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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138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6.04.02 15:17
조회
734
추천
14
글자
16쪽

(20막) 증명 (7)

DUMMY

“로비-....ㄴ.....”


로빈은 재빨리 난간 아래로 몸을 숨김과 동시에 손을 들어 자신을 향해 경악하려는 친구의 목소리를 저지한다. 신음이 절로 나오는 격통이었지만, 이 ‘화살 하나’ 때문에 지나를 비롯한 병사들에게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본능처럼 흘러나온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어깨에 박혀있는 화살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벤, 밖에 뭐가 있어?”


로빈의 차분한 목소리에, 벤은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를 들어 성 밖을 살펴본다.


“.......군대.”


“군대? 무슨 군대? 제국의 지원군이야? 숫자는?”


“아니, 처음 보는 제복이랑 군기인데. 숫자는 잘 모르겠어. 수천 명 되는 거 같아.”


로빈은 화살대를 꺾으며 강하게 혀를 찬다.

안쪽의 전투에만 신경을 쏟고 있었던 탓에 도시 밖으로 새로운 적군이 접근해오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명백한 지휘관으로서의 불찰이었다. 보지 못했던 제복과 군기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추측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오직 하나.


“젠장, 용병인가.......”


“야, 어깨 괜찮아? 군의관을-”


“화살촉에 영력이 실려 있어. 기사가 정확히 이쪽을 노리고 쐈다는 거야.”


“.......이 거리에서?”


벤은 구겨진 얼굴로 다시금 성 밖을 바라본다. 남쪽에서 몰려오는 군세는 화살은커녕 저격소총조차 닿지 않을 거리에서 접근하는 중이었다.


남쪽.


머리를 스치는 그 단어에, 순간 로빈의 어깨를 감싸던 벤의 손이 멈칫한다.


“왜 그래?”


결국 자신이 직접 상처를 벌리고 촉을 뽑아내는 로빈. 그런 그에게 다시 돌아온 친구의 표정은, 그의 상처와 그가 흘리고 있는 피와는 별개로 차갑게 굳어있었다.


“.......로빈, 저들은 용병이 아니야.”


“뭐? 그럼 누군-”


“드렌턴 아저씨 어딨어?”


“성문 쪽에. 야! 왜 그러는데?”


“근위대 지휘권 좀 빌릴게, 이리스! 일로와!”


친구의 상처를 회복마법으로 지혈만 해놓은 채, 벤은 어느새 나타난 인형소녀와 함께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2군단’이라는 단어는 희미해져 있었다.










“맞혔나?”


“.......죄송. 마지막 순간에 몸을 비틀어서.”


“네 눈이 표적을 놓치다니 드문 일이군.”


“제 눈이 놓친 게 아닙니다. 운이 나빴을 뿐이죠.”


“변명이라니, 점점 너답지 않은데.”

농담이 섞인 질책이었지만, 활을 내린 여인은 노골적으로 구겨진 미간을 감추지 않는다. 삭발한 머리 탓에 눈썹 사이에 모인 그녀의 불만은 더욱 선명하게 겉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결국,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 미안. 농담이야. 오히려 죽였으면 일이 귀찮아졌을걸. 그냥 우리가 왔다는 경고인 셈 쳐야지.”


“귀찮아지다뇨? 저들을 모두 죽이기 위해 온 거 아니었습니까?”


불만 섞인 여인의 목소리에, 남자는 낮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뒤돌아선다.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키에 말까지 타고 있었으니, 여인을 포함한 오천 명의 병사가 한 눈에 들어온 것은 물론이었다.


“죽여? 누구를?”


“누구긴 누굽니까, 카나반 왕과 그의 병사들이죠.”


당연한 것을 묻냐는 듯한 여인의 입술. 그러나 남자의 웃음은 점점 짙어진다.


“그레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게 아니면 뭡니까, 던컨 시장님?”


던컨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조카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다. 갑옷 따윈 걸치지 않았지만, 이미 그의 몸집이나 손은 중장갑옷을 입은 것처럼 우람하고 거대했기에 그레이는 자신과 말이 동시에 땅으로 꺼지는 듯한 무게감을 느껴야 했다.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래, 우린 그냥 더럽게 구린 카드를 뽑은 거야. 모두가 생존을 위해 눈치를 보고 있는 도중, 하필 우리가 폭탄을 뽑은 거지.”


“.......구린 카드요? 중앙정부가 정식으로 요청한 사항 아닙니까?”


“그래 맞아. 하지만 과연 블린저 경도 이에 동의했을까?”


묵직한 팔 너머로 던컨의 미소를 바라보던 그레이의 갈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삼촌, 우린 중립 아니었어요?”


“겉으로는. 그러니까 우리한테 이런 일을 시킨 거지. 물론 블린저 경, 내 스승님께서도 예상은 하고 계셨지만.”


“그럼 어떡해요? 이미 활을 쏴버렸는데.”


“상관없어. 처음부터 그게 우리 역할이었으니까.”


“역할.......?”


조카의 의문 끝에서 던컨은 거대한 손을 치켜든다. 그것을 신호로, 오천의 병사는 도시를 향한 돌진태세를 갖추기 시작한다.


“스승님이 그러시더라고. 만약 여기서 ‘붉은 나무’가 무너진다면,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음을 증명하는 거라고.”


“.......만약 그가 살아남으면요?”


“그러면 ‘침묵’을 수면 위로 꺼내놓을 훌륭한 수단이 되겠지.”

그레이의 불편한 표정을 가득 눈동자 속에 담으며, 던컨은 걸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말했잖아. 구린 카드를 뽑았다고.”





===================





“.......!”


지끈-하며 시려오는 코끝과 흐려지는 시야. 자신도 모르게 코밑을 훔친 손가락엔 검붉은 피가 묻어나온다. 전투마법사에게 있어 이 증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고도였지만, 그녀는 손끝으로 내뿜는 혈마력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이 멈추는 순간, 이 전선은 곧바로 무너질 것임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집중이 흐려진 그녀의 머리는 측면의 마력장벽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 잘 훈련된 제국의 전투마법사, 그것도 피의 축복으로 인해 잔뜩 감각이 올라온 마법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악의의 창을 내던진다. 그는 피를 머금는 악의를 예상했지만, 검은 마력의 창은 고도의 귓가 바로 앞에서 상쇄되어 공중으로 흩뿌려진다. 동시에, 제국의 전투마법사는 자신의 가슴에 꽂혀있는 화염마법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산산 조각나는 제국전투마법사를 확인한 오캄푸스는 그제야 옆을 돌아보는 고도를 향해 걱정스러운 듯이 턱뼈를 움직인다.


“전혀요.”


자신이 조종하고 있는 다른 망자들과는 달리, 확실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마스터’를 바라보며 고도는 일그러지지 않은 눈동자를 내보인다. 본래의 바닷빛 대신 끔찍한 암흑으로 물들어있는 눈동자였지만, 망자는 그 속에서 불안정한 흔들림을 읽어낸다.


“적들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마력을 벗겨내고 망자의 영혼을 붙들며 장벽을 유지한다-....... 모든 걸 한꺼번에, 그리고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누가 할 수 있는데요?”


예전이었다면 오캄푸스는 고도의 목소리에서 독선과 이기를 읽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훌쩍이며 걸쭉한 코피를 목으로 넘기는 소녀는, 여태까지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건 고도 당신이 아닙니다. 당신은 중심이 될 수 없고, 당신의 전쟁 또한 아니죠. 그럼에도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실 거면 좀 도와주기나 하시죠, 마스터?”


짧은 주문과 함께 고도의 손끝에서 붉은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번개처럼 뻗어나간 그 붉은 마력은 공중에서 도약해오던 제국병사들의 미간을 꿰뚫으며 꽃을 피운다. 그들 공격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레이쇼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지만, 고도에겐 그 감사를 받을 겨를조차 없었다.


“물론 기꺼이 도와드릴 겁니다. 오랜만에 얻은 제자님을 잃을 순 없죠.”


자아에 내리는 긴 경고.

주문을 외운 망자는 뼈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을 들어 하나의 검은 구체를 만들어낸다. 구체는 빠르게 바닥에 고여 있던 피를 흡수하며 수축하기 시작했고, 주변의 모든 붉은 기운을 빨아들이고 나서야 한 방울의 마력으로 응축될 수 있었다.


“아르펜타바리노우스.”

오캄푸스의 목소리와 함께 도시의 하늘로 솟아오른 그 방울은, 곧바로 거대한 폭발과 함께 포격의 비가 되어 제국군의 대열로 쏟아진다. 얇은 보호막으로는 막을 수 없는 포격이었기에 대열은 순식간에 초토화되고 있었다. 일찍이 공화국에서는 금지된 마법. 망자가 ‘그랜드마스터’라는 이름을 내려놓게 만든 ‘그 마법’ 중의 하나였다.

“잠시 숨을 고르세요. 기사들이 조금이나마 버텨줄 겁니다.”


포격으로 무너지는 건물과 함성을 지르며 둘을 스쳐가는 병사들. 고도는 그제야 혈마력을 거둬들이고 호흡을 정돈한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별개로 흔들리는 다리는 주인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었고, 고도는 오캄푸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바닥에 얼굴을 박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아직, 아직이에요. 좀 더-.......”


“알고 있습니다. 잠깐만 쉬고 계세요.”

부드럽게 속삭이며 고도의 코피를 닦아주는 오캄푸스. 그의 푸른 안광은, 거친 영력이 뒤얽힌 도심을 향해있었다.

“어차피 지금 이 지옥을 끝낼 수 있는 존재는 따로 있으니까.”








자신의 어둠이 스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일 기세로 휘몰아치는 흑도. 제아무리 피의 축복을 받은 병사와 기사들일지라도 그 칠흑의 폭풍 속에 함부로 목숨을 내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광경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카나반의 병사들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 좀처럼 어둠에 삼켜지지 않는 뚱뚱한 그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이거냐?”


자신의 검과 맞댄 흑도 너머로 비웃음을 내뱉는 브란트. 기괴할 정도로 충혈된 그의 눈동자와 뒤틀린 영력을 받아내며, 지나는 아무런 대답도 흘리지 않는다. 침묵의 끝에서 대신 대답한 것은 그녀의 흑도였다.

폭발하듯, 순간적으로 검끝에서 넘쳐흐르는 영력. 발이 딛고 있던 도로는 갈라지고 주변 상가의 창문들이 한꺼번에 산산조각난다. 그 엄청난 물리력으로 인해 브란트는 튕겨나듯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고, 지나의 샛노란 눈동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


그러나 도약과 함께 공간 그 자체를 찢을 기세로 파고든 그녀의 흑도는 2군단장의 심장을 꿰뚫지 못한다. 브란트가 왼팔의 중지부터 팔꿈치까지를 희생하여 공격의 궤적을 비틀어낸 것이다. 물론 수차례 그래왔듯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찢어진 그 상처는 징그럽게 일렁이는 붉은 물결과 함께 봉합되고 있었다.

수십 년간 전장에서 뼈를 묻은 기사들보다는 못하지만, 지나는 자신의 영력과 상대방의 영력을 본능적으로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영력을 뿜어내야 상대방을 끝장낼 수 있는지,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지 능숙하게 가늠해왔다.

그러나 눈앞의 상대는 번번이 그 예상을 깨트린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공격들이 그에겐 닿지 않는다. 살짝 닿는다고 해도, 이 도시 아래 흐르는 불길한 기운이 그 흔적을 빠르게 지워낸다. 그리고 그것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흑도를 쥐고 있는 손목 아래로 태양의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어느새 브란트의 검이 그녀의 팔뚝을 스치고 지나간 탓이었다. 지나의 본능은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피의 축복은 그녀의 본능이 맺어주는 시야를 벗어나고 있었다.


“네 무모함으로 인한 병사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나? 주변을 둘러봐. 이미 아무도 없다고.”


브란트의 음흉한 웃음에도 지나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는다. 아니, 이미 그녀의 이성은 그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목소리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그녀가 집중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는 오직 흑도를 쥐고 있는 손가락의 감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란트의 입이 거짓만을 내뱉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나가 뚫은 경로를 통해 파고들던 카나반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이미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쉴 새 없이 건물 사이로 몰려드는 제국군과 망자의 무리를 견뎌내기엔 환경이 너무도 불친절했던 탓이다. 벤의 지원군으로 인해 잠시나마 탄력을 받았던 시가전은 지나가 묶여있는 동안 다시금 서서히 제국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후우.”


한발 물러나, 깊게 숨을 내뱉는 지나.

평정심을 유지하곤 있었지만 턱밑으로 맺히는 피곤은 감출 수가 없다.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고민은 단순히 어떻게 눈앞의 적을 공략할까-가 아니었다.


‘.......하루에 두 번은 해본 적이 없는데.......’


한 번 실패한 지휘관이라 해도 제국의 군단장이다.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거기에 곳곳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으니, 공기, 하늘, 땅, 도시의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불친절한 상태다. 공식적인 보고나 명령은 없었지만, 성 밖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움직임도 그녀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시간은 붉은 나무의 편이 아니다.


지나는 도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응?”



줄곧 비웃음을 유지하던 브란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거대한 위협이 느껴진 탓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빠르게 사라지는 지나의 영력.

마치 평범한 인간, 그 이상의 흐린 존재감으로 옅어지는 카나반의 태양을 보며 브란트는 경계의 날을 세운다. 눈앞의 상대가 ‘그녀’가 아닌 평범한 기사였다면 이 현상은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었을 터.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은 브란트의 본능이 알고 있었다.

군단장은 살찐 배를 흔들며 자세를 고쳐 잡는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힘이 느껴지는 검끝을 세우며, 카나반 왕비의 흐릿한 존재감을 직시한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기에 가장 거대한 존재.


그리고


지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다.


브란트는 숨을 삼킨다.


지나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는다.


브란트는

숨을 삼킬 수 없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은 움직이고 있다. 그녀와 자신의 사이에 있는 공간만이 시간이 멈춘 듯, 브란트는 천천히 다가오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 외엔 어떤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무(無)의 존재.

그러나 브란트가 느꼈던 그 어떤 존재보다도 거대한 ‘흐름’이,

서서히 시야를 채워오고 있었다.




“-!”




평범한 기사였다면 그대로 정신을 놓았을 것이다. 아니면, 그대로 흑도에 의해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브란트가 지니고 있는 모든 기사로서의 역량과 피의 축복이 그의 혀가 움직이는 걸 허락해주었고, 그는 자신의 혀끝을 물어뜯는 것으로 간신히 이성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도약조차 없는 지나의 검짓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지만, 브란트는 지금 바닥에 나뒹구는 것이 자신의 오른팔임을 알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감각이었기에 그 광경은 그에게 있어 지극히 비현실적이었다.



“장군!”



영력이 실린 댄 스파인의 거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브란트. 어느새 흑도의 검끝이 그의 목에 닿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반항하지 않는다. 반격하지도 않는다.

비릿한 미소만을 품은 채, 흑도를 멈춘 지나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거 알아? 부하들이 ‘늑대의 딸’을 데려온 이유를 물었을 때, 난 ‘꽤나 중요한 목숨을 교환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했었어. 모두가 그걸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 쓸 수단, 그러니까 ‘내 목숨’을 위한 보험이라 생각했던 모양인데, 사실은 다르거든.”


지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표정을 짓지도 않는다. 심지어, 브란트를 내려다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녀의 샛노란 시선은,

정면 건물의 옥상 위, 정신을 잃은 채 쥬넨의 손에 붙들려 있는 한 소녀를 향해있었다.


“나의 생존, 2군단의 생존. 전쟁의 승리와 너희 카나반의 파멸. 그 모든 건, 하나의 목숨으로 충분하니까.”




비릿한 미소의 끝에서,


브란트는 가슴 속에 숨겨두었던 단도를 꺼내들었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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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막간) 하나의 밤하늘, 세 개의 달빛 +11 16.08.29 623 14 15쪽
242 (22막) 세 개의 오만 (14) +10 16.08.24 576 13 16쪽
241 (22막) 세 개의 오만 (13) +9 16.08.19 450 13 26쪽
240 (22막) 세 개의 오만 (12) +6 16.08.14 494 9 18쪽
239 (22막) 세 개의 오만 (11) +10 16.08.09 599 11 17쪽
238 (22막) 세 개의 오만 (10) +6 16.08.05 608 13 14쪽
237 (22막) 세 개의 오만 (9) +6 16.07.30 578 14 15쪽
236 (22막) 세 개의 오만 (8) +8 16.07.26 534 11 24쪽
235 (22막) 세 개의 오만 (7) +8 16.07.20 639 13 19쪽
234 (22막) 세 개의 오만 (6) +7 16.07.15 678 12 21쪽
233 (22막) 세 개의 오만 (5) +8 16.07.10 685 13 22쪽
232 (22막) 세 개의 오만 (4) +6 16.07.05 634 14 18쪽
231 (22막) 세 개의 오만 (3) +9 16.06.30 575 12 18쪽
230 (22막) 세 개의 오만 (2) +6 16.06.25 651 13 18쪽
229 (22막) 세 개의 오만 (1) +6 16.06.20 729 15 16쪽
228 (막간) 현실을 마주하며 +4 16.06.15 750 16 16쪽
227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0) +10 16.06.10 729 14 21쪽
226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9) +8 16.06.05 730 12 16쪽
225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8) +4 16.05.30 698 15 19쪽
224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7) +6 16.05.25 724 11 19쪽
223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6) +4 16.05.20 955 10 22쪽
222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5) +5 16.05.14 777 12 18쪽
221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4) +2 16.05.09 703 13 15쪽
220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3) +6 16.05.04 1,027 12 18쪽
219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2) +4 16.04.28 741 16 17쪽
218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 +8 16.04.23 849 15 19쪽
217 (막간) 필요없는 증명. 필요한 증명. +10 16.04.18 739 18 13쪽
216 (20막) 증명 (9) +4 16.04.13 698 18 16쪽
215 (20막) 증명 (8) +8 16.04.08 670 20 16쪽
» (20막) 증명 (7) +11 16.04.02 735 14 16쪽
213 (20막) 증명 (6) +10 16.03.28 782 13 15쪽
212 (20막) 증명 (5) +8 16.03.23 813 17 24쪽
211 (20막) 증명 (4) +8 16.03.18 947 16 23쪽
210 (20막) 증명 (3) +10 16.03.12 813 17 20쪽
209 (20막) 증명 (2) +10 16.03.07 887 20 19쪽
208 (20막) 증명 (1) +10 16.03.02 763 18 18쪽
207 (막간) 지평선으로 향하는 한걸음을 지켜보는 사람들 +8 16.02.26 810 19 17쪽
206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0) +8 16.02.21 910 24 21쪽
205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9) +10 16.02.16 1,033 20 22쪽
204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8) +6 16.02.11 809 17 28쪽
203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7) +6 16.02.06 764 19 21쪽
202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6) +6 16.02.01 827 17 22쪽
201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5) +10 16.01.27 820 17 17쪽
200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4) +10 16.01.22 965 16 18쪽
199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3) +8 16.01.17 706 20 18쪽
198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2) +10 16.01.12 773 20 19쪽
197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 +8 16.01.07 792 21 13쪽
196 (막간) 언젠가 +4 16.01.02 946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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