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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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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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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25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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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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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19쪽

09화. 친구가 돼 주세요!! - 1

DUMMY

“흐음.”


평화로운 학교. 쉬는 시간이 되어,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여자애들을 보고 있다. 요즈음은 참 지낼 맛이 나는 삶이다. 애들하고도 그런대로 얘기할 수 있게 됐고, 성빈이나 리유라는 친구도 생겼고. 희세와 정희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는 반에서의 인지도도 더욱 상승했다.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여자애들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다. 이제 한 달 남짓, 시간이 그 정도 흐르니 여자애들도 점차 나에 대한 경계심을 슬슬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래서 가끔은 대담한 자세나 엄한 포즈를 취해 나로서는 참 당황스럽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우홋! 멋진 가슴. 우홋! 팬티 보일 것 같아. 요즘 애들은 치마를 짧게 줄이는구나. 여고라서 행복해요. ……으아아아! 이게 뭐야!! 아무리 인정해도 이거는! 너무 심하잖아!


아니, 늘 여자애들을 음심 가득한 눈으로 봐 놓고 속으로 혼잣말하면서 「불건전하다!」 나 「이런 건 보면 안 되지, 안 되고 말고」 하면서 스스로 엄한 기준 만들어서 자기 자신을 자책하고 경멸하는 일이 많아져서, 마음을 새로 먹었거든. ‘내가 여자애들 쳐다보는 건 당연한 거다.’ 라고.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 17살 정상적 기능(?)을 가진 당당한 남고생이라고. 도표에 따르면 지금이 성욕이 가장 정점을 찌를 때야! 그런 상황에서 여고에 입학시켜놓고 무슨 변명거리가 있어! 게다가, 내가 무슨 무력을 동원해서 여자애 한 명 굴복시킨 뒤 능욕(!)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쳐다만 보는 건데 뭐 죄 될 것 있어?! 아, 여자애들 쳐다보다 가끔 눈 마주치면 경멸하는 표정으로 쳐다봐서 좀 기분이 안 좋긴 하지만, 그건 기분 탓이겠지. 데헷. …데헷은 뭐가 데헷이야! 정말 「변태 씨」라는 이명이 딱이다, 딱이야! 으휴…


“우웅!!”

“왜, 또.”


우오, 쟤 생각보다 가슴이 크네. 어디 보자… 하고 자세히 보려고 목을 길게 빼는데 그 시야를 납작 가슴을 한 여자애가 가린다. 리유. 저리 꺼져, 이 빈유년아!

…너무 심하지, 그 말은! 여자를 가슴으로 판단하면 안 돼! 리유는 분명 작지, 하지만 리유는! 귀엽잖아! 저 앙증맞은 손 하며! 엄청 작은 얼굴에도 오밀조밀하게 다 들어차 있는 이목구비! 말똥말똥 뜨고 있는 저 눈! 새삼 가슴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자신에게 큰 실망과 자괴감을 느끼게 됐다.


“…어색해!”

“뭐가 어색하다는 거야. 주어 좀 넣고 말해 줘.”

“그, 그러니까! …희세랑.”

“에에.”


리유는 의미를 알 수 없게 짧게 말한다. 내 빈정거리는 말투에 희세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하며 말한다. 아, 희세랑 어색하다고.


“어색해?”

“우웅…”

“친해지려곤 해 봤어?”

“아니…”

“뭐 어떡하라는 거야.”


나의 무성의한 대답에 리유는 볼을 부풀려서 빵빵하게 하곤 나를 흘겨보며 작은 주먹으로 탁탁 내 가슴팍을 친다. 아마 삐쳤다는 무언의 시위겠지. 그래봤자 하나도 안 아프다.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한 것 같다. 희세는 예전 상태로 복귀하게 됐고, 정희랑 싸운 것도 잘 해결됐고. 그래서 다시 예전의 화려하고 멋진 희세로 돌아왔다. 하지만 정작 리유는. 리유는 이번 사건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었으니까─나한테는 큰 관련이 있었지, 리유가 ‘희세랑 친구 되고 싶어!’ 하면서 시작하게 만들어 버렸으니─ 적어도 희세 입장에선 리유는 반의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모르는 작은 여자애일 뿐이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아니, 앞으로도 계속은 너무 심한가. 복어처럼 볼을 부풀린 리유가 귀여워 엄지와 검지로 볼을 꾸욱 누르자 ‘뿌우우우욱.’ 하며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공기가 빠진다. ‘아 뭐야!’ 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리유.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언제 짜증냈냐는 듯 금세 ‘헤헤헤’ 하면서 좋아한다. 보면 볼수록 강아지 같네? 뼈다귀 같은 거 줘볼까?


“그럼 뭐, 내가 도와줘?”

“응응!”

“음─ 근데 뭘 어떻게 도와줘야하지. 사실 나라고 딱히 희세하고 친한 건 아니라서.”

“그, 그래두… 네가 중재해줬잖아, 정희랑 희세랑 싸울 때. 그러니까 그 정도 은공은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은공 씩이야…”


리유는 부담될 정도로 나에게 바싹 얼굴을 들이대면서 말한다. ‘은공’ 이라니, 저번 삼국지 드립부터 시작해서 얘, 꽤나 고어체 많이 쓰는구나. 여자애치곤. 잔뜩 달라붙은 리유를 검지로 이마를 꾸욱 눌러 떼어내고 고개를 갸웃 하며 희세를 쳐다본다.


희세는 여자애들의 중심에서 깔깔 까르르 웃으며 떠들고 있다. 정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건방진 자세로 자유분방하게 책상 위에 걸터 앉아 있고. 남성적인 성격처럼 다리를 쩍벌남처럼 벌리고 있다. …치마가 짧지 않아서 망정이지, 요즘 애들처럼 치마 짧은데 저러고 있으면 무슨 노출증 걸린 사람 취급 받겠다야. 여자애들은 뭐, 워낙 정희 성격 아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는가보다. 아니, 애초에 여자애들이 다른 여자애 팬티 본다고 좋아할 게 전혀 없잖아!

야무진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다를 애들 말을 경청하고 있는 희세. 방긋 웃으며 맞장구 치는 모습. 음, 예쁘네. 무엇보다 교복 단추가 터져 나갈 것 같은, 특정 부위의 압박이. ……아니!! 자동으로 눈이 가는 걸 어떡하라고! 옷의 주름이! 팽팽한 그 주름이!! 너무 좋은데 어떡하라고! 하지만 내 안구의 즐거움을 또다시 앗아가는 납작가슴. 저리 꺼져, 이 빈유년아! 아아, 이런. 제가 흥분해서 또 가슴 얘기만 줄창 하네요. 리유는 골이 난 표정으로 내 앞을 가린다.


“네가 희세한테 사랑에 빠지지 말고! 날 소개시켜 달라니깐!”

“사, 사랑에 빠지다니!! 난 그냥 쳐다만 본 거야!!”

“피이. 근데 무슨 그런 눈으로 여자애를 쳐다봐?”


리유는 툴툴거리며 말한다. 나는 혹시 주위 애들이 들을까 눈치를 보며 작게 말한다. 리유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흥!’ 하고 삐친 표정이다.


“…역시, 남자애들은 희세 같은 타입 좋아하는구나.”

“아니야, 아니라니까! 왜 성빈이 너까지 그렇게 곡해를 하는 건데!!”


주위 애들이 누군가 듣지 않았나 했지만 옆에서 가만히 음악을 듣고 있던 성빈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작게 속삭이듯 말한다. 그래봤자 옆자리인 나는 다 들린다. 왜 자꾸 그쪽으로 몰아가는 건데!


“어쨌든! 희세한테 나 소개시켜줘. 지금 당장.”

“지금 당장이라고 말해도…”

“히잉.”


리유는 자꾸 나에게 다그친다. 나는 난감해져서 옆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리유는 막무가내다. 내가 난처해하자 잔뜩 불쌍한 표정이 돼선 풀죽은 모습이 됐다. 그리고 고개까지 숙인다. 그러고 있으니 가련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어이어이, 그 모습은 반칙이잖아. 강아지였다면 풀 죽어서 귀가 축 늘어지고 꼬리도 힘을 잃었겠지. 누구라도 리유의 저 귀여운 표정을 본다면 아마 그녀의 부탁을 안 들어주기 힘들 것이리라.


“알았어, 일단 유인해볼게.”

“정말!”

“대신 내 말대로 해야 되.”

“응응!”


리유는 내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히 웃으며 팔짝팔짝 뛰며 좋아한다. 뭐야, 이거. 좀 사기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에이, 아니겠지. 순수하고 귀여운 리유가 자신의 귀여운 외모를 무기로 써서 이익을 취할 리 없잖아. 타락한 여자애도 아니고, 리유가.

내 계획은 이렇다. 내가 희세에게 가서 희세의 어그로(?)를 끈다. 희세와 같이 반을 나오면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던 리유가 슬그머니 나와 희세를 따라 나오는 거지. 그리고 희세에게 자연스럽게 소개. 이런 작전이다. 일괄적으로 설명했지만 리유는 잘 이해 했나 어쨌나 맹한 표정이다. 한숨을 쉬고, ‘그냥 나랑 희세가 복도로 나오면 따라 나와.’ 하고 말하자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밝게 웃으며 ‘응!’ 하고 말한다.

자자, 그럼 긴장하고. 절로 심호흡이 된다. 깊이 들이 마시고─


“어이, 나희세.”

“어, 그래서?”

“야, 나희세!”

“……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희세의 무리 앞으로 가 말했다. 하지만 너무 작게 말했나, 희세는 전혀 들은 체도 안 하고 얘기하던 여자애랑 계속 수다를 떤다. 나는 조금 배에 힘을 주고 빡 말했다. 이크. 너무 크게 말했나. 희세랑 얘기하던 여자애들이 다 나를 쳐다본다. 우앗, 창피해. 게다가 뒤에 이을 말이 더 창피한데. 에라, 모르겠다.


“잠깐 나 좀 보지.”

“…내가 왜?”

“할 말 있으니까, 잠깐만 따라 와.”


나는 당당하게 말한 뒤 스윽 뒤돌아 복도로 나간다. 우홋, 멋진 남자! 하지만 여기서 희세가 내 말을 묵살하고 그냥 태연하게 다른 애들이랑 얘기한다면 나는 그대로 침몰… 다시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뒤에서 ‘칫… 지가 뭔데’ 하는 희세의 툴툴거림과, ‘오─ 변태 씨! 상남자네!’ 하는 여자애들의 비꼬는 소리가 들린다. 후훗, 그냥 막무가내로 들이대 본 건데 의외로 효과가 있구먼. 사실 이거, 늘 희세가 써먹는 거잖아. ‘할 말 있으니까 나와’ 하면서 억지로 불러내는 거. 역으로 이번엔 내가 써 먹게 됐다.


“변태 씨! 드디어 고백하는 거야? 예쁜 사랑 해~ 내가 응원할게!”

“아니거든!! 뭔 개소리야!!”

“우우우우~~ ‘할 말 있으니까 나와.’ 우우우~~ 개멋있어! 상남자! 상변태!”

“아니라고!! 아오.”


막 문을 나서려는데 정희가 큰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한다. 나는 참지 못하고 뒤돌아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당혹스러워 하는 희세의 표정도 보인다. 정희는 더욱 신이 나 온 동네 광고내듯 반 전체에 울려 퍼지게 내 목소리 흉내를 내며 말한다. 나는 신경질을 내며 반을 나섰다. 어휴, 저번엔 그렇게 아이처럼 펑펑 울더니. 회복도 빨라요. 하긴, 그게 쿨한 정희의 좋은 점이니. 희세는 말없이 내 뒤를 따른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크, 크흠.”


우리 반에서 1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계단 옆 복도. 리유와 자주 떠드는 인적 드문 복도. 희세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금방이라도 ‘됐어, 갈래’ 할 것 같은 태도다. 하긴, 잘 얘기하던 거 억지로 데려온 게 나니. 나는 헛기침을 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리유가 너랑 친해지고 싶데. 이렇게 말하면 무난하고 좋겠지?


“저…”

“?”

“나랑 친구가 돼 주세욧!!”

“우아아앗! 뭐, 뭐야 얘?!!”

“아하이야…”


참, 절묘하고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막 생각을 정리하고 ‘리…’ 까지 말하려는 그 순간에 쭈볏쭈볏 다가와 흐름을 끊는 리유. 희세를 보더니 울 것 같은 기세로 다짜고짜 말한다. 그러더니 희세에게 다가와 순식간에 희세 품에 안긴다. 희세는 당황해서 소리 지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나는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쉰다. 이러면 구태여 이렇게 나오게 할 필요가 없잖아.


“히잉… 미안해요…”

“친구한테는 존댓말 쓰는 거 아니야. 잠깐만, 얘 정상이 아니라서.”

“으응…”


의외로 희세는 달라붙는 리유에 대해 전혀 대처하질 못한다. 나한테 하는 걸로 봐선 ‘이 년이 어디서 X랄이야!’ 하면서 딱 등짝을 때리고 떼어 놓을 것 같은데. 아, 하긴, 여자애들한테는 천사 같이 착한 희세니까. 게다가 리유랑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이니, 그러진 않겠다. 내 제재에 겨우 떨어진 리유. 그제야 자기도 부끄러운 줄 알았는지 내 뒤에 숨어서 얼굴이 빨개져서 희세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희세 역시 살짝 얼굴이 상기됐다.


“얘는 정리유라고 하고. 열 일곱 살이야. 우리 반 애고. 보다시피 이렇게 귀여워. 어때, 매력적이지 않아?”

“…무슨 부동산 매물 말하듯이 여자애를 말해? 성 상품화? 여자애의 물건화?”

“그렇게 생각하는 상상력이 더 엄청나! 무슨 마약 했길레 그런 상상을 해!”

“야, 약이라니! 여자애한테 그런 말을! 진짜진짜 변태새끼가!”


내가 리유를 그런 식으로 설명한 건, 리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게 뻔한 희세이기에 농담 식으로 신상명세를 댄 것이다. 하지만 희세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태클을 건다. 거기에 내가 또 농담 식으로 한 ‘마약’ 드립에, 「마약→약물주입→중독→도망 못감→여성탄압→개새끼」 라는 얼토당토않은 공식을 만들어내며 나를 매도하고 있다.

하앍! 그렇게 더 욕해줘! 나를 더 매도해줘! 좀 더 츤츤하게! 기왕이면 살짝 내 엉덩이도 때려줘! 그 작고 흰 손으로! 하앍하앍!!

……키 178인 남자애가 이런 미소녀한테 이런 말 하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어디까지나 쓰레기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거니까. 희세는 나와의 대화에 염증을 느끼고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삐친 듯 팔짱을 끼고선 몸까지 돌린다. 어이어이, 왜 삐치는 건데. 지금 이러려고 이러는 게 아닌데. 리유는 돌아가는 상황이 좋지 않으니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애처롭게 나를 올려다본다. 크으─ 리유 이 표정도 보기 싫은데. 너무 불쌍해! 안 되겠어, 어떻게든 탈출구를…


“그래, 알았어! 본론만 말할게!”

“……뭔데.”

“리유가 너랑 친해지고 싶데! 근데 자기가 말하긴 부끄러우니까! 소개시켜 달래. 그것 때문에 부른 거야!”

“…….”


희세는 내 말에 몸을 이 쪽으로 돌리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힐끔 리유를 본다. 리유는 아이처럼 무서워하며 희세의 시선으로부터 피하려 내 몸 뒤쪽으로 간다. 등 쪽에 얼굴을 파묻는데 으아, 잠깐만! 거긴 엉덩이잖아! 꼬리뼈라고! 아으! 간지러, 잠깐! 기분 이상해! 숨은 왜 불어 넣는데! 으악, 멈춰! 발버둥 치며 ‘뭐하는 거야!’ 하고 성을 내보지만 리유는 여전히 부끄러워하며 내 뒤로 숨는다. 희세는 그런 나와 리유를 빤히 쳐다본다.


“둘은 친한가보네?”

“엉? 어, 그렇지. 나나 얘나 고등학교 와서 서로 처음 사귄 친구니까.”

“응! 아… 죄송해요…”


리유는 활기차게 대답하곤 다시금 수줍어져선 내 뒤로 숨는다. 아니, 그러니까 친구끼리 왜 존댓말을 쓰는데. 물론 희세랑 리유랑 나란히 세워놓으면 희세가 한 6~8살 정도 누나 같긴 하겠지만. 희세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친구 되고 싶으면, 정식으로 나와서 당당하게 말해야지?”

“……응.”


마치 어린이집 예쁜 여선생님이 말하는 것처럼 살갑게 말하자 리유는 주볏거리면서도 용기를 내어 내 뒤에서 희세 앞으로 나온다. 우와, 이렇게 창피해하면 아까는 어떻게 희세 품에 파고든 건데?! 거꾸로야, 부끄러움을 느끼는 단계가?!


“난 이렇게 생각해. 여자애라도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고. 솔직히 너처럼 쭈볏거리고 할 말 못하는 애들 진~짜 싫어하거든!”

“으우우… 미안.”

“그러니까, 내 친구 되고 싶으면 당당하게 말을 해 줘.”

“…….”


참 희세다운 말이다. 다만 나에게 그 주장을 했을 때처럼 격하게 나쁘게 말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긍정적으로, 듣기 좋게 말한다. 아, 정말 남자하고 여자하고 대하는 태도가 천지차이네, 나희세 씨! 하지만 그건 내 마음 속에서 울려퍼지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리유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한다.


“저… 나랑 친구 해줄래…요?”

“응. 좋아.”

“…우앗! 헤헤헤헤헤!”


희세는 방긋 천사 같은 유치원 선생님처럼 웃으며 말한다. 마찬가지로 유치원 원생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리유. 희세는 아이를 잘 다루는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문득 내 첫사랑, 사나이 정웅도 첫사랑인 유치원 선생님이 떠오른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아, 그 사람 정말 천사처럼 아름다웠지. 늘 품에 안겼을 때 나는 그 달달한 향기─ 말캉말캉한 감촉에─ ……가슴 만졌다가 선생님이 울면서 원장 선생님한테 달려간 것도 기억나버리네. 난 어릴 적부터 변태에 소질이 있었나.

한 가지 다행인 건, 희세는 리유에 대해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다. 여자애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퍼져 있는, 리유를 공기로 취급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그런 것을 희세조차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래도 망설였겠지. 하지만 희세가 취하는 태도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처음 말하는 것 같은, 그런 태도였지.

반 대부분의 아이들과 사교를 하는 희세가 리유와 지금까지 한 마디 말도 안 해봤다는 건 좀 어불성설 같지만, 그건 그럴 만도 하잖아? 애들이 암묵적으로 금기처럼 리유 얘기 하는 것을 꺼리는데다, 리유 본인도 스스로 몸을 사리니 아무리 사교성 높은 희세라도 리유를 못 만날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소름 돋는다. 비단 중학교 때부터 이어진 원 친구들의 단절뿐만 아니라 새로이 들어온 애들까지도 자연스럽게 리유와 친해질 수 없는, 그런 시스템이라니.


“후아앙─”

“아앗! 이, 이건 너무 진도가 빠르지 않아~? 방금 친구 된다고 했는데!”

“그치만, 그치만─! 볼 때마다 안고 싶었는뎅!!”

“헤에. 귀엽네.”


희세는 품에 안겨 있는 리유에게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교양 있는 아가씨 같은 느낌의 희세에게 갑작스런 이런 스킨십은 충분히 당황할만 하겠지. 성빈이와 재결합(?)하자마자 엄청난 스킨십을 많이 봐 왔던 나인지라 도리어 보는 나는 별다른 감정이 없다. 리유는 희세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 맡으며 좋아라 한다. 희세도 마치 아기를 보는 듯 귀여워하며 희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리유는 더욱 좋아하며 얼굴을 부비부비한다.

…리유가 그러고 있으니까, 가슴이 더욱 커 보이는 구나, 희세. 리유 머리가 작은 건지, 희세 가슴이 리유 머리만한 건지(!). 뭔가 그러고 있는 리유가 부러운 건 기분 탓이겠지. 희세는 힐끔 나를 보더니 갑자기 왈칵 얼굴이 붉어지며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다.


“걔 귀여움 성애자라 좀 그래. 애지간히 하면 떨어질 거야.”

“그, 그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니거든?! 너 내 가슴 봤잖아!”

“……아니야! 난 리유 봤어!”

“그 어색한 2초의 정적은 뭔데!”

“아… 안 봤어! 지금도 안… 안 봐!”

“보지 마! 진짜 변태새끼!!!”


희세는 잔뜩 얼굴이 빨개져서 쏘아 붙이곤 팔로 가슴을 가린 체 몸을 홱 돌려 사라진다. 물론 본 건 사실이지만 본인한테 지적당하니 전력을 다해 부정하고 싶어진다.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희세가 가 버려서 리유는 혼자 멍청하게 떠나는 희세를 쳐다본다. 잠시 멍하니 희세를 쳐다본 리유는 몸을 돌려 나를 보며 말한다.


“내 거는 안 보잖아?”

“너만은 제발! 그런 말 하지 말아 줘 부탁할게!!”

“실제로 안 보잖아?”

“아아… 그래, 안 봐. 없잖아.”

“으우우… 너무해!”


리유는 부끄러움도 없는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나는 한숨을 쉬고 대답했을 뿐인데 리유는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워하며 희세와 마찬가지로 교실로 뛰어간다. …어째 나만 쓰레기 되는 기분인데. 혼자 남아 할 것도 없으니 다시금 교실로 돌아간다.


작가의말

여러분은 가슴이 큰 게 좋나요, 작은 게 좋나요?

...너무 당당하게 변태같은 질문을 하는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1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1.25 03:58
    No. 1

    기가슴승가슴전가슴 마무리 작가의 말로 한번더!ㅋㅋㅋㅋ오늘은 끊임없는 가슴이야기네요. 작가의 말에 답하자면 전 둘다 좋...그런데 주인공이 희세를 보다가 리유를 볼때, 어투가 쓸데없이 너무 공격적이고, 거슬리네요. 웅도성격이랑도 어울리지 않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04:02
    No. 2

    아아, 그렇지요... 좋은 게 좋은거라고...(?)
    웅도는, 너무 무심한 듯 시크한 말투가 됐는데 아무래도 리유랑 그만큼 친해져서 막말을 일삼는 거겠죠. 희세랑은, 별로 친하진 않아도 워낙 그 쪽에서 먼저 공격적인 언사를 해대니, 뭐 받은 만큼 하는 정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낭만클럽
    작성일
    14.01.25 04:01
    No. 3

    남녀공학을 나온 일인으로서...그때는 뭐....여자라긴 보단..그냥 치마두른 생물체 정도로
    인식 하고 있어서....슴가 사이즈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라나?!남녀공학 나오신분들은 이해하실까요? 전 거기다 문과 였답니다.....무서워 언니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04:03
    No. 4

    네, 최대한 그런 느낌으로 써 보고 싶지만... 남중·남고를 나온 저로써는 어떻게 해도 결국 여고생은 귀엽고 천사 같을 것 같은 느낌밖에 안 남습니다. 결국엔 깊고 어두운 환상만 가득 담은 이상한 존재들이 돼 버리네요... 허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1.25 04:17
    No. 5

    그나저나 작가님이 남중남고였다니...군대까지 다녀오셨으니 공대테크만 남으신건가요. 이미 공대는 아니겠...그렇다면...(눈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04:24
    No. 6

    다행이 인문대입니다. 여자가 30명 남자가 10명이에요! 하지만 전 여자애들한테 말도 못 거는 병신이니까! 하하하하하! 이제 14학번 여자애들의 '오빠 밥 사주세요-' 소리 들으면서 호구가 돼서 지갑이 털리는 일만 남았죠! 하하하핳ㅏㅎ하ㅏㅏㅎ하!!

    ...안될거야, 아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지키미삼
    작성일
    14.01.25 08:09
    No. 7

    오늘도 역시 변태 취급받는 웅도 상남자의 길은 멀고 험하네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08:58
    No. 8

    하하,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25 11:44
    No. 9

    주인공이 기분나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18:16
    No. 10

    헉, 기분 나쁘셨나요…? 죄송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25 14:35
    No. 11

    뭔가 MM을 보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 화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18:17
    No. 12

    MM이면, 일본거 라노베 아닌가요? 보질 않아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주인공 남자애가 진성 M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광인입니다
    작성일
    14.01.25 14:36
    No. 13

    제 이상형은 G컵입니다. 75G컵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18:18
    No. 14

    우왁, 엄청 거유파시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광인입니다
    작성일
    14.01.25 14:36
    No. 15

    당연한거니 부끄러워하지마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18:18
    No. 16

    네, 그 정도 뻔뻔함은 신사숙녀의 기본소양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바람의향수
    작성일
    14.01.25 18:28
    No. 17

    작가님 변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1.25 18:42
    No. 18

    아뇨, 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닌가요??? 후훗… 부끄러워하시지 마시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3 18:51
    No. 19

    음...전 크든 작든 제 맘에 들으면 됩니다!
    기준이 매번 달라지더군요 ㅋㅋㅋ
    근데 B...정도면 적당히 크지 않을까요 ㅡ?근데 작가님은 어떤파신가요!?
    여자들이 남자키 180 원하는 것처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4.09.12 16:39
    No. 20

    C컵은 한 손에 다 안 들어오고~
    B컵이 딱 한손에 착 들어오는데~
    악!!! 나는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거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전서리
    작성일
    18.08.17 00:00
    No. 21

    75g요?중력이 이정도면..ㄷㄷ와 깔려죽겠는데? 좋ㄷ...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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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화. 친구가 돼 주세요!! - 1 +21 14.01.25 3,652 69 19쪽
32 08화 - 4 +12 14.01.24 3,409 110 18쪽
31 08화 - 3 +20 14.01.24 3,070 7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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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5화 - 2 +24 14.01.17 3,473 10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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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4화 - 3 +18 14.01.16 3,286 79 18쪽
14 04화 - 2 +16 14.01.15 3,311 7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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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3화 - 3 +7 14.01.14 4,215 12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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