 따돌림할 용기가 나질 않겠지. 이 사건으로 희세의 용맹함과 위엄은 더욱 전교에 그 명성을 드높힐 것 같다.

사건의 주동자였던 정희도, 악역이었지만 애매하게 용서를 받게 됐다. 막판에 울어버린 걸로 모든 판을 뒤집어 버린 게 크겠지만. 거기서 더욱 발악하며 찌질하게 굴었으면 다음 번 왕따는 아마 정희가 됐을 거다. 하지만 마지막에 쿨하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자기의 열등감을 솔직하게 말하다 감정이 격해져 울어버린 대목에서 많은 여자애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 같다. …뭐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무슨 해설 하는 것 같네. 어찌됐든!

정희는 너무 울어서 거의 탈진 수준까지 갔다. 잔뜩 지쳐서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미안해 희세야, 용서해주세요.’ 라고 가냘픈 목소리로 말한다. 희세는 잔뜩 난감한 표정으로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울자, 제발!! 교복 다 젖었잖아!’ 하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우와, 진짜 이미지 안 맞아!! 키도 덩치도 평소 포지션도 든든하던 정희의 울음이기에 여자애들이 더욱 갈피를 못 잡은 것도 있다. 한참 뒤에야 울음은 그쳤지만 정희는 더 이상 몸을 가눌 힘이 없을 정도로 울어버려서 결국 애들의 부축을 받아 양호실로 실려 갔다. 아아. 탈진할 때까지 울어버리다니. 아예 모든 눈물을 다 쏟아 부어버렸구나.


“정희 불쌍하다. 저만큼 우는 건 처음 봐.”

“아아. 난 뭐가 뭔지 모르겠어. 나 잘못한 거 없는 거지?! 괜히 죄책감 드네.”

“아니야, 아니야. 중간에 중재한 거잖아.”

“그렇지? 그런 거 맞지?!!”


나는 확신이 안 들어서 연거푸 성빈이에게 물었다. 성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휴우, 다행이다.


“……?”

“……흥!”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겨우 쭈그린 자세에서 ‘에그…’ 하면서 다리를 펴는 희세와 눈이 마주쳤다. 정희가 얼마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는지 교복 가슴 부분이 아예 다 젖어서 몸에 착 달라붙어 있다. 가뜩이나 크고 아름다운 크기를 자랑하는 희세이기에, 안 쪽의 아이보리색 브라가 다 비쳐 보인다. ……이런건 참 0.01초 안에 귀신 같이 스캔하지. 얼른 시선을 올려 다시 희세를 봤다. 하지만 희세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흥!’ 하고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다. 아아, 미움 받아 버린 거야. 겨우 잘 끝냈는데!

뭐, 어쨌든 다행이다. 한참 동안의 실랑이 때문에 편히 쉬려던 남은 시간은 모두 흘러갔고 결국 야자가 시작 됐다.


작가의말

허헛! 솼솻솨사사솻! 으앙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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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9.5화 - 2 +13 14.01.27 4,211 129 20쪽
37 09.5화. 잉여잉여 - 1 +13 14.01.27 3,204 5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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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화 - 3 +20 14.01.24 3,071 7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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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7화 - 2 +4 14.01.21 3,105 6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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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6화 - 2 +11 14.01.19 4,079 65 20쪽
21 06화. 자연스럽게! - 1 +7 14.01.19 4,313 72 18쪽
20 05화 - 4 +17 14.01.18 4,517 13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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