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으로 가는 문 -78화-
"하찮은 말싸움으로 쓸데없이 말을 섞을 생각 따위는 없다. 인간."
우리를 바라보는 날개 여자의 눈빛에 비치는 건 분명, 오만이다.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바라보는 시선.
자신을 인간이라 생각치 않는 인간이라…. 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을 분명 '상위 인간'이라 했었지.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을 아직 인간이라 생각하는 걸까.
… 이미 인간이라는 단어 자체는 중요하지 않겠지. 중요한건 저 여자가 베델이나 에카테야르같은 보통의 인간에게 하등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파지지직-!
처음 봤을때 처럼 그녀가 들고 있는 삼지창에서 푸른 스파크가 튀겼다.
그녀는 푸른 전류가 휘몰아치는 창을 들고서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서로의 공격이 닫지 않는 거리. 하지만 여자가 창을 휘두르자 그 창을 감돌던 푸른 전류가 이쪽으로 뿜어져 나왔다.
"웃-!"
다들 몸을 틀어 그 전류를 피했다. 전류는 바닥에 흉한 흉터를 남기고, 몇 그루의 나무를 휩쓸어 버렸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전류에 의해 불이 붙은 나무가 바닥에 쓰러져 있다.
마경의 나무도 타긴 타는군.
그나저나 전류를 유형화 시키다니…. 무형의 힘을 유형화 시키는 것은 상당한 고위의 마법이다.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날개의 도움으로 공중에 올라간 여자는 계속해서 전류를 머금은 창을 휘둘러 그것을 우리에게 쏘아보냈다.
물론, 베델과 에카테야르에게 공중에 떠있는 적을 요격할 방법은 없다. 그저 피하기에 급급할뿐.
"역시 쥐새끼들처럼 도망다니는 역할이 어울려, 너희 하등 인간들은!"
여자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터트리며 허공에서 수도 없이 많은 전류들을 쏟아내었다.
계속 이렇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나에게도 전류가 쏘아지고 있었으니까.
이크- 팔을 약간 스치고 지나갔다.
다행히 살갗에 닿진 않았지만, 전류가 스치고 지나간 옷자락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칼리체-! 조심해요!"
에카테야르가 또다시 쏘아지는 전류에 단검을 던지며 외쳤다.
허공에 던진 그녀의 단검은 저 여자가 쏘아낸 전류를 흡수하고 새까맣게 탄채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허공에 떠있는 그녀를 에카테야르와 베델이 공격할 수 있는 조건은 그녀를 대지로 끌어 내리는것.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마력으론 그녀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다. 나는 인간들에게 마법사라 불릴 정도의 높은 수준의 마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저 여자는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해 있다.
심지어 호문클루스 였던 에카테야르의 마력보다 더욱더.
인간의 사회에서 절대로 위험에 처할 일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의 힘이었건만… 마경이란 곳에선 평범 이하가 되는군.
아무튼, 이 정도의 마력으로도 그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충분하지.
신비를 개방하고, 마력을 나의 마력체계를 통해 가공, 현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마력을 변환한다.
내 마법이 향할 곳은 그녀의 등 뒤에 붙어 있는 용의 날개.
인간에겐 어울리지 않는 용의 날개를, 꺾어주겠다.
마력으로 형상화 하는 것은 창이다.
고대부터 폭넓게 사용되었던 인간의 무기. 상위 인간이라 자신을 칭하며 인간을 하등하게 보았던 여자여, 그 인간의 무기에 분수에 맞지 않는 용의 날개를 잃을 지어다.
파챵-! 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실제론 청각을 통해 감각하는 것이 아니지만… 나의 모든 마력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두개의 창이 허공에 생성되고, 날개 여자가 경악할 틈도 없이- 공간을 격하고 두개의 창이 그녀의 날개를 꿰뚫는다.
순간적인 엄청난 마력의 사역에 공간이 뒤틀리고, 대기가 퍼져 나간다.
"꺄아아악-!!"
붉은 피가 허공을 수놓으며, 그녀가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후우…."
모든 마력을 한번에 소진해버려 상당히 지치는군.
퍼억-! 하고, 무언가가 바닥에 쳐박히는, 굉장한 소리가 난다. 뭐, 그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 내렸으니까…. 저 여자, 살아있기는 한건지 모르겠군.
"하아…."
베델이 미약하게 떨리는 손으로 마검 헬스탄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묘한 기분을 느끼겠지. 저 검을 들고 있는 동안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내 피를 머금은 저 검은 이제 조잡한 목소리 따위는 들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저, 인간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 자신의 손에 완전히 지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지.
"… 그런 마법이 있었다면, 좀더 빨리 사용하는게 좋았을 거라 생각되는 군요, 칼리체."
에카테야르도 숨을 헐떡 거리며 단검을 치마 아래의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녀는 땀 때문에 얼굴에 달라붙은 금발을 떼어내며 투덜거렸다.
"으음…."
변명거리가 없군.
그런데 순간,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점멸되었다가.
정신을 차리자 나는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으로 에카테야르의 품에 안겨 있었다.
"괘, 괜찮아요 칼리체? 갑자기 왜그래요?"
"…."
정신없군.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마력을 방출해 버렸더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역시, 이 몸은 너무나 허약하다.
마경에선… 이 몸에 담을 수 있는 신비를 좀더 늘리는게 좋을것 같군. 아무래도, 마경 밖처럼 아무런 분쟁없이 여행을 다닐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
"칼리체? 무슨 일이야?"
베델이 쓰러진 여자를 찾아 업고오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여자는 아직 죽지 않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멀쩡해 보이는군. 적어도 외적으로 상한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속이 상했는지 입가에 한줄기 피가 흐르고 있을 뿐. 아, 내 마법에 의해 찢어진 날개 역시.
"아무것도 아니에요. 모든 마력을 한번에 소진해 버렸더니, 몸에 힘이 빠져 버려서…."
베델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등뒤에 매고 있던 여자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 놓았다.
나는 에카테야르의 품에서 벗어나 나 혼자의 힘으로 서려 했지만, 아무래도 힘이 다 빠져 버려서… 무리인듯 싶군.
"앗-!"
"잠시 이러고 있을게, 에카테야르."
"아, 알았어요…."
어쩔 수 없이 나는 에카테야르의 뒤에서 그녀의 목에 팔을 두른채 기댔다.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이 정도야 들어주겠지.
"이 여자, 자신을 상위 인간이라고 말했었지…. 처음에 우리를 보고 마을의 탈주자라는 오해를 하기도 했었고."
베델은 복잡한 표정으로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마을의 탈주자… 라는 말이 조금 걸리는 군. 하지만 아직 알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가장 좋은 선택지는, 정신을 잃은 그녀를 깨워 직접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것. 하지만 우리에게 그렇게 적대감을 표시하던 이 날개 여자가 순순히 대답해 줄지는… 확실치 않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없군.
베델은 나무에 기대어 놓은 배낭에서 단단한 밧줄을 꺼내어 그녀의 몸을 묶었다. 내 마법에 꿰뚫린 날개에서 흐르는 피가 그의 손에 묻자, 그는 잠시 움찔, 하는 기색을 보였다.
"깨울거죠?"
"앗-!"
내가 입을 열자 에카테야르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 내 입김이 목덜미가 간지러운 거군.
"미안."
"돼, 됐어요."
베델은 잠시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더니 다시 시선을 날개 여자에게로 옮기며 말했다.
"응, 이렇게 단단히 제압도 해놓았으니, 깨어나서 우리를 해치겠다고 날 뛸 일은 없겠지."
"살아있기는 한건가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뭐,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니까."
그는 어깨르 으쓱하며 날개 여자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댔다.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었는데… 저런 걸로 일어날까?
… 라는 내 의문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여자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네놈들은…!"
여자는 우리들을 보고 깜짝 놀라 발버둥을 치다, 자신이 묶여 있는 것을 깨달은 듯 이를 악물고 우리를 노려보았다.
이런 상황에선 마법도 쓸 수 없겠지.
"얌전히 있어 주시오. 그렇게 움직여 대다간 상처가 더 벌어질 테니까."
"크으-!"
상황을 금방 깨달은 모양인지, 여자는 얌전해졌다. 우리를 매섭게 노려보는 눈은 변하지 않았지만.
"무슨 일로 헤스켈론의 인간이 나브락사스를 침입한건진 모르겠지만 허튼 착각은 마라. 나는 마왕을 모시는 13 영주의 많고 많은 제자 중 한명일 뿐이니까!"
너야 말로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나저나 '마왕'이라고 했겠다? 거기다 13영주 라는 말까지… 꽤 쓸만한 정보들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군.
"마왕… 이라고?"
베델이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중얼거린다. 에카테야르는 마왕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연극이나 동화속에서만 나오는 말 아닌가요? 마왕이라니…."
"더러운 헤스켈론의 인간들! 이 땅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살아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여자는 분노한 기색으로 다친 날개를 부르르 떨며 그렇게 외쳤다.
"헤스켈론이란건… 이 땅의 밖을 이르는 말인가?"
"흥! 그럼 그것말고 헤스켈론을 이르는 다른 말이 어디있겠는가, 인간!"
그럼 역시, 나브락사스라는 말은 마경을 이르는 말이로군. 베델은 그녀의 말을 듣고 수염도 나지 않은 턱을 쓰다듬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채로 서있었다.
"이봐요, 마왕은 뭐고 13 영주라는건 또 뭐죠?"
"…."
그녀는 그제서야 우리가 그녀의 말로 정보를 얻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에카테야르의 물음에 전혀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으면 저 배낭에 있는 후춧가루를 코에 넣어주겠어요."
에카테야르는 냉엄한 목소리로 그녀를 협박했다.
* 오늘도 동생에게 타이핑을 부탁했습니다. 하하!
* 음, 동생은 커플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저에게 주인공하고 누구누구 엮어줘! 쟤 좋아, 비중좀 높여줘! 라는 요청을 하는군요. 음… 곤란하단다.
*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더 아파오는군요ㅠㅠ 리리플을 달지 못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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