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222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6.06.15 17:18
조회
750
추천
16
글자
16쪽

(막간) 현실을 마주하며

DUMMY

“이렇게 남매끼리 마주앉아 한잔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


엄지손가락으로는 턱을,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는 관자놀이를 받친 채, 나머지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는 란다 가슈펠라르. 그 부드러운 미소의 맞은편에서, 유진은 최근 들어 맛본 것 중 가장 향기로운 와인으로 입을 적시고 있었다.


“네, 오라버니.”


“저번엔 미안했다. 기껏 불러놓고 내가 먼저 자리를 비웠지. 급하게 다른 볼일이 생겨서 말이야. 드렌턴 경에겐 죄송하다고 전해드려.”


“아니에요, 전 아직 휴가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바쁘신데, 오라버니께서 시간을 내주셨으니 저야 기쁘죠.”


농익은 포도만큼이나 촉촉하게 빛나는 여동생의 입술. 그리고 그 순수한 미소에서는 그 어떤 뒤틀린 의중이나 가식을 찾아볼 수가 없다. 덕분에 란다는 그날 억지로 동생의 손을 이끌고 나선 것이 단순히 ‘그’에게서 그녀를 떨어트려 놓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 지경이었다. 또한, 자신이 언급했던 ‘급한 볼일’이 동생과 ‘그’에 대한 뒷조사였다는 사실에도.


“군생활은 어때? 난 아직도 네가 근위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검 잡기가 무섭다며 빼액 울어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휴가인데다가 늦은 시간인지라 유진의 복장은 제복이 아닌 평상복이었다. 그러나 란다는 그 새하얀 셔츠를 대신하여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단단히 조여주고 있던 남색제복과, 화려한 나뭇잎으로 치장된 계급장, 그리고 근위대를 상징하는 붉은 재킷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회상 속에서 자신의 시선은, 자랑스러운 눈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라버니의 보살핌 덕분이죠. 오라버니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쯤.......”


흐려지는 말끝에 담긴 시간의 깊이. 그 누구도 감히 예상할 수 없는 무게다. 그리고 그 무게는 오직 란다와 유진만이 공유하고 있는 상처나 다름없었다.

지금이야 어엿한 공화국대표귀족가문의 가주, 그리고 가주의 여동생이면서 근위대라는 직함의 그들이었지만, 과거 가문의 변방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던 시절은 결코 순탄하지 못했다. 혈통으로 따지면 결코 다른 분가들보다 옅은 건 아니었지만, 전대 가주인 윌리안 가슈펠라르는 어째선지 란다의 아버지를 포함한 그의 가족을 정계의 중심에서 배제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던지라, 가장 멀찍이 떨어진 변방에서 말단노릇을 하며 가슈펠라르의 이름을 유지할 수는 있었다.

물론, 란다에게 있어 그런 상황은 충분하지 못했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에서 그랬다. 미래를 내다보기보다는 당장의 가슈펠라르라는 이름을 연명하는데 급급했던 란다의 아버지는 그 돌파구를 위해 자신의 딸을 수단으로 삼으려 했다. ‘가슈펠라르 가문의 소녀’라는 존재는, 몇몇 졸부와 음흉하게 늙은 귀족들 사이에서 가장 가치 높은 ‘상품’ 중의 하나였으니까.

그때 절망한 건 유진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납득하고 있었다. 자기 하나의 희생으로 가족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았던 소녀가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란다의 절망은 그 깊이가 너무 어두웠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있어선 유일한 빛이나 다름없던 여동생을 팔아넘기려 한다는 소식은, 불투명한 미래와 하찮은 현실에 순응하지 못하고 술집과 창녀촌으로만 나돌았던 란다가 차갑게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의 아버지는 란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정확히 일주일 후, 자신의 침실에서 피를 토한 채 발견된다. 누구도 망나니처럼 살아왔던 변방귀족의 죽음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장례조차 없었으니까.


란다는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본가로부터, 아니면 다른 귀족가문으로부터라도 온갖 더럽고 추잡한 일을 자처하여 도맡았다. 뒷세계에서 란다 가슈펠라르라는 이름이 점차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그나마 그의 가족들에게 동정을 보내던 친척들과 지인들도 혀를 차며 돌아섰다. 그러나 란다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여동생. 이 더러운 땅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과 다정함을 지니고 있는 이 여동생만큼은, 진정한 ‘가슈펠라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귀족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리라고.

자신은 손에는 검은 피를 묻히면서도 여동생의 손에는 향수를 바르게 해주었고, 자신은 전쟁터나 다름없는 골목을 누비면서도 여동생은 기사학원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신은 귀족의 이름을 빌려 쓰고 있는 깡패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여동생만큼은 ‘가슈펠라르’ 가문의 귀족자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다. 란다는 그런 ‘오라버니’였다.


“네가 이룬 자리야. 나는 그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나한테 감사할 필요는 없어.”


“아니에요, 오라버니는 제 아버지나 다름없었는걸요. 오라버니께선 언제나 절 위해 최선을 찾으시잖아요. 그 최선의 결과물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죠.”


아버지라.

란다의 다정한 미소 끝에 씁쓸함이 묻는다.


“부끄러우니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건 그렇고, 저번에 봤던 그 셰르라는 네 동기 말인데.”

갑작스러운 화제전환에 미세하게 동요하는 유진의 입가. 란다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다.

“시즈키치 가문이라는 걸 떠나서, 어떤 사람이냐?”


“어, 어떤 사람이라뇨? 그냥 동기일 뿐이라서......”


“그냥 동기?”


“예에.......”


와인잔을 홀짝이는 것만으론 란다의 붉은 시선을 피할 수 없다. 은은하게 흔들리는 조명과 시원하게 창문 아래로 쏟아지는 밤하늘도 란다의 미소를 거두진 못하고 있었다.


“동생아, 내가 너한테 처음 입대영장이 나왔을 때 했던 얘기, 기억나?”


“네, 이걸로 진정한 귀족으로서의 품위를 모두 갖출 수 있을 거라고.......”


“그래. 그 누구도 우리가 가슈펠라르 가문을 대표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 때문에 먼저 본보기가 될 필요가 있었어. 하지만....... 네가 결국 있어야 할 곳은 근위대숙소가 아니라 본궁이다.”

란다가 단호한 손짓으로 와인잔을 내려놓는다. 그건 이제 달콤한 음미의 시간이 끝났다는 걸 의미하기보다는, 남매가 마주앉아있는 진정한 의도가 드러난다는 뜻이었다.

“물론, 네가 근위대에 뽑혔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 널 기사로서의 길을 가도록한 게 나였으니까, 이보다 더 뿌듯할 일은 없겠지. 그런데 유진, 근위대의 필수복무기간이 몇 년인지 알아?”


“.......3년이에요.”


“그래 3년이지. 그리고 근위대의 대부분은 그 3년에서 만족하지 않고 복무연장을 해. 하지만 나는, 지금으로부터 3년 뒤에 네가 유진 대위님이 아니라 유진 의원님이라고 불리길 바란다.”


“.......”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주나 다름없는 네 지위에 걸맞은 배우자가 필요할 거다. 귀족파끼리의 연대를 굳게 다지고, 의회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지.”


“배우.......자?”


“유진, 지금 내 말을, 아버지라는 탈을 쓰고 있었던 짐승이 너에게 하려고 했던 짓과 똑같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건 나락으로 빠지는 길이 아니야. 모든 걸 원상태로 되돌리는 길이다. 본래 우리가 받아야 했던 시선, 존경, 그리고 대우. 그것들을 되찾아오는 방법이야. 그리고 나 혼자만으로는 이걸 해낼 수가 없어. 동시에, 나 이외에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너뿐이야.”


“.......”


빗겨가는 시선 속에서 피어나는 무거운 침묵. 란다는 시간을 짓누르고 있던 와인잔을 들어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난데없이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구나. 너도 알고 있겠지만, 내가 가장 우선시하는 건 바로 너의 생각이야. 강제로 너를 내 곁에 끌어다 놓을 생각은 없어. 아직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생각해보렴.”


“.......네에.......”








그 뒤로 오붓한 시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와인병이 비자마자 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정이 되기도 전에 홀로 남아버린 란다는 창틀에 기대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라버니께선 언제나 절 위해 최선을 찾으시잖아요. 그 최선의 결과물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죠.’


최선의 결과물.

그 단어를 입에 담으면서 동생의 눈을 빛내고 있었던, 마치 기적을 바라보는 듯한 경의의 시선.

그러나 그 기적의 실체를, 란다는 결국 동생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란다가 가슈펠라르 가문의 가주를 맡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동시에, 그가 처음으로 선대 가주인 윌리안 가슈펠라르의 감옥을 비밀리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란다는 윌리안을 방문하는 데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그는 오직 묻고 싶을 뿐이었다. 어째서 자신을, 자신의 가족을 버렸는지. 어째서 자신의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조금의 손길도 내밀지 않았는지. 추궁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윌리안을 대면했을 때, 란다는 다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란다 가슈펠라르. 언제쯤 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임에도 곧바로 자신의 이름을 내뱉은 것도 모자라 기다리고 있었다? 란다는 윌리안을 향해 따지려던 모든 적의와 의문을 잊어버린 채 그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윌리안은 너무도 쉽게, 너무도 간단히 그 진실을 말해주었다.




“너라는 인간의 기질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가문의 그 누구보다 가슈펠라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청년이었지. 그랬기에, 나는 우리가 무너질 때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로서 너를 그림자 속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대표귀족이라는 존재는 반역이라는 이름만으로 쉽게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지. 때문에 나의 적들은 내가 패배했을 때 나의 이름을 이을 수 있으면서도 가장 허약해 보이는 자를 얼굴로 내세우고 싶었을 거야. 나의 곁에 있지 않았으면서도, 나에게 버림을 받았으면서도, 나의 의지를 이을 수 있는 강인한 이름. 나는 그게 필요했다.”



란다는 처음엔 윌리안의 말을 의심했다. 그러나 점차 그가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자 가주로서의 자질에 매료되어갔고,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물론 란다는 그에게서 완벽한 적의를 거두지는 않았다. 그에게 있어 윌리안 가슈펠라르라는 존재는 어디까지나 실패이자 과거였을 뿐, 그에게서 직접적인 간섭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에 고민을 부여하는 사람, 잘못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즉, ‘필요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목소리.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숲의 공화국에서 살아가는 이상 윌리안이 선을 그어야 할 존재임은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마즈다힐로 오기 전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 때,

란다는 결국 유진의 이름을 윌리안에게 꺼냈다. 그에게서 해답을 찾기 원했다기보다는, 그를 투영하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 위함이었다. 섣부른 감정과 조절의 실패. 란다는 전대 가주의 실패원인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군에 묶여있는 여동생을 빼오는 방법이라........ 간단하지 않나?”


“예?”


간단?

예상치 못한 답변에, 란다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윌리안은 그런 그의 반응을 보며 너저분하게 자라난 수염 사이로 느긋한 미소를 흘렸다.


“근위대 소속의 기사가 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명예제대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뿐이지. 하나는 죽음, 다른 하나는 오직 ‘여기사’만이 가능한 방법이네.”


“여기사.......?”


“그래. 오직 여자만이 가능한 방법. 생각해보게, 그게 뭐일 것 같나?”







그때의 대화를 기억해내며, 란다는 아직 와인향이 남아있는 입술을 크게 핥는다. 말라있는 탓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술과 목소리가 메말라버린 건 단순한 밤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마주앉아 와인을 나누었던,

그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혈육.

처음으로,


그녀에게 진정한 죄악감이 들고 있었으니까.







=================








“야, 악마!”


부름에 답하여 뒤를 돌아보는 청년은 물론 악마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상과, 명석한 두뇌를 대변하는 안경 너머의 묽은 시선. 그가 동료 전투마법사들로부터 라즈텔라무스 보르케라는 이름 대신에 악마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에겐 재판을 받는 도중 악마에게 빙의되어 감옥을 탈출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감옥을 탈출한 건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악마와 검성이 나선 덕분에 혐의를 벗을 수 있었고, 처음 그가 재판을 받게 된 ‘생도포섭’건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징계만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이는 전 북부군사령관인 그라우치장군이 그의 부친인 덕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바로 그 그라우치장군이 모든 책임을 안고 북부사령관에서 물러난 것에 대한 정치적보상이나 다름없었다.

대학시절 동기를 포함한 지인 중 몇몇은, 그 모든 사건에도 불구하고 보르케가 검성의 곁에서 전투마법사로 복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론마법학과 졸업반의 수석과 차석이 모두 뜬금없이 전투마법사로 임관했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닐 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작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추측으로 끝날 뿐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고참을 향한 경례를 잊지 않는 보르케. 처음엔 온갖 소문으로 무성했던 그를 껄끄러워하던 시선들이었지만, 곧 적대감들은 그의 유능함으로 인해 많이 희석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묘한 불편함과 차가움은 여전히 보르케가 세워놓은 벽에 남아있는 상태였다.


“검성께서 찾으신다.”


“알겠습니다.”


검성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보르케는 옮기고 있던 물품을 내려놓고 도시의 중앙을 향해 달려간다. 색다를 것도 없는 풍경이었기에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맞이한 풍경은 분명하게 평소완 다른 온도를 품고 있었다.


“.......”


그 이상 굳힐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표정의 고도. 보르케는 병실을 나와 자신과 스쳐지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힐끗 돌아보고는 조심스럽게 병실에 노크를 한다.


“들어와.”


예상대로, 벤은 홀로 병상에 누워있었다. 고도의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언쟁이 있었을 것인데, 벤의 표정은 언쟁은커녕 자신의 망가진 무릎조차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심해 보였다.


“부르셨습니까.”


“아, 응. 바쁠 텐데 미안.”


“아닙니다.”


“다른 게 아니고, 개인적으로 부탁이 있어.”

듣고 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보르케.

“고도가 렌과 함께 따로 북쪽으로 나갈 거야. 너 혼자서 조용히 뒤를 밟아줘.”


“.......뒤를 밟으시라함은.......?”


“만약 렌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면, 네가 나서서 고도를 지켜줬으면 해.”


보르케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도 물론 렌이 누군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인간인지도 알고 있다.

그런 그와, 고도가 단둘이서 북쪽에 간다?

보르케는 마침내, 병실에서 나오던 고도의 표정이 왜 그러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 혼자 갑니까?”


“응. 렌, 그놈 감각이 꽤나 예리하니까 기사는 안 될 거 같고, 마법사 중엔 너밖엔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 들키지 않으려면 주의 깊게 움직여야 할 거야.”


평소였다면,

‘그녀’가 관련되지 않은 일반적인 명령이었다면,

보르케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경례를 올린 후에 병실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다.


“검성님.”


“응?”


“검성님에게 그녀는-”

퍼뜩, 차갑게 돌아오는 이성. 그는 간신이 목소리를 삼킬 수 있었다.

“.......아닙니다.”


“........? 그래.”


벤의 얼굴을 적시는 의문을 지워내기 위해 빠르게 경례를 올리고 문을 나서는 보르케. 그는 닫힌 문을 등지고, 크고 깊은 심호흡을 한다.


물론


그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변수의 굴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3 (막간) 하나의 밤하늘, 세 개의 달빛 +11 16.08.29 623 14 15쪽
242 (22막) 세 개의 오만 (14) +10 16.08.24 577 13 16쪽
241 (22막) 세 개의 오만 (13) +9 16.08.19 450 13 26쪽
240 (22막) 세 개의 오만 (12) +6 16.08.14 495 9 18쪽
239 (22막) 세 개의 오만 (11) +10 16.08.09 599 11 17쪽
238 (22막) 세 개의 오만 (10) +6 16.08.05 608 13 14쪽
237 (22막) 세 개의 오만 (9) +6 16.07.30 578 14 15쪽
236 (22막) 세 개의 오만 (8) +8 16.07.26 534 11 24쪽
235 (22막) 세 개의 오만 (7) +8 16.07.20 639 13 19쪽
234 (22막) 세 개의 오만 (6) +7 16.07.15 679 12 21쪽
233 (22막) 세 개의 오만 (5) +8 16.07.10 686 13 22쪽
232 (22막) 세 개의 오만 (4) +6 16.07.05 635 14 18쪽
231 (22막) 세 개의 오만 (3) +9 16.06.30 576 12 18쪽
230 (22막) 세 개의 오만 (2) +6 16.06.25 651 13 18쪽
229 (22막) 세 개의 오만 (1) +6 16.06.20 730 15 16쪽
» (막간) 현실을 마주하며 +4 16.06.15 751 16 16쪽
227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0) +10 16.06.10 729 14 21쪽
226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9) +8 16.06.05 730 12 16쪽
225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8) +4 16.05.30 698 15 19쪽
224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7) +6 16.05.25 724 11 19쪽
223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6) +4 16.05.20 955 10 22쪽
222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5) +5 16.05.14 777 12 18쪽
221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4) +2 16.05.09 703 13 15쪽
220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3) +6 16.05.04 1,028 12 18쪽
219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2) +4 16.04.28 742 16 17쪽
218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 +8 16.04.23 850 15 19쪽
217 (막간) 필요없는 증명. 필요한 증명. +10 16.04.18 739 18 13쪽
216 (20막) 증명 (9) +4 16.04.13 698 18 16쪽
215 (20막) 증명 (8) +8 16.04.08 671 20 16쪽
214 (20막) 증명 (7) +11 16.04.02 735 14 16쪽
213 (20막) 증명 (6) +10 16.03.28 783 13 15쪽
212 (20막) 증명 (5) +8 16.03.23 813 17 24쪽
211 (20막) 증명 (4) +8 16.03.18 948 16 23쪽
210 (20막) 증명 (3) +10 16.03.12 813 17 20쪽
209 (20막) 증명 (2) +10 16.03.07 887 20 19쪽
208 (20막) 증명 (1) +10 16.03.02 764 18 18쪽
207 (막간) 지평선으로 향하는 한걸음을 지켜보는 사람들 +8 16.02.26 810 19 17쪽
206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0) +8 16.02.21 911 24 21쪽
205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9) +10 16.02.16 1,033 20 22쪽
204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8) +6 16.02.11 809 17 28쪽
203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7) +6 16.02.06 765 19 21쪽
202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6) +6 16.02.01 828 17 22쪽
201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5) +10 16.01.27 820 17 17쪽
200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4) +10 16.01.22 965 16 18쪽
199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3) +8 16.01.17 707 20 18쪽
198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2) +10 16.01.12 773 20 19쪽
197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 +8 16.01.07 793 21 13쪽
196 (막간) 언젠가 +4 16.01.02 947 22 16쪽
195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2) +8 15.12.28 799 25 23쪽
194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1) +6 15.12.23 933 24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