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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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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319

작성
16.08.1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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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추천
13
글자
26쪽

(22막) 세 개의 오만 (13)

DUMMY

전날 있었던 전투로 인한 피로감이나, 이제 다가오는 전투에 대한 긴장감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이스누시아 성을 포위하고 있는 카나반 병사들의 기세는 오히려 가장 드높아져 있었다. 끊어질 듯 팽팽한 적의는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본능처럼 꿈틀거렸고, 모두가 단 한마디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카나반의 태양은 돌격을 외치지 않는다. 확신이 없다거나, 망설임이 그녀를 붙들고 있는 건 아니었다. 거의 다 무너진 이스누시아성의 외벽과, 굳게 닫힌 내벽의 성문.

그리고

그 앞에서 정좌하고 있는 수백 개의 가면들.


사거리에 들어선다는 카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나는 천천히 말을 몰아 덜린들이 앉아있는 성문 앞으로 다가선다. 오히려 긴장의 빛이 보이는 건 성벽 위와 망루에 있는 제국의 병사들. 온갖 가면으로 가려진 덜린들의 얼굴이었지만, 지나는 그들의 침묵 속에서 이스누시아의 병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브나이.”


지나는 다른 덜린들과는 달리 굵직한 어금니와 하관을 드러내놓고 있는 자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 마치 그 부름에 답하듯, 저주받은 힘과 목소리를 안고 있는 ‘아브달라크’는 얇은 검을 지팡이 삼아 꿇고 있던 무릎을 열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회를 축복한다, 붉은 나무의 목소리.”


광산에서 마주 앉았을 때처럼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묵직하게 땅을 울린다. 하지만 지나는 축복을 담는 그의 입이,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색을 품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용병일까지 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우린 용병이 아니다.”


“그럼 어제 우리 옆구리를 치고 들어온 건 뭐였는데요?”


“용병이란 돈을 대가로 목숨을 내놓고 목소리를 취하는 자들. 우린 돈이 아닌, 우리가 이 땅에 남아있어야 하는 종족 최후의 염원을 위해 무기를 들었다.”


“그리고 철심장은 그런 당신들을 고기방패로 내세웠군요.”


지나의 샛노란 눈동자가 망루 어딘가에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을 누군가의 얼굴을 찾는다.


“그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에도 말했듯, 배려를 선택하는 건 우리의 몫. 이는 너희 인간들이 종이에 신뢰를 담는 방식하곤 거리가 멀다. 아직까지 이 땅의 주인은 철심장이니까.”


“이제 곧 이 땅의 주인은 바뀔 거예요. 그럼에도 당신들은 고집을 부릴 건가요.......라고 물었겠죠. 당신을 만나기 전의 저라면.”


“.......”


확신할 수 없지만, 지나는 순간 덜린족의 미소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3.......4.......5........ 한 오백 명 되나? 너희 덜린이 어떻게 싸우는지에 대한 묘사는 책에도 없던데. 기대해도 되려나?”


어느새 크라트와 함께 다가온 레이쇼. 그는 조롱이 담긴 미소로 고브나이를 자극해보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묵직한 목소리였다.


“무기를 깊게 이해하는 만큼 다룰 자격도 주어지는 법. 너희 인간들의 조잡한 무기로 우릴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은가.”


“아, 그러셔? 그럼 지금 당장 보여줄 수도 있는데?”


두 자루의 곡도를 뽑아들고 다가서려는 레이쇼를, 지나가 손짓으로 제지한다.


“.......고브나이, 당신과 당신의 일족을 모욕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지금 성 밖에서 우리와 정면으로 대결한다는 건 자살행위에요. 남아있는 일족이 모두 사라져버리면, 그 염원은 누가 이루겠어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나와 내 일족의 운명은 어머니 에일로피아에 의해 여기서 끝나도록 정해져 있던 것이겠지. 나는 그 사실을 겸허히 검 끝에 받아들이겠다.”


“.......”

자세를 바꾸거나, 그 어떤 위협도 내보이지 않은 고브나이였지만, 지나는 그의 몸을 중심으로 서서히 번져나가는 영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강약을 가늠할 수 없는, 여태껏 맛보지 못했던 기묘한 영력의 흐름. 말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음에도 이 비교적 왜소한 덜린의 그림자는 그의 다른 동포들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게 대지를 짓누르고 있다.

“역사가 끝날 수도 있는 선택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이러시길 원하는 건가요.......?”


“후회는 없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다시 생각해주시지 않겠어요?”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으로 끝난다면, 선조들도 우리의 영혼을 환대해주실 거다.”


“.......”


지나가 한숨과 함께 침묵을 씹는다.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도 이들에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결의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순한 죽음이 아닌, 종족의 생명이 끝난다는 종말의 목소리도 이들의 ‘고집’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레이쇼를 포함한 수만 명의 병사가 그 한 마디만을 기다리고 있다.

침묵의 끝에서, 지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라트와 레이쇼를 향해 말머리를 돌린다.


“마즈다힐로 퇴각하죠.”


“.......?” “예?”


지금 왕비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가 진정 그녀의 것이 맞는지, 레이쇼는 물론이고 크라트조차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당황한다.


“퇴각한다고요. 포위진 풀고, 후방을 예의주시할 수 있도록 전투부대 후방편성하세요. 레이쇼 중위는 이 사항들 카논에게 전해주-”


“잠깐, 잠깐, 잠깐. 잠깐만요, 마제스티. 퇴각이라뇨?”

레이쇼는 자신이 곡도를 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두 손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다급히 지나에게 다가선다.

“다 이긴 전쟁이잖아요? 마지막 한 판만 남았는데, 퇴각이요? 설마 저것들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왕비, 지금 이대로 물러나면 이번 침공 자체가 패퇴로 평가받는 건 물론이고 아무런 소득도 없이 물자만 낭비한 꼴이 된다. 본국엔 아직도 너와 왕이 실패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남아있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들에게 스스로 먹잇감을 던져주겠다는 건가?”


지나의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는, 평소의 차가운 모습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크라트의 미간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지나의 눈동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상관없어요, 퇴각합니다.”


“왕비.” “마제스티!”


“퇴각.”


굳게 다문 분홍빛 입술과 굳어버린 표정. 부드러움이 증발한 왕비의 시선이다. 강압적이게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눈빛을 붙든 것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목소리였다.


“도망치는 건가.”

레이쇼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짧은 욕설이 그의 입술을 타고 흐른다. 동시에 카나반의 세 기사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고브나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붉은 나무의 기사. 네 피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통해 너를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는 강인한 전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보니, 피를 보는 걸 두려워하는 겁쟁이였군.”


레이쇼가 고브나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에서 뛰어내린다. 고브나이의 오만한 태도나, 이상한 고집 등은 욕과 빈정으로 견뎌낼 수 있었지만, 카나반의 태양을 향한 노골적인 모욕은 왕실참모의 이성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도약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외침도 아니었다.

가로막는 손짓도 아니었다.

그를 멈춘 것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차갑게 주변을 잠식하는, 칼날처럼 시퍼런 영력이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기사들은 물론이고, 망루 가장 높은 곳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어윈마저 자신도 모르게 철퇴를 집어들게 만든, 그녀의 ‘흐름’.


“도망? 겁쟁이?”

백마는 그녀의 영압을 견디지 못해 정신을 잃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린다. 그에 맞춰 땅으로 내려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고브나이의 앞에 다가서는 카나반의 태양. 그녀가 검을 뽑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고브나이의 머리가 잘리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움직인 것은 지나의 검이 아닌, 그녀의 입술.

“아직까지 당신과 당신 일족의 가면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을 제 자비로 여기셔야 할 겁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저 혼자 증명해 보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에게 검을 겨누지 않는 건가?”


“당신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으니까!”


지나의 외침은 다가오던 크라트와 레이쇼의 발을 묶어버리고, 동시에 모든 덜린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자유?”


“철광석은 말랐어. 그렇다고 이스누시아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도 않아. 그런데도 왜 우리가 성을 점령하려고 하는 거 같아? 바로 당신들 때문이야!”


“.......”


“자신이 선택한 배려? 노예가 아니라고? 자신들을 노예가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당신들의 역사는 우리의 시대에 들어와서 이미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어. 철심장은 그저 당신들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고. 인간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숭고한 생물이 아니야. 그걸 깨닫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이상, 덜린은 이후 허락된 모든 시간을 제국의 노예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


“하지만 나는 당신들에게서 다른 걸 봤어. 덜린의 땀, 그 결정체로 고브나이 당신이 나에게 보여준 그 영혼석에 나는 경외심이 들었어. 덜린의 정신, 덜린의 영혼! 그 자체가 이곳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값진 보석이라고 생각했어!”

말의 높이가 사라진 지나의 키는 고브나이의 가슴팍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숨소리마저 닿을 정도로 다가선 두 존재 사이엔 이미 눈높이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그런 영혼들을 모조리 죽일 바엔, 차라리 제국의 노예로서 우릴 향한 무기를 만들도록 냅두는 게 더 나아.”


흥분과 영력을 거두고, 지나는 그대로 뒤돌아선다. 그녀가 제정신을 차린 말에게 다가서는 걸음 곁으로 크라트와 레이쇼가 있었지만, 그들은 지나를 향해 그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는다. 아니, 꺼낼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나가 말에 오르기 위해 안장을 붙드는 순간,



“결국 네 목소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고브나이의 신음 같은 목소리가 시간을 정지시킨다.

“우린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한다. 그 대상이 철심장에서 당신으로 바뀌기만을 바랄 뿐이지, 결국 당신과 당신의 국가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도 똑같은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중요한 건.”

시선을 주지 않고, 그대로 말 위로 오르는 지나.

“난 당신들의 가치를, 들고 있는 무기가 아니라 그 손에 박혀있는 굳은살에서 찾았을 뿐이야.”


“.......”


침묵하는 침묵의 일족들.

처음부터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말을 몰고 외벽의 잔해를 건너는 지나의 몸짓엔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 뒤를 따르는 크라트는 한숨을 쉬며 턱을 쓰다듬었고, 레이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곡도들을 검집에 돌려놓는다. 이제 본대로 복귀한 지나의 명령에 의해 포위진은 와해 되고, 이스누시아 전투는 이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약간의 피만을 흘린 채 빈손으로 복귀하는 카나반 병사들의 발걸음은 무거우리라.

본국에서 자신과 로빈을 기다리고 있을 모든 비난, 해명을 요구하는 적의의 목소리들이 벌써부터 지나의 머릿속을 괴롭혀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 이곳에 흘렀던 자신의 목소리에, 거짓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사과한다, 카나반의 태양.”

그랬기에,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 고브나이의 목소리는 더욱 깊게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네 눈동자와 목소리에서 진실을 읽지 못했음을 사과한다. 여기 있는 그 누구의 검보다도 아름답고 위협적인 그대의 영혼을 알아보지 못했음을 사과한다. 그리고 그대의 진심에,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경솔한 목소리로 대답했음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고브나이의 기척에도, 지나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괜찮아요, 그럼 이만-”


“그리고 그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


“.......예? 잠깐, 지금 뭐?”


아무리 그래도 이건 뒤돌아볼 수밖에.

고브나이는 어느새 말꼬리 바로 뒤에 서있었다.


“나와 나의 동포를 대표하여 그대에게 고한다, 카나반의 기사. 나는, 우리는 그대의 배려를 선택하겠다. 그대의 믿음을 선택하고, 그대의 사랑을 대가로 받겠다. 그리고 그 증표로, 철심장의 목을 가져다주도록 하지.”


“아니, 잠까-”


“거절은 받지 않는다.”


지나가 말머리를 돌리기도 전에 순식간에 도약하여 멀어져가는 고브나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지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무리에 합류하는 고브나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곧이어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운 얼굴의 레이쇼와 이마를 감싸고 있는 크라트를 차례로 바라본다.


“.......나 유부년데?”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저 더러운 야만족새끼들!”

긴 대화의 끝에서 결국 이쪽을 향해 뒤돌아서는 덜린들을 보며 어윈은 격노한다. 그들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지금 이 시점에서는 너무도 명백했던 것이다. 그는 분을 못 이겨 쥐고 있던 철퇴를 바닥에 내리꽂았지만, 여전히 단단했던 성벽의 바닥은 약간의 파편만을 흩뿌린다.

“다음은 뭐냐?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어?”


불타는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부관의 옆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곧바로 이쪽을 향해 돌아서서 대답하지 않는다.

혈색이라곤 보이지 않는 얼굴로 짧은 한숨을 내쉴 뿐.


“.......다음은 없습니다.”


“뭐라고?!”


어윈이 침까지 튀기며 고함을 내지르지만, 부관은 자신의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내려놓고, 하얗고 얇은 손으로 천천히 이마를 감싼다.


“이제 저희에게 남은 것은 대령님의 철퇴뿐입니다.”


“.......흥!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내가 모조리 죽여주지!”


만약 전력이 대등한 전장이었다면, 지금 어윈의 확신은 병사들에게 그 무엇보다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관도, 더 이상 하달할 명령이 없는 통신병도, 그리고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수비병들도, 이제는 끝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있었다.



끝의 시작을 알리는 비명소리가 핏빛처럼 번져간다.

동시에 이스누시아의 병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부관과 어윈까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수만 명의 병사로 가득한 포위진.

하지만 움직인 것은, 오직 오백 명의 덜린들 뿐이었다.





단 하나의 가면을 제외하고, 그들은 분명 기사가 아니다.

당연히 영력을 다루지 못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스누시아군은 경악, 더 나아가 공포에 빠지고 있었다.

마치 야수처럼 성벽을 뛰어넘고, 망루에 기어오르는 가면들. 화살촉과 총탄이 그들의 초록빛 피부를 파고들었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화살이 박혀도, 총탄이 관통해도, 그리고 공격마법이 피부를 녹여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를 입으면 입을수록 더욱 맹렬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소리 없는 그 기세에 이스누시아의 기사들조차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워낙 순식간이었던지라, 오백 명의 무시무시한 괴물이 성벽을 유린하는 걸 어윈은 가만히 서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어윈도,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지나도,

이들 덜린의 모습에서 ‘광전사’라는 표현 외에 적합한 감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수비대와 예비대를 이쪽으로 투입해라! 놈들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


멍하게 전장을 내려다보는 어윈을 대신하여 통신병의 정신을 되찾아 준 것은 안경을 고쳐 쓴 부관. 그녀의 외침에 통신병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급히 무전기를 잡아 신호를 넣는다. 하지만 이미 망루 아래의 성벽은 덜린들에게 장악당한 상태였다. 천 명에 가까웠던 수비군이, 불과 몇 분 만에 도륙당한 것이다.


“!”


무전병 뒤의 계단에서, 붉고 어지러운 문양이 새겨진 가면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 덜린의 창이 무전병의 옆구리를 찌르기 직전, 어윈의 철퇴가 먼저 반응한다.


“좆같은 야만족 새끼가아아아!”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철퇴를 정면에서 받아버린 덜린족이 망루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하지만 침입한 덜린은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두 명, 세 명, 네 명, 연속으로 계단을 올라서는 덜린과, 순식간에 조각나버리는 경비병들. 결국, 지휘소나 다름없었던 망루 안엔 어윈과 부관, 그리고 통신병만이 남게 되었다.


“하앗!”


놀랍게도, 먼저 움직인 것은 부관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검을 빼어 들어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나마 덩치가 작아 보이는 덜린을 향해 휘둘렀지만, 영력조차 담지 못한 그녀의 공격은 너무도 허무하게 허공을 휘젓고 만다.


“무의미한 저항은 삼가라. 네 목숨은 이제 너나 내 손에 달린 것이 아니니.”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 부관은 어느새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얇은 검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멍청한 야만족들! 고작 몇백 명으로 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망루 자체를 날려버릴 기세로, 어윈이 크게 철퇴를 휘두른다. 아무리 강인한 육체의 덜린들일지라도 그 풍압을 견딜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윈의 철퇴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바로 부관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그림자였다.


“.......”


영력이 폭발하는 충격과, 지진처럼 흔들리는 망루를 예상한 부관이 질끈 눈을 감았지만, 어윈의 철퇴는 그녀가 기대했던 그 어떤 폭음도 내지 못한다.


“어제 네가 눈을 빚진 검이다. 지금 되돌려 받을 수도 있어.”


세 명의 덜린족에 의해 사지가 붙들린 어윈과, 그의 오른쪽 눈동자 바로 앞에 멈춰있는 고브나이의 검끝. 마지막까지 내려치진 못했지만, 어윈이 휘두른 철퇴에 의해 고브나이의 가슴팍은 깊게 찢어져 있었다. 중상이라면 중상, 하지만 검끝에 실려 있는 고브나이의 영력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건 어윈의 미소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뭐?”


“-!”


순간 입을 틀어막지 않았다면, 부관은 비명을 내질렀을 것이다.

어윈 스스로가 얼굴을 내밀어, 자신의 눈동자를 고브나이의 검 끝에 박아버린 것이다.

잘린 눈꺼풀에서 흘러나온 피와, 피가 아닌 액체가 뒤섞여 얇은 검신을 따라 흐른다. 그를 붙들고 있던 덜린들이 제지하려 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더욱 깊이 자신의 눈동자 속으로 연철검을 받아들인다. 물론, 어윈의 미소는 괴기스러울 정도로 짙어져 있었다.


“이제 빚진 거 없다.”


이전까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로 튀어나오는 핏줄. 부풀어 오르는 근육과, 그에 맞춰 피가 솟구치는 오른쪽 눈동자, 아니, 눈동자가 있던 시뻘건 구멍.


“제발 그만하세요!”

그러나 고브나이는 그대로 더욱 깊게 검을 관통시키지 않는다. 어윈의 부관이, 자신의 손에 찢어지는 건 상관도 하지 않고서 그의 검을 두 손으로 붙든 탓이었다.

“잠시 멈춰주세요, 덜린족의 전사여. 어윈 아이언하트! 당신은 이런 제국의 변방에서 아인족의 손에 죽어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발 무모함을 거두세요!”


“개소리하지마라, 부관! 내가 이딴 야만족들에게 목숨을 구걸할 것 같냐?!”


“이것은 굴욕이 아닙니다! 당신이 이전까지 받은 수모에 비하면 이것은 절대 굴욕이 아닙니다! 지금 당신이 흘리고 있는 피, 그리고 품고 있는 그 분노! 그 분노가 향해야 할 대상은 덜린족도, 카나반도 아니에요!”


“.......”


황소처럼 콧김을 내뿜던 어윈의 숨소리가 잦아든다. 그의 손에서 미끄러진 철퇴가 요란한 마찰음과 함께 망루바닥을 굴렀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철심장의 눈동자가 천천히 부관의 절박한 얼굴을 훑는다.


“.......부탁합니다. 아직, 아직은 당신이 죽을 때가 아닙니다.......”


검신에서 손을 놓고, 부관은 피로 얼룩진 그 손 그대로 어윈의 뺨을 쓰다듬는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와도 같은 손길이었다.

그 어떤 영력이나 무기보다도 강력한, 그런 손길이었다.










35분.

처음 고브나이가 지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뛰어간 지 정확히 35분 만에,

그는 성문을 열고 나와 지나의 앞에 결박한 어윈을 내어놓았다.


“.......”


이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지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으며 말에서 내려선다.


“그대에게 약속했던 것이다. 그대의 것이다.”


지금 그는 저 가면 아래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지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의 어금니를 향한다.


“.......고브나이, 아까 했던 말이요......., 당신의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이미 결혼한 몸입니다.”


“알고 있다. 그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저, 나의 선택일 뿐.”


“선택....... 하아, 그랬죠. 일단 의무대에 가서 치료를 받으세요. 가슴의 상처가 깊어 보여요.”


“그대가 원한다면.”


두꺼운 팔을 가슴까지 올려 예를 취하고, 그대로 카나반의 본대를 향해 걸어나가는 고브나이와 그의 일족들.

이제 지나의 앞에 남은 것은, 포박당한 상태의 어윈과, 옅은 존재감의 여인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밧줄 따위에 속박당할 어윈이 아니라는 건 지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얌전히 묶인 채로 자신의 앞에 나와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지나는 그 이유를 본인의 입으로 듣고 싶었던 것이다.


“패배자가 할 말이 있겠나. 처분을 기다릴 뿐이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목소리였지만, 그 고통이 사라진 눈동자 때문은 아닐 터. 하지만 지나는 상처 입은 그의 자존심을 한층 더 벗겨본다.


“당신이 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달리 뭐가 있겠냐! 대가리 숫자의 차이지!”


“.......정말로? 내가 볼 땐, 당신이 기세를 잡을 기회는 꽤나 많이 있었어. 솔직히 나도 놀랄 정도로. 그래서 묻는 건데, 혹시 여태까지의 모든 기만책과 전략들, 당신이 직접 세운 거야?”


“당연하다! 나 말고 또 누가 있겠냐?!”


워낙 어윈의 덩치가 컸기 때문에, 꿇어 앉아있는 그와 눈을 맞추기 위해 지나는 무릎을 굽힐 필요도 없었다.


“정말로?”


“그래!”


“.......진짜, 정말로? 당신이? 모두?”


“.......그래.”


“진짜진짜진짜 정말로?”


“.......조금의 도움은 받았지.”


“누구의?”


남아있는 어윈의 눈동자가, 바로 곁에서 같이 결박당해있는 부관을 향한다.


“내 부관이다.”


“그래? 이름이 뭔데?”


“그녀는-”


어윈의 혀가 멎는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흔든다. 잠시 신음을 내뱉더니, 짧게 혀를 찬다.

그런 그의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나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 당신은 어쩌면 당신을 이기게 해줬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지. 그게 바로 당신의, 그리고 제국의 문제야. 그 어떤 국가보다도 기사들의 우수성에 집착해왔지만, 동시에 기사가 아닌 자들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무심하고 냉정하지.”

지나는 그대로 어윈을 지나쳐, 부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와 눈을 마주한다.

“당신, 이름은?”


“.......줄리아. 그냥 줄리아. 성은....... 없습니다.”


“카논, 줄리아를 풀어줘.”


지나의 명령에 카논은 가볍게 기병도를 휘둘러 연약한 여인의 몸을 옥죄고 있던 밧줄을 베어낸다. 속박에서 풀려나 손바닥의 상처를 어루만지던 그녀에게 지나가 처음 보인 행동은, 줄리아는 물론이고 곁에 있던 참모들마저 놀라게 만드는 것이었다.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줄리아. 한정된 자원과 열악한 상황, 그리고 최악의 상관을 두고 있으면서도 잘 버텨주었어요.”


왕의 이름을 빌린 검이자, 카나반의 태양이,

천천히, 그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아, 아니, 저는.......”


누구보다도 가장 크게 당황한 것은 줄리아였다. 한 국가의 가장 높은 기사가, 적대국의 포로에 불과한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이런 반응은 그녀로서도 상상치 못한 일.


“그런 의미에서 정식으로 제의하죠. 줄리아, 당신 카나반의 지휘관으로서 일해 볼 생각 없나요?”


“마, 마제스티!” “폐하!”


손가락을 들어 레이쇼와 카논의 입을 봉쇄하는 지나. 그녀는 태양처럼 빛나는 노란 눈동자로, 가만히 줄리아의 대답을 기다린다.


“.......저는 귀족 출신도 아니고, 검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문관입니다. 관대하신 제의는 감사드리나, 어찌 제가 감히-”


“줄리아. 당신의 능력은 제가 판단합니다. 저는 제국의 기사가 아니에요. 당신의 성이나 출신도, 영력은커녕 근육도 없는 그 얇은 팔도, 저에겐 아무런 판단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 눈치 볼 필요 없어요.”


“.......눈치.......”

지나가 내뱉은 단어를 곱씹으며, 줄리아는 금이 간 안경을 벗어 흐린 시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자신의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단순히 근시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외람되오나, 한 가지 조건을 말해도 되겠습니까?”


안경과 함께 돌아온, 줄리아의 번뜩이는 눈동자. 지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뭔데요?”


“어윈 아이언하트를 살려주셨으면 합니다.”


“뭐얏?!”


소리를 내지르는 레이쇼와, 크게 움찔하는 어윈의 어깨. 그러나 줄리아는 왕비와 마주하고 있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그에 지나는 새빨간 혀끝을 살짝 깨물며 웃더니, 어윈의 뒤통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어윈, 당신도 죽지 않기를 바라지? 그러니까 성질을 죽이고 나온 거잖아?”


“.......그래.”


“하하, 좋아. 그럼, 나도 당신을 살려주는 대가로 조건을 하나 내걸게.”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다시 어윈의 앞에 나아가는 카나반의 태양.

그리고 태양보다 밝고 와인보다 달콤한 그녀의 미소로,

이스누시아 공방전은 막을 내린다.






“줄리아의 부하로 복무할 것. 이게 내 조건이야.”


작가의말

15년 8월 18일에 올렸던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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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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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31 evolutio..
    작성일
    16.08.20 06:13
    No. 1

    너무.. 음.. 너무 갑자기 소설같아졌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8.22 18:30
    No. 2

    에볼루션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헉 그런가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6.08.22 12:41
    No. 3

    줄리아의 정체가 궁금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8.22 18:30
    No. 4

    불의검님 항상 감사드려요!
    드디어 나온 이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배고파요
    작성일
    16.08.22 22:21
    No. 5

    2년이군요....
    오랜시간 지치지 않고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주일 전에 168시간 읽기 시작해서 이제 다 읽었습니다.
    읽기 바빠서 댓글도 못달았습니다.
    개인지로 소장하고픈 글입니다.
    재능도 부럽고 끈기도 부럽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8.24 19:24
    No. 6

    배고파님 깊은 관심 감사합니다!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이 부족한 글입니다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니푸르
    작성일
    16.08.29 20:00
    No. 7

    이러다 내년 이맘때도 연재하고 계실듯...오래 연재해주시면 감사함 따름입니당ㅎㅎ
    이번화는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지나는 덜린에게 사랑받은 최초의 인류일듯ㄷㄷ
    게다가 철심장-부관커플이 카나반에 합류하다니ㄷㄷ
    즐겁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니푸르
    작성일
    16.08.29 20:07
    No. 8

    그리고 2주년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성실하게 연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9.01 22:36
    No. 9

    라루사님, 미흡한글 꾸준히 함께 해주셔서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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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막) 세 개의 오만 (13) +9 16.08.19 456 13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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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22막) 세 개의 오만 (2) +6 16.06.25 656 1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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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막간) 현실을 마주하며 +4 16.06.15 757 16 16쪽
227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0) +10 16.06.10 737 14 21쪽
226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9) +8 16.06.05 736 12 16쪽
225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8) +4 16.05.30 703 1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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