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233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6.02.11 20:36
조회
809
추천
17
글자
28쪽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8)

DUMMY

“무역협회로부터 관세조율안이 들어와 있습니다. 주로 병기수출에 대한 것들인데, 서경을 포함한 몇몇 도시에서 병기를 포함한 군수물자 유출이 급격하게 상승한 모양입니다.”


“.......”


“최근 들어 다시금 블라고슬로바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결사협회와 용병들 간의 분쟁에 우리 쪽이 연관되어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각하?”


“........”


“.......야, 그륜.”


“이때다 싶어서 반말로 부르지 마라. 다 듣고 있거든?”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자신의 경호실장이자 비서인 재규를 향해 그륜은 창밖을 향하고 있던 의자를 빙 돌려 바로 앉는다.


“‘그들’의 이야기 때문에 그러십니까?”


재규가 말한 ‘그들’이 누구인지는 굳이 되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침묵의 기사단이고 나발이고 전통이니까 어쩔 수 없이 자금을 내주기는 하겠지만....... 도대체 어쩌려는 속셈일까, 그자들은?”


“로빈슨 왕과 카나반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거 말이죠.”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게나 자란 짧은 수염이 삐죽삐죽 올라와 있는 턱을 벅벅 긁어대는 그륜.


“그 ‘수단’이 뭔지 알 수만 있다면 나도 어떻게든 대응을 해보겠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돈만 조달하는 꼴이니 답답하잖아! 내 돈이 어디에 투자가 되는지 알 수 없는 거야말로 장사꾼으로서의 가장 큰 수치라고!”


“대립하는 양쪽 모두에 투자하여 가장 큰 이득을 챙기는 것. 당신이 제일 자신 있어 하는 분야 아니었습니까?”


“문제는, 지금 정황상 양쪽에 투자한 것 모두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야!”

어디에 지켜보는 눈과 숨어듣는 귀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 그럼에도 그륜은 크게 소리치며 욕설을 내뱉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에이 씨발 나보고 어쩌라고? 지금까지 투자한 게 얼만데 입 싹 닦고 모른 척 하라고? 그럼 내 돈은!?”


“.......내 돈이라니요, 그건 엄연한 국민들의 세금 아닙니까.......”


“뭔 개소리야?”


구겨진 얼굴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륜을 향해 재규가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그는 이 대통령의 눈동자에서 장난기가 사라져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각하, 설마-”


“당연히 내 사비로 벌인 일이지, 장난 하냐? 내가 아무리 뼛속까지 장사치일지라도 국고를 건드릴 정도로 막장은 아냐.”


“그냥 놈들에게 추적당하기 쉬운 돈이라 그런 건 아니고요?”


“아, 물론 그런 것도 있고. 헤헤.”


히죽 웃어 보이는 그륜. 겉으로는 마주 웃고 있으면서도, 재규는 이 대통령에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 사람은 욘의 대통령이기 전에 국제무역협회의 회장이자 수많은 다국적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주다. 그러나 본인과 가문의 재산만으로 국가규모의 분쟁을 주무를 수 있을 줄은, 줄곧 그를 모시고 있었음에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자금의 출처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 남자는 그런 사람이겠지.


“그건 그렇고........ 나는 왜 침묵의 기사단이 이렇게까지 카나반의 왕에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네.”


“예상치 못한 변수라서 그런 거겠지요.”


재규의 모범적인 답변에 그륜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빠르게 가로젓는다.


“아니, 진짜로 로빈슨이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면 최대한 빠르게 제거를 했겠지. 기회는 많았어. 그런데 정작 그는 냅두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후계를 봉쇄시키고, 그로써 20년 전의 혼란이 다시 카나반에 몰아치게 한다-라는 의도로. 그런데 말이야.......”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발을 내리고, 과한 맥주로 인해 흐릿해졌던 눈빛을 되살리는 그륜.

“놈들은 그 수단에, 정말로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본 걸까?”


“.......예?”


“생각해봐. 로빈슨이 즉위한 뒤에 서열상으로는 위인 그의 형이 나타났고, 비록 절반이지만 붉은 나무의 피를 가지고 있는 여동생까지 나타났어. 게다가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신기능을 잃은, 선대 검성의 후계자와 결혼식까지 올렸다고. 표면적으로는 로빈슨의 정치적 입지가 굉장히 위태한 상황이지. 어디서 반역의 불꽃이 타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잖아? 그런데 카나반의 어느 그 누구도 그럴 기미가 보이질 않아. 오히려 똘똘 뭉쳐있는 느낌이야. 지금 상황에서, 혹은 지금 상황이 길게 유지된 후에 로빈슨이 죽어버린다 해도, 과연 20년 전처럼 피바람이 부는 혼란이 카나반에 찾아올까?”


“공화국 내부에 왕의 반대세력은 이미 있지 않습니까.”


“아아, 그래. 란다 가슈펠라르? 그 새낀 아직 어려. 전임인 윌리안 가슈펠라르처럼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할 동기도 없고, 그 정도의 힘도 없고, 배짱도 없어. 기껏해야 의회에서 로빈슨과 왕당파에게 딴지를 거는 정도가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전부겠지.

이 체계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커. 만약 이번에 카나반이 마즈다힐을 점령한다면, 그 굳기는 더욱 단단해질 거야. 그런데 놈들이 카나반의 승리를 경계하면서도, 정작 로빈슨을 치지 않고 방치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 그게 정말 궁금해.”


이 사람에게 있어 호기심은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다. 지금 입맛을 다시며 히죽히죽 미소를 흘리고 있는 입가가 바로 그 증거. 재규는 자신의 주인에게 현실로 되돌아올 것을 조언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결정을 하셔야합니다. 직접적인 견제는 없었지만, 아마 침묵의 기사단은 각하께서 대(對)제국동맹의 구성에 동참했다는 의심은 하고 있을 겁니다. 당장 그들이 원하는 자금을 내주어 모면했어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말 그대로 싸우고 있는 양측 모두에 지원을 하고 있는 모양새 아닙니까.”


“뭐어 그렇지. 놈들은 내가 카나반과 브린타이나, 그리고 그들 사이에 껴있는 팔루뎀이라는 도시를 통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안다면 불편해할 것이고, 로빈슨 또한 내가 방금 전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면 승질을 부리겠지. 지금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어. 결론은-”


더욱 미소를 짙게 띠우며, 그륜은 셔츠의 앞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 동전의 뒷면에는,

지금 그의 얼굴과 똑같은 미소가 정성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이기는 편이 내 편이다, 이거야.”





==========================




“저건 무슨-!”


전장에 있는 모든 제국군 지휘관들과 마찬가지로, 쥬넨은 중앙을 뚫고 평원을 가로지르는 카나반의 기병대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대령님! 쥬넨 대령님! 본진에서 급히 회군하라 하십니다!”


“뭣?”

그리고 곧바로 다가선 통신장교의 목소리가 그의 당혹감을 더욱 짙게 물들인다.

“무슨 소리냐, 회군이라니?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우린 이대로 적의 본대를 노리겠다고 해라! 우리 본진이 무너진다고 해도, 남아있는 적의 보병대를 전부 몰살시키면-”


“에밀리오 장군님의 명령입니다! 이미 예비대도 회군을 시작했습니다!”


“바보 같은!”

진심 어린 분노의 목소리. 그 영력의 파동에 명령을 전달한 통신장교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모든 기병들의 시선이 쥬넨에게 집중된다.

“지금 뒤늦게 돌아간다고 해서 저 기세를 막을 수 있겠는가?! 본진엔 장군님을 비롯하여 뛰어난 기사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들이 최대한 버티는 사이 남아있는 적의 본대와 병력에 최대한 타격을 주어야 이 전투만이 아닌, 전쟁 그 자체를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대로 물러날 거면 영격을 나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장군님의 명령입니다.”


지휘관으로서의 전술적인 판단도, 상황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이성적인 시선도,

‘장군님의 명령’이라는 이 한마디와, 이쪽을 향하는 제국기사들의 불편한 시선에 묻혀 빛이 바랜다. 유연하지 못한 명령체계라던가 최고지휘관의 무능력 따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신뢰를 받는가, 받지 못하는가의 차이였다. 그런 의미에서, 쥬넨은 자신이 실패했음을, 그리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부터 본대의 구원에 나선다. 무거운 장비는 모두 버리고 최대한 가볍게 움직인다. 돌격대형을 유지한 채 적 기병대의 측면을 찌르겠다.”


이미 그 어떤 군세보다도 제국군본진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베르달 기병대를 따라잡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 물론 중기병이 주류인 기병대에게 가벼운 무장을 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그의 명령을 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쥬넨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만약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본진의 궤멸을 방치한다면, 적국 출신의 지휘관과 그의 휘하에서 명령을 받은 자들이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는 너무도 명백했기 때문에.







“밀집대형을 유지해라! 방패병과 장창병을 선두로! 공병대는 빠르게 저지물을 설치하라! 보호막은 필요 없어! 마법사들은 화력만 쏟아붓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음에도 에밀리오는 당황하지 않고 직접 일일이 부대를 지휘한다. 수십 년간 전장에서 쌓은 경험과 그를 바탕으로 부여받은 ‘장군’이란 직책은 역시 쉽게 얻을 수 있는 영광이 아니었다. 다만, 그 영광에서 오는 드높은 자신감이 그의 분노를 과도하게 끌어내고 있었다.


“장군님, 지금이라도 예비대와 기병대의 복귀를 재고해주십시오. 지금 그들을 불러들여 적기병대를 와해시킨다 해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남은 아군보병대가 위태해질 수-”


자신의 곁으로 다가선 댄을 힐끗 노려보는 에밀리오.


“내 평생 본대가 무너지는 꼴은 보인 적이 없소!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아니, 있어선 안 되는 일이오! 적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쪽의 본대를 무너트려 사기와 기세를 역전시킬 생각이겠지! 그 택도 없는 계책을 무너트리고, 남아있는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면 되겠지!”


“아군의 본대가 무너져도 큰 전투에 승리할 수만 있다면, 패배한 카나반군에겐 미래가 없게 되는 겁니다!”


“그대는 지금 저곳에 남아있는 우리 제국2군단의 정예병들이 예비대와 기병대의 도움 없이는 저깟 숲촌놈들도 다루지 못할 정도로 유약하다고 보는 건가?”


“장군이야말로 숲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베르달군을 너무 우습게 보시는 것 아닙니까?”


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밀리오는 크게 화를 내며 자신의 장검을 뽑아든다.


“닥쳐라, 네 이놈!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그 더러운 혀로 아군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내 결정을 흩트려놓겠다는 의도인가?! 부관! 당장 이놈을 포박하여 군단 본부로 보내라! 죄명은 반역이다! 하긴, 한 번 반역한 놈이 두 번 하기는 쉬웠겠지!”


“장군-!”


억울함을 호소하려 댄이 다가서지만, 이미 그와 에밀리오의 사이엔 다른 기사들이 비집고 들어와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말 양옆으로 다가오는 건장한 두 기사를 눈치챈 댄. 결국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에밀리오의 시야에서 벗어난다.



“놈들이 온다!”



술렁이기 시작하는 제국군의 본대. 동시에 명령을 내릴 것도 없이 곳곳에서 마법사들의 포격마법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물론 그 대상은 이쪽을 향해 직선으로 빠르게 접근 중인 베르달의 기병대였다.

온갖 속성의 마법들이 보호막과 주변의 땅에서 폭발하며 폭연을 내리깔았고, 그 규모는 기병대의 선두와 진입로를 모두 덮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런 화력이라면, 적의 기세도 주춤할 수밖에 없겠지-

라고

지켜보던 모든 제국군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얇은 빛줄기 하나가, 연기를 뚫고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모두가 일종의 파편, 혹은 폭발에 휘말린 병사의 몸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늘로 솟구친 그것은 분명한 군마의 형상, 거기에 확실한 의지까지 지니고 있었다.


뛰어오른 속도보다도 빠르게 지상으로 낙하하는 그 존재와, 그 존재의 끝에서 불타고 있는 검은 불꽃의 열기. 마치 낙하하는 태양처럼, 그녀는 제국군의 정중앙에 흑도를 꽂아 넣는다.


“-!”


여태껏 접해오지 못했던,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굉음이 전장을 휘몰아친다. 진원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로빈의 시선조차 끌어당길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놀라움을 거두고 미소를 머금는다. 그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영력이 피부로, 그리고 머릿속으로 스며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폭탄’이 터진 것은 장창병과 방패병이 밀집해있던 제국군 본대의 중앙, 가장 견고함을 자랑하던 진형의 한복판이었다. 이미 주변은 충격으로 사지가 찢겨져 나간 병사들의 비명과 신음이 가득했고, 운 좋게 피해를 면한 외곽의 병사들 또한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참다가 터트리려니 조절이 잘 안 되네에.”


그리고 살육의 파도 위로 새빨간 혀끝과 미소를 띄우며 모습을 드러낸 작은 태양이 있었다.

이미 제복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이 얇은 강화복 하나만을 몸에 붙이고 있는 작은 육체였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모두의 이성과 본능을 휘어잡을 정도로 거셌다. 그럼에도, 먼저 움직인 것은 그녀였다.


“어?”


첫 번째 대열의 지휘를 맡고 있던 제국기사는 눈 깜빡할 사이 자신의 앞으로 도약해온 그림자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그녀의 흑도가 자신의 머리 위로 내리꽂히는 순간, 기사는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검은 불꽃의 궤적을 막아보려 했지만 제대로 영력조차 실리지 않은 검이 막아내기엔 흑도의 불길은 너무도 선명했다.

마치 물렁한 빵을 잘라내듯 기사의 검과 두개골을 관통한 그녀의 흑도가, 그대로 멈추지 않고 그녀의 몸과 함께 크게 원을 그린다. 직접 불꽃에 닿은 자들은 그 속도에 놀라며 쏟아지는 자신의 내장을 내려다보았고, 그들의 뒤에 있던 자들은 직접 불꽃에 닿지 않았음에도 잘려나간 자신의 팔과 다리에 경악한다.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 환부는 그들의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었다. 그 공포를 가져다 준 끔찍한 태양은 뒤로 물러나는 적들을 둘러보며 얇게 미소 짓는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노리고 있었던 ‘간격’이었기 때문에.


“너희들, 뭔가 잊은 거 없니?”


지나가 살짝 뒤로 뛰어오른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제국군의 창이나 방패가 아닌, 바로 그녀가 옮겨 탔었던 준마였다. 연기를 뚫고, 베르달의 기병대가 들이닥친 것이다.


“대, 대열을-!”


세로로 잘려나간 지휘관을 대신하여 부관이 뒤늦게 병사들의 밀집을 되돌리려 하지만, 이미 지나를 필두로 한 기병대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허술해진 방어벽을 박살 내며 진입하는 중이었다. 지나와 크라트, 그리고 올리의 선두가 송곳니를 이룬 기병대의 돌진은 저항하는 모든 생명을 집어삼키며 제국군 본대의 전방을 와해시킨다. 그 기세는 막을 수도, 늦출 수도 없는 거대한 홍수. 지켜보던 에밀리오의 미간이 구겨진 것은 물론이었다.


“고조부의 이름을 업고 오만하게 날뛰는 군. 저년만 죽이면 보잘 것 없다. 안토니, 벨리아! 달라무 가문과 2군단의 명예를 걸고 카나반 왕비의 목을 따와라!”


“옛.” “옛!”


에밀리오와 요격군이 가지고 있던 비장의 무기. 자신의 쌍둥이 아들과 딸을 동시에 내보내면서 그는 자신의 장검을 검집으로 되돌려 놓는다.

역시나 기병대를 운용해 본 적 없음이 드러나는 어설픈 돌파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전력을 선두와 외곽에 배치시킨 것일 테지만, 그 선두의 기세만 꺾어놓는다면 저 돌파는 곧 힘을 잃고 퇴로가 없음에 절망할 것이다. 회군하는 기병대와 예비대를 통해 이들의 숨통을 끊고, 전투가 승리로 마무리되는 그림이 에밀리오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에밀리오의 명령을 받은 안토니와 벨리아는 자만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라는 기사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고, 효과적으로 그녀를 제압할 수단을 철저하게 계산했다. 그녀가 휘두르고 있는 흑도 오미누스움브라, 그리고 ‘흐름’의 핏줄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영력의 방출까지. 혼란의 정점인 전장에서도 자신을 노리고 들어오는 적의와 영력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그 감각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선 오직 하나의 방법밖엔 없다고 쌍둥이남매는 합의한다.


앞길을 틀어막으려는 보병의 무리를 흑도와 영력의 방출로 무너트리며 달려드는 지나. 그녀의 샛노란 시선에 거대한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 날아드는 모습이 보인다. 영력이라곤 보이지 않는 평범한 병사였다. 그러나 그 부자연스러운 도약과 그의 당황한 표정으로부터, 지나는 무엇이 저 병사의 그림자에 숨어서 다가서고 있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지나가 흑도를 휘둘러 날아오던 병사의 몸을 반으로 가른다. 그로 인해 지나의 전신을 덮쳐오는 피와 내장들이 그녀의 시선을 어지럽혔지만, 시체 사이로 찌르고 들어오는 검을 손등으로 쳐내는 데엔 무리가 없었다.


“병사를 방패로 삼다니, 그러고도 기사야?”


말목 위에 앉아 경멸이 담긴 지나의 미소를 마주하는 벨리아. 카나반의 여왕은 그대로 흑도를 휘둘러 불청객의 머리를 노렸지만, 여인은 믿을 수 없는 유연함으로 허리를 뒤로 젖혀 그 공격을 피해낸다. 동시에, 그녀는 활처럼 휘었던 허리를 세우며 그 반동을 이용하여 지나에게 달려든다. 어느새 왼손엔 품에 숨기고 있었던 비수가 어두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흥.”


내달리는 말 위에서 벌어진 기습이었지만 지나는 당황하지 않는다. 슬쩍 몸을 틀어 그녀의 검을 피하고, 심장을 향해 파고들던 비수의 손잡이를 여인의 손가락과 함께 틀어쥔다. 우드득-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지만, 여인의 표정엔 그 어떤 고통도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물드는 순간이었다.

지나가 여인을 내팽개치기 위해 상대의 박살 난 손을 바깥으로 끌어당긴다. 그러자 벨리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기를 내팽개치고 달려들어 지나의 허리를 두 다리로 감싸온다. 한번 헛나간 흑도로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군을 치워내야 했기 때문에 지나는 인간족쇄에 붙들린 것이나 다름없는 형태가 된 것이다. 손과 발 모두가 봉쇄당한 상태에서 쓸 수 있는 무기는 오직 하나. 지나는, 부러지다 못해 걸레짝이 된 여인의 손을 끌어당겨 그녀의 안면에 자신의 이마를 들이박는다.

여인의 안면이 함몰되고 깨진 두개골이 튀어나와 상처 사이로 피가 솟구친다. 충격으로 그녀의 왼쪽 안구가 흘러내렸지만, 그럼에도 벨리아는 지나를 놓지 않는다. 짧은 욕을 내뱉으며 지나가 다시 한 번 이마를 들이박는다. 무너진 코뼈 사이로 뇌수가 흘러내림에도 그녀는 끝까지 지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녀의 쌍둥이형제, 안토니가 달려든 것이 바로 그때였다.

움직임이 봉인된 채 말위에 있는 지나가 새로운 사냥꾼의 등장에 할 수 있는 대처는 많지 않았다. 영력을 담어 흑도를 휘둘러보았으나, 그 흐름을 미리 알고 있었던 안토니는 상체를 숙여 그가 타고 있던 말의 목을 대신 희생양으로 삼는다. 말이 쓰러지면서 뛰어오른 그가 착지할 곳은 정해져 있었다.

그의 모든 영력이 담긴 회색빛의 검끝이 태양을 향해 내리꽂힌다. 아무리 괴물 같은 기사일지라도 맨몸으로 이 공격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쌍둥이여동생이 목숨을 바쳐 만들어낸 기회를 놓칠 정도로 안토니는 무른 기사가 아니었다.


“어딜.”


그러나 그의 이스누시아산 연철검이 꿰뚫은 것은 카나반 여왕의 미간이 아닌, 누군가의 투박한 의수였다. 그렇지 않아도 너덜너덜해져 있었던 의수는 공격의 충격으로 인해 박살 나며 사방으로 손가락들을 흩뿌렸지만, 덕분에 안토니의 검끝은 지나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잘라내는데 그칠 수 있었다.

검이 박힌 의수를 그대로 끌어당겨, 올리는 불청객과 함께 낙마하여 바닥으로 추락한다. 동시에 지나는 자신을 얽매고 있던 시체의 다리가 풀려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마에서 콧잔등으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지나는 자신이 처음부터 노려보고 있던 눈동자가 가까이에 다가와 있음을 깨닫는다.






“저년이.......!”


자식들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본대가 유린당하는 참상을 막지 못했기 때문일까. 에밀리오의 얼굴과 목소리가 새빨간 분노로 물들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인 그를 만류한 것은, 에밀리오가 이곳에 있기를 허락하지 않은 자였기에 그의 분노는 더욱 높게 솟구친다.


“장군님, 퇴각하셔야 합니다.”


“댄 스파인! 반역자가 왜 다시 돌아온 것이냐?! 헌병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퇴각이라니? 무슨 개소리를-”


“장군, 저 뒤의 전장을 보십시오. 아군이 밀리고 있습니다.”


“.......뭐?”


마침내 에밀리오의 시선이 본대에 치고 들어온 기병대를 벗어나 먼 곳의 전장을 찾는다. 그리고 에밀리오의 얼굴은 분노에서 경악으로, 경악에서 또다시 분노로 뒤바뀐다.


제국군이 무너지고 있었다.


“어.......어째서....... 내 정예군이.......”


“중앙이 돌파당하고, 본대가 당하고 있는 와중에 예비대와 기병대까지 빠졌습니다. 지휘부도 없는 가운데 저들이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빨리 피하십시오. 퇴각해서 재정비한 후에 군단장님의 명령을 기다리십시오. 장군님만 계신다면, 언제든지 복수할 기회는 남아있습니다.”


“.......크윽.......!”


“헌병대! 적의 추격섬멸전을 막아라! 내가 직접 장군님을 모시고 가겠다! 보급품은 모조리 불태워라! 각 보병대 지휘관들에겐 각자 그 자리를 사수하라 일러라! 기병대와 예비대는 이대로 본대의 후방을 감싸며 퇴각한다!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겠다, 알겠나?!”


댄의 명령에, 주변에 있던 지휘관과 통신장교들의 시선이 에밀리오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이미 그는 입술이 찢길 정도로 깊은 분노를 씹으며 말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최고지휘관과 댄의 그림자가 전장에서 사라지고,

마침내 ‘패배’라는 단어가 제국군 본대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목표’가 저 멀리 자취를 감추었음에도 지나는 서두를 생각이 없었다. 이미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으며, 상황이 정리되는 데에 자신의 힘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살면서 가장 큰 영력을 소모한 전투임에는 틀림없다. 믿을 수 없는 피로와 육체의 비명이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그녀는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일이 끝나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에게 자랑할 수 있다.


단지 그뿐이었다.





=====================





“이럴 순 없다....... 이건 아니야! 우리 땅에서 2군단이 패배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쳐들어올 놈들이 아닙니다. 준비성의 차이. 그저 요격이라는 선택과, 그 선택에서 나온 자만심이 일을 그르친 것뿐입니다.”


언덕과 언덕사이, 어두운 진입로로 접어드는 에밀리오와 댄을 뒤따르는 병사들은 오직 수십 기의 병사들뿐. 그러나 그 초라함보다도 더욱 크게 에밀리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바로 댄의 존재였다.


“닥쳐라! 네놈이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이럴 일은 없었다! 내 당장 군단장께 고하여 네놈과 쥬넨이라는 배신자의 머리를 베어버릴 것이다!”


“.......그럼 일단 무사히 돌아가는 것부터 생각하셔야겠군요.”


“.......뭐?”


반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밀리오와 댄의 앞을 막아서는 기병의 무리들. 굳이 제국군으로 위장한 그들의 차림새를 꿰뚫어 보지 않아도, 댄은 어렵지 않게 그들의 정체를 간파할 수 있었다. 맨 앞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눈동자가 너무도 익숙한 덕분이었다.


“이게 누구야, 우리 귀여운 아드님 아니신가.”


“.......”


적 지휘관을 사로잡으라는 명을 받고 제국기병대로 위장한 채 크게 평원을 우회해온 오즈카. 성공적으로 시기를 맞춰 퇴로를 가로막는 데엔 성공했으나, 오즈카의 표정은 자신을 알아본 적의 목소리로 인해 잔뜩 굳어져 있었다.


“아들이라니? 댄, 그게 무슨-”


“아아, 저기 서있는 거무튀튀한 인간이 제 아들 되는 놈입니다.”


느긋한 댄의 소개에 경악하며 검을 뽑아드는 에밀리오.


“네놈! 역시 적과 내통하여 나를 팔아넘길 작정이었나!?”


“걱정 마십시오. 저 녀석은 장군님보다도 저를 먼저 죽이고 싶어할 테니.”


댄 또한 검을 뽑아들고, 천천히 자신의 아들을 향해 말을 몬다. 비록 계곡이라고 할지라도 태양을 가릴 수목이라곤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햇빛이 그대로 불쾌한 오즈카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게 당신이 말하던 기사로서의 영광인가? 꼴사납군.”


“핫하하! 이제 초전을 치룬 거 가지고 자만하지 마라, 아들아. 이 땅에서 너희가 얻을 수 있는 거라곤 실패와 절망뿐일 테니까.”


“네 목을 취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실패와 절망도 달콤하겠지.”


“아쉽지만 그 달콤함은 나중으로 미뤄야 할걸?”


댄의 손짓과 동시에 그와 에밀리오를 뒤따르던 병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튀어나와 카나반군에게 돌진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패잔병인줄로만 알았던 그들의 정체는 사실 헌병대와 헌병소속의 기사들. 생각보다 강한 저항에, 오즈카는 직접 단검을 빼어들고 말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장군님, 이쪽으로.”


때아닌 곳에서의 비명과 난투.

규모로는 작은 전투였으나 댄이 에밀리오와 함께 자취를 감추기엔 무리가 없었다.








“젠장 이 초라한 꼴이라니.......”


“걱정 마십시오. 쥬넨이 이끄는 기병대와 예비대가 곧 합류할 겁니다. 설욕할 기회는 충분합니다.”


전투를 뒤로한 채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덧 그림자가 내리깔린 계곡엔 댄과 에밀리오 둘과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의 숨소리뿐, 그 어떠한 생명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깊은 후회와 분노에서 빠져나온 에밀리오는 곧바로 자신의 곁에 있는 댄을 바라보며 입술을 움직인다.


“.......댄 장군. 내 무례를 용서하시오. 좀처럼 접해보지 못한 실패에 잠시 이성을 잃었소. 당신 말만 들었다면, 이렇게까지 패배하지는 않았겠지.”


“아닙니다. 제 설득력이 부족했던 겁니다. 적국 출신의 장군은 곁에 둬주신 것만으로도 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자 은혜입니다.”


“.......장군.......”

피로로 얼룩진 댄의 미소에 크게 감명받은 듯, 몸을 돌려 그의 손을 붙잡는 에밀리오.

“장군이야말로 2군단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오. 내가 이번 실패로 벌을 받을지언정, 장군만은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군단장님께 말씀드리겠소!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내 부관으로서 나를 도와주길 바라오!”


“.......영광입니다.”


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


전염되는 그 편안함에 에밀리오의 입가가 느슨해진다.


그러나,


그는 곧 커다란 위화감에 눈썹이 뒤틀리고 만다. 그가 천천히 그 위화감의 정체를 쫓아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곳엔 자신의 복부를 관통한 댄의 장검이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댄-”


“정말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저는 이제 당신 같은 사람 밑에서 허송세월을 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커.......크헉.......”


더욱 깊게, 생명의 근원을 향해 찌르고 들어서는 댄의 검. 제국 2군단 최고령 장군의 입으로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는 곧 말에서 떨어져 흙바닥에 피를 토해내었지만, 다시금 검을 세우고 자신에게 다가서는 댄을 올려다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저 같은 자들을 위해 훌륭한 양분이 되어주신 것에는 감사를 드리죠. 이제 당신을 대신하여, 제가 직접 2군단의 목소리가 되어 붉은 나무를 잘라내 보겠습니다.”



이성을 뒤덮는 검의 그림자.

그것이 에밀리오 달라무라는 이름의 장군이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작가의말

돌머리 여왕....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99 니푸르
    작성일
    16.02.11 21:06
    No. 1

    지나 무시무시하게 강하네요.특히 머리가요ㄷㄷ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2.13 19:40
    No. 2

    든든합니다. 특히 머리가....
    라루사님 오늘도 감사드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6.02.12 21:14
    No. 3

    댄이 원하는것이 쥬넨과 같은 기사의 영광뿐 일까요.
    그나저나 지나 완벽한 검성의 모습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2.13 19:41
    No. 4

    불의검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ㅠ
    단단한 여왕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evolutio..
    작성일
    16.02.20 08:32
    No. 5

    오...ㅎㅎ 근데 영력의 사출이라는게 음 평범치 않은 전투 수단이라 읽으면서 상상하는게 조금 어렵네요.. 검은 붉꽃이라는게 비유적인 건가여? 진짜로 오러와 같이 보이는 것 건가요? 눈에 보여지는 힘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2.21 00:38
    No. 6

    에볼루션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영력이란 말 그대로 생명에너지로, 기사들은 그 생명을 물리력으로 변환하여 전투에 임합니다. 신체에 깃드는 방식 말고 직접 방출하는 것은 기사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가능한 기술로, 그 만큼 수명단축 등의 위험부담이 크지요.
    검은 불꽃은 지나의 무기인 흑도 오미누스 움브라의 특성입니다. 주인의 영력에 반응하여 검은 형체의 '악의'로 형상화되어 불꽃처럼 일렁이게 보이는 것이지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변수의 굴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3 (막간) 하나의 밤하늘, 세 개의 달빛 +11 16.08.29 623 14 15쪽
242 (22막) 세 개의 오만 (14) +10 16.08.24 577 13 16쪽
241 (22막) 세 개의 오만 (13) +9 16.08.19 450 13 26쪽
240 (22막) 세 개의 오만 (12) +6 16.08.14 495 9 18쪽
239 (22막) 세 개의 오만 (11) +10 16.08.09 599 11 17쪽
238 (22막) 세 개의 오만 (10) +6 16.08.05 608 13 14쪽
237 (22막) 세 개의 오만 (9) +6 16.07.30 578 14 15쪽
236 (22막) 세 개의 오만 (8) +8 16.07.26 534 11 24쪽
235 (22막) 세 개의 오만 (7) +8 16.07.20 639 13 19쪽
234 (22막) 세 개의 오만 (6) +7 16.07.15 679 12 21쪽
233 (22막) 세 개의 오만 (5) +8 16.07.10 686 13 22쪽
232 (22막) 세 개의 오만 (4) +6 16.07.05 635 14 18쪽
231 (22막) 세 개의 오만 (3) +9 16.06.30 576 12 18쪽
230 (22막) 세 개의 오만 (2) +6 16.06.25 651 13 18쪽
229 (22막) 세 개의 오만 (1) +6 16.06.20 730 15 16쪽
228 (막간) 현실을 마주하며 +4 16.06.15 751 16 16쪽
227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0) +10 16.06.10 729 14 21쪽
226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9) +8 16.06.05 730 12 16쪽
225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8) +4 16.05.30 698 15 19쪽
224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7) +6 16.05.25 724 11 19쪽
223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6) +4 16.05.20 955 10 22쪽
222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5) +5 16.05.14 777 12 18쪽
221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4) +2 16.05.09 703 13 15쪽
220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3) +6 16.05.04 1,028 12 18쪽
219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2) +4 16.04.28 742 16 17쪽
218 (21막) 악몽을 마주하며 (1) +8 16.04.23 850 15 19쪽
217 (막간) 필요없는 증명. 필요한 증명. +10 16.04.18 739 18 13쪽
216 (20막) 증명 (9) +4 16.04.13 698 18 16쪽
215 (20막) 증명 (8) +8 16.04.08 671 20 16쪽
214 (20막) 증명 (7) +11 16.04.02 735 14 16쪽
213 (20막) 증명 (6) +10 16.03.28 783 13 15쪽
212 (20막) 증명 (5) +8 16.03.23 813 17 24쪽
211 (20막) 증명 (4) +8 16.03.18 948 16 23쪽
210 (20막) 증명 (3) +10 16.03.12 813 17 20쪽
209 (20막) 증명 (2) +10 16.03.07 887 20 19쪽
208 (20막) 증명 (1) +10 16.03.02 764 18 18쪽
207 (막간) 지평선으로 향하는 한걸음을 지켜보는 사람들 +8 16.02.26 810 19 17쪽
206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0) +8 16.02.21 911 24 21쪽
205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9) +10 16.02.16 1,033 20 22쪽
»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8) +6 16.02.11 810 17 28쪽
203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7) +6 16.02.06 765 19 21쪽
202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6) +6 16.02.01 828 17 22쪽
201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5) +10 16.01.27 820 17 17쪽
200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4) +10 16.01.22 965 16 18쪽
199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3) +8 16.01.17 707 20 18쪽
198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2) +10 16.01.12 773 20 19쪽
197 (19막) 너의 색으로 물드는 지평선 (1) +8 16.01.07 793 21 13쪽
196 (막간) 언젠가 +4 16.01.02 947 22 16쪽
195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2) +8 15.12.28 799 25 23쪽
194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1) +6 15.12.23 933 24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