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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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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23 21:02
조회
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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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글자
17쪽

08화 - 2

DUMMY

시간이 지나서 저녁시간, 여전히 껄끄러운 마음이다. 쉬는 시간에 중간중간 정희랑 눈이 마주치는데, 그게 얼마나 껄끄러웠던지. 정희는 나를 보고 비웃듯 묘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지나친다. 나는 어색해서, 딱히 쳐다보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하아…”

“정말,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니, 아니야…”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한숨만 쉬고 있다. 오직 성빈이만 나의 변화를 눈치 채고 계속 물어본다. 그도 그럴 게, 저녁 먹는 내내 그다지 말도 안 하고 장난도 안 치고 잘 웃지도 않았으니까. 티 낼려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난 감정을 숨기고 안 표현하는 걸 잘 못해서, 억지도 웃거나 하려 해도 누가 봐도 억지웃음이란 게 뻔히 보이는 그런 타입이라.

리유는, 그나마 성빈이가 있어서 다행인 경우다. 나랑 둘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내 기분은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우웅! 왜 울적해!’ 하면서 자기 귀여워해 달라고만 계속 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나 말고도 성빈이라는 훌륭한 대체제가 있으니, 나한테 몇 번 들이대(?)봤다가 내 반응이 시큰둥 하니 ‘흥!’ 하고 삐쳐선 성빈이한테 엉겨 붙는다. 지금 뭣 때문에 이렇게 심각한데. 리유 네가 물고 온 떡밥에 내가 걸려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뭐, 애초에 리유의 지원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더 이상 관여하지 마라. 안 그러면 너에 대한 것도 다시금 분탕질을 쳐 주겠다. 위협이자 압박이다. 성빈이한테 말해서 같이 의논하면 조금 편해질까. 아니, 아니다. 이건 그냥 내 선에서 끝내야지. 왜 내가 정희랑 담판을 지으려 했겠어. 희세가 말한, ‘치맛자락’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한 거잖아. 이 정웅도, 사나이 정웅도 남자로서 그 정도 몫은 해야지. 잘 생각하면 이 난관도 충분히 돌파할 길이 있으리라. 그래, 그렇게 하자.


“그냥, 희세 일하고 리유 건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 아파서. 그거 생각하느라.”

“……아닌 것 같은데. 뭐 숨기는 거 있지 않아?”

“숨기긴 뭘 숨겨.”


성빈이는 미심쩍은 눈으로 날 보며 묻는다. 애써 태연한 척 넘기지만 속은 정말 뜨끔 한다. 여자의 육감은 무서운 거구나. 정희도 그래서 그렇게 태도를 확 돌변한 걸까. 내가 적이란 걸 깨닫고. 우우… 무서운 아이.


“!@@$%!$#@%!@!!”

“귏귳귌귳뛚뼟뚦!!!”


야자 시작 35분 전. 넉넉하게 시간을 남겨두고 교실로 들어가려 한다. 남는 시간 동안은 성빈이랑 얘기하거나 리유랑 수다 떨거나 하겠지. 너무 진지한 상태로 있으니 성빈이의 의심스런 걱정스런 눈초리가 너무 부담돼서 안 되겠다. 희세, 정희에 관련된 일은 잠시 내려 놓고 그냥 웃으며 얘기하기라도 해야지. 정희 말이 맞기도 하잖아.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는 거. 희세도 한 번 더 관여하면 어떻게든 해 버린댔고. 뭣하러 긁어 부스럼 만들 일 있겠어. 성빈이와 리유와 함께 우리 반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복도에서부터 크고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날카롭게 찢어지는 듯한 고음. 비명 같기도, 고함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비명은 아닌 것 같다. 목소리에 분노와 격한 감정이 그득 들어 있으니까. 그러니까 꼭, 누군가 말싸움을 하는 것 같다. ‘뭐야 뭐야?’ 하며 웅성웅성하는 여자애들 소리도 들린다.


“누구 싸우나…?”

“으앙, 무서워!”

“여자애들 자주 싸워?”

“아니, 이렇게까지 크게 부딪히는 건 잘 못 봤는데.”


성빈이는 내 물음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리유는 마냥 울상이 돼서 성빈이 뒤로 숨는다. 어째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싸움 구경은 꼭 하고 싶지만, 왜, 불구경하고 싸움구경은 돈 내고라도 한다는 말 있잖아. 그치만 괜히 구경했다 불똥이라도 떨어질까 두렵다. 혹은 분노에 찬 희세의 일갈일 수도 있으니까. 성빈이도 그리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은 눈치이다. 군자는 까마귀가 노는 곳에 가지 않는다고 하니까, 그래, 안 가는 게 낫겠다. 하고 생각이 들었는데.


“야 최정희!”

“!”


나와 성빈이는 암묵적으로 ‘들어가지 말자’ 하는 눈빛을 교환하고 있는데, 교실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그 내용에 나는 깜짝 놀랐다. 높은 톤의 신경질적으로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희세. 나를 불러 훈계 했을 때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진짜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다. 평소의 고운 목소리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거기에 나를 멈칫 하게 만든 건 그런 희세의 목소리가 부른 게 바로 ‘정희’라는 것. 지금까지 둘은 대치상태. 내가 알고 있는 정보 상으로는, 정희가 애들을 주도해서 왕따를 시키고, 그래서 희세는 반 애들하고 멀어졌다. 희세가 당연히 정희에게 말을 걸 리도 없고 이름을 부를 일도 없다. 그 쪽에서 먼저 무시하고 왕따를 조장하는데 말을 걸 가치가 있을까. 정희 쪽도 마찬가지로, 일부러 시비라도 걸지 않는 한 희세와 부딪힐 일은 없다. 의도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는데. 그럼, 지금 말싸움 하고 있는 두 사람은. 역시… 희세랑 정희?!


“가, 가자. 괜히 들어가지 말구.”

“아, 아니, 잠깐만.”


성빈이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성빈이를 봤다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비 팍팍 들면서도, 또 그냥 갈 수가 없다. 잠시 뒷문에 멈춰 서서 대화 내용을 들었다.


“뭐, 어쩌라고.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너 짜증난다고. 앞에서 얼쩡얼쩡 대지 말고.”


어떤 경위로 둘이 시비가 붙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격한 감정이 오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건가, 정희 녀석.


“너 엄청 비겁하드라? 겉으로는 도도한 척 고고한 척 다하면서, 어?”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교실로 들어가 상황을 지켜보려다 정희의 말소리에 움찔 하며 들어가는 걸 멈칫 했다. 저 말은 명백하게 나를 말하는 거잖아! 제발, 제발 말하지 말아 줘…!


“솔직히 너 재수 없다고 다 생각하고 있거든? 잘난 척도 정도껏 해야지, 밥맛 떨어져.”

“…….”


나는 좀 더 자세히 상황을 보기 위해 살짝 문을 열고 안을 살펴봤다. 야자 시작 30분 전이라 그리 많은 애들이 있진 않지만 그래도 꽤 많은 수의 애들이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 일어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다. 대치하고 서 있는 두 사람, 희세와 정희. 희세의 책상과 의자는 내동댕이 쳐 있고 책상 서랍 안의 책들이 장기자랑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우와, 무력충돌이라도 있었나. 희세와 정희 둘 다 서로를 잡아먹을 기세로 무섭게 쳐다보고 있다. 정희가 키가 한 10cm 가량은 커서, 희세가 정희를 올려다보는 형세다.


“변태 씨 왕따 시킨 것도 그래, 다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데 네가 소문 퍼뜨려서 그렇게 된 거잖아? 다들 안 그래?”

“응, 그렇지.”

“맞아 맞아.”

“…….”


정희의 말에 희세는 움찔 한다.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정희 패거리 애들이 한 마디씩 한다. 우와, 저거 악질인데. 저건 1:1로 설전을 하는 게 아니잖아. 저렇게 옆에서 맞장구치면 사기 엄청 떨어진다구. 내가 당해봐서 알지,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들. 희세는 그래도 전혀 죽지 않은 시퍼런 눈빛으로 정희를 쳐다본다. 조금은 억울해 보이는 희세. 그러더니 갑자기 피식 웃는다. ‘후후’ 하고 작게 웃던 희세는 급기야는 깔깔 까르르 폭소하듯 웃는다. 싸우던 도중에 갑자기 웃는 희세의 모습에 정희는 물론이요 주위 애들까지 전부 당황스런 표정이다. 나도 어이가 없어 희세를 쳐다봤다. 이건 무슨 경우야? 너무 왕따 당해서 미친 건가? 자기를 까내리는 말을 그렇게나 많이 들었는데 도리어 웃어 버리다니… 아니면 혹시 엄청난 군자인건가? 남의 흠도 욕도 용서해주는 예수 같은 사람?


“하하… 웃긴 건 너잖아, 너무 웃겨서 웃음이 다 나오잖아.”

“뭐야, 드디어 미쳤구나 네가.”


희세는 웃음을 멈추고 다시 독기가 서린 눈으로 정희를 쳐다본다. 정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희세에게 말한다. 하지만 희세는 더욱 독기가 강화된 눈으로 또박또박 말한다.


“내 소문 안 좋게 내서 이딴 식으로 여론조작한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몰라서 멍청하게 가만히 당하고 있는 줄 알았어?”

“……!”

“하, 그러곤 뻔뻔하게 내 친구들하고 돌아다니면서 놀더라. 왜, 무슨 권력투쟁이라도 하는 기분 들어? 내가 이루어 놓은 자리 다 뺏으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뭘 어쨌다고!”


희세는 날카롭게 정희를 추궁한다. 방금 전까지 정희가 희세를 몰아가는 모습이었는데 순식간에 형국이 바뀌어 정희가 궁색하게 대답한다. 옆의 친구들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보통 왕따 당하는 애가 이렇게 당당한 태도를 견지하기란 힘든 일이다. 애초에 당할 때도 조금 기 약하고 그런 애들을 왕따 시키기에, 왕따 당하는 애는 왕따 하는 애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희세는 다르다. 당당하게 따지고 있다. 그래서 옆의 여자애들도 섣불리 뭐라 하지 못하고 정희만 쳐다본다. 여기선 정희의 역량에 달린 일이지.


“나는 다만 상종하기가 싫어서 상대 안 한거야. 너나, 네 주변 애들이나! 그딴 얄팍한 소문에 왔다갔다 하는 애들이면, 상대할 가치도 없거든! 너희끼리 알아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알아서 하라 그래. 난 하나도 신경 안 쓰니까!”

“그래서 뭐! 그거 질투하는 거 아니야? 왜, 넌 혼자잖아! 밥도 혼자 먹고, 쉬는 시간에도 늘 혼자 있고. 왜, 그런 거야? 「난 오늘부터 우리반 애들 전체를 왕따시키기로 했다─」 같은 거.”

“꺄하하하하.”

“그건 자기가 왕따 당하는 거잖아!”

“맞아 맞아!”


희세는 까칠한 태도로, 정희를 노려보며 말한다. 정희는 살짝 당황했던 모습을 얼른 감추고 다시금 평정을 되찾고 비꼬듯이 말한다. 한 번 시작하니 특유의 비웃는 모습으로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옆의 여자애들도 하이에나처럼 꼬투리를 잡으며 저들끼리 깔깔댄다. 하지만 어째 희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입술을 깨물지도, 눈을 치켜뜨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깔아보는 눈으로 정희를 쳐다본다.


“질투하는 건 너잖아.”

“……뭐?”


희세는 이제는 분노가 아닌 담담한 말투로 말한다. 정희는 살짝 멈칫 하며 대답한다. 그 뒤로 희세가 계속 이어 말한다.


“공부도, 운동도, 반에서의 위치도, 애들한테 대하는 것도. 전부 네가 나를 질투하고 있잖아. 그래서 이러는 거잖아!”

“…닥쳐! 내가 언제 그랬다고!!”

“너야말로 닥쳐. 내가 모를 것 같아? 처음 나랑 사귈 때부터, 넌 은근히 나를 비교하려 했잖아. 그리고 그 비교한 게 질 때마다, 엄청 억울한 표정으로 흘겨보고! 바보여도 그건 알아챘겠다!”

“닥쳐, 닥치라고!”


정희는 희세의 말에 잔뜩 흥분해서 큰 소리로 말한다. 거의 발작하듯 희세의 입을 틀어막아 버린다.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정희는 크게 흥분했다. 그건 희세에 대한 열등감을, 희세가 직접 애들 보는 앞에서 까발려 버리니 참을 수 없어서 그런 걸까. 나름대로 치부일 텐데, 그걸 다 까발려버리는 건 또 너무하지 않나 싶다. 희세의 신랄한 말은 끊기지 않고 더 이어진다.


“최정희 너 뿐 아니야. 너희 전부가 똑같아. 쓸데없이 자존심만 높아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뒷얘기로 작당이나 하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내 앞에서 당당하게 말해! 너 짜증난다, 너 재수없다. 뒤에서만 쑥덕쑥덕 대는 애들 100명이고 200명이고 있어도 전혀 안 무서우니까, 이 멍청한 년들아!”

“…….”


희세의 말에 정희는 약간 이성이 나간 표정으로 표독스럽게 외쳤다. 하지만 희세 역시지지 않고 마찬가지의 기세로 강하게 말했다. 그 말은 비단 정희 뿐만 아니라 정희 주위의 모든 여자애들은 표정이 썩 좋지가 않다. 희세는 이어서 주위를 슥 둘러보며 말한다.


“나머지 너네도 할 말은 없어. 얘네가 하니까! 입 닥치고 묵인하고 있었겠지만. 나는 그것도 엄청 기분 나쁘고 짜증나니까! 그게 더 비겁해! 왜 자기 생각 말도 못하고 따르기만 하는데? 다 똑같은 년들이잖아, 너희도!”

“…….”


희세의 말에 다른 여자애들 역시 아무 말도 못한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단한 기세의 희세를 쳐다봤다. 저… 저거 엄청 말하기 껄끄러운 건데. 아닌 말로, 반 모든 애들을 다 적으로 만드는 말이잖아.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누군들 자기 욕하는 말을 듣고 싶어 할까. 그런 말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똑똑히 한 희세가 대단하게 보인다.


“…….”


잠시 동안 반에는 냉랭한 정적이 흘렀다. 희세는 더 말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정희를 노려보고, 정희 역시 말문이 막혀 아니꼬운 표정으로 희세를 본다. 나와 성빈이와 리유는 문 앞에서, 들어가지도 못 하고 살짝 열린 문틈으로 상황을 지켜만 본다. 그 와중에도 키가 작은 리유는 보이질 않아 ‘뭔데 뭔데?’ 하고 작게 속삭인다.

힐끔. 정희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정희의 얼굴에 미소가 살짝 띄워진다. 평정을 되찾은 모습으로, 정희가 말을 시작한다.


“근데 그렇게 말하는 너는 참 깨끗하고 세상 다 착한 건 너인가 보네.”

“말꼬투리 잡지 마. 누가 더럽고 누가 깨끗하고 따지면 할 말 없는 쪽이 누구일 것 같아?”

“글쎄… 나는 누구 시켜서 뒷조사하고 그러진 않거든.”

“!”


정희는 배시시 웃으며 여유롭게 말한다. 희세는 당차게 말하다 흠칫 놀란다. 그 반응이 즐거운지 정희는 더욱 웃음을 띠며 말을 계속한다.


“변태 씨, 나한테 와서 너에 대한 거 캐묻던데. 그렇게 사람이 없었을까? 자기가 왕따하려던 애한테까지 부탁할 정도로. 너, 웅도 진짜진짜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 몸서리처질 정도로. 근데 그런 애랑 한 패거리 되는 건.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자기 의견 바꾸는 애가 할 말이 있어?”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그런 걸 시켰다고…! 걘 나랑 연관 없어!”

“아, 그래. 과연 그게 맞을까~?”


정희는 여유롭게 말하며 더욱 나를 지그시 쳐다본다. 당황한 표정으로 반박하는 희세. 하지만 정희는 놀리는 듯한 말투로 응대한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는 더욱 당황했다. 제발, 말하지 말아달라고 빌었는데 기어이 말해버리고 말았다. 몇몇 여자애들은 문을 살짝 열고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이다. 내가 쳐다보고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겠지. 더욱 난처하다. 이거, 들어가서 끼어들어야 하나, 아니면 얼른 모습을 감추어야 하나. 난감해서 갈팡질팡하는 나를 보고 정희는 더욱 실실 웃으며 말한다.


“변태 씨가 그러데, 「희세 불쌍하지도 않냐」고. 아아~ 아주 남자친구 나셨네.”

“꺄하하하하.”

“……!”

“그렇게까지 걱정해주는데, 네가 부탁한 게 아니라구? 나는 못 믿겠는데. 애초에 네 말은 믿을 생각도 없었지만.”

“…….”


정희의 도발에 희세는 한 마디 대꾸하지 못한다.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희디흰 희세의 얼굴이 빨갛게 된 걸 보니 나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아아, 이 분탕질, 다 나로 인해 발생한 것 같은 느낌인데. 내가 정희 자극해서. 그 전에 희세한테 경고도 받았는데. 단숨에 형세가 역전돼서, 희세는 억울한 듯 얼굴이 빨개져서 입술을 깨물고 있고, 정희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띠고 희세를 내려다본다. 힐끔 멀거니 나와 다시금 눈을 마주친 정희는 실실 웃으며 한 마디 한다.



“마침 저기 변태씨 있네.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어.”

“……!”

“!!”


정희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한다. 희세는 몸을 휙 돌려 나를 쳐다본다. 정말 죽일 듯한 기세로 쳐다본다. ‘너 가만 안 둬’ 하는,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눈빛. 그 눈빛에, 나는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더불어 모든 여자애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주목된다. 아아, 이거, 어떡해야 하지.


“너…!”

“아, 그, 그게…”


희세는 잔뜩 골이 난 표정과 목소리로 나를 보고 낮게 말한다. 우왁, 엄청 무서워. 주위 여자애들도 잔뜩 나만 쳐다보고, 성빈이도 심각한 표정이 돼서 주위를 살피며 사태를 관망한다. 리유는 무서워 하며 성빈이 뒤에 숨었다. 이거…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피할 수가 없겠구나.


작가의말

더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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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6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1.23 21:32
    No. 1

    과연 웅도의 행동은?! 웅도는 남자의 길을 못 걷는거 같...뭔가 당당하지 못해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3 21:38
    No. 2

    찌질함이야말로 웅도의 상징... 상징 까지는 아니고! 그냥 그렇죠 뭐...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45 그걸로좋아
    작성일
    14.01.23 21:36
    No. 3

    잘 보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3 21:39
    No. 4

    잘 봐 주셨다면 감사합니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바람의향수
    작성일
    14.01.23 22:10
    No. 5

    변태 힘내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3 22:15
    No. 6

    저, 저한테 하는 말은 아니죠? 헤헤헷, 힘 낼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1.23 23:17
    No. 7

    ..힘내여 변태씨!!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3 23:19
    No. 8

    아아, 저 말하는 거 아니죠~ 감사합니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23 23:23
    No. 9

    ...하! 뭐가 잘나서 입을 나불대는 거냐, 잡년이. 남친이니 뭐니 하는데, 시끄럽다고. 내가 이 일에 관련한 건 네년 하는 짓이 눈에 거슬려서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네년이 저년에게 하는 짓이나, 저년이 나한테 했던 짓이나 다를 게 뭐지? 그렇달까, 짜증난다고, 빌어먹을 놈들. 변태씨 변태씨 거리면서. 뭐? 전에 있었던 소문 부활시키는 건 일도 아니라고? 아주 꼴값을 떨어요. 네년에겐 창의력이라는 게 없는 건가? 뭔가 일을 벌이려면 저 희세년의 방법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보란 말이야, 망할. 여기가 무슨 발정기의 동물원도 아니고, 여자들이 그룹을 지어서 지랄도 풍년이셔들. 지랄하는 요령 농가에 전수하면 나라를 부강하게 할 년들이네? 그-러-니-까... 소란 피우지 말고 앉으라는 거잖아! 듣고는 있는 거냐, 아앙!-수컷의 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3 23:36
    No. 10

    ...소설이니까, 정희의 말은 제가 쓴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 말들은 꼭 글쓴이인 저에게 하는 말 같아 가슴이 철렁합니다, 하하핫. 하지만 진심이 담긴 깊은 빡침의 댓글을 보니 참 기분이 좋네요(?). 그만큼 열심히 읽어주셨다는 느낌이니까, 전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me*****
    작성일
    14.01.23 23:55
    No. 11

    캐나다에서 살고 있거든요. 일 도중 활력소가 됩니다ㅎㅎㅎ 잼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4 00:12
    No. 12

    오 캐나다! ......사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음, 캐나다. 한국도 추운데 캐나다는 엄청 춥겠네요~
    활력소까지 되다니,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 주셔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24 00:05
    No. 13

    댓글팬픽이라는 녀석이지요.
    (나도 누군가에게 받으면 참 좋을텐데... 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4 00:13
    No. 14

    오오... 웅도가 저렇게 힘세고 강하게 말하는 날이 있을까요, 헤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3 18:18
    No. 15

    역주행님 말씀에 한 표를 꾸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4.09.12 15:51
    No. 16

    재미있지만 웅도는 상남자는 절대 아니네요~ 찌질남정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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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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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0화. 나는 정말 나는 정말 나는 정말 그럴 의도가 - 1 +16 14.01.28 2,572 72 18쪽
38 09.5화 - 2 +13 14.01.27 4,211 129 20쪽
37 09.5화. 잉여잉여 - 1 +13 14.01.27 3,203 56 19쪽
36 09화 - 4 +10 14.01.26 2,898 66 20쪽
35 09화 - 3 +7 14.01.26 2,986 67 17쪽
34 09화 - 2 +12 14.01.25 3,155 60 18쪽
33 09화. 친구가 돼 주세요!! - 1 +21 14.01.25 3,652 69 19쪽
32 08화 - 4 +12 14.01.24 3,409 110 18쪽
31 08화 - 3 +20 14.01.24 3,070 71 18쪽
» 08화 - 2 +16 14.01.23 4,800 165 17쪽
29 08화. 격전!! - 1 +13 14.01.23 3,149 57 19쪽
28 07화 - 4 +14 14.01.22 3,473 58 19쪽
27 07화 - 3 +11 14.01.22 3,083 63 21쪽
26 07화 - 2 +4 14.01.21 3,104 62 21쪽
25 07화. 다시 시작된 그것 - 1 +9 14.01.21 3,517 61 20쪽
24 06화 - 4 +10 14.01.20 3,666 97 20쪽
23 06화 - 3 +13 14.01.20 3,796 63 20쪽
22 06화 - 2 +11 14.01.19 4,079 65 20쪽
21 06화. 자연스럽게! - 1 +7 14.01.19 4,313 72 18쪽
20 05화 - 4 +17 14.01.18 4,516 139 19쪽
19 05화 - 3 +24 14.01.18 3,922 72 19쪽
18 05화 - 2 +24 14.01.17 3,473 100 17쪽
17 05화. 크아아아 흑화한다 +12 14.01.17 4,654 124 21쪽
16 04화 - 4 +10 14.01.16 3,771 80 19쪽
15 04화 - 3 +18 14.01.16 3,286 79 18쪽
14 04화 - 2 +16 14.01.15 3,312 73 25쪽
13 04화.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11 14.01.15 3,736 92 20쪽
12 03화 - 4 +9 14.01.14 3,537 85 20쪽
11 03화 - 3 +7 14.01.14 4,215 127 18쪽
10 03화 - 2 +7 14.01.13 3,881 9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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