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936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18 20:56
조회
4,516
추천
139
글자
19쪽

05화 - 4

DUMMY

“아이구…… 뭐여 이게…….”

눈을 떴을 때 처음 느낀 것은 깨질 듯한 고통. 정신이 들었음에도 너무 머리가 아파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있는 대로 찡그리다 작은 신음을 내며 슬며시 눈을 떴다. 눈부시다. 너무 눈부시다. 성빈이의 미모가… 아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눈을 뜨니 보이는 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성빈이와 리유. 전등과 같이 보여 눈이 부시다. 내가 눈을 뜨자 둘 다 방긋 웃는다.

“이제 정신 차렸네?”

“……여기 어디야? 뭐야?”

“에엣. 아무것도 기억 안 나?”

“……뭐를? 아오 머리야…… 죽겄네.”

“……아니, 그냥.”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 리유는 깜짝 놀라며 물어보지만 내가 뭘 알겠나. 단지 머리가 아플 뿐이다. 대답은 엉뚱하게 성빈이가 한다. 나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주위를 살폈다.

누워 있는 곳은 흰 시트가 깔린 침대. 벽도 침대 시트도 이불도 하얗다. 꼭 병원 같은 분위기. 거기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약 냄새인지, 그런 별로 좋지 않은 냄새도 난다. 과연 벽 쪽 찬장 유리 너머로 여러 약들이 보인다. 그리 크진 않네.

“양호실이야?”

“응. 너 쓰러져서, 나랑 성빈이가 부축해서 왔어.”

“에에. 엄청 폐 끼쳐버렸네. 고마워, 둘 다. 근데 어쩌다 쓰러졌지. 기억이…”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나의 물음에 리유가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어 보이려다 다시금 눈을 찡그렸다. 머리가 다시금 아파온다. 괴로워하는데 성빈이가 다그치듯 나에게 물어본다. 약간 흥분한 것 같은 기색이다. 볼마저 약간 상기된 성빈이.

“왜, 왜…… 내가 뭐 했어? 기억 안 나는 동안?”

“……아니야! 그냥, 그냥!”

“응, 했어. 가슴 만졌거든.”

“뭣?!”

“아, 진짜! 그걸 말하면!! 아!!!”

“엇, 미, 미안……”

나는 성빈이의 그 반응이 신경 쓰여 물었다. 성빈이는 살짝 망설이는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가려 하지만 그 옆에 앉아 있던 리유가 천연덕스럽게 충격적인 사실을 말한다. 성빈이는 깜짝 놀라며 잔뜩 당황해서 격정에 찬 말을 내뱉는다. 저렇게까지 화내는 성빈이, 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다. 리유도 의기소침해져서 작게 말한다. 성빈이는 씩씩대며 팔짱을 끼고 몸을 돌린다. 그보다 나! 내가 성빈이 가슴을 만졌다고!? 근데 왜 기억이 안 나지! 어렴풋하게라도 전혀 기억이 안 나! 아악! 얼른 기억해! 기억하라고 이 머리야! 다른 건 다 까먹어도 그건 까먹으면 안 되지! 멍청한 뇌!

“따, 딱히 성추행은 아니니까! 그, 그냥 넘어 가! 기억 안 나면 그걸로 됐어.”

“어… 어, 미안. 일단은…… 만졌다면 정말 미안해.”

“아 쫌! 그냥 넘어가라니까! 창피하잖아!!”

“어, 그래. 미안.”

“……흥!”

성빈이는 평소 리유가 나한테 땍땍거리는 것보다 더 심하게 새침하게 말한다. 너무 새침해서 정말 쌀쌀맞아 보일 정도로. 하고 있는 말은 나를 배려해주는 말이 분명한데, 그 태도는 정말 얼음폭풍이 휘몰아칠 정도로 쌀쌀맞다. 이, 이건… 그 유명한 츤데레?! 에이, 설마.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지.

“……설마 기억 나는데 기억 안 나는 척 하는 거 아니야?!”

“아, 아니야! 내가 왜! 나도 지금 기억하고 싶어서 안달났……”

“뭐?! 너!!”

“아아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아우으… 그러니까!”

성빈이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하다 나도 모르게 진심을 말해버렸다. 이에 성빈이는 깜짝 놀라며 양 팔을 교차해 자기 가슴을 가리고 나로부터 뒤로 세 발자국 정도 떨어지며 말한다. 어이어이, 내가 지금 가슴 만지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환자라고 누워 있는 사람한테! 나는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음, 그러니까…… 머리 어질어질하고, 수업시간에 성빈이 네가 선생님 불러줄까 했는데 내가 됐다고 하고, 쉬는 시간에 멍하니 누워서…… 거기까지밖에 기억 안 나.”

“그래? 진짜?”

“응.”

성빈이는 잔뜩 부끄러워하며 흘겨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여전히 세 발자국 정도 거리를 띄우고 말하고 있지만. 리유는 성빈이가 화를 낸 뒤로 의기소침해져서 그대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성빈이 눈치만 보고 있다. 리유, 삐치기도 잘 삐치고 풀리기도 잘 풀리지만 저렇게 안 풀어주면 영영 눈치보고 있어서 안쓰러운데.

“희세가 너한테 우유 뿌린 것도 기억 안 나?”

“우, 우유를? 뿌렸어, 나한테? 우와, 악질이네.”

덜컥 놀란 반응의 나. 성빈이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반 전체 여자애들한테 욕 한 건?”

“에엣. 욕이라니. 누가? 내가?”

“희세랑 말싸움해서 희세 뛰쳐나간 것도?”

“오, 그랬어? 내가 이겼어?! 그보다, 역시 희세가 주동자 맞지! 봐, 내가 뭐랬어.”

여전히 처음 듣는 이야기라 놀라움의 연속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성빈이는 영 못 미더워 하는 표정.

“……쓰러지면서 내 가슴 만진 것도…… 기억 안 나?”

“……확실히 안 납니다. 안타깝게도.”

“뒤에 ‘안타깝게도’는 뭔데! 이, 이러니까 변태라고 하지!”

“아, 아니 이거는!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농담이었는데! 미안, 기분 나빴다면 미안!”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안타까움.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만졌는데 기억을 못 하다니! 정말 이 날에 목 놓아 통곡할 만큼 서글픈 일이다. 왜 그걸 기억을 못 하니! 어쩐지 일어나자마자 성빈이가 새침하게 대하더라니……

성빈이는 내 농담에 더욱 나를 경계하며 세 발자국 더 떨어져서 또 가슴을 가리고 말한다. 아, 진짜! 농담이었는데! 역시, 여자애들한테 성적 농담을 하는 건 무리일까. 아니, 무슨 엄청 야한 성적 농담도 아니었잖아! 난 기억도 안 나는 걸!!

”어쨌든 뭐, 일어났으니까 난 갈게. 수업 들어야 하니까.”

“어, 미안. 정말 고마워!”

“……용서해 준 거 아니거든! 고, 고의 아니었다는 것 정도는 알지만…… 정말 불쾌했으니까.”

“아아….

“……흥!”

성빈이는 달아나듯 양호실 문을 나서며 말한다. 그러다 홱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한다. 새침한 말투와 살짝 볼에 들어 있는 홍조가 무진장 귀엽다. 하지만 말하는 건 좀 무시무시하다. 용서해 준 게 아니라니. 그럼 또 나에게 무슨 시련을 내리려고… 성빈이는 ‘흥’ 하고 양호실 문을 쾅 닫고 가 버린다. 양호실엔 나와 리유 둘이 남았다.




“넌 안 가?”

“응, 난 안 가.”

“수업 안 들어?”

“너 간호하고 있었다고 하면 되.”

“참 속 편하다.”

리유는 성빈이가 가고 나서야 다시금 평소의 활달한 모습이 되어 귀엽게 나를 바라본다. 몸을 일으키려다 여전히 어지러워서 그냥 누운 체로 리유와 얘기한다. 분명 성빈이는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하고 갔는데 리유는 안 간다. 참, 속 편한 녀석. 그래도 리유가 있어주면 좋긴 하지. 리유는 문득 생각난 듯 방긋 웃으며 재미있게 말한다.

“아, 양호 선생님이 그러는데, 웅이 너 병명이 ‘숙취’ 래.”

“……숙취? 나 술 안 마셨는데.”

“웅! 그래도 안 믿으셔서, 징계 위원회에 회부하신다고 하셨어.”

“에엑?! 그, 그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일이었어?! 징계위원회라니!”

“헤헤헤, 장난. 농담이지롱~”

“아아이, 뭐야, 사람 식겁하게.”

“헤헤헤헷☆”

리유는 오래간만에 특유의 귀여운 웃음소리를 낸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방긋방긋 웃는 리유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음, 그나저나 이상하군. 술 같은 거 먹어본 적도 없는데. 아직 마실 나이도 아니고, 무엇보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술을 마셨겠냐고 내가. 물론 정말 마음이 울적해져서 술이나 담배 같은 거 해보고 싶다─는 어렴풋한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의지의 승리?! 의지만으로 술에 취한 건가, 나?! 이런 게 의지의 차이^^ 인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아. 설마.”

“응? 뭐?”

“그 초콜릿. 그런 거 있잖아. 위스키 같은 거 들어간 초콜릿.”

“아아. 맞아맞아. 그래서 그렇게 맛없게 쓴 맛이 났구나. 그게 맞는 것 같아. 2개나 먹었잖아.”

“크으…… 그것 때문에 괜히 이렇게 된 거야.”

선생님이 준 초콜릿이 떠올랐다. 묘하게 엄청 씁쓸하면서 특유의 향과 톡 쏘는 맛이 있었지. 그게 술이었구나. 도수도 엄청 센 거겠지. 그러니까 취했겠지.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리유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나에게 말한다.

“웅, 술 엄청 약한가봐. 그런 초콜릿 먹고 취하구.”

“도수가 엄청 쌘 거겠지. 젤리 같이 끈적거렸잖아.”

“피이, 술이 무슨 간장도 아니고. 뭐 위스키 원액이야? 위스키 나무에 열리는 위스키 원액?”

“무슨 소리를…… 여튼, 그건 모르겠다야. 술을 직접 먹어본 적은 없으니까.”

“흥이다 흥! 흥흥!”

리유는 괜한 걸 가지고 삐친다. 자기 의견을 안 받아 준다고 삐쳐서 저러고 있다. 이젠 나도 풀어주기도 귀찮아 약한 한숨을 쉬고 리유를 쳐다본다. 그나저나, 이것도 결국엔 사감 선생님 때문에 벌어진 사단이구나. 그 선생님이 문제야, 언제나! 절대 말하면 안 되지, 이런 일은. 틀림없이 엄청 비웃고 놀리실 게 뻔하니까. 리유는 한참 삐쳐 있을 것 같은 기세로 있다 갑자기 금세 또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건다. 이제 하도 삐치니까 자동 해동(?) 되는 거야?

“아까 너 보고, 조금 두근거렸어.”

“뭐…… 난 기억이 전혀 안 나서 모르겠다만.”

그래두, 멋있었어.”

“…….”

리유는 초롱초롱 빛나는 얼굴로 말한다. 그런 눈빛으로 보니 괜히 멋쩍어진다.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리유가 ‘멋있다’고 하니까 더 부끄럽다. 늘 장난만 치는 녀석이, 갑자기 왜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건지. 리유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며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예전에, 물어본 적 있는 것 같아. 왜 다른 애들하고 잘 못 어울리냐고.”

“……응.”

언젠가의 점심이었나, 물어본 적 있는 것 같다. 그 때 리유가 너무 서글픈 표정 지어서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보다 예전에 성빈이, 성미, 지선이랑 합석했을 때에도 굉장히 서글픈 표정으로 혼자 학교로 돌아갔지. 궁금하긴 하다. 무슨 사정이 있기에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건지.

“네가 본 것 그대로야. 나, 왕따야.”

“왕따라니.”

“아, 너처럼 대놓고 당하는 건 아니니까 은따라고 해야 되나.”

“…….”

리유의 말에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그렇게 대놓고 말하니까 도리어 내가 다 당황스럽다. 정작 리유 본인은 무덤덤하게 말하지만. 그런 기류는 사실, 눈치가 전혀 없다 해도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반 전체에 은연중에 만연한 분위기였다. 리유가 공기도 아닌데 다들 무시하고, 아니 아예 존재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니까.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에게 잊혀 졌을 때다……. 그런 말도 있는데. 그건 내가 직접 겪어 봐서 잘 알지 않은가. 뭐, 리유와 다른 점은 나는 엄청난 적개심 가득한 눈과 핍박이 있었다는 것, 리유는 철저한 무시라는 점.

“이렇게 된 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대부분 애들이 중학교 때 애들이라,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

“……그래.”

리유의 말에 나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애써 괜찮은 척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그 눈에는 분명 슬픈 빛이 감돈다. 자기 일을 남 일처럼 무덤덤하게 얘기한다는 건, 그 얘기를 진짜 자기하고 마주할 용기가 없다는 거지. 그만큼 두렵다는 뜻이고. 뭐라 함부로 답변할 수가 없어, 그런 슬픈 빛의 리유를 쳐다보고 얘기를 들어주는 방법밖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리유는 계속 이어 말한다.

“나도 알아, 그렇게 당하는 게 얼마나 슬픈지.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아니, 안 한 거지. 만약에 그렇게 했다가 정말 아이들하고 영영 다시는 친해지지 못할 것 같아서…….”

“……리유야.”

그렇게 말하는 리유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비치는 것 같다. 평소의 밝고 장난기 많은 천진한 아이 같은 리유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진지한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평소의 활달한 모습이 더욱 서글프게 느껴진다. 얼마나 참고 있었을까. 귀여움 받는 걸 좋아하는 작은 소녀인데. 아이들하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인데. 그래서 처음 만난 나한테 그렇게나 빨리 친해지고 애교 부리고 그랬던 걸까. 어쩌면 이런 슬픈 면을 가리기 위해 그렇게나 활달하게 행동했던 것일까.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리유가 다시금 얘기를 잇는다.

“그래서 그 때, 그렇게나 쫓아 갔던 거야. 고등학교 와서 처음 사귄 네가, 나한테 질려서 다시 도망치는 줄 알고…… 그런 건 정말 싫으니까…!”

“아, 아니, 그건.”

“알아, 아는데, 정말 그 때엔……”

리유는 얘기하다가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지 기어이 눈물을 흐른다. 작고 흰 리유의 얼굴에 눈물이 한 줄기 또르르 흐르니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내 마음이 다 찢어지는 기분이다. 나는 당황해서 몸을 일으키고 리유에게 말했지만 리유는 내 말을 끊고 말하곤 잠시 말이 없다. 아아, 나는 이 작고 귀여운 슬픈 소녀에게 대체 무슨 몹쓸 짓을 한 걸까! 쓰레기 같은…….

잠시 말이 없던 리유는 고개를 쳐들고 애써 웃으며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힘겹게 이어 말한다.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 보고, 깜짝 놀랐어. 난 1년 넘게 애들한테 아무 말도 못 하는데, 너는 당당하게 맞서서, 여자애들한테 할 말 다 하는 거 보고…… 정말 멋있었어! 나도, 나도 너처럼…… 애들한테, 애들한테 말하고 싶은데……! 흑!”

“…….”

리유는 애써 괜찮은 척 웃음을 머금고 말하다 ‘흑’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슬픈 얼굴로 변했다. 그리곤 애써 참으려는 티가 역력한 얼굴로, 슬픔을 억누르고 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몸을 더욱 일으켜 리유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리유 뒷머리를 손바닥으로 살며시 잡아 내 품으로 끌어안았다. 덩치가 작아 머리도 한참 작은 리유. 내 가슴팍에 폭 들어온다.

리유는 잠시 움찔 거리더니 이내 얼굴이 들썩들썩 거린다. 그러더니 ‘앙─’ 하고 울기 시작한다. 그러라고 일부러 머리를 껴안은 거다. 저번에, 말도 없이 함부로 리유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내가 생각나서. 나는 그 때,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내 마음대로 리유에게 의지했지만, 리유는, 이 바보 같은 애는 자기 감정이 올라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애니까, 그래서 남들한테 얘기도 못하고 혼자 참고 있었던 거니까. 지금 슬픔도, 그대로 간직한 체 애써 억누르려고 하니까. 그래서 리유 머리를 품으로 안았다.

“흑! 아앙, 으아아앙─ 흐윽!”

“…….”

리유는 내 품에서 한참을 운다. 그 동안의 슬픔을 다 털어내려는 것처럼. 그건 너무 슬프고 애처로워서, 나도 잠시 마음이 아련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이처럼 우는 리유를 보니 절로 보호본능이 샘솟는다. 그리고 뭔가 뿌듯하기도 하다. 일방통행은 아니었구나. 나만 의지하려는 게 아니라, 나만 리유에게 기대는 건 아니구나.

리유는 한참을 울고 나서야 그쳤다. 얼마나 울었는지 내 교복 가슴팍이 다 젖을 정도. 우와, 정말 눈물 많이 나오네. 만화도 아니고?! 게다가 묘하게 부끄럽다. 리유는 얼굴이 빨개져서 눈도 역시 빨갛게 돼서 눈은 반 정도만 뜨고 훌쩍거린다. 참 미안한 얘기지만 다 울고 훌쩍이는 모습 역시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이젠 다른 의미로 꼭 껴안고 싶다. 귀여워서.

“흠흠. 나도 할 말 있어.”

“흑! 응? 흑!”

나는 헛기침을 하고선 리유에게 말했다. 리유는 여전히 훌쩍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내 일이 잘 해결 됐나 어쨌나는 나도 잘 기억 안 나지만. 일단 너랑 성빈이 말 들으니까 어떻게든 얘기가 잘 끝난 것 같네. 그럼.”

“……웅?”

나는 말을 하기 전에 앞 얘기를 장황하게 했다. 리유는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가 잘 안가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씨익 웃음 지으며 리유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네 왕따를 해결하고 싶어. 모두에게 말하겠어.”

“에, 에, 에엣?!! 흑! 그, 그런 짓을! 아, 안 돼! 흑!”

리유는 급격히 당황하며 아직 훌쩍거리는 상태로 더듬거리며 말한다. 내 앞에선 그렇게 당당하고 재미있게 잘 말하던 녀석이, 왜 같은 또래 여자애들 앞에선 이렇게 작아지려는 것일까.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리유를 쳐다보곤 말했다.

“왜 안 되는데? 남자인 내가 말했어도 다 알아 듣는 여자애들인데. 너, 네가 귀여운 거 잘 알잖아. 틀림없이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데 어째서. 난 그게 의문이야.”

“……헤헤헷.”

방금 전까지 심각하게 반대하던 리유는 ‘귀엽다’ 는 내 말에 다시금 웃는 표정이 돼선 쑥스러워 한다. 정말, 얼마만큼 귀여움 받고 싶어 하는 거야, 이 여자애는! 게다가 대놓고 저렇게! 그치만 귀여운 건 사실이기에 뭐라 할 수도 없다. 노골적으로 귀여움 받고 싶어 하지만 그러려는 행위조차 귀여운 걸. 답이 없네.

“그러니까, 내가 겪어 봐서 잘 아니까, 그 서글픔. 네 왕따를 내가 해결해주겠어. 알겠지?!”

“……응, 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하핫.”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리유도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한동안은 리유와 얘기하며 양호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점점 머리 아픈 것도 사라지는 것 같다. 하긴, 단순한 숙취라고 하니.



이렇게, 내 좌충우돌 여고 정착기는 어떻게든 해결된 것 같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변태라 불리던 오명도 오해도 잘 넘어간 것 같고 대충 해결된 것 같고, 성빈이도 나에게 마냥 잘해주던 모습에서 새침데기로 바뀐 것 같지만 그래도 용서해주고 방긋 웃어주고, 그 감촉이 기억나지 않는 건 정말 천추의 한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리유도 나한테 이렇게나 의지하고, 한층 더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야한 농담을 하시지만 그만큼 나를 챙겨주시고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감 선생님도 계시고, 여자애들하고 오해도 풀렸으니 조금씩 친구들도 생기겠지. 이대로, 나의 여고 라이프, 즐겁게 즐겁게 계속 됐으면 좋겠다! 하하하!


작가의말

아아, 라노베의 세상에 개드립이 가득해-

당신이 이 라노베를 봐 준 거야?

넵! 더 연재해주세요!

그래도 곤란한걸, 연재하고 싶어도 더 가진 게 없어서 말이야.

더 연재해 주세요!

그래, 다음 작품이나 새로 구상해볼까?

더 연재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글 쓰는 사람 김태신입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건 뭐지' 하고 연참대전 참가 버튼을 누른 지 어언 8일, 정신없이 쓰다보니 1권이 끝이 났습니다. 뭔가 개운치가 않지요? 저도 너무 얼토당토 않게 끝을 내서 조금 정신이 없네요.

이 글은 사실, 공모전에 내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빨리 찍어내서 문제인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요. 청운의 꿈을 안고 문피아에 글을 올린 지 어언 4년, 그동안 올렸던 어떤 글보다 많은 추천과 댓글을 받아 너무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전 더 여한이 없... 어머, 이거 사망 플래그 같네요. 

아뇨, 전 아직 배가 고픕니다. 아직도 문피아 천상계(?)를 보면 댓글이 제 글의 조회수만큼이나, 아니 그 두배, 세배이고 조회수는 2000, 3000을 찍는 천족·마족 분들이 계십니다. 심지어는 한 편당 100원씩 내고 보는 건데도 조회수가 500이 되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정말, 저는 우물 안 개구리인것 같습니다. 

이 글을 재미있게 봐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1권이 끝났네요. 이렇게 길게 말을 쓰고 있으려니 꼭 여기서 연재를 마칠 것 같지만, 사실 1권에서 멈추고 공모전에 보내버리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연참대전이기 때문에 연장 연재가 이어집니다. 슬프지요? 흑흑...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읽어주신 많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4.01.18 김태신 모두에게 드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18 21:34
    No. 1

    뭐에요. 혼자서 마지막화 연출하지 말란 말이에요.
    그건 그렇고 자기자신과 마주보는 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 별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8 21:38
    No. 2

    후후, '1권 끝' 이긴 하니까요... 근데 마지막 말씀은 무슨 말씀이시죠? 잘 이해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18 21:42
    No. 3

    리유 얘기에요. 저 위에 자신과 마주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일처럼 얘기한다는 부분을 보고 든 생각이지요.
    그런데 전 납치 및 ......을 당했는데도 그 얘기를 웃으면서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헛소리를 해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8 21:44
    No. 4

    어어, 어어어... 무, 무섭네요 그... 아아. 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18 21:50
    No. 5

    ......가 뭔지 여기서 밝히면 성추행으로 신고되는 건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8 21:52
    No. 6

    으으... 그, 저, 정말 안 좋은 일을... 아뇨, 엄한 상상 하는 건 아니구요! 그... 어, 그런 쪽 얘기 나오면 제가 남자인 게 다 부끄러워지네요. 그냥 고자가 되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1.18 21:51
    No. 7

    순간 깜짝 놀랐네요. 한 권을 알차게 잘 만든 라노벨을 본거 같습니다. 라노벨특유의 다음권으로 이어지는 방식에 깔끔한 마무리! 정말 재밌에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8 21:53
    No. 8

    헤헷,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참대전인 이상 연재는 멈추지 않는다구 Boy♂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지키미삼
    작성일
    14.01.18 22:46
    No. 9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8 22:56
    No. 10

    넵,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디플럭스
    작성일
    14.01.18 23:54
    No. 11

    해결되서 마지막편?! 인줄.....
    앞으로도 연창 부탁드립니다 헤헤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9 00:14
    No. 12

    어멋, 별을 붙이는 건 리유 말투인데☆ 앞으로 쭉쭉 나올 예정입니다 헤헤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광인입니다
    작성일
    14.01.19 00:24
    No. 13

    고자가 되고싶다니..... 지금도 살아서 펄떡거리실꺼면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19 00:32
    No. 14

    하긴, 한 번도 안 써 보고 단념하기엔 너무 아깝죠.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dsafsdas..
    작성일
    14.01.26 23:14
    No. 15

    한잔 먹고 바로 응급실 가는 사람은 봤어도
    볼짱 다 보고*--* 뻗다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6 23:40
    No. 16

    뭐... 편리한 핑계지요, 하하핫.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3 17:11
    No. 17

    흐으...세상만사..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10화. 나는 정말 나는 정말 나는 정말 그럴 의도가 - 1 +16 14.01.28 2,572 72 18쪽
38 09.5화 - 2 +13 14.01.27 4,211 129 20쪽
37 09.5화. 잉여잉여 - 1 +13 14.01.27 3,204 56 19쪽
36 09화 - 4 +10 14.01.26 2,899 66 20쪽
35 09화 - 3 +7 14.01.26 2,986 67 17쪽
34 09화 - 2 +12 14.01.25 3,155 60 18쪽
33 09화. 친구가 돼 주세요!! - 1 +21 14.01.25 3,652 69 19쪽
32 08화 - 4 +12 14.01.24 3,410 110 18쪽
31 08화 - 3 +20 14.01.24 3,070 71 18쪽
30 08화 - 2 +16 14.01.23 4,800 165 17쪽
29 08화. 격전!! - 1 +13 14.01.23 3,151 57 19쪽
28 07화 - 4 +14 14.01.22 3,475 58 19쪽
27 07화 - 3 +11 14.01.22 3,084 63 21쪽
26 07화 - 2 +4 14.01.21 3,105 62 21쪽
25 07화. 다시 시작된 그것 - 1 +9 14.01.21 3,517 61 20쪽
24 06화 - 4 +10 14.01.20 3,667 97 20쪽
23 06화 - 3 +13 14.01.20 3,796 63 20쪽
22 06화 - 2 +11 14.01.19 4,079 65 20쪽
21 06화. 자연스럽게! - 1 +7 14.01.19 4,313 72 18쪽
» 05화 - 4 +17 14.01.18 4,517 139 19쪽
19 05화 - 3 +24 14.01.18 3,923 72 19쪽
18 05화 - 2 +24 14.01.17 3,474 100 17쪽
17 05화. 크아아아 흑화한다 +12 14.01.17 4,655 124 21쪽
16 04화 - 4 +10 14.01.16 3,771 80 19쪽
15 04화 - 3 +18 14.01.16 3,287 79 18쪽
14 04화 - 2 +16 14.01.15 3,312 73 25쪽
13 04화.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11 14.01.15 3,736 92 20쪽
12 03화 - 4 +9 14.01.14 3,538 85 20쪽
11 03화 - 3 +7 14.01.14 4,217 127 18쪽
10 03화 - 2 +7 14.01.13 3,881 93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