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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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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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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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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1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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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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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글자
18쪽

03화 - 3

DUMMY

저번에 이어 두 번째로 선생님께 밥을 얻어먹는다. 이젠 죄송스런 마음이 들 정도이다. 정작 선생님 본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기분이지만. 이번엔 리유랑 성빈이까지 같이 가니 뭔가 북적이는 느낌이다. 선생님은 시내로 들어가 꽤 큰 중국집으로 향한다. 2층에 넓이도 꽤나 큰, 분위기 있는 중국집. 확실히 동네 중국집 수준은 아니다. 그래봤자 우리가 시켜 먹는 건 탕수육에 짜장면, 짬뽕 같은 음식이지만.

“난 짜장면!”

“아무거나 시켜도 되니까, 양껏 시켜 먹어. 일 하니까 든든히 먹어야지.”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드립니다.”

“후후, 선생이 밥 사주는 것 가지고 뭐 이렇게들 호들갑이야. 얼른 시켜.”

선생님의 말에 성빈이는 공손하게 인사 먼저 한다. 미처 말할 생각도 않던 나는 성빈이의 인사에 황급히 뒤이어 인사했다. 이런, 먼저 인사 했어야 했는데. 성빈이는 참 예의가 바르구나. 어디 사는 누구는 선생님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먹을 걸 말했는데. 지금은 앉아서 좋다고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보는 리유다.

“짜장면 좋아하거든!”

“응, 너라면 짜장면 좋아 하겠다. 달달하니까.”

“응! 초콜릿 넣어 먹으면 진짜진짜 맛있어.”

“그만 둬 그런 식습관! 왜, 아주 짬뽕에도 초콜릿 넣어 먹지!!”

“그건 싫어, 맵단 말야. 맛도 없고.”

“해봤냐!!”

리유는 그냥 던져본 말에 진지하게 대답한다. 정말 초콜릿 넣어 먹어본 거야, 짬뽕에! 으엑, 상상만 해도 토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얘는 식습관부터 고쳐야 할 것 같다. 단 걸 좋아하는 수준이 이미 정상인은 넘어간 수준이다. 안 그래도 같이 밥 먹을 때부터 지나치게 단 것만 먹는 걸 봐 왔다.

농담 삼아 ‘국에도 설탕 부어 먹어?’ 하니 ‘아니, 초콜릿 넣는데?’ 하고 당연하게 말해 나에게 정신적 충격을 가했던 리유다. 이미 품에서 초콜릿을 꺼내서 한 조각 먹고 있다. 저걸 누가 말려.

신발을 벗고서 네 명이 앉는 테이블에 앉았는데, 나와 리유가 함께 앉고 선생님과 성빈이가 같이 앉아 마주 보게 됐다. 사실 성빈이랑 같이 앉고 싶었는데, 리유가 바로 나에게 따라 붙어서 어쩔 수 없게 됐다. 그래도 뭐, 마주 보고 밥 먹는 것도 나쁘진 않다.

“기숙사 살면 자주 볼 수 있겠네?”

“그렇지. 위로 올라갈 순 없겠지만.”

“왜? 올라오면 안 되?”

“아, 아무래도. 여자애들 숙소인데 함부로 가기…… 그렇지 않아?”

“응? 별로? 다들 지저분한데. 괜찮아, 올라와도.”

“…….”

나는 약간 부끄러워져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성빈이는 ‘왜?’ 하는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아, 아니! 너희가 살고 있는 터전에 내가 맘대로 올라갈 수 있다면 나뿐만 아니라 너희 전체가 불편할걸! 나랑 알고 있는 애야 괜찮겠지만 나를 모르는 여자애면 평화로운 주말에 기숙사에서 방심하고 누워 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애 때문에 얼마나 어색하고 당황하겠어! 조신한 태도의 성빈이라면 틀림없이 ‘아, 하긴. 안 되긴 안 되겠다.’ 하는 상식적인 대답을 기대했는데. 너무 순수해서 그런 것(?)에 대한 자각이 없는 건가. 사람을 너무 잘 믿는 건가.

“후훗, 부끄럽다잖아. 우리 꼬꼬마.”

“아뇨! 그런 문제가 아니라!”

“왜, 여자애들 무방비한 모습 볼까봐 기대되?”

“아, 아니라니까요! 왜 자꾸 그런 쪽으로 몰아가는데요!”

“그야─ 한창 때의 남고생이니까?”

“그, 그거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선생님의 대답에 난 뒤이어 할 말이 없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런 놀림과 추행을 계속 받아들일 순 없다. 확실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아니면 내 쪽에서 포기하고 즐기던가. 둘 중 하나를 확실히 정해야지, 안 그러면 이 애매한 놀림은 계속될 거야.

“성빈이던가? 그거 알아?”

“네? 뭐요?”

“우리 꼬꼬마는, 큰 가슴을 좋아해.”

“네, 네엣?!”

“으아아아아아!!!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난 혼자 선생님이 나에게 야한 농담 하는 걸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이번엔 내가 아닌 성빈이에게 성희롱을 가한다. 그것도 나를 이용한!! 이럴 땐 정신이 대략 아찔해진다.

성빈이는, 나름대로 내가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애 중 한 명이다. 예쁘고, 참하고, 무엇보다 나한테 잘 대해준 처음 여자애니까. 처음 말을 걸어준 여자애니까. 아, 처음 얘기한 여자애는 리유이긴 한데. 어쨌든! 눈여겨 두고 조금씩 호감을 쌓고 싶은 여자애인데, 선생님이 단박에 그 희망과 소망을 깨뜨려 버리는 발언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면에 전혀 면역이 없는 것 같은 외모처럼 성빈이는 깜짝 놀라며 볼이 살짝 상기된다. 선생님의 말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나는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창피함을 느꼈다. 아아, 아아아…… 내 이미지…… 어떡하라는 거야!!

“무슨 말씀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건데.”

“제가 언제! 서, 성빈이가 오해할 거 아니에요!!”

“응? 성빈이는 제대로 진실을 들었어. 다만 네가 난감한 것일 뿐이겠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서, 어멋. 어디에 손 올리려고.”

“아 아니라구요!!! ……어쨌든!!”

선생님은 계속해서 나를 잔뜩 놀려댄다. 나는 성빈이가 나를 쳐다보는 게 의식되기도 하고, 또 선생님의 페이스에 잔뜩 휘말려서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다. 마음속은 이미 황폐화된 지 오래다.

“아, 난 괜찮아! 그, 나, 남자애들이라면 다… 그, 그럴 수도 있으니까!”

“아… 미안. 괜히 어색해져서…”

“후후훗. 귀엽게들 노네.”

“아 진짜 선생님!!”

성빈이는 여전히 볼이 발그레 해져서 나한테 괜찮다고 한다. 나는 더욱 죄악감이 들었다. 괜히 내가 성빈이한테 성희롱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사과를 했다. 모든 일의 주동자인 선생님은 목적을 달성한 듯 기분 좋게 웃으며 나와 성빈이를 멀거니 바라본다. 아 정말!

“웅, 웅.”

“응?”

“역시 나로는 안 되는 거야?”

“넌 또 무슨 소리 하려고!!”

“……나만 심심하단 말야.”

리유는 내 다그침에 움찔 하며 혼난 아이처럼 서글픈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아. 그러고 보니 가슴얘기를 하면 철저하게 소외될 수밖에 없는 리유다. 실제 리유 가슴도, 그 입지도. 성빈이라고 가슴 얘기에 흥미가 있어 끼어든 변녀(?)는 아니지만, 선생님이 억지로 끼운 정황이 있었으니. 반면 리유는 가슴 얘기만 하면 철저히 작아지는 입장이다. 거기서 더 작아질 것도 없긴 하지만… 응?

“잘 들어, 가슴은 커도 전혀 좋을 게 없어. 아이들 수유할 때에도, 크다고 전혀 좋은 게 아니야. 수유량이 많다거나, 차이가 전혀 없어.”

“웅.”

“그리고 또 평소에도 크면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 일단 무게 때문에 어깨랑 허리 결리지, 실제로 척추가 휠 수도 있구. 운동할 때도 엄청 불편하고.”

“웅웅!”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은 ‘보조’야. 그게 ‘전체’ 가 될 순 없어. 가슴은 어디까지나 여성의 매력을 보필해주는 산하 기관이지 그것 자체가 여성성을 나타낼 순 없으니까. 가령 넌 가슴이 작아도, 그 작은 가슴으로 귀여운 걸 어필할 수 있잖아?”

“웅웅! 맞아 맞아!”

나는 리유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보다 상세한 가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말에는 내가 가슴을 원하는 건 본능일 뿐이요, 또한 큰 가슴에 대한 내 욕망도 사실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라는 것도 포함하여 설명했다.

약간 궤변 비슷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잘 믿는 리유인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잘도 듣는다. 마지막엔 결론을 ‘너는 빈유니까 귀엽다’ 식으로 내리니 좋다고 가슴을 쭉 펴곤 당당해지는 리유. 그렇게 가슴을 당당하게 내미니까 정말 한 푼 어치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어 괜히 내가 다 서글퍼진다. 아니다, 리유는…… 리유 말마따나 아직 성장기니까. 그리고 리유는 가슴보단, 역시 키가 커야겠지. 150이나 넘으려나 싶다.

“흐흥. 정말 가슴에 관심이 많구나.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아, 위키백과에 「가슴」이라고 검색해보면 나오는─ 가 아니라!! 이건, 이건 그냥 상식이에요!!”

“그럴 만한 나이네. 청춘이야 청춘.”

“아니, 그게 아니라!!”

선생님은 턱을 손으로 괴고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 다시 왈칵 얼굴이 붉어져 당황해서 말을 막았다. 선생님은 배시시 웃고, 성빈이는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바라본다. 약간 얼굴이 빨개진 성빈이. 으아아, 안 돼~~! 성빈이의 저 눈! 저 눈! 왜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피하는 건데~! 흐윽…… 틀렸어. 모든 게 끝났어. 청순한 여고생인 성빈이는 이제 날 그저 가슴만 밝히는 변태 남자애로 볼 거야. 완전한 변태로 낙인찍히게 된 거지.

“그럼 웅이는 가슴 작은 게 좋은 거야?”

“가슴 얘기는 이제 그만해!!”

“히익! 아, 알았어…… 화, 화내지는 마.”

“어머, 성격도 나쁘지. 여자애한테 큰소리치네.”

“아… 미안. 미안해 리유야. 놀랐어? 화난 게 아니라…”

“후우우웅! 이야아아아앙!”

리유는 눈을 크게 뜨고 나에게 물어봤다 나의 짜증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움찔 놀라며 풀이 죽는 리유. 선생님의 야유와 리유의 반응 때문에 또 나만 나쁜놈이 됐다. 안 그래도 그렇게 풀 죽은 모습 하면 미안해질 수밖에 없잖아. 난 다시 리유를 달랬다. 리유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작은 손으로 주먹을 쥐곤 내 가슴팍을 팍팍 때린다. 전혀 아무런 타격은 없지만, 나는 괜히 ‘억억’ 하면서 맞아주는 척 했다. 곧 음식들이 도착해서 상 위가 그득해졌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히 먹을게요!”

“응.”

맛난 먹을거리들을 보니 더욱 배가 고파온다. 금세 인사하고 짬뽕을 먹기 시작했다. 성빈이는 예의 바르게 선생님께 고맙다고 얘기하곤 젓가락을 든다.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인지 선생님은 별로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탕수육을 집어 먹는다. 리유는 신이 나서 짜장면을 비빈다.

“응?”

“비벼줘.”

“허헣, 나 원 참. 애기도 아니고.”

“우우웅! 비벼 줘! 이 노예야!”

“노, 노예라니! 선생님은 몰라도 너한테까지 그런 말 듣는 건 아니지!”

“엑! 왜 선생님은 되는데 난 안 되?”

“후후흥♡ 선생님 노예가 되면 좋을 걸 본인도 아니까?”

“아, 그런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은 저보다 어른이잖아요! 얜 동갑이고! 알았어, 비벼주면 되잖아! 어휴. 무슨 말을 못 해.”

리유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한테 말했다. 농담조로 대답하니 리유는 의외로 공격적으로 ‘노예’라 비방한다. 이런 좋은 떡밥을 물지 않을 리 없는 선생님은 또 야시시한 농담으로 나를 난처하게 하려 한다. 나는 결국 내 짬봉 그릇을 잠시 치우고 리유의 짜장면 그릇을 내 앞으로 해 젓가락으로 양껏 비볐다.

“히힛.”

“??? 뭐야?”

“초콜릿.”

“하지 마! 왜 멀쩡한 먹을 거를 못 쓰게 만들어!”

“에에, 빼지 마! 얼마나 맛있는데! 왜 내 자유를 빼앗는 거야!”

“안 돼, 안 그럼 안 비벼줘.”

“우우…… 넣으면 안 될까?”

“안 돼.”

한창 신나게 비비고 있는데 리유가 보이지 않게 빠르게 짜장면에 뭔가 넣는다. 힐끔 보니 초콜릿이다. 이 여자애가 진짜… 신경질적으로 초콜릿을 빼자 리유는 울상이 된다. 아무리 사상과 취향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지만 짜장면에 초콜릿이라니, 너무하잖아. 리유는 울상이 돼선 내가 따로 빼 놓은 초콜릿을 보더니 슬쩍 다시 주워서 먹는다. ‘먹지 마!’ 하고 소리 지르는 나에 또 움찔 놀라는 리유. 선생님은 또 ‘어머, 난폭해라’ 하고 놀리고 리유는 또 괴상한 소리를 내며 나에게 징징댄다. 아아, 정말. 뭐라고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겠다.

“아! 으앙. 으에에에……”

“아휴, 칠칠치 못 하게.”

“서, 선생님, 떨어뜨렸어요.”

“어, 뭐 괜찮아. 체육복 한 벌 버렸다고. 빨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

“가, 감사합니다.”

짜장면을 다 비벼서 리유에게 건네줬다. 리유는 맛나게 먹으며 탕수육을 하나 집어서 먹으려다 허공에서 탕수육을 떨어뜨린다. 탕수육은 리유 옷에 떨어져 구르고 구르며 사방팔방에 양념을 묻힌다. 리유는 울상이 돼선 나를 쳐다본다. 밥 먹으면서 참 가지가지 하네. 그보다 자기가 닦을 생각은 없는 건가. 식탁의 물수건을 들어서 옷에 묻은 양념을 닦아 준다.

그 와중에 리유는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부들부들 떨며 선생님에게 말한다. 아, 선생님 옷이구나. 선생님은 신경 쓰지 말라며 여전히 먹는 데 여념이 없다. 겨우 안도하는 리유. 막 입에 들어가려던 그 높이에서 떨어뜨린지라 가슴 쪽에도 양념이 묻어 닦아주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별다른 자각이 없나보다. 나도 딱히 어떤 느낌은 없다. 선생님이 보고 놀리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선생님은 먹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고마워! 헤헷.”

“조심해서 먹어요, 나 밥 좀 먹게.”

“웅! 밥 먹는 거 방해해서 미안!”

귀엽게 대답하는 리유. 그래도 그 귀여운 반응에 흐뭇한 표정이 된 나는 다시금 내 짬뽕에 젓가락을 댔다. ……불어 터졌네.

“너희 둘은 되게 사이 좋아 보이네. 사귀니?”

“네?!”

“에에에에에엣??!?”

선생님은 지나가는 말로 힐끔 나를 보며 말한다. 아마 내가 리유를 자꾸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씀이겠지. ‘네?!’ 하곤 뒤이어 반박할 말을 생각하는데 나보다도 훨씬 큰 소리로 깜짝 놀라며 요상한 소리를 내는 성빈이. 정작 당사자인 리유는 듣는 둥 마는 둥 짜장면 먹고 있는데. 나도 성빈이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 좀처럼 놀라거나 당황하는 걸 본 적 없는 사감 선생님조차 살짝 당황한 눈치다. 이윽고 성빈이는 얼굴이 잔뜩 빨개져서 말한다.

“아, 아니! 이르지 않나요! 아직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그렇게 빨리 사귀는 건! 역시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 그러니까 안 사귀어.”

“웅. 이런 애랑 어떻게 사귀어.”

“……우씨, 그거 은근 기분 나쁘다?”

“우헤헤헤헤.”

“응, 그, 그렇지? 하하.”

성빈이의 당황한 말투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리유도 이어 대답한다. 은근 짜증이 난 나는 화를 내는 것 대신 리유 입가와 볼에 묻은 짜장을 닦아 줬다. 리유는 좋다고 웃는다. 성빈이는 어째 안도하는 표정이다. 정작 질문을 한 선생님은 멀거니 나와 성빈이를 힐끔 바라 본다.

“애초에 리유는 연애 대상으로 보기 힘들지. 사촌 여동생 같은 느낌이랄까.”

“에에, 본인 있는데 그렇게 말하기야? 내가 어때서!”

“너는 귀엽지.”

“에헤헷☆”

“응, 그렇지. 리유는.”

나의 솔직한 답변에 리유는 발끈 한다. 하지만 곧 ‘귀엽다’ 라는 말에 녹아버리듯 좋아하는 리유. 정말 알기 쉬워서 좋은 여자애네. 반면 성빈이는 묘하게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끝을 흐린다. 리유는 뭐? 리유는 귀엽지, 나도 좋아해. 이런 거? 선생님은 물끄러미 나와 리유를 보더니 ‘확실히, 동물하고 주인 관계 같긴 하네.’ 하고 평하시고, 리유는 또 발끈해서 ‘그, 그건 아니죠! 동물이라뇨!’ 하고 말한다.


“인기 많구나, 우리 꼬꼬마.”

“네?”

점심을 다 먹고, 바깥으로 나왔다. 리유와 성빈이는 각각 화장실에 간다고 따로 갔고, 나와 선생님만 나와서 애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카운터에 있던 박하사탕을 먹고 있는데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돌려 선생님을 봤다.


“리유에, 성빈이에. 여자애들이 벌써 둘이나 붙었네.”

“에이, 여고잖아요. 그것도 겨우겨우 친구 만든 거에요. 여자애들 너무 까다로워요. 말도 못 붙이겠어요.”

“그건 네가 붙임성 없는 바보라 그런 거고.”

“끄응. 그건 인정할게요.”

여전히 꿈도 희망도 없는 냉소적 답변이 매력 포인트인 선생님이다. 한 치의 동정심이나 희망은 없는 것이구먼.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고 어른의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너한테는 아무래도 여자애들이 많이 붙을 것 같애. 하는 짓이나 이런 거 볼 때.”

“네? 에이, 여자 친구 한 번 못 사귀어 본 저입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게다가 선생님이 그렇게 긍정적인 전망 보여주시면 되게 기분 이상하다구요? 저주의 말을 해 주셔야 마음이 시원하지.”

“……너에게 난 무슨 이미지인데.”

“독설가?”

“진정한 독설을 못 봤구나.”

“죄송합니다. 그리스에서는 도끼가 아니라 말로 욕해서 나무를 팬다던데. 저는 그렇게 패지 말아주세요.”

선생님이 어두운 눈을 하고 진지하게 말씀하시면 굉장히 무섭다. 안경을 써서 그런가 더욱 지적으로 보여서 완벽하게 나를 논파해버릴 것 같은 기세다. 선생님은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금 평소의 졸린 듯한 눈으로 돌아오셔서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신다.

“글세, 그게 과연 긍정적인 전망일지…… 한 번 겪어 봐.”

“네?”

“으흥흥. 아니야. 애들 오네. 가자.”

“가자~”

선생님은 은은한 미소와 함께 의미모를 말씀을 한다. 뭔가 놀리는 것 같기도 한 그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그 말을 곱씹어서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도통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거기에 리유가 와서 ‘뭐해 멍 때리고 있어!’ 하면서 재촉해서 결국엔 그냥 애들을 따라 선생님 자동차로 향했다.


작가의말

새벽 4시에 올려야 하는데 깜빡하고 못 올렸네요; 지금 올립니다. 어차피 올린 직후에 보는 분은 한 명도 없으니까;;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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