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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155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6.06.20 18:28
조회
729
추천
15
글자
16쪽

(22막) 세 개의 오만 (1)

DUMMY

흥미를 잃고 창백하게 굳어있던 입술 주위로 혈색이 번진다. 시체에 생명이 돌아오듯, 범상치 않은 깊이의 미소.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고도가 알던 렌’으로 돌아와 있었다.


“죽여? 나를? 우리를?”


렌의 단창이 숲의 그림자를 빨아들이며 회색으로 빛난다. 그 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굳이 휘둘러보거나 무언가를 찌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뒤에 서있는 고도는 그런 렌의 일상적이면서도 뒤틀린 적대감에 경악하는 중이었다.

진이 타고 있는 짐승. 아니, 짐승이나 야수라는 개념을 초월한, 생명체의 군주. 자신은 저 새파란 안광의 앞에서 서있는 것이 고작인데 그 눈앞으로 무기를 꺼내 들다니, 렌의 미소를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무감각하다고 해야 할지.


“레오의 존재를 버텨내다니 안타깝네. 적어도 고통 없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진의 말을 단순한 오만이나 도발정도로 생각했을 테지만, 고도는 그녀가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는 렌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미소가 더욱 크게 찢어진 이유이기도 했다.


“너흰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준다니까흐얽-!”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고도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을 땐, 이미 렌은 거대한 야수의 앞발에 의해 말도 마치지 못한 채 짓뭉개진 후였다.


“거기 마법사. 이 남자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알고 있지?”


“어......., 뭐?”


미처 상황을 정리하지 못한 고도를 향해 싸늘한 먹색 시선을 보내오는 여인. 고도는 그제야 야수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음을 깨닫는다.


“상관없는 사람까지 죽일 생각은 없어.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해치지는 않을게.”


“누구 맘대로?”


진의 얇은 눈썹이 씰룩인다. 숲의 바닥으로 사라졌어야 할 목소리가 레오의 발아래에서 새어나온 탓이었다. 숲 전체를 울릴 기세로 떨리는 그르렁거림과 함께 레오는 자신의 거대한 발을 들었고, 얇은 그림자 하나가 발바닥에 꽂혀있는 단창에 매달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단창이 꽂힌 자리에선 새빨간 선혈이 레오의 본래털색인 새하얀 가죽을 적시는 중이었다.


“.......레오 미안. 피를 흘리게 한 건 이번이 두 번째지?”


“.......”


야수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레오는 마치 진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기다란 주둥이를 움직여 살짝 고개를 젓는다. 고도가 그 광경에서 놀란 것은, 살아남은 렌의 튼튼함도, 고갯짓으로 대답하는 야수도 아니었다. 창이 박힌 야수의 왼발. 그리고 그와 똑같이 피를 흘리고 있는 진의 왼손 때문이었다.


“뭐야, 저게.......?”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고도의 두뇌도 눈앞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반응은, 마치 주인과 야수가 동체인 듯한-


“망할 년이 말하는 중에 선빵을 때려? 넌 내가 죽인다, 씨발. 죽인 뒤에 존나게 쑤셔줄게.”


창을 뽑아내고 야수의 측면으로 도약하는 렌. 그의 더러운 입 때문인지, 아니면 레오의 꼬리공격을 그가 피해낸 탓인지 진의 미간은 야수의 짜증만큼이나 구겨진다.

범위 안의 모든 나무들을 무너트리며 휘몰아치는 야수의 꼬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치명적인 무기였다. 제아무리 영력으로 치장된 기사의 몸일지라도 저걸 정통으로 맞는다면 뼈가 부러지는 것만으론 끝나진 않을 터. 렌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끊임없이 발을 놀려 야수의 후방을 노리는 중이었다. 꼬리가 휩쓸고 지나간 바로 그 직후의 틈을 노려 등위로 오른다면, 제아무리 날랜 짐승이라 할지라도 대처할 방안이 없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 뒤는 쉬운 일이다. 목에 올라타고 있는 진의 목에 창을 꽂아 넣으면 끝나는 일이니까.

그러나 야수의 움직임은 렌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빈틈이 없었다. 숨이 턱에 걸릴 정도로 도약했음에도 여전히 시퍼런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순간순간 노리고 들어오는 야수의 발톱에 강화복이 찢겨나가는 지경. 결국, 그는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좀 도와주지?!”


숨을 죽인 채 야수와 벌레(그녀의 관점에선)의 추격전을 바라보고 있던 고도가 흠칫한다. 렌의 목소리가 찾고 있는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물론, 평소의 그녀였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망설임 없이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도는 앞선 진의 선언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꺼번에 죽여 버리려고 했는데.’


진이 언급한 ‘한꺼번에’ 속에 수천 명의 이름이 들어있었더라도, 심지어 카나반의 국왕 로빈이 그 속에 포함됐었더라도 고도는 렌의 요청을 무시했을 것이다.


“.......”


짧은 한숨, 주문을 읊는 미세한 바람.

바닷빛 눈동자를 감추었던 눈꺼풀이 깊은 어둠으로 물들인 새로운 눈동자를 바깥으로 내보인다. 레오와 진이 동시에 고도를 바라보았을 땐, 이미 그녀의 손안에서 검붉은 마력이 기다란 창의 형태를 이룬 참이었다.

고도는 망설이지 않고 투창을 하듯 혈마력의 응집체를 야수의 목을 향해 내던진다. 그러나 레오는 귀끝이 살짝 그을렸을 뿐,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어 불길한 마력으로부터 주인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다. 마력의 기척까지 느낄 수 있는 야수의 감각에 고도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그러나 절망하지는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 셈이었으니까.


“좋아-!”


저러다 귀에 걸리는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게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뛰어오르는 렌. 그의 그림자는 어느새 야수의 등을 짚고 빠르게 진의 등을 향해 파고들고 있었다. 고도 또한 가녀린 여인의 목에 창을 꽂히는 광경을 예상하고 눈을 찌푸렸지만,


“흥.”


둘의 예상은 작은 코웃음과 함께 허공으로 붉게 증발하고 만다.


“윽?!”


창을 내지르기 직전, 쇠를 녹일 듯한 열기에 휩싸여 밖으로 튕겨져 나간 렌. 그는 간발의 차이로 놓친 먹잇감에 대한 아쉬움보다도, 눈앞의 광경에 먼저 의식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고도도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돼.......”


감탄과 경악이 반씩 섞여있는 고도의 한숨. 어느새 본래의 바닷빛으로 돌아온 그녀의 눈동자는 눈앞의 존재에 의해 다시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불꽃과도 같았다.

그러나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과 화염은 순수한 발화의 작용이 아닌, 그저 야수의 털이 ‘화염’으로 뒤바뀐 결과물이었다. 주변의 풀이나 나무에 옮겨 붙지 않고 순수한 일렁임으로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덕분이었다.

그 사이에서 빛나고 있는 새파란 짐승의 눈동자, 그리고-


“그쪽도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었구나. 카나반에 혈마법사라니, 도대체 어떻게 돼가는 거야?”


태연한 얼굴로 화염을 붙들고 서있는 여인의 얇은 몸.


“.......”


마법사로서, 그리고 기사로서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성을 뛰어넘은 존재 앞에서 고도와 렌은 어떤 말이나 감상도 입에 머금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거기 있는 인간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고, 되돌아가든 갈 길로 가든 알아서 해. 한 번 더 방해하면 나도 봐주지 않을 거야.”


“네 걱정이나 하셔. 불타는 개새끼 위에 탔다고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나 봐?”


경악에서 먼저 회복한 건 역시나 렌의 혀였다. 그는 그을린 창을 바로잡고 다시금 도약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진은 타오르는 불꽃을 마치 부드러운 이불처럼 쓰다듬는다.


“.......레오는 개가 아니야.”


“그럼 뭐, 고양이 새끼냐? 미안, 내 눈엔 어차피 뒤질 고깃덩이로밖엔 안보여서.”


“하아....... 내가 이런 거와.......”


진심의 무게가 스며있는 진의 한숨을 신호로 크게 한 걸음 다가서는 레오. 그것만으로도 고도는 전신을 덮쳐오는 열기에 숨을 삼켜야 했다.

상황을 타개할 어떠한 수단도 방법도 보이질 않는다. 간만에 맛보는 두뇌를 향한 절망. 그러나 고도는 본능적으로 손끝에 마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이 더 이상 무책임으로 치장한 대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하지만 상황은, 고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에 의해 가로막힌다.

거대한 불꽃과 자신의 사이를 가로막으며 나타난 새로운 그림자. 고도는 어렵지 않게 그 이름을 외칠 수 있었다.


“보르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어. 마법사 당신도 그쪽 일행이야?”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보르케의 존재를 깨닫고 있었던 사람은 진 혼자였던 모양이다. 렌 또한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뒤틀린 표정으로 보르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만, 진이라고 하셨지요? 혹시 어디에서 오시는 길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비해 너무도 침착한 보르케의 목소리. 그에 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저어어 북쪽에서 왔는데.”


“북쪽이라면, 니에브 공국이신가요?”


“응.”


“진님이 죽인다고 하신 이쪽의 렌 경과 벤 경이, 각각 니에브의 동맹국인 브린타이나의 지휘관과 카나반의 검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검성?”

노골적으로 일그러지는 진의 표정.

“검성이라니? 그럴 리가....... 그는-”


보르케는 잠시 머뭇거리는 진의 입술을 놓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당신이 니에브 공국에서 어떤 직위를 담당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이런 곳까지 이들을 죽이러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동맹관계에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신의 의도가 순수한 암살이라면 당신을 제국의 자객이라고 판단하겠습니다만, 그건 아닌 것 같군요.”


“제국? 아냐, 나는....... 하아.......”

불꽃이 사그라지고, 야수는 불꽃도 위장도 아닌 본래의 새하얀 빛으로 되돌아간다. 진은 푸석푸석 아무렇게나 기른 기다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며 하얀 이마를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이마엔 주인의 당혹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거기, 렌. 너 기사지?”


“갑자기 뭔 헛소리야, 보면 모르겠냐?”


야수의 불꽃은 사라졌지만 렌의 적의는 그대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진은 그런 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번엔 두 손으로 한꺼번에 이마를 짚는다.


“그러면 그, 벤이라는 사람. 그 인간은 마법사일 거 아냐? 마법사가 어떻게 검성이 돼?”


“정말로 니에브 공국의 일원이시라면 왜 그런지 알고 계신 텐데요?”


“뭐? 아니, 몰라. 나랏일이나 복잡한 얘기엔 관심 없어. 하아, 정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아, 그럼 질렌스키가 말했던 명예검성이란 게 설마......”


“예, 지금은 정식으로 임명되셨습니다만, 어쨌든 알고 계시는군요.”


보르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망설임 없이 진과 레오를 향해 다가선다. 고도는 그런 그의 대담함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야수의 발톱이 보르케를 찢는 일은 없었다.


“.......그럼 저기 렌은 브린타이나의 기사고, 벤이라는 인간은 카나반의 명예검성이란 말이지? 한쪽은 쩌리인데 한쪽은 왜.......”


“쩌리이~? 너 뒤지고 싶냐?”


참지 못한 렌이 뛰어들지만, 그는 레오의 꼬리에 의해 가볍게 제압당하고 만다.


“거기 혈마법사, 넌 그럼 검성의 명령을 받아서 저 인간이랑 움직이고 있었던 거야?”


“아, 응.”


순간 경어를 써야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고도의 혀는 버릇대로 움직인다.


“뭐 때문에?”


“벤은......., 검성은 곧 브린타이나와 제국3군단 간의 전쟁에 참전할 예정이거든. 그전에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해서.......”


“3군단? 아아, 내려오는 길에 봤던 놈들인가 보네. 그거라면 보러 갈 필요도 없어. 그 녀석들, 진심으로 싸우고 있지도 않으니까.”


“뭐.......?”


“사과의 의미로 너희 임무는 내가 대신해줄게. 그 대신에-”

고도는 진의 말이 담고 있는 내용이나, 갑자기 뒤바뀐 그녀의 태도가 가져오는 혼란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벤과 렌, 자신이 알고 있는 두 남자의 얼굴을 빼다 박은 듯한 여인의 마지막 말은,

고도를 혼란의 바다에서 단번에 건져 내기에 충분했다.




“너희 검성을 만나게 해줘.”







=======================






“블린저 경? 바로 그 쟝 자크 블린저 경 말이에요?”


“예. 블라고슬로바 도시연합의 대표기사로, 검성이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그건 알아요. 벤한테 들었으니까. 근데 그 사람이 왜 갑자기 저를?”


마누앙은 대답하려던 입을 다물고 로빈의 앞에 전문을 내려놓는다. 그가 직접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에 응답하듯, 로빈은 줄곧 손에서 놓지 않고 있던 편제표를 내려놓고 총리에게서 전문을 받아들었다.


“.......침묵의 기사단.......”


“블린저 경의 말이 사실이라면, 폐하의 예상대로 마즈다성 공략 당시 참전했던 블라고슬로바 군은 단순히 동맹에 대한 배신이 아니었습니다. ‘침묵’이 손을 뻗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블라고슬로바는 사실상 침묵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도시연합의 중앙정부와 각각의 도시가 모두 뜻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블린저 경이 직접 나서게 된 것도 바로 그런 혼란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전까지는 표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침묵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노골적으로 손을 뻗었다-. 이를 공화국의 마즈다힐 침공을 계기로 그들이 다급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좋아해야 하는 건지, 경계해야 하는 건지 애매하네요....... 이제 막 틀을 잡아가던 중이었는데.”


로빈의 검붉은 시선이 직전까지 그가 들고 있었던 원정군 편제표를 스친다. 그의 미련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총리의 주름진 손이었다.


“민감한 사항에 민감한 시기인 만큼, 폐하께서 확실하게 대처를 하셔야 합니다. 이스누시아 원정을 단순히 전력 차로 압도할 수 있는 전투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곳을 점령할 때 발생했던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블린저 경을 먼저 만나보라는 말씀이시군요.”


“등에 꽂힐지도 모르는 흉기를 방치하고 앞으로 나아가서는 안 되니까요.”


피곤으로 무거워진 턱을 매만지며 로빈은 침묵을 씹는다. 총리의 뜻을 거스를 이유는 없었다. 직접 추진해오긴 했지만, 로빈 또한 이스누시아 원정이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줄곧 품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 발생한 이스누시아군의 도발이 우리의 침공을 늦추기 위한 기만책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에요.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뜻인데, 란다 경을 비롯한 귀족파가 이 의견에 힘을 실어서 저를 압박하고 있거든요. 제가 추진한 일을 이제와서 조금 기다려보자고 할 수도 없고.......”


“귀족파와 시민당의 눈치를 보기 위해 대의를 그르쳐서는 안 됩니다.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으음.......”


손을 떼는 것처럼 보이는 마누앙이었지만, 사실 그는 로빈의 망설임을 꿰뚫고 있었다. 그가 귀족당의 견제나 시민당의 불평만으로 흔들리는 왕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마누앙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로빈을 신뢰하고 있기에, 총리는 슬그머니 왕의 의중을 찔러보기로 한다.


“왕비께서는 어떠십니까?”


“네? 아, 예, 지나요? 괜찮아요. 너무 팔팔해서 문제지.”


“주치의의 의견으로는 아직 안정을 취하시는 편이 낫다고 들었습니다만, 본인이 선봉을 자처하고 계신다고......”


“걔야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뭐, 알아서 하겠죠.”


마누앙의 의도를 알아챈 것일까. 로빈은 얼굴에서 망설임을 거두고 단호하게 들고 있던 전문을 내려놓는다.

그의 표정으로부터, 마누앙은 미리 그의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블린저 경을 만나보도록 하죠.”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려요

 

 

 

(ee막)이라고 하려다 간신히 참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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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막간) 하나의 밤하늘, 세 개의 달빛 +11 16.08.29 623 14 15쪽
242 (22막) 세 개의 오만 (14) +10 16.08.24 576 13 16쪽
241 (22막) 세 개의 오만 (13) +9 16.08.19 450 13 26쪽
240 (22막) 세 개의 오만 (12) +6 16.08.14 494 9 18쪽
239 (22막) 세 개의 오만 (11) +10 16.08.09 599 11 17쪽
238 (22막) 세 개의 오만 (10) +6 16.08.05 608 13 14쪽
237 (22막) 세 개의 오만 (9) +6 16.07.30 578 14 15쪽
236 (22막) 세 개의 오만 (8) +8 16.07.26 534 11 24쪽
235 (22막) 세 개의 오만 (7) +8 16.07.20 639 13 19쪽
234 (22막) 세 개의 오만 (6) +7 16.07.15 679 12 21쪽
233 (22막) 세 개의 오만 (5) +8 16.07.10 685 13 22쪽
232 (22막) 세 개의 오만 (4) +6 16.07.05 634 14 18쪽
231 (22막) 세 개의 오만 (3) +9 16.06.30 576 12 18쪽
230 (22막) 세 개의 오만 (2) +6 16.06.25 651 13 18쪽
» (22막) 세 개의 오만 (1) +6 16.06.20 730 15 16쪽
228 (막간) 현실을 마주하며 +4 16.06.15 750 16 16쪽
227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0) +10 16.06.10 729 14 21쪽
226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9) +8 16.06.05 730 12 16쪽
225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8) +4 16.05.30 698 15 19쪽
224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7) +6 16.05.25 724 11 19쪽
223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6) +4 16.05.20 955 10 22쪽
222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5) +5 16.05.14 777 12 18쪽
221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4) +2 16.05.09 703 13 15쪽
220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3) +6 16.05.04 1,027 12 18쪽
219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2) +4 16.04.28 741 16 17쪽
218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 +8 16.04.23 849 15 19쪽
217 (막간) 필요없는 증명. 필요한 증명. +10 16.04.18 739 18 13쪽
216 (20막) 증명 (9) +4 16.04.13 698 18 16쪽
215 (20막) 증명 (8) +8 16.04.08 670 20 16쪽
214 (20막) 증명 (7) +11 16.04.02 735 14 16쪽
213 (20막) 증명 (6) +10 16.03.28 783 13 15쪽
212 (20막) 증명 (5) +8 16.03.23 813 17 24쪽
211 (20막) 증명 (4) +8 16.03.18 947 16 23쪽
210 (20막) 증명 (3) +10 16.03.12 813 17 20쪽
209 (20막) 증명 (2) +10 16.03.07 887 20 19쪽
208 (20막) 증명 (1) +10 16.03.02 763 18 18쪽
207 (막간) 지평선으로 향하는 한걸음을 지켜보는 사람들 +8 16.02.26 810 19 17쪽
206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0) +8 16.02.21 910 24 21쪽
205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9) +10 16.02.16 1,033 20 22쪽
204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8) +6 16.02.11 809 17 28쪽
203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7) +6 16.02.06 764 19 21쪽
202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6) +6 16.02.01 828 17 22쪽
201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5) +10 16.01.27 820 17 17쪽
200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4) +10 16.01.22 965 16 18쪽
199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3) +8 16.01.17 706 20 18쪽
198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2) +10 16.01.12 773 20 19쪽
197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 +8 16.01.07 792 21 13쪽
196 (막간) 언젠가 +4 16.01.02 946 22 16쪽
195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2) +8 15.12.28 799 25 23쪽
194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1) +6 15.12.23 933 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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