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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344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6.04.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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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
추천
18
글자
16쪽

(20막) 증명 (9)

DUMMY

더 많은 상처를 새긴 쪽이 더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 기이한 상황.

그럼에도 지나의 흑도는 여전히 예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꺼번에 서너 발이 집중되는 화살과 총탄을 최소한의 영력만으로 빗겨내며, 야만적인 속도로 측면을 파고드는 제국기사의 얼굴에 검을 꽂아 넣는다. 그에 만족하지 않고 기사의 얼굴을 반으로 갈라내면서 흑도를 크게 휘두르자 간격의 바깥에 있던 병사와 기사들이 저마다 붉은 영혼을 뿜어내며 주저앉는다. 그러나 부하들의 목숨으로 만들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군단장의 검끝이 지나의 오른쪽 어깨를 찢으며 새로운 상처를 만들어내었고, 그에 반사적으로 흑도를 휘둘러 그의 옆구리를 베어내지만 흘러내리는 피는 오직 지나의 것뿐이었다.


“.......”


굳어가는 지나의 눈빛과 반대로 미소가 떠오르는 브란트의 입술. 어느새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는 상처를 만족스럽다는 듯 쓰다듬으며 군단장은 크게 한 바퀴 검을 돌려본다.


“알고 있겠지만, 내 목을 베고 머리를 터트리지 않는 이상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아. 물론 나는 그럴 생각이 없고.”

뚱뚱한 배를 흔들며 그가 손짓하자, 피의 축복에 중독된 기사와 병사 몇 명이 새롭게 지나의 곁을 에워싸기 시작한다.

“낯빛이 많이 창백해지셨는데, 언제까지 버티시려나?”


아직 완벽하지도, 익숙하지도 못한 ‘흐름의 경지’를 두 번이나 강행한 몸.

아군의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적들은 끊임없이 몰려든다. 지나는 브란트가 꿰뚫어 본 것 이상으로 지친 상태였다. 게다가 지혈은커녕 거세게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는 도시의 악의는 그녀가 지닌 기사로서의 회복력을 넘어서는 고통이었다.


“후우.”


아무리 심호흡을 해봐도 영력이 정돈되지 않는다.

아무리 적을 베어내도 피의 축복은 멈추지 않는다.

도시 전체를 뒤덮은 전투의 함성은 고착된 전선의 증거이자 고립의 증거.

그럼에도,

지나는 검을 든다.


마찬가지로, 시작은 날카로운 총성.

양측 건물의 옥상에서 날아든 탄환은 지나의 머리를 똑바로 노리고 들어오지만 이미 그녀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미세한 영력덕분에 탄도가 뒤틀려 빗겨나간다. 총성을 신호로 사방에서 병사들과 기사들이 달려들었고, 지나는 정면에서 도약해온 기사의 창을 피하며 그의 얼굴을 손가락을 짓뭉개는 것으로 그들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그 속도와 호쾌함은 눈에 띄게 둔해져 있는 상태였다.


“칫.”


그리고 결국 그녀의 피로는 몸이 사고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떨어져 나갔어야 할 제국기사의 얼굴이 얕은 공격으로 인해 숨을 이어갔고, 기사의 본능을 지배하고 있는 피의 갈망은 그에게 상처에 대한 공포대신 증오를 불어넣는다.

가슴이 찢어지고 양팔의 근육이 모두 끊겼음에도 지나를 향해 뛰어드는 기사. 가진 무기라고는 가지런한 이밖에 없었지만 그의 존재는 지나의 균형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지나는 팔뚝을 희생하여 그의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곧바로 자신의 피부를 물어뜯고 있는 그의 목을 베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추락하는 기사의 머리 뒤로, 피보다 불길한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하핫!”


일그러지는 미소.

그의 호쾌한 웃음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부하의 등을 꿰뚫은 그의 검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지나는 입술을 깨물며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



격통을 예상했다.

검이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낯선 감각을 예상하고 있었다.

결코 감지 않으리라 다짐한 눈이 실선까지 닫힐 정도로, 지나는 다가오는 치명적인 현실에 대비하고 있었다.


“.......”


때문에 먼저 위화감을 눈치챈 것도 지나였다.

부하의 등에 꽂힌 채, 그 이상 파고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군단장의 회색빛 검날.

목이 사라진 육체 너머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그의 동요.


“어......, 어째서.......”


브란트가 한걸음, 목이 없는 시신으로부터 물러난다.

그러나 그의 검은 여전히 부하의 등에 꽂힌 상태였다. 아니,


‘떨어져 나간 그의 팔이’, 주인의 곁으로 되돌아오지 못한 채 검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사라졌던 상처들이 하나둘씩 몸에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빨아들였던 모든 피를 바닥으로 내리쏟는다. 신음조차 흘러나오지 않는 고통이 브란트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고, 그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변 광경을 둘러본다.



도시를 잠식했던, 기사와 병사들의 의지를 잠식했던 ‘붉은 강’이,

미지의 생명이 되어 피어나고 있었다.


브란트의 상처와 제국기사, 병사들의 몸에 스며들었던 모든 ‘피’가

자연의 섭리를 따라 바닥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그 생명의 강에서, 붉은 새싹이 피어난다.


새싹은 줄기가 되어 높이 솟구치고,

그 끝에서 새빨간 잎을 피워낸다.

손톱보다 작았던 새싹이, 순식간에 두 팔로 감쌀 수 없을 정도의 나무가 되어 도시를 뒤덮기 시작한다. 그들은 나무라고 하기엔 너무도 미지근했고, 생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붉었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은 어렵지 않게 ‘나무’라는 명칭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째.......서....... 피의 권능이.......”


무너지는 신체와 정신 속에서도 브란트는 원망을 놓지 않는다. ‘그’가 약속했던 힘과 축복을, 브란트는 최후의 ‘생존수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가 겪어왔던 모든 굴욕, 그가 내버려야 했던 명예와 신념. 그 모든 자기파괴에 대한 보상이라고, 달게 받아들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피보다도 진한 승리를 약속했다.


“말했잖아.”

브란트의 눈과 같은 풍경을 담은 샛노란 태양이 군단장의 앞에서 떠오른다.

더 이상 붉은 선을 흘리지 않는 그녀의 상처 위로, 대신 새빨간 혀가 살짝 반짝이고 있었다.

“ ‘붉은 나무가 간다.’고. ”



예언과도 같이.

시작과 똑같은 끝.


브란트는 끝내, 허무하게 내려오는 먹색의 불길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트린다.





====================





“.......뭐야 저게?”


근위대의 위치를 조정해주는 것도 잊은 채, 로빈은 멍하니 성내의 풍경을 내려다본다.

붉게 만개하는 생명. 그리고 사라져가는 광기.

당황한 것은 카나반군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무’라는 형상은 묘하게 로빈의 마음을 안식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로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리자, 숨을 헐떡이며 성벽 위로 올라서는 친구의 얼굴이 보인다.


“벤? 너 어디서....... 야, 저게 뭐야? 저건 무슨-”


“신경 쓰지 마. 지휘에만 집중해. 조금만 버티면 ‘그녀’가 올 테니까.”


신경 쓰지 말라?

그 말은 즉,


“.......저거 네가 한 짓이야?”


“신경 쓰지 말라니까. 안쪽이 정리되는 덴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그러니까 ‘그녀’가 올 때까지만 버텨봐.”


“그녀라니? 누구?”


로빈의 되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블라고슬로바 기사 하나가 근위대의 저지를 뚫고 로빈의 뒤로 다가선다. 동시에 벤이 손을 들어 올리며 주문을 외웠고, ‘붉은 나무줄기’가 성벽 바닥을 뚫고 올라와 기사의 목을 뒤틀어버린다. 반사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내뱉었지만, 로빈의 눈썹은 그 붉은 줄기를 확인하는 순간 살짝 뒤틀리고 있었다.


“아, 내가 말 안 했나? 너랑 크라트 대장의 이름 좀 빌려서 후방에 얘기해놨거든.”


“후방? 보급대 말이야? 거기 지금 이백 명도 안남아 있을 텐데?”


200이라는 숫자만으론 지금 바깥의 상황을 뒤집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벤은 희미하게 웃으며, 지평선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응, 맞아. 근데 거기 무서운 사람 한 분 계시잖아.”


“.......무서운 사람?”


“너나 나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그러더라.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가 누군지 아냐고.”

벤의 하얀 손가락이 향하고 있는 남서쪽의 지평선.

그곳엔 어느새 겉보기에도 빈약해 보이는 작은 군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답은 ‘화난 엄마’래.”





===========================




이미 의수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신히 작은 동생을 붙드는 것까지는 가능했으나, 쥬넨의 검을 막아내는 데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올리는 일방적인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큭.”


빠르게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쥬넨의 검을 월도로 막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 영력의 후폭풍까지는 견디지 못해 올리는 옥상 아래로 추락한다. 물론, 품 안에 안은 동생이 다치지 않도록 그녀는 양팔로 동생을 껴안고 자신의 몸을 완충제 삼아 노점상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고스란히 모든 충격이 그녀의 몫이 되었지만, 덕분에 정신을 잃었음에도 로즈는 상처 하나 없이 평화롭게 숨을 쉬는 중이었다.


“검을 버리고 아이를 내놔라.”


숨을 고를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어느새 따라 내려와 검을 겨누고 있는 쥬넨. 그러나 그의 먹색 눈동자에 서린 적의의 시선 앞에서도 올리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납치해간 것도 모자라 이젠 칼까지 대시겠다? 아주 기사로서의 긍지가 넘쳐흐르시는구만?”


평정심을 유지하곤 있지만, 쥬넨은 입가가 씰룩이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다시 묻지 않는다. 아이를 내놔.”


“진정한 기사의 길을 찾아 조국을 버렸다는 새끼가, 고작 빌붙어서 한다는 일이 어린애 납치하고 죽이는 거냐?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지금 네 꼬라지를 보라고.”


그가 숨을 삼키고,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쥬넨과 올리는 동시에 도시를 휘감는 위화감을 느낀다. 미세한 진동과 함께, 무겁게 도시를 짓누르던 공기가 점차 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올리는 쥬넨의 눈치를 보느라 그 현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쥬넨은 본능적으로 하나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댄 스파인이 애타게 자신을 찾고 있을 것이란 사실도.


“.......라.”


“뭐?”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흘러나온 그의 목소리에, 올리는 잔뜩 경계심을 세우며 자세를 고쳐 잡는다. 하지만, 마주친 먹색 눈동자와 함께 똑똑히 들려오는 그의 말은 그녀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을 품고 있었다.


“가라. 생각을 바꾸기 전에.”


“.......하! 뭐, 내가 고마워할 줄이라도 알았나?”


“.......가라.”


검집으로 악의를 되돌리고, 쥬넨은 미련 없이 뒤돌아 골목을 빠져나간다. 정체모를 호의에 올리는 바닥에 침을 뱉고 도약하는 것으로 보답했지만,

뒤돌아선 쥬넨의 표정이 온갖 복잡한 감정으로 물들어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다.






=====================






전투와는 동떨어져 있는, 적막한 북동쪽의 망루.

도시의 정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붉은 형상 하나가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었다. 목소리는커녕, 이 세상의 존재인지조차 의심스러운 형상이었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다가오는 그림자를 눈치채고 중후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이게 네가 말한 ‘소용돌이를 뒤흔들 파동’인가? 결국 너 또한 멋대로 소용돌이에 발을 담근 꼴이 아니냐?]


“허어, 왜 자연스럽게 내가 훼방을 놨다고 생각하는데?”


어둠이 그림자에서 기어 나와 마찬가지로 형상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러나 간신히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붉은 것’과는 달리, 그림자는 선명한, 그것도 소년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중이었다. 물론, 두꺼운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낀 채로.


[피의 해방, 간섭과 뒤틀림이다. 이곳에 너 말고 누가 있단 말인가? 저 의도적이고 간사한 나무의 형상은 네 고약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도발이 아닌가?]


“흥.”


붉은 형상은 소년의 콧방귀를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세뮈엘이 시작했고, 내가 화답했다. 그리고 네가 키운 꼴이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폭발을 억누르던 안전장치마저 사라진 셈이 되었어. 이건 소용돌이를 뒤흔드는 파동 따위가 아니야. 이제 모든 게 뒤틀릴 거다. 거짓된 주인이 바라보는 세계도,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도.]


“니 새끼들끼리 신나게 싸우셔. 나는 신경 안 쓴다.”


[도망가려는 건가?]


“난 도망간 적 없어. 예전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그래. 앞으로도 그럴 테고.”


붉은 형상은 잠시 침묵한다. 눈동자는커녕 얼굴 자체가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지만, 소년은 자신을 향하고 있는 시선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냐? 그 모든 눈물과 비명에도 침묵하고 있던 네가, 어째서 갑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냐? 무엇이 너를, 누가 너를 그렇게 만든 거냐?]


“우리가 저 새끼들보다 많은 시간을 품어왔다고 해서, 우리가 진실이라는 뜻은 아니야. 내가 바하이트의 이름으로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깨달은 게 바로 그거였어. 그랬기에 본질이 되기를 거부한 거고. 하지만 니 새끼들이 소란스럽게 치고받고 지랄하는 바람에 낮잠에서 깨어난 거지. 그뿐이야.”


[.......너의 고귀함과 현명함 앞에 의심을 내려놓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선택, 네가 있을 곳을 너무도 성급하게 정한 그 선택을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거라 형제로서 경고를 해주고 싶군.]


“응, 고마워. 이제 꺼져.”

벌레라도 내쫓는 듯한 소년의 손짓. 그에 붉은 형상은 잠시 일렁이더니, 곧바로 도시의 다른 모든 ‘붉은 것’과 마찬가지로 바닥을 향해 스며들어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또한 새빨간 새싹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소년은 살짝 콧노래를 부르며 그 새싹이 나무로 피어나기 직전 뽑아내어 자신의 하얀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너무도 극단적이고 선명한 색과 색의 만남이었기에 새싹의 온기는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단 한 방울. 한 방울이면 충분해. 그게 모든 걸 더럽히는 독인지, 새로운 생명을 위한 눈물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애초에, 그 한 방울은 나 같은 새끼들의 몫이 아니니까.”



긍정과 체념의 경계가 애매한 미소와 함께,

악마의 깊은 시선은 저 멀리, 잘 보이지도 않는 건물의 옥상 위,

작은 태양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향하고 있었다.








기세는 역전되었으나 전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댄 스파인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제국의 지휘부는 예상치 못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군을 재정비하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북동문을 개방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외부요인도 개입하지 않은, 순수한 힘과 힘의 대결. 그러나 아직 피의 잔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국군은 그 반발력에서 오는 무력감과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는 중이었다. 함성이 기울고, 서서히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는 시가지.

그 모든 전장의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위에

작은 태양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

천천히 발을 올려 옥상 난간 위에 걸터앉는 태양. 온몸의 근육과 관절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온화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바로 옆에 내려놓은 머리의 표정 또한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이걸로......., 이걸로 조금은......., 응? 할아버지........ 조금은 닿지 않았어?”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건 이미 목소리가 사라진 적장의 머리 뿐,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고 따스하게 미소 짓는다.


한때 이 ‘검’을 얻기 위해 포기했던 것.

지금은 그것을 위해 검을 잡고 있다.

하지만 그런 표면적인 이유보다도,

그녀에게 있어 이번 과정은

하나의 증명이었다.




그의 이름.

그의 핏줄.

그의 검.




그 모든 것이 헛되지 않고,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고 공화국의 뿌리 속에 남아있었다는,

거대한 증명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끝이자 거대한 시작에서,




지나는 만족스럽게 웃는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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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막간) 하나의 밤하늘, 세 개의 달빛 +11 16.08.29 623 14 15쪽
242 (22막) 세 개의 오만 (14) +10 16.08.24 578 13 16쪽
241 (22막) 세 개의 오만 (13) +9 16.08.19 450 13 26쪽
240 (22막) 세 개의 오만 (12) +6 16.08.14 497 9 18쪽
239 (22막) 세 개의 오만 (11) +10 16.08.09 599 11 17쪽
238 (22막) 세 개의 오만 (10) +6 16.08.05 608 13 14쪽
237 (22막) 세 개의 오만 (9) +6 16.07.30 578 14 15쪽
236 (22막) 세 개의 오만 (8) +8 16.07.26 534 11 24쪽
235 (22막) 세 개의 오만 (7) +8 16.07.20 639 13 19쪽
234 (22막) 세 개의 오만 (6) +7 16.07.15 680 12 21쪽
233 (22막) 세 개의 오만 (5) +8 16.07.10 686 13 22쪽
232 (22막) 세 개의 오만 (4) +6 16.07.05 635 14 18쪽
231 (22막) 세 개의 오만 (3) +9 16.06.30 576 12 18쪽
230 (22막) 세 개의 오만 (2) +6 16.06.25 651 13 18쪽
229 (22막) 세 개의 오만 (1) +6 16.06.20 730 15 16쪽
228 (막간) 현실을 마주하며 +4 16.06.15 751 16 16쪽
227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0) +10 16.06.10 731 14 21쪽
226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9) +8 16.06.05 731 12 16쪽
225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8) +4 16.05.30 699 15 19쪽
224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7) +6 16.05.25 724 11 19쪽
223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6) +4 16.05.20 956 10 22쪽
222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5) +5 16.05.14 777 12 18쪽
221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4) +2 16.05.09 703 13 15쪽
220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3) +6 16.05.04 1,029 12 18쪽
219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2) +4 16.04.28 743 16 17쪽
218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 +8 16.04.23 851 15 19쪽
217 (막간) 필요없는 증명. 필요한 증명. +10 16.04.18 739 18 13쪽
» (20막) 증명 (9) +4 16.04.13 699 18 16쪽
215 (20막) 증명 (8) +8 16.04.08 671 20 16쪽
214 (20막) 증명 (7) +11 16.04.02 735 14 16쪽
213 (20막) 증명 (6) +10 16.03.28 783 13 15쪽
212 (20막) 증명 (5) +8 16.03.23 813 17 24쪽
211 (20막) 증명 (4) +8 16.03.18 948 16 23쪽
210 (20막) 증명 (3) +10 16.03.12 813 17 20쪽
209 (20막) 증명 (2) +10 16.03.07 887 20 19쪽
208 (20막) 증명 (1) +10 16.03.02 766 18 18쪽
207 (막간) 지평선으로 향하는 한걸음을 지켜보는 사람들 +8 16.02.26 810 19 17쪽
206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0) +8 16.02.21 912 24 21쪽
205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9) +10 16.02.16 1,033 20 22쪽
204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8) +6 16.02.11 810 17 28쪽
203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7) +6 16.02.06 766 19 21쪽
202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6) +6 16.02.01 828 17 22쪽
201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5) +10 16.01.27 821 1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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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2) +10 16.01.12 773 20 19쪽
197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 +8 16.01.07 794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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