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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219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6.08.24 19:23
조회
576
추천
13
글자
16쪽

(22막) 세 개의 오만 (14)

DUMMY

“아이, 씨발.”


답답함에 절로 욕이 흘러나온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무릎도 무릎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벤을 깊이 괴롭히고 있는 것은 그의 ‘자리’였다.

검성이라는 자리에 앉아있긴 했지만, 벤에게는 ‘중간지휘관’의 경험이 매우 부족했다. 그의 친구 곁에 붙어 군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제나 그는 명령하는 입장이었지, 명령받는 입장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그에게 총지휘관이 아닌, 우익이라는 일군을 맡아 움직여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저, 저기....... 베,벤. 카,카,카니...아의 중앙이 너, 너무 앞서가는...데.......”


벤의 곁에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토우칸의 보고였다. 그의 말대로, 브린타이나의 중앙군과 맞추어 대열을 이뤄야하는 우익의 전열이 카니아의 독자적인 돌파로 인해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만 가득한 벤의 혀가 향하는 곳은 카니아가 아니었다.


“그래요! 저게 정상이지! 아니, 양익이 밀고 들어가야 적의 중앙군을 포위할 수 있을 거 아냐?! 기껏 정면대결하라고 판을 깔아줬는데도 간만 보고 있네!”


오랫동안 지루한 교전만 이어지던 브린타이나왕국와 아실레마제국의 국경. 그곳에 제3세력의 개입이라는 형태로 전면전을 유도해낸 벤이었지만, 전투의 양상은 그의 기대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맞대고만 있을 뿐, 3군과 3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벤이 담당하고 있는 브린타이나군의 우익 한곳이었다.


“검성님, ‘미소의 검성’으로부터 전언입니다. 너무 앞서가지 말고 대열을 유지하라는-”


“그러시겠지!”


벤은 무전병의 보고를 마저 듣기도 전에 목발을 내던지며 전술지도가 펼쳐져 있는 탁자로 다가선다. 하지만 아무리 작계를 다시 검토해보아도 이 신중함의 이유를 깨달을 수가 없었다. 그의 눈과 머릿속에서는 전황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수많은 돌파로가 반복해서 떠오르는 중이었다. 문제는, 우익이라는 위치만으로는 그중 단 하나도 실현할 수가 없다는 것.


“디미르 경도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겠지요. 검성께선 좀 더 느긋하게 기다리셔도 될 겁니다.”


손톱다듬기로 손가락 마디뼈에 붙은 때를 벗겨내고 있던 오캄푸스의 조언이었다. 평소였다면 이 매사에 느긋한 망자의 말에 동조해주었겠지만, 지금 벤의 기분은 그러기엔 너무 뒤틀려있었다.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스누시아쪽이랑 일정을 맞춰야 한다고요! 이렇게 밍기적거리면서 지체할 시간이 없는데!”


“그렇게 마음이 급하시면 알아서 될 일도 안 풀립니다~.”


“마스터야 이러니저러니 혈마법 응용만 시험해볼 수 있으면 상관없으니까 그러겠죠!”


“헐......., 아무리 저라도 그렇게 말씀하면 상처받습니다.”


“시끄러, 이 해골바가지야.”


크게 턱을 들썩이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뱉는 망자. 동시에 토우칸과 몇몇 부관, 통신병들의 어깨가 크게 움찔한다. 깊게 후드를 눌러쓰고는 있었지만, 푸른 안광과 함께 쏟아지는 망자 특유의 울림엔 여전히 익숙해지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런데 벤도 왜 디미르 경이 줄곧 이렇게 나오고 있는지 알고 있잖습니까?”


마디뼈 손질을 마친 오캄푸스의 말에, 벤은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제국3군단장 카이우스 드레브냑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요.”

소규모 교전이 계속되던 때에도, 그리고 총력전을 눈앞에 둔 지금 상황에서도 카이우스는 전선에 나타나지 않는다. 군단의 총사령관인 그가 전투에 나설 기미가 없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쪽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일. 이에 신중하게 움직이고 싶은 디미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벤은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근데 꼭 카이우스를 끌어내기 위해 디미르가 움직일 필요는 없잖아요! 적을 충분히 압박하면 나서기 싫어도 알아서 나오게 될 텐데.”


“우리 마법사들이 기사들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하핫.”


“.......”

이 망자는 신경을 긁으려고 현장에서 도망쳐 이곳에 있는 것인가. 벤은 지저분하게 자란 검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통신병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카니아 경에게 전달. 돌파를 자제하고 중앙군과 대열을 맞추라고.”


“옛,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렌이랑 진 좀 찾아서 지휘소로 오라고 전해주세요. 어디 짱박혔는지 오전부터 보이질 않네.”


“옛.”


자신을 감시한답시고 줄곧 붙어있던 진과 그런 진을 감시한답시고 줄곧 붙어있던 렌. 그 둘이 전투가 시작된 이후로 보이지 않자, 벤은 단순히 그들이 전투의 귀찮음으로부터 도망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은 벤의 예상보다 전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굳이 안 따라와도 되는데.”


빠르게 능선을 내달리고 있는 거대한 짐승의 목덜미에서 진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쏘아붙인다. 그에, 바짝 짐승의 꼬리를 뒤따르고 있던 렌은 코웃음을 칠뿐.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그 말 그대로 너에게 돌려줄게.”


주인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레오가 힘차게 꼬리를 휘둘렀지만, 렌은 가볍게 나무 위로 올라가 그 휩쓸림을 회피한다.


“그 녀석이 딱히 부탁한 것도 아닌데 왜 움직이는 거야?”


“움직이긴 뭘 움직여? 그냥 레오랑 산책 나온 거뿐인데.”


“제국의 척후대를 전멸시킨 곳으로 산책이라. 그 늑대새끼 취향 한번 독특하네?”


역시 눈치채고 있었나. 렌의 추궁 아닌 추궁에 귀찮은 듯 혀를 차는 진. 그녀는 레오의 목덜미를 팡팡 내려쳐 야수의 발을 멈춰 세운 뒤, 그대로 숲의 바닥을 향해 뛰어내린다. 꽤나 높았지만, 그녀의 가벼운 맨발은 젖은 흙에 조금도 파묻히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너흴 도와주기 위해 여기 온 게 아니야. 너흴 죽이고 악몽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온 거라고. 잠시 그 일을 보류하고 있다고 해서 남매라도 된 줄 알고 있다면 큰 착각이야.”


“아, 그러셔.”

이 남자에겐 납득조차 기분 나쁘게 만드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진은 렌의 미소를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여긴 왜 온 건데?”


“말했잖아, 산책이라고.”


“오호, 그래? 그럼 저 새끼들도 산책 나온 건가?”


렌의 말이 끝나가기 무섭게 레오의 낮은 으르렁거림이 숲의 나무들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그 울림으로 인해 하늘을 날거나 둥지를 틀고 있던 새들이 바닥으로 추락했고, 산짐승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지거나 황급히 도망친다. 렌과 진이 내달리고 있던 능선의 아래로, 짙은 제복의 병사 몇몇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진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레오의 발톱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길이 벗어나는 것을 신호로, 새하얀 야수의 왕은 발 언저리에 있던 나무의 뿌리가 드러날 정도로 거세게 도약한다. 렌이 운 없는 제국병사들을 애도한 순간이기도 했다.


“엥?”


그러나 렌의 애도는 오래가지 못한다. 레오가 달려나가며 만들어낸 진동과 같은 방향에서 미묘한 영력의 기운을 느낀 것이다. 빠르게 단창을 꺼내 들고, 레오의 뒤를 따라 도약하는 렌. 그는 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숲의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온갖 살점들을 볼 수 있었다.


“크아아악!”


야수가 앞발을 한번 휘두른 것만으로 갈갈이 찢겨나가는 제국의 병사들. 그 어떠한 갑옷이나 무기도 야수의 발톱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검조차 막대과자처럼 부러트리는 레오의 힘과 날카로움. 그러나 야수의 돌진은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어느 커다란 장검이 부러지지 않고 레오의 공격을 받아낸 것이다. 바로 렌이 느꼈던 영력의 주인공이었다.


“.......이게 ‘니에브의 늑대’인가.”


야수를 멈춰 세웠다고는 하나 그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굳이 제복이 아니어도 한눈에 군인임을 예상할 수 있는 단정한 은빛 머리칼. 그 아래 젊은 장교의 구겨진 인상이, 이 사실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대위님!”


“물러나라!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그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부하들이 다가서려 했으나, 제국장교는 그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번 공격을 받아낸 것뿐이었지만, 이 괴물이 지닌 힘을 단번에 간파해낼 수 있었으니까.

“본대로 복귀해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나는 상관하지 말고 어서 가!”


“.......알겠습니다.”


비통한 표정으로 뒤돌아서는 부하들. 그러나 그 앞으로, 새로운 그림자가 미소를 짓는다.


“어딜 가시려고?”


반응할 틈도 없었다. 예리한 단창의 날이 크게 반원을 그리며 세 제국군의 목을 훑었고, 그들은 동시에 그 자리에서 무너지며 피를 내뿜는다. 그러나 물러나는 모든 제국병의 목숨을 거둘 수는 없었다. 기사 하나가 렌의 살육을 막아선 것이다.


“누구냐?!”


“알아서 뭐하게.”


자신의 정수리를 향해 쏟아지는 검을 살짝 몸을 트는 것만으로 피해낸 렌. 그는 곧바로 제국기사의 손목을 붙잡아 끌어당겨 자세를 무너트린다. 하지만 기사는 쓰러질 수가 없었다. 그가 고꾸라지기 직전, 렌의 무릎이 그의 안면을 부서트린 것이다. 그 충격으로 인해 기사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안구를 내뿜었고, 렌은 단창을 잡은 주먹으로 그의 목을 부러트려 나름의 자비를 내린다.


“.......”


그러나 렌에겐 만족스럽게 웃을 틈도 없었다. 야수의 발톱을 막아냈던 장검이 이번엔 그의 목을 노리며 파고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재빠른 공격이었기에 렌은 얇은 상처를 허용하고 만다. 그러나 그의 짜증은 상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아닌, 다른 이를 향한다.


“야이씨, 똑바로 관리 안 할래? 한 번 맡았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왜?”


공격을 잇지 않고 얌전히 앉아있는 야수와, 그런 야수를 향한 렌의 불만을 비웃음 하나로 맞받아치는 진이었다.


“네놈들, 정체가 뭐냐? 이름을 대라!”


레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렌의 간격에서 벗어나는 제국기사. 순식간에 맞이한 상황이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침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 글쎄 알아서 뭐하게? 거 이상한 놈들이네. 남의 이름이 왜 그리 궁금해?”


“내 이름은 안톤 드레브냑! 위대한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명예로운 기사다! 너희 이름을 대라, 브린타이나의 기사와 드루이드여!”


이런 진부한 기사도놀음에 동조할 렌이 아니다. 평소였다면 바지를 벗고 내용물을 흔드는 것으로 이를 능멸했겠지만, 렌은 도발 대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금 자신이 들은 이름을 되새긴다.


“.......드레브냑? 카이우스 드레브냑?”


“내가 모시는 분의 이름이다! 네 하찮은 입에 담길 이름이 아니다!”


“.......아들? 아니면 손자?”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뭔 씨발 지 입으로 다 말해놓고 상관할 바가 아니래?”


건들건들 몸을 흔들며 안톤에게 다가서는 렌. 그의 단창과 안톤의 장검은 길이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었기에, 렌의 발끝엔 약간의 신중함에 담겨있었다. 먼저 공격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하지만 역으로 그 순간의 간격을 잡아낼 수 있다면, 일격으로도 끝낼 수 있을 터. 렌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먹색 눈동자가 번뜩인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감각이었기에 마음껏 흥분을 담아내려 하는 중이었다.


“-!”


그러나

렌의 즐거움은 너무도 허망하게 사라지고 만다. 어느새 안톤의 뒤로 접근한 야수가 자신의 거대한 앞발로 안톤을 짓누른 것이다. 발톱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죽일 목적은 아닐 터. 그러나 먹이를 빼앗긴 렌의 짜증은 걷잡을 수 없었다.


“야이씹- 뭐하는 짓이야?! 간만에 맛 좀 보려고 했드만!”


“시끄러, 못 들었어? 드레브냑이라고.”


“그게 뭐?”


“정말로 카이우스의 혈족이라면 그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조사를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건 예상 밖의 수확이네.”


“........”


레오가 짓누르고 있는 그림자를 향해 살짝 다가서보는 렌. 그러나 곧바로 들려오는 위협적인 으르렁거림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렌이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마저도 진에게 읽히고 만다.


“도망간 사람들 쫓아갈 생각이라면 포기해. 자신의 혈족이 붙잡혔다는 걸 카이우스도 알아야 하니까.”


“아놔, 이러지도 말고 저러지도 말거면 난 여기 왜 있는 거야?”


렌이 단창으로 죄 없는 나무를 꿰뚫으며 분풀이를 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진의 비웃음뿐이었다.


“그러니까 따라오지 말라고 했잖아, 멍청아.”





====================





“카이우스의 혈육?”


“그래. 아들인지 손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팔짱을 낀 채 자랑스럽게 콧대를 세우는 진이었지만, 벤은 곧바로 생각에 빠져드느라 그런 그녀를 치하할 틈이 없었다.


“.......혈육을 포로로....... 이걸 알고 있다면.......”


“.......딱히 널 위해서 잡아온 건 아니지만, 적어도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하지그래?”


노골적으로 불만을 씹는 진의 입술. 그럼에도 대답 없이 그대로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벤이었다. 그리고 다시 떠오른 그의 먹색 눈동자는, 곧바로 천막 안에 자신과 진, 그리고 렌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고마워? 아니, 이건 고마운 정도가 아니야. 진, 네 덕분에 이 전쟁을 확실히 끝내버릴 수 있겠어.”


“뭐어?”


벌떡 일어나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벤을 미친 사람을 보듯 바라보는 진. 간이침대에 누워 하누를 오물거리고 있던 렌이 그 광경을 보며 킥킥 웃음을 터트린다.


“협상을 위한 카드로 쓰게? 우리 ‘미소’가 좋아하겠는걸.”


“아니, 디미르에게는 알리지 않을 거야.”


“.......잉?”


육포를 씹는 걸 멈추고 몸을 일으켜 세우는 렌과, 의아한 표정을 짓는 진. 그제야 자신이 목발을 짚지 않고 일어섰다는 걸 깨닫고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벤의 얼굴을 향해 먼저 입을 연 쪽은 진이었다.


“알리지 않겠다니? 왜?”


“카이우스 드레브냑의 혈육을 포로로 잡았다는 거, 아직 나 말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


“응.”


“좋아, 이건 우리 셋만의 비밀이다. 알겠지?”


“잠깐, 잠깐, 잠깐.”

결국 렌이 손을 흔들며 침대에서 일어나 벤과 진이 있는 탁자로 다가온다.

“아니, 그걸 숨겨서 뭐하게?”


벤이 미소 짓는다. 렌의 뒤틀린 미소나, 진의 냉소적인 미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수한 상황에서의 미소였다. 그리고 렌은 벤이 언제 이런 미소를 짓는지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먼저 치고 들어가지 못하면, 적어도 놈들이 먼저 치고 들어오도록 만들어야지.”




=====================




“실례합니다, 장군님.”


“들어오게.”


카이우스의 허락을 받은 장교가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천막을 거두고, 경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군단장의 천막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선과는 동떨어져 있었기에, 주변은 벌레와 새의 울음소리뿐, 숲의 침묵 그 자체. 장교가 자신의 목소리에 더욱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조사단의 생존자가 복귀했습니다. 예상대로, ‘니에브의 늑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읽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고, 천천히 장교를 올려다보는 ‘은빛의 사선’. 그 시선의 뜻을 알아챈 장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그리고 안톤 대위는 포로로 잡혔습니다.”


“좋아.”


카이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신의 증손자가 포로로 잡혔다는 보고를 듣고서도 그는 동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요하지 않는 그를 보는 장교 또한 동요하지 않는다.

마치,

이 모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제 놈들의 오만함을 무너트릴 때가 왔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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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막간) 하나의 밤하늘, 세 개의 달빛 +11 16.08.29 623 14 15쪽
» (22막) 세 개의 오만 (14) +10 16.08.24 577 13 16쪽
241 (22막) 세 개의 오만 (13) +9 16.08.19 450 13 26쪽
240 (22막) 세 개의 오만 (12) +6 16.08.14 495 9 18쪽
239 (22막) 세 개의 오만 (11) +10 16.08.09 599 11 17쪽
238 (22막) 세 개의 오만 (10) +6 16.08.05 608 13 14쪽
237 (22막) 세 개의 오만 (9) +6 16.07.30 578 14 15쪽
236 (22막) 세 개의 오만 (8) +8 16.07.26 534 11 24쪽
235 (22막) 세 개의 오만 (7) +8 16.07.20 639 13 19쪽
234 (22막) 세 개의 오만 (6) +7 16.07.15 679 12 21쪽
233 (22막) 세 개의 오만 (5) +8 16.07.10 686 13 22쪽
232 (22막) 세 개의 오만 (4) +6 16.07.05 635 14 18쪽
231 (22막) 세 개의 오만 (3) +9 16.06.30 576 12 18쪽
230 (22막) 세 개의 오만 (2) +6 16.06.25 651 13 18쪽
229 (22막) 세 개의 오만 (1) +6 16.06.20 730 15 16쪽
228 (막간) 현실을 마주하며 +4 16.06.15 750 16 16쪽
227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0) +10 16.06.10 729 14 21쪽
226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9) +8 16.06.05 730 12 16쪽
225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8) +4 16.05.30 698 15 19쪽
224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7) +6 16.05.25 724 11 19쪽
223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6) +4 16.05.20 955 10 22쪽
222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5) +5 16.05.14 777 12 18쪽
221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4) +2 16.05.09 703 13 15쪽
220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3) +6 16.05.04 1,028 12 18쪽
219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2) +4 16.04.28 742 16 17쪽
218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 +8 16.04.23 850 15 19쪽
217 (막간) 필요없는 증명. 필요한 증명. +10 16.04.18 739 18 13쪽
216 (20막) 증명 (9) +4 16.04.13 698 18 16쪽
215 (20막) 증명 (8) +8 16.04.08 671 20 16쪽
214 (20막) 증명 (7) +11 16.04.02 735 14 16쪽
213 (20막) 증명 (6) +10 16.03.28 783 13 15쪽
212 (20막) 증명 (5) +8 16.03.23 813 17 24쪽
211 (20막) 증명 (4) +8 16.03.18 948 16 23쪽
210 (20막) 증명 (3) +10 16.03.12 813 17 20쪽
209 (20막) 증명 (2) +10 16.03.07 887 20 19쪽
208 (20막) 증명 (1) +10 16.03.02 764 18 18쪽
207 (막간) 지평선으로 향하는 한걸음을 지켜보는 사람들 +8 16.02.26 810 19 17쪽
206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0) +8 16.02.21 911 24 21쪽
205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9) +10 16.02.16 1,033 20 22쪽
204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8) +6 16.02.11 809 17 28쪽
203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7) +6 16.02.06 765 19 21쪽
202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6) +6 16.02.01 828 17 22쪽
201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5) +10 16.01.27 820 17 17쪽
200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4) +10 16.01.22 965 16 18쪽
199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3) +8 16.01.17 707 20 18쪽
198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2) +10 16.01.12 773 20 19쪽
197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 +8 16.01.07 793 21 13쪽
196 (막간) 언젠가 +4 16.01.02 947 22 16쪽
195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2) +8 15.12.28 799 25 23쪽
194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1) +6 15.12.23 933 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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