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으로 가는 문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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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에르제와 건물을 나왔다. 바로 기숙사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그는 나를 데리고 도시의 북쪽으로 걸었다.
수도의 북쪽엔 커다란 산이 있었는데, 그 산 앞쪽에 언덕이 있었다. 나는 그와 함께 그 언덕을 올랐다.
멀리서 볼땐 작아 보였는데, 실제로 올라보니 생각보다 경사가 가팔렀다. 카리에르제는 평지를 걸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보폭으로 언덕을 올랐다. 뒤쳐지지 않게 그를 따라가려니 점점 숨이 가뻐왔다.
결국 언덕의 꼭대기에 오르고 나서,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하아, 하아…."
"뭐야, 완전히 저질 체력이네, 너."
저질 체력이라니…. 하지만 이래서야 반박할 수도 없군.
카리에르제는 언덕 아래로 보이는 거대한 네거스텐 제국의 수도를 바라보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의 옆에 서서 그와 마찬가지로 도시를 내려다 보았다.
언덕의 높이가 꽤 되어서인지 도시가 작아 보인다. 도시에서 언덕을 봤을때도, 이렇게 높을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지. 인간의 몸을 하고 있을때의 원근감이란, 무시할게 못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덕에 자라난 한 나무로 다가가 등을 기대고 섰다.
조금 휴식을 취하자, 쉴새 없이 두근거리던 심장이 서서히 안정되어간다.
"후…."
마지막으로 숨을 한번 더 고르며, 언덕 위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곳의 여름은 꽤 짧다고 했었지…. 벌써 가을이 다가오는 것일까,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불어온 바람으로 인해 떨어진 나뭇잎이 코 바로 앞으로 팔랑 거리며 떨어졌다. 떨어지던 나뭇잎을 쫓던 시선은, 언덕 아래를 쳐다보고 있는 카리에르제에게로 가 멈추었다. … 아까 전 만났던 그의 형에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표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런데 여기는 왜 오자고 한거야?"
카리에르제는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며 외치듯 말했다.
"바로 이곳이야!"
방금 전의 좋지 않은 표정은 거짓말이었다는 듯, 그의 얼굴은 활짝 펴져 있었다. 혹은 모두 잊어버린것 같기도 하다.
… 그런데, 무엇이?
별 다른 말 없이 그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 그제서야 그는 생략된 말을 해주었다.
"곧 만들어질 비공정 말이야, 이곳에서 시험 비행을 해보는 거야! 어때? 높이도 상당하고, 주변에 사람도 없으니 위험할 일은 없어. 물론, 도시쪽으로 날리면 안되겠지."
그는 손가락으로 다른 방향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의 손 끝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도시의 반대편에 작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비공정을 저곳으로 날려볼 생각인듯 싶다.
이건, 이를테면… 사전답사인 셈인가?
초원을 잠깐 바라보다가 카리에르제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방금전의 활기참은 금방 사라지고 없었다.
눈꼬리는 축 처지고,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은 별다른 감정을 띄고 있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내가 '우울' 이라고 알고 있는 인간의 표정이다.
오늘 이 인간의 감정 변화는 무척 변화무쌍하군….
나는 자리에 앉아 나무에 등을 대고 기대었다.
다시 한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나뭇잎이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언젠가 들었던 누군가의 피아노 연주 소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연주 소리가 나뭇잎이 떨리는 소리와 닮았다는 편이 맞겠지.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뭇잎이 흔들리며, 내게로 쏟아지는 햇빛 역시 흔들렸다. 그것이 눈꺼플 위로 쏟아져 나는 눈을 감고 있음에도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시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또다시 나뭇잎 몇 개가 떨어져 뺨과 코 끝을 스치는게 느껴졌다.
"뭐야, 기껏 경관이 좋은 곳에 같이 올라와 주었더니, 잠이나 자고 있는거야?"
카리에르제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가까이에 있는데도, 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같다.
… 그런데, 딱히 잘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거기다 같이 '올라와 주었' 다, 라니…. 그래서야 이곳에 올라오고 싶어한 사람이 나 인것 같군. 어디까지나 이 언덕에 올라오고 싶어했던 주체는 카리에르제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바로 눈 앞에 누군가의 무릎이 보였다. 고개를 들어 보니, 묘한 표정으로 카리에르제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저기, 너 말이야…."
"응."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얼굴지만 알 수 없는 것에 가로막혀 주저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런 주저함이 무색하게, 카리에르제는 금방 담백한 기색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마워."
무엇에 대해서…? 라는 의문까지 갈 것도 없겠지. 그의 감사는 비공정을 완성하는 것에 대한 나의 조력이다.
… 아무튼, 고맙다는 말은 전에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마침내 비공정을 완성했다는 감격과 함게한 감사였기 때문에, 많은 격정적인 감정이 유리된 듯한 지금의 담백한 감사인사는, 그래서 더욱 진정으로 들려온다.
"응."
"… 뭐야, 그런 간결한 대답은."
카리에르제는 불만스런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보통, '괜찮아, 우린 친구니까' 라던가 '도움이 되어서 기뻤어' 라는 감동적인 말을 들려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거기다 솔직히 '도움이 되어서 기뻤어' 라는 말은 할 수 없다. 그것은 거짓말 이니까. 사실은 하나도 기쁘지 않다.
드래곤인 루루렌칼리체의 도움에 의한 인간의 변혁은 내가 원하던 방향이 아니다.
… 그 이외에도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려 하지만 금방 모두 흩어버렸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어쨌든 후회는 없다.
"그래…?"
카리에르제는 별다른 말 없이 내 옆에 앉았다. 살짝 닿은 어깨에 따뜻한 그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는 똑바로 앞을 보고 있다. 네거스텐 제국의 수도를 너머, 좀 더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나도 시선을 돌려 그처럼 앞을 바라보았다.
어깨를 마주한채 같은 방향으로 앉아 있으니, 바라보고 있는 곳도 같다. 아니, 같지만… 결코 같지는 않겠지.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언덕 위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덕분에 머리위의 나무에서 나뭇잎이 몇 개나 팔랑팔랑 하고 떨어져 내렸다. 도리도리 고개를 젓자 긴 백발에 붙은 나뭇잎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태양이 산 허리에 걸릴 때 즈음이 되어서 카리에르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를 만나지 않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이란 건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 '만약' 이라는 말은 본래는 모르고 있던 말이다.
그것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를 한탄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알고 있는 인간들에게 배운 말이니까. 그런 내게 '만약' 이란건 없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칼리체,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무엇하나 이루지 못하고, 이룰 수 없는 꿈만 꾸다가 별 의미 없는 삶을 살다가 갔겠지."
"…."
하늘이 붉어지고,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 지고 있다.
"오늘 말이야… 형에게서 그런 심한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어. 과거엔 나 자신을 향해 분노하고 화를 냈었어. 비공정을 비웃는 형을 향해 아무것도 반박할 수 없었거든. 어쨌든 형의 말은 옳았고, 그것이 현실이었지."
조금씩 어둠이 내리자, 주변에서 찌르르- 하고, 벌레 우는 소리가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벌레 울음 소리를 들으며 얌전히 손을 무릎에 모으고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어. 물론 기분은 나쁘지만, 형에게서 어떤 심한 말을 들어도 적어도 오늘만큼은… 괜찮을 것 같았어. 설계도가 든 가방이 어느때 보다 묵직하고, 든든했거든."
그는 희미한 웃음 소리를 흘렸다.
크지 않은, 금방이라도 사라질듯한 희미한 웃음이었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충만함으로 가득찬 웃음 소리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카리에르제의 이야기가 계속 들려온다.
"형이 뭐라고 하든 간에, 결국에 나는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을 이루었거든. 물론, 비공정이 하늘을 난다고 해도 바뀌는건 없을 거야. 형의 태도는 그대로 일테고, 정략 결혼이 취소되는 일 따위도 없겠지. 그리고 나는 여전히 가문의 천덕꾸러기 인 채로 남아있을 거야."
… 카리에르제의 꿈은, 그의 현실의 희망과 직결되지 않는다. 조그만 비공정이 겨우겨우 하늘을 날았다고 해서, 카리에르제 개인에게 바뀌는 일 같은건 없다.
뻔한 이야기다.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편리한 일은 그 어떠한 피조물에게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으로… 나는 나 자신에게 분노하지 않아도 돼. 화를 내고, 슬퍼하지 않아도 돼. 사실, 인류 발전의 전환점 같은 이야긴 아무래도 좋았어. 하늘을 난다는 것은… 온전히 나 자신 만을 위한 것이었나봐."
"…."
그런 이야기인가….
"그래서 네게 정말로 감사해, 칼리체."
조용히, 카리에르제는 그렇게 이야기를 끝마쳤다. 하지만 나는 숙인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내게 감사하다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이율배반적이게 들린다.
나와 카리에르제는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장소를 바라보고 있지만 역시… 나와 그는 바라보고 있는 곳이 같지 않다.
같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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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은 달이 굉장히 밝았다.
나는 기숙사 옥상에 나와 상당히 쌀쌀해진 밤 바람을 쐬고 있었다. 기숙사 난간에 걸터 앉아 품 속에서 정령의 씨앗을 꺼내었다.
보통의 씨앗보다 훨씬 큰 정령의 씨앗은, 자그마한 내 손 위에 올려져 상대적으로 더 커 보였다.
달빛을 받아 푸른 빛을 띄고 있는 씨앗엔 미약한 신비가 깃들어 있다.
씨앗은 싹을 틔운다.
그때가 되면 이 미약한 신비는 더 없이 커져 새로운 생명을 품고, 그 생명에 자연의 정(精)을 깃들게 할 것이다.
…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칼리아넬에게로 찾아가 그녀의 도시에 이 씨앗을 심을 것이다.
본래 내 보금자리 주변에 심을 생각도 했었지만… 내 보금자리 주변은 모두 눈과 얼음으로 가득 차 있다. 신비마저 머금고 있는 이 씨앗이 고작 그 정도 환경의 불모로 싹을 틔우지 못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좀 더 좋은 환경이 바로 옆에 있는데 굳이 내 보금자리 옆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지.
요정 왕국의 중심부… 세계수의 옆이라면 이 씨앗도 잘 자라줄 것이다.
칼리아넬과 함께 하며, 성장할 씨앗을 지켜보는 미래를 잠깐 상상해 보았다. … 나쁘지 않군. 약간의 즐거움이 느껴질 것 같은 미래다.
꺼내었던 씨앗을 다시 품속에 넣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네거스텐 제국의 황궁, <피에셰트>를 바라보았다.
… 카리에르제의 형이 레쥬에브가 레케트리셴 문 여제에게 단독 알현을 요청했다고 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따로 그녀의 의도를 통찰하려 해 볼 필요도 없다. 그것은 명백한 정면에서의 도전이니까.
… 꽤 신경써서 주시해야겠지.
레쥬에브는 내 도움이 필요없다 말했지만 나는 그녀를 그대로 놔둘 생각이 없다. 만약 은룡이 약간이라도 진심으로 나온다면, 레쥬에브는 은룡을 결코 이길 수 없다. 그것은 전에 한 번 은룡의 진실된 힘을 느낀적이 있는 레쥬에브라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쥬에브는 포기하지 않았다.
… 마음을 먹었다.
만약 은룡이 '인간'으로서가 아닌, '드래곤'으로서 진실로 그녀를 상대하고자 한다면, 나는 그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잠깐 더 밤 바람을 쐬다 이만 방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도시의 외곽에서 시작된 강렬한 마력 파장이 느껴졌다.
익숙한 마력 파장은, 레쥬에브의 것이었다.
지체할 것 없이 발 밑에 마력장을 생성시켜 하늘로 도약한 뒤, 중력 반전 마법을 발현시켜 허공에 몸을 고정시켰다.
마력 파장이 느껴진 곳은… 오늘 오후에 카리에르제와 갔었던 언덕 근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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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불길이 살아있는 것처럼 사방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 불길은 단순한 불이 아니었다. 마력에 의해 발현된, 마법적인 불꽃이었다. 그것은 예전에 본적이 있던 신비다.
레쥬에브가 발현시켰던 적이 있던… '꺼지지 않는 성화' 라는 이름이었지.
불꽃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했다.
잠깐 동안 태양을 잃은 세상에, 다시금 태양이 떠오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태양은 언제나 천공에 존재해야 하는 법. 지상으로 내려온 태양은 거대한 재앙에 불과하다.
레쥬에브는 그 거대한 불길의 한 가운데 서있었다.
그녀는 온 몸을 흑색의 로브로 가리고 있었는데, 머리에 커다란 후드를 푹 뒤집어 쓰고 있어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온통 흑색으로 점칠된 그녀에게 유일하게 존재하는 색이라곤, 손에 끼고 있는 장갑에 박힌 붉은 보석의 빛 뿐이었다.
'꺼지지 않는 성화' 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그녀를, 스무 명 정도 되어보이는 인원이 포위하고 있었다.
개중엔 활을 든 자도 있었고 검이나 창을 든 자도 있었다.
무기는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의 복장은 동일했다. 연약한 인간의 눈을 잠시 버리고 용의 눈으로 그들의 의복을 들여다보니, 역시 마법 기사단 네크-네르프로넨의 엠블렘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 중에는 전에 무기점에서 만난 적이 있던 엘코어라는 기사의 모습도 보였다.
나는 대치하는 그들에게서 잠깐 시선을 떼고 도시 쪽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치솟는 불길이 굉장한데도, 저쪽에선 이쪽의 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 공간 전체에 전개된 광범위 인식 장애 마법으로 인한 것이었다.
흑색의 좌… 그녀는 저 정도로 거대한 신비를 이곳에 불러들었으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거대한 결계도 역시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건가.
과연… 전에 레쥬에브가 '방심' 했다고 말했던게 납득이 간다.
저렇게 강대한 힘을 가진 '좌' 의 인간이 아무리 수가 많다곤 하나 그 보다 미약한 신비를 사역하는 인간들에게 그렇게 간단하게 패퇴할리가 없다.
"말도 안돼! 이런 말도 안되는 마법 같은건, 들어본 적도 없어!"
누군가의 비명 같은 외침이 불길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 비명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레쥬에브의 손이 그곳을 향했다.
그녀의 주변에서 뱀의 혀처럼 넘실거리고 있던 불꽃이 푸른 바닥을 태우며 외침의 주인공 에게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불길은 그 앞으로 달려든 여러명의 네크-네르프로넨 기사들에게 제지당했다.
저런 강대한 마법의 불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역시, 똑같은 마법 뿐이다. 저들이 들고 있는 개개의 무기에도 적지 않은 신비가 깃들어 있는듯 했다.
"물러서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잿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
사방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과는 반대로, 얼음장 같이 차가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은 상당히 앳된 목소리인지라 협박에 어울리는 박력 같은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런것 따위야 꺼질줄 모르는 불길들이 대신하고 있다.
기사들은 그녀의 말에 응하지 않은채,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아주 잠깐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나서, 기사들은 수 명씩 짝을 이루어 레쥬에브에게로 달려 들었다.
그들에겐 여지없이 레쥬에브의 손이 휘둘러졌고, 강대한 불길이 사방을 태우며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하지만 수가 여럿인 기사들은 신비를 머금고 있는 무기를 휘둘러 불길을 조금씩 살라 먹었다.
그런 광경이 사방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처음 넓은 공간을 장악하고 있던 레쥬에브는, 사방에서 쇄도해 들어오는 기사들에 의해 조금씩 공간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 인간들은… 뭘 하는 녀석들이지.
대강 보기에도, 저들은 저들보다 강대한 신비를 상대하는데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장악한 공간을 점점 내어주고 있는 레쥬에브는 급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었다.
- 작가의말
* 좀 요상한 곳에서 끊었네요;;
* 화수가 더 해질수록 아쉬운 느낌이 드는군요.
*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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