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038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1.25 20:54
조회
3,156
추천
60
글자
18쪽

09화 - 2

DUMMY

“저, 저기! 희세야!”

“오오, 또 불렀어~”

“사귀네, 사귀어!”

“닥쳐, 잡년들아!!”


나는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예상대로 여자애들의 격한 반응과 수군거림이 동반한 가운데 희세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여자애들을 제압한다. 그래도 그렇지, ‘잡년들’ 이라니. 한 번 대판 싸우는 과정을 겪으니 여자애들이 서로 격해졌다. 서로간의 격식은 이제 껍데기일 뿐일까.

그나저나 왜 만날 어려운 건 나한테만 시키는데. 저게 얼마나 하기 껄끄러운 일인데. 여자애들은 저들끼리 수군수군대고, 희세도 희세대로 약간 볼이 상기돼서 수군대는 여자애들을 다그친다. 어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희세한테 점심 같이 먹자구 하자!”

“응, 좋은 생각이네.”

“……응?”

“응? 뭐가.”


밥 먹기 바로 전 쉬는 시간. 이 쉬는 시간이 끝난 뒤의 수업이 끝나면 그토록 고대하던 점심시간이다. 리유는 눈을 크게 뜨고 내 자리에 와서 토끼처럼 깡총 뛰며 말한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리유는 그대로 멈춰 서서 무언가 원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여운이 있는 그 표정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리유를 쳐다봤다.


“네가 말해 줘.”

“싫어.”

“에엣!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휴대폰을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리유는 깜짝 놀라며 외친다. 그러더니 내 옆에서 ‘우우웅~ 그러지 말구~ 웅? 부탁할게요~’ 하며 말한다. 하지만 나는 매정하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휴대폰만 쳐다본다. 리유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원하는 것을 갖고 싶은데 못 가지게 하는 부모를 쳐다보는 아이의 악랄한 표정. 나는 고개를 들고 리유를 보며 말했다.


“그 표정 안 통해. 억지로 하는 건 다 티 나거든.”

“…칫. 안 통하네.”

“봐. 사실 그냥 떠 본건데.”

“에엣! 구분할 줄 아는 거 아니었어?!”


살짝 떠 보니 금세 들통 나는 리유의 표정. 알기 쉬워서 편하다니까. 리유는 울상이 돼서 징징대는 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끈질긴 리유는 포기하지 않고 옆에서 계속 알짱대며 말한다. 나는 치솟는 짜증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한다.


“아니 애초에! 네가 친구 되자고 한 애니까 네가 말하는 게 맞지 않아?”

“……응. 맞아.”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희세도 당당한 여자애가 좋다고 했잖아!”

“……웅.”

“근데 왜… 야, 우, 울지 마. 왜 갑자기…”


말하다보니 뭔가 훈계하는 것처럼 됐다. 리유 역시 혼나는 아이처럼 고개를 조금 숙이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 말을 듣는다. 그러다 내가 계속 꼬치꼬치 캐물으니 눈에 눈물이 고인다. 우악, 갑자기 왜 우는 거야! 그렇게까지 심하게 혼냈나, 내가?! 간단한 말밖에 안 했는데!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이상하기에, 키 178짜리 덩치 큰 남자애가 키 150이나 될까 하는 작은 여자애를, 건방지게 앉아서 한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 혼내면서 울리는 그런 엄한 장면이 되기에 나는 얼른 리유에게 말했다. 리유는 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그치만, 못 말하겠는걸. 창피해서…”

“창피하단 애가 친구 되자고 하자마자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어?”

“그, 그건! ……어쨌든, 창피해서 못 해.”

“헤에.”


나는 이런 와중에도 반박하는 태클을 건다. 이건 좀 본능인 것 같다. 리유 역시 반대편 눈의 눈물도 닦으며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반박하지 못한다. 나는 힐끔 희세를 봤다. 희세는 아이들의 중심에서 화려하게 얘기하고 있다. 흐음, 확실히 저러고 있으니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구만, 희세도.

아. 그건가. 조금은 알겠다. 아까 리유가 희세의 품에 다가갈 때엔 나랑 리유, 희세 셋밖에 없었으니까 괜찮았겠지만 지금은… 주위에 애들이 쫙 깔려 있잖아. 희세한테 말이라도 건다면 금세 아이들의 시선을 받게 되겠지. 그게 창피하다는 거구나. 그 창피하단 걸, 상처니까 차마 말로 못 하는 거구나. 어휴, 그런 작은 배려도, 작은 마음 헤아림도 없으니 내가 여자친구가 없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알았어, 근데 지금 화장실 갔다올 거니까 이따 점심시간 되면 말할게. 그 때 말해도 상관 없잖아?”

“웅웅! 고마워! 역시 웅이밖에 없어!”

“아이… 떨어져, 나 바쁜 남자야.”

“흥흥! 헤헤헤.”


리유는 잔뜩 좋아하며 나에게 와서 품에 안기려 한다. 키가 몹시 작아 내 배 쪽에서 알짱거리는 리유를 얼른 떼어놨다. 얘는, 이건 안 창피한가. 여자애들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아무리 리유가 애 같다고 해도, 애 ‘같은’ 거지 엄연히 나랑 동갑인 여자앤데. 나랑 동갑인 여자애가 나한테 막 껴안기고 엉겨붙는다면 확실히 이상하잖아?!! 내가 억지로 떨어뜨리며 어색해하자 리유는 ‘흥흥’ 하며 메롱 한다. 기분 좋아 보이는 악동 같은 표정. 후후, 귀엽네.

굳이 지금 말해도 되지만, 시간이 없어서. 쉬는시간이 5분 가량 남았지만 화장실이 워낙 멀어서. 아, 여긴 여고다. 남자 화장실은 딱 한 군데, 중앙 교무실 옆 교직원 화장실 뿐.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나야 하기에 시간이 별로 없다. 5분이면 충분하긴 하지만.



─그런 연유로 희세에게 말한 건데. 어째 여자애들의 놀림이 생각보다 강렬하다. 가장 적나라하게 잘 놀리는 정희는 힐끔 나를 보곤 씨익 웃으며 말한다.


“성까지 빼고 말하네? 그 정도 사이였어?”

“아, 아니! 성 정도는 빼고 말 할 수 있잖아?! 친군데! 너도 성 빼고 부르잖아, 내가!”

“헤에─ 언제 친구 됐어?! 전혀 몰랐는데─ 우와, 둘이 진짜 뭐 있나봐!”

“우우우우우~”

“사귀어라! 사귀어라!”

“닥쳐, 닥쳐, 다 닥쳐!! 진짜 잡년들이! 저딴 놈이랑 이 몸이 사귀어?! 말이 돼!!”

“아하하하하하.”


정희의 말에 여자애들은 더욱 좋아하며 웃어댄다. 아무래도 정희는 타고난 선동꾼의 기질이 있는 것 같다. 희세는 굉장히 격한 반응을 보이며 거의 여자애들을 때릴 기세로 말한다. 아아, 네네. ‘저딴 놈’이라니. 거기에 ‘이 몸’ 까지 붙이니 완벽하게 나는 거지 + 노예 같은 컨셉이고 희세는 부잣집 아가씨 같은 캐릭터인 건가. 뭐, 어울리긴 한다. 부잣집 아가씨. 내가 거지인 게 어울린다는 게 아니라!


“왜, 왜 불러서 이 X랄 만들어! 왜, 왜 불러!”

“어, 그게…”


가만히 보면 희세는 참 입이 걸다. 여자애는 욕하면 안되 할 정도로 고리타분한 가부장적인 남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보통 여자애 하면 적어도 남자애 앞에선 욕을 안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잖아. 여자애들도 그러고. 아니면 난 이미 남자애로 인식되지 않는 건가. 그게 맞겠네. 좋… 좋은 거야! 이 여고에 무사히 적응한 거잖아! 훈장이라고! 달게 받아야지, 희세의 욕…… 하앍! 날 좀 더 욕되게 해 줘! 채찍질도! 촛농도! 아아, 너무 위험한가.

다음 말의 운을 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더욱 오해를 살 게 뻔한 대사니까. 내가 이래서 말 안 하려고 한 건데. 하지만 금세 눈물이 고여버린 리유의 얼굴을 떠올리니 안 할 수도 없다. 여자애들 앞에서 말하는 걸 상상한 것 만으로 눈물이 샘솟는 가련한 여자애의 부탁인데 뭔들 못하겠어. 그냥 해야지. 눈 딱 감고 얘기했다.


“점심 같이 먹지 않을래.”

“……에…?!”

“우오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


희세는 순간 내 대답에 희세답지 않은, 살짝 당황하고 놀란 듯한 ‘에’ 라는 소리를 낸다. 그 뒤로 여자애들의 엄청 큰 비명이 온 교실을 가득 채운다. 귀청 떨어져 나갈 것 같네!!

여자애들은 마치 아이돌 가수라도 깜짝등장한 것처럼 굉장한 기세로 비명을 질러 댄다. 어떤 애는 황홀한 표정으로, 어떤 애는 실실 웃으며 하여튼 다양한 표정을 하며 나와 희세를 쳐다본다. 저마다 흥분한 표정으로 한 마디씩 한다.


“이제 완전히 작업 거는거야?”

“사귀는 거지, 사귀는 거??”

“밥 같이 먹자면 끝난 거지!”

“잠깐 잠깐! 뭘 그렇게 확정을 때리는 건데?!”

“에이, 좋잖아! 남자애가 박력 있고 좋네! 먼저 말했잖아!”

“괜히 변태 씨 변태 씨 하는 게 아니네!”

“아 쫌!!”


특히 정희는 아주 신이 나서 노골적으로 나와 희세를 놀린다. 희세도 당황해서 아이들을 진정시키려 하고, 나는 나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너랑 점심 먹어야 하는데?”

“오오, 튕기는 거야 희세? 우우우우~ 소녀심 쩔어 쩔어~”

“닥쳐!! 입 안 다물어?!”

“에이에이 좋으면서~ 꺄하하하하하.”


희세의 대답에 다시금 꼬투리를 잡는 여자애들. 정말 말 한 마디 잇기가 이렇게나 힘들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은 느꼈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어. 희세는 얼굴이 잔뜩 붉어져서 거센 말투로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뭐.”


나는 조금 뜸을 들이며 말을 아꼈다. 희세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뚱한 표정으로 말한다. 난 더 말을 잇지 않고 힐끔 리유 쪽을 쳐다본다. 리유는 내 시선이 닿자 성빈이 쪽으로 몸을 숨긴다. 힐끔힐끔 이 쪽을 본다. 희세 역시 리유를 보더니 눈에 빛이 돈다. 그러더니 한숨을 푹 쉰다. 여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오오~ 이제 눈빛으로 얘기하는 거야?’ ‘뭔데 뭔데?? 무슨 눈빛 교환 하는 건데~~’ 하며 망상 폭주하고 있다. 정말, 여자애들의 엄한 상상력은 어디까지 가는 걸까. 무엇보다 엄청 귀찮잖아. 이젠 짜증날 정도야.


“…알았어, 가면 되잖아.”

“우우우우우우~”

“밥 니들끼리 먹어도 되지?”

“그럼~ 우린 얼마든지~ 히히히히히.”

“……그런 거 아니니까! 엉뚱한 소문 내지 마! 니들 소문 내는 게 특기니까.”

“아우, 왜 그래~ 누가 보면 우리 소문만 내는 미친년들인 줄 알겠다.”


어이어이, 반 정도는 맞는 것 같은데. 두 왕따 사건 모두 너희가 중심으로 소문 퍼뜨렸잖아. 그래도 저렇게나 유쾌한 애들이니 반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노는 거겠지. 여자애들은 자기들이 희세를 밀어준다 생각하는지 낄낄 까르르 웃어대며 정희를 중심으로 왁자하게 교실에서 빠져나간다. 아아, 이제야 겨우.


“좀 조용히 불러내서 말하면 되잖아?! 꼭 그렇게 애들 다 있는데서 말해야 돼?!! 아오, 창피해.”

“미안합니다. 내가 눈치가 없어서.”

“됐어! 에휴.”


희세는 한 마디 톡 쏘아 붙인다. 나는 뭐라 할 말도 못 찾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대답했다.


“우와아아아앙~”

“너구나, 너 때문에 변태새끼가 말하러 온 거지.”

“응! 부탁했어.”

“에이그. 잘 했어요─”


리유가 희세의 품에 달려들며 아이처럼 징징댄다. 희세는 방긋 웃으며 희세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한다. 아니, 그거 아는 사람이 그렇게 취급이 달라?! 왜 리유한테 뭐라 하지 않는 건데!! 이거 안 귀여운 사람은 서러워서 살 수가 있나?!!


“희세 너도 우리 밥 패밀리에 들어온 거야?”

“……응?”


성빈이는 방긋 웃으며 희세에게 다가가 말한다. 희세는 리유를 쳐다보며 웃다 성빈이의 말에 고개를 들고 잠시 멍한 표정으로 성빈이를 본다. 그러더니 힐끔 나를 보고 말한다.


“무, 무슨 말이야! 저딴 변태새끼랑 밥을 왜 먹어! 리유랑 너 때문에 같이 가는 거야! 오늘만!”

“에에! 그냥 매일 같이 먹으면 안 돼?”

“아, 안 될 건 없지만… 친구들하고도 먹어야 하니까.”

“히이이이잉…”


희세의 드센 말에 품에 있던 리유가 울상이 돼서 희세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희세 역시 난처해져서 말끝을 흐린다. 참, 보면 볼수록, 리유의 애교는 남자건 여자건 다 통하는구나. 희세도 금세 리유와 저렇게 친해진 걸 보면, 굳이 왕따 당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참 미스터리하다. 나는 짐짓 허세를 부리며 ‘아, 얼른얼른 가자! 점심시간 끝나겠다!’ 하며 큰 소리로 말했고, 희세는 그 말에 새침하게 ‘안 말해도 가거든요, 변태새끼야!’ 하고 말한다. 아아, 희세는 한 술 더 떠서 변태‘새끼’ 라고 하는구나. 리유는 희세에게 엉겨 붙어 같이 나가고, 멍하니 그 둘을 보는 나에게 성빈이가 옆으로 와 ‘우리도 가자’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교실을 나섰다.



‘꽈당.’

“아야!”


매일매일 밖에서 사먹는 것도 꽤나 곤욕이다. 뭐 어떡하겠나, 먹고 살아야지. 리유는 괜히 들떠서 앞에서 깝죽거리며 뛰어 다닌다. 아무리 봐도 리유, 그 생태가 꼭 강아지 같다. 쓰다듬어 주면 좋아하고, 잔뜩 귀여움 받고 싶어 하고, 뀨잉뀨잉 거리는 소리 내면서 애교부리고. 강아지귀 같은 머리띠 씌워주면 엄청 어울릴 것 같은데. 지금도 앞에서 저렇게 아이처럼 깝죽거리며 뛰어다니는 것도 영락없이 강아지 같다. 근데 뛰어 노는 건 좋은데 뛰다가 팍 넘어진다. 우와,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인데 뭐에 걸려 넘어진 거지. 우왓, 치마가 벌러덩 까져서 팬티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옅은 분홍색에 레이스 같은 게 달려 있는 느낌… 속옷도 유아틱하네.


“뭘 보는 거야, 변태새꺄!”

“아악 내 눈! 진짜 찌를 것 까진 없잖아! 와아, 실명될 것 같아!!”

“그딴 음탕한 눈 실명 되도 싸! 애가 넘어졌는데 그런 거나 유심히 보고 있어?!”

“안 했어!! 음탕한 눈!!”


갑작스럽게 손가락 두 개가 눈 앞에 보이고, 나는 그대로 시야가 검게 되는 걸 느꼈다. 아프기도 엄청 아프다. 희세가 진실되게 내 눈을 콕 찔러버렸다. 그리곤 잔뜩 새초롬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안 본 건 아니다! 본 건 인정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대놓고 당당하게 하앍거리면서 본 적은 없어! ‘힐끔’ 본 거지, ‘힐끔’!! 성빈이가 넘어진 리유에게 가 ‘괜찮아? 아퍼?’ 하고 물어본다.


“으아아앙, 아퍼! 아퍼 죽겠어!”

“아아… 까졌네. 많이 아프겠다.”

“히익 피!! 피나, 성빈아!”

“어어, 괜찮아 괜찮아.”


나는 눈이 실명될 것 같이 아파 눈물을 뚝뚝 흘리며 눈을 가리고 있다. 목소리로만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괴로워하는 징징대는 리유의 목소리가 들린다. 성빈이는 아이 달래듯 말한다. 겨우 눈물을 닦고 눈을 비비고 앞을 본다. 아직 뿌연데. 뭐야 이거, 시력 나빠졌나?!

눈을 뜨고 보니 딱 눈에 띄는 건 리유의 무릎. 작고 흰 여린 무릎이 까져서 빨간 피가 주르르 흐르고 있다. 아니, 얼마나 세게 넘어졌으면 저렇게 까졌어?! 그냥 팍 넘어진 수준밖에 안 됐는데. 몸이 작다고 몸 자체의 내구도도 약한 거야?

무릎은 긁히고 까진 상처에 모래와 흙까지 묻어 매우 아파 보인다. 피는 샘솟들 나오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나와 리유의 흰 다리를 타고 흐른다.


“괜찮아?”

“으우우… 안 괜찮아!”

“양호실 가야될 것 같은데.”


리유는 눈물이 그렁그렁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큰 소리로 외친다. 아파 보이긴 한다. 어릴 때 많이 넘어져봐서 저 느낌 잘 알지. 축구 하다 전속력으로 달려가다 뿌왁 넘어져서 무릎 완전 걸레짝 되는 기분. 저건 지금 저 상태보다 솜으로 소독약 바를 때가 엄청 장난 아닌데. 소독약이 발라져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발버둥을 칠 리유를 생각하니 묘하게 귀엽다. ……난 변태인가. 그 신음, 들어보고 싶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리유 데리고 갈게, 너희 둘이 먼저 가고 있어줄래?”

“…어?”

“…에엑?!”


성빈이가 리유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한다. 나와 희세는 동시에 괴상한 소리로 화답했다.


“내, 내가 왜 이딴 변태새끼랑 같이 가야 하는데!”

“아니, 변태새끼라니! 그게 아니라! 애초에 리유가 같이 가자고 한 건데!”

“그, 그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리 가서 자리 잡고 있으면 얼른 치료하고 천천히 걸어올게.”

“…….”


나와 희세가 동시에 불평불만을 쏟아 내자 성빈이는 난처한 표정으로 리유를 부축하며 말한다. 아, 아니 차라리 내가 가겠소! 리유의 신음소리를 듣고 싶어! 으악, 이 왕변태새끼야!! 나는 내가 가는 걸 막아야겠다. 희세 역시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리유를 쳐다보며 말한다. 리유 무릎은 이제 피가 아니라 진물까지 같이 흐른다. 으으, 진짜 아프겠네. 리유는 작게 ‘미안…나 때문에’ 하고 말한다. 괜찮다고, 머리 쓰다듬어 주니 금세 방긋방긋 웃는 리유다. 하지만 성빈이가 부축해서 걸으니 금세 또 표정을 찡그린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겠지.


“그럼, 금방 갔다 올게.”

“응! 김밥지옥에 있을게.”

“으─응!”


성빈이는 상냥하게 리유를 챙기며 말한다. 천사 같은 그 모습에 나는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둘 다 내 딸이면 얼마나 좋을까. 한 명은 성숙하고 예쁘고 착한 누나, 한 명은 귀엽고 애교덩어리인 여동생. 아 ! 얼마나 귀여운가! 흐뭇한 상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


그리고선 멍하니 학교 쪽으로 가는 성빈이와 리유를 쳐다본다. 힐끔 희세를 보니 희세 역시 성빈이와 리유를 보다 힐끔 나와 눈이 마주친다.


“…뭐, 뭘 봐 변태새꺄!”

“뭐 안 봤어! 네 눈 봤어, 눈!!”

“…변태!”

“이제 눈만 봐도 변태야!”

“방금 가슴 봤지! 이… 이 눈을 그냥!”

“아악, 안 봤어 안 봤어! 눈은, 눈은!”


희세는 내 시선을 살피며 왈칵 얼굴을 붉히곤 또 검지와 중지를 V자로 해서 내 얼굴 쪽으로 들이댄다. 나는 공포에 질려 뒤로 빠지며 말했다. 그렇게 격정적으로 움직이니까 가슴이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보이잖아! 봐, 난 결백해! 오히려 계기는 네가 만드는 거잖아! 그보다 눈은! 진짜 아프다고, 진짜 실명될 것 같다고!!


작가의말

오늘도 저는 씁니다, 허허, 애미야 반찬이 쓰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10화. 나는 정말 나는 정말 나는 정말 그럴 의도가 - 1 +16 14.01.28 2,573 72 18쪽
38 09.5화 - 2 +13 14.01.27 4,211 129 20쪽
37 09.5화. 잉여잉여 - 1 +13 14.01.27 3,204 56 19쪽
36 09화 - 4 +10 14.01.26 2,900 66 20쪽
35 09화 - 3 +7 14.01.26 2,986 67 17쪽
» 09화 - 2 +12 14.01.25 3,157 60 18쪽
33 09화. 친구가 돼 주세요!! - 1 +21 14.01.25 3,652 69 19쪽
32 08화 - 4 +12 14.01.24 3,410 110 18쪽
31 08화 - 3 +20 14.01.24 3,071 71 18쪽
30 08화 - 2 +16 14.01.23 4,801 165 17쪽
29 08화. 격전!! - 1 +13 14.01.23 3,151 57 19쪽
28 07화 - 4 +14 14.01.22 3,475 58 19쪽
27 07화 - 3 +11 14.01.22 3,084 63 21쪽
26 07화 - 2 +4 14.01.21 3,105 62 21쪽
25 07화. 다시 시작된 그것 - 1 +9 14.01.21 3,519 61 20쪽
24 06화 - 4 +10 14.01.20 3,667 97 20쪽
23 06화 - 3 +13 14.01.20 3,799 63 20쪽
22 06화 - 2 +11 14.01.19 4,079 65 20쪽
21 06화. 자연스럽게! - 1 +7 14.01.19 4,313 72 18쪽
20 05화 - 4 +17 14.01.18 4,518 139 19쪽
19 05화 - 3 +24 14.01.18 3,923 72 19쪽
18 05화 - 2 +24 14.01.17 3,474 100 17쪽
17 05화. 크아아아 흑화한다 +12 14.01.17 4,656 124 21쪽
16 04화 - 4 +10 14.01.16 3,772 80 19쪽
15 04화 - 3 +18 14.01.16 3,287 79 18쪽
14 04화 - 2 +16 14.01.15 3,312 73 25쪽
13 04화.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11 14.01.15 3,736 92 20쪽
12 03화 - 4 +9 14.01.14 3,539 85 20쪽
11 03화 - 3 +7 14.01.14 4,218 127 18쪽
10 03화 - 2 +7 14.01.13 3,882 93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