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울함 님의 서재입니다.

영원으로가는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우울함
작품등록일 :
2012.11.14 03:43
최근연재일 :
2017.10.08 22:44
연재수 :
197 회
조회수 :
1,723,113
추천수 :
13,169
글자수 :
1,089,625

작성
12.12.29 02:11
조회
3,019
추천
52
글자
23쪽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6)-

DUMMY






#4 - Dragon Slayer(16)





"크읏…!"


마물이 펄쩍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나는 몸을 크게 뒤로 젖혔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내 몸은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완전히 넘어지고 말았다. 마물의 움직임이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빨랐던 까닭이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어지러워졌지만 마물의 날카로운 발톱이 눈 앞을 할퀴는 것 만큼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몸을 숙이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저 발톱에 베이는 것은 허공이 아니라 내 몸이 되었겠지.


요정의 몸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리 단단하지 않다.

피하지 못했더라면 저 발톱에 의해 내 몸은 산산히 찢겨지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라는 것을 상상하며 여유에 젖어있을 틈은 없었다.


마물은 나를 놓친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듯, 나를 지나치자 마자 도망가고 있는 마을 사람들 몇몇의 몸을 훙폭하게 물어 뜯었다.


"으아아아악- !"


나는 가라앉은 눈으로 생에 마지막 비명을 지르는 인간의 잔해물들을 응시했다.


이 대륙에서 인간이 먹이 사슬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심될 정도로 허무한 광경이다.

마물의 날카로운 발톱에 의해 생을 존속해 나가려던 인간의 의지는 마치 장난처럼 맥 없이 무너졌고, 압도적인 폭력을 발휘한 마물은 짙은 살기에 찬 눈빛을 다시 내게로 돌렸다.


인간들 몇몇의 생명을 순식간에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물은 만족하고 있지 않다. 저것이 스스로 조금이나마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선 그 자신의 발톱을 내 붉은 피로 적셔야 할 것이다.


- 끼리리릭.


다시금 시위에 화살을 걸며, 나는 스스로의 완력에 대해 희미한 무력감을 느꼈다.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잠재력' 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진정으로 위기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내게, 그런것은 영원히 느껴보지 못할 두리뭉실한 힘일 뿐인지도 모른다.


"피하게!"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귓가에 울렸다. 그와 동시에 마물이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한채 화살을 손에 들고 마물에게로 그것을 내밀었다.

화살이란것은 본래 활 시위에 걸려야 제 역할을 다하는 물건이지만,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선 이렇게 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크아앙!"


그러나 마물은 내 손에 들려있던 화살을 이빨로 깨물어 산산조각 낸 후, 내게로 앞 발을 휘둘렀다. 나는 그것을 보고 피하려 했지만 인식과 다르게, 내 몸은 그것을 따라주지 못했다.


"꺄아앗- !"


고통이란 것은 항상 비명과 함께하는 걸까….

옷의 앞섶이 찢김과 동시에 어깨 부근으로부터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끝까지 들고 있으려던 활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지고 말았다.


"하아- "


고통을 인내하며, 긴장으로 인해 깊게 들이마셨던 숨을 내뱉었다.


문득 바라본 앞엔 여러가지 표정들을 짓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는게 보였다.

분노, 공포, 안도….

인간의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써도 확연하게 인식할 수 있는 표정들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에 주로 떠올라 있는 것은 바로 '안도' 였다.


"…."


지금의 나는 저 표정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물의 재빠른 움직임이 두려워 도망치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인간들은 곧 용기를 내어 다시금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마물은 인간들이 도망치고 있는 곳을 향해 잠깐 주둥이를 돌리며 낮은 울음 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들을 쫓지는 않았다.


자, 이제 마물의 공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진 요정으로써의 나는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만약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지만 지금껏 마물이 집중하고 있던 대상은 다름아닌 바로 나다. 여기서 마물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것이라는 허무한 전망을, 나는 도무지 예상할 수 없다.


"크르르…."


의외로 마물은 곧바로 내 목숨을 끊어놓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자신의 힘에 반항했던 사냥감인 나를 무력화 시켰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기라도 하는 걸까, 마물은 입을 벌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채 살기가 등등한 눈으로 바닥에 쓰러진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흐음… 글쎄, 과연 이 눈이 희생자를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일까.


그 눈을 보고나서, 나는 인간들에게 마물이 어째서 마물이라고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누운채 지금껏 있었던 마물의 움직임을 떠올려 보니,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남을 먹는다는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사실이 마물에겐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붉은 눈을 가진 이 생물은 단지 배고픔 때문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서도 인간들을 사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그것을 비난할 자격은 없을 것이다.


지금껏 인간들을 주의깊게 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인간들 역시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었다.


"…."


뭐, 어느쪽을 비난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리체' 의 죽음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려 해도, 의미를 부여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에 약간의 유감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사실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필멸자들이 하는 일로,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지만 필멸자 흉내를 내기로 마음먹었으니 숨이 끊어지기 직전 까지는 최대한 노력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인간의 죽음이나, 마물의 죽음이나, 심지어는 요정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의 죽음에도…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군.


"캬악- !"


크게 벌어진 마물의 입 안, 마물의 몸 속이 아니라 다른 어디론가 통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의 검은 목구멍을 바라보며 나는 벨로그렌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 요정 리체의 짧은 삶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벨로그렌스라는 인간과의 교류가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며 내리며 눈을 감고 최후를 맞이하려는 순간, 뺨으로 뜨뜻한 액체 같은게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 몸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타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뺨으로 흘러내린 액체가 얼굴을 타고 목까지 흘러내려 이미 찢어져버린 옷의 앞섶을 적시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에 감았던 눈을 떠보았다.


"아."


뺨으로 흘러내리고 있던건 마물의 타액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마물의 피였다.


입을 벌린채 죽음을 맞이한 이 괴이한 생명체는 곧 내 몸 위로 힘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굉장히 무거워서 숨이 막혀올 정도였다.


끙끙거리며 마물의 몸을 밀어내는 도중, 나는 어째서 마물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마물의 목에 검이 꽂혀 있었다.


나는 조금 당황스런 심정이 되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치명적인 급소를 관통해 단숨에 마물의 움직임을 정지시킨 이 검은 상당히 먼 거리로부터 던져진 것이 틀림 없다. 왜냐하면 이 주변엔… 마물에게 당한 인간의 시체와 그 잔해, 그리고 나 밖에 없으니까.


"하아- "


꽤 힘들게 마물의 몸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상처입은 어깨에서 지속적인 고통이 느껴지고 있긴 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손은 들어 피가 흐르고 있는 어깨를 꾹 누르며 마물의 목에 꽂혀있는 검의 손잡이를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분명, 어디선가 몇번이고 본 적이 있는 이 검은… 집의 한쪽 벽에 항상 걸려있던 것이었다.


"벨로그렌스…."


"리체!"


그의 이름을 작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뒤쪽에서 굉장히 큰 외침이 들려왔다.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저 멀리서 벨로그렌스가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와아- "


저 먼거리에서 검을 던져 마물의 목을 정확히 관통시켰다는건가…?


나는 순수한 감탄사를 흘렸다. 인간으로써, 벨로그렌스의 무력은 거의 정점에 달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내게로 가까이까지 다가온 벨로그렌스는 자신의 검은 내려다보지도 않은채 나를 숨이막힐 정도로 세게 끌어안았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나를 구한것은 오직 그의 힘 덕분이다. 이 상황 어디에서 신을 찾을 요소가 있다는 걸까. 하지만 벨로그렌스는 신을 찾았고, 그 신에게 한 없이 감사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너를 잃을 뻔 했어."


벨로그렌스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나를 깊게 끌어안은 팔, 아니… 몸 전체 역시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가 뿜어내는 어떤 강렬한 감정에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마터면… 정말로 너를 잃은 뻔 했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를, 나 역시 팔을 벌려 끌어 안았다. 그리고 떨리고 있는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결국 죽지 않았잖아요. 당신 덕분이에요."


"하마터면, 하마터면…."


지금의 그에게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듯 했다. 그는 내가 죽었을 상황을 상상하며 오직 깊은 안도감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외부적인 자극과 인식은 그가 느끼고 있을 강렬한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




돌아온 마을의 풍경은 한마디로… 굉장했다.


마을 사람들이 급하게 구축해 놓은 바리게이트 앞쪽으로 마물의 시체들이 마치 산처럼 잔뜩 쌓여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은 지금 이 광경을 믿지 못하고 있는듯 크게 치켜떠져 있었다.


조금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마물의 시체들엔 모두 하나 같이 깊은 검상이 남아 있었다.


… 이 시체의 산이 벨로그렌스의 작품이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는 일이다.


"대단하군요."


"전혀 대단하지 않아."


감탄 섞인 내 말에 벨로그렌스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응수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감탄과 경외, 감사가 섞인 시선으로 벨로그렌스를 우러러보고 있엇지만, 지금의 그에게 그런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듯 했다.


짙은 후회를 머금은 그의 어두운 눈길은 아까전 부터 줄곧 내 상처입은 어깨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이 상처를 매개로 여전히 내 죽음을 상상하고 있는걸까.


"정말 고맙네, 벨로그렌스. 자네가 아니었다면 이 마을은 저 마물들에 의해 전멸당하고 말았겠지."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던 모양인지 피가 묻은 붕대를 들고 있는 헬케튼이 벨로그렌스에게로 다가와 그의 공을 칭찬했다.


"아닙니다. 마을분들 모두가 이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노력이 신에게 버림받지 않은 덕분이지요."


"허허, 신이라…."


헬케튼은 씁쓸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마물들은 막아냈지만, 마을 사람들의 희생도 컸다.

부상을 당한 자들은 부지기수고 심심찮게 목숨을 잃은 자들도 있었다. 안그래도 그리 인구가 많지 않은 마을이기에 희생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상실감이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다행인점은 인간에겐 망각이 있다는 것이다.


벨로그렌스는 상처입은 마을의 모습을 잠깐 둘러보다가 헬케튼에게 말했다.


"그보다 제 아내의 상처를 봐주실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조금만 기다리게. 저쪽에서 상처에 바를만한 약초를 가져오겠네."


헬케튼은 그렇게 말하고나서 작은 손수레 쪽으로 다가갔다. 그 손수레엔 그가 모은 약초가 가득 실려 있었다. 그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보던 벨로그렌스가 상처를 입지 않은 어깨쪽을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물었다.


"상처는… 많이 아프지 않아?"


"아프지 않다는건 거짓말이겠죠. 아프지만… 인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에요."


사실 어깨위를 덮고 있는 피로물든 의복 덕분에 상처가 어느 정도로 심하게 났는지도 모르겠다.

피를 많이 흘린탓인지 머리가 조금 어질했다. 아마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을 것이다.


곧 수레에서 약초를 꺼내온 헬케튼이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는 내 상처를 대강 살펴보는가 싶더니 조금 굳어진 얼굴을 하고선 입을 열었다.


"리체 양의 명예를 더럽힐 생각은 없네만…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선 상의를 벗어주어야 겠네."


… 헬케튼이 언급하는 명예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

목숨이 단 한개인 인간에게 그보다 우위에 서는 명예라는게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양 손을 이용해 상의를 벗으려 시도했지만 상처에 옷감이 비벼지는 모양인지 자지러질듯한 고통이 밀려와 움직이던 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벨로그렌스가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선 내게 물었다.


"괜찮아?"


"아으으… 괜찮아요."


"옷을 벗는것 보다는 잘라내는게 낫겠네. 고통이 너무 심하겠어."


내 모습을 지켜보던 헬케튼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까운 집을 빌려 보겠네. 벨로그렌스, 자네도 아무리 리체 양의 치료가 시급하다지만… 이런 길거리에서 아내의 반라를 드러내는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겠지?"


"… 물론이죠."


벨로그렌스는 헬케튼의 물음에 그렇게 답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몸을 드러내는게 인간들에게 창피한 일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치료를 잠시나마 유예해야 할 만큼 큰일인걸까.


… 치료를 한다고 해봐야 고작 약초를 바르고 붕대를 감는것이 다겠지. 그렇다고 고통이 바로 사그라드는것도 아니니, 이 유예에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




헬케튼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집은 평안한 침묵으로 가득차 있었다.

낡았지만 정갈하게 관리된 식기가 주방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고, 작은 창문을 통해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 광경만 보면 바깥에서 벌어진 비극들이 모두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그럼 부탁하겠네, 벨로그렌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벨로그렌스는 내게로 뒤돌아섰다.


헬케튼의 뒤쪽 식탁 위에 미리 빻아둔것 같은 약초들과 새하얀 붕대 뭉치가 보였다. 나는 그것들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벨로그렌스를 마주보았다.

그의 손엔 작은 단검이 들려 있었는데 마물을 상대할때 쓰던 검에 비교하면 흉기라고 부르기도 우스울 수준이었다.


"아프더라도 조금만 참아."


그는 그렇게 말하고나서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 상처에 붙어있던 옷을 살짝 떼어내었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내게로 전해지는 통증이 적지 않아 나는 속으로 신음을 삼켜야 했다.


곧 그의 손에 들린 작은 단검이 내 옷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주욱,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칼날에 힘 없이 잘려나간 천조각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깐 팔을 들어봐."


그런 간단한 주문들이 두어번 정도 반복된 후에, 내 상체에 걸쳐져 있던 의복들이 모두 제거되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이 완료되고나자 헬케튼이 다가왔다.


"실례하겠네, 리체 양."


그는 내 팔을 붙잡고 물을 묻힌 깨끗한 천으로 상처 부위를 조심스럽게 닦아 내기 시작했다.


"큿…!"


제 아무리 주의를 기울였다고 해도 상처 부위를 닦아내는것은 내게 무척이나 큰 고통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것도 인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역시 고통이라는 감각은 내게 너무 생소했다.


너무나 강력해 외부의 자극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용의 육체와 달리 요정의 신체는 너무나도 연약했다. 고통이라는 것이 그다지 기꺼운 감각이 아니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지만… 나는 오히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용의 육신보다는 이쪽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헬케튼의 손길에 이미 굳어져 버린 피와 지금도 흐르고 있는 피가 닦여지자 곧 상처가 드러났다.


… 마물이 앞발을 휘둘렀을 당시 몸을 잘 틀어서 그런걸까, 상처가 깊긴 했지만 상처의 범위는 거의 어깨의 외곽 쪽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상처도 상처지만 멍도 심하게 들었군. 뼈에 금이가지 않았나 싶지만… 움직임을 보니 다행히 그런것 같지는 않네."


"천만 다행이군요."


옆에서 벨로그렌스가 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그는 이내 곧 고개를 다시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는데, 내게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타인이 더 걱정하는 자신의 몸이라는건… 좀 묘하군.


"그래도 더 이상 무리가 가는 움직임은 금해야할 일이네. 이런 작은 마을에서 이 이상의 상처는 감당하기 어렵네."


"…."


"… 무력하게도 말일세."


그렇게 말을 덧붙이는 헬케튼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워 보였다. 아마도 나보다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조치가 어렵다면, 그자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헬케튼은 그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비록 그가 일으킨 일은 아니지만, 그는 마을의 유일한 의사로 이 일들을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능숙한 손길로 상처 부위에 약초를 으깬 즙을 바르고 그 위에 붕대를 감았다. 팔을 고정시키기 위해서인지 꽤나 많은 양의 붕대가 내 몸에 칭칭 감겨졌다. 실제로 붕대를 모두 감고 나니 팔을 움직이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아니, 이 경우엔 잘 고정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군.


헬케튼이 붕대를 모두 감고나니 벨로그렌스가 겉옷을 벗어 내 어깨에 가볍게 걸쳐 주었고, 나는 상처를 입지 않은 쪽의 팔을 사용해 그것을 깊숙히 끌어 당겼다.


"고맙습니다, 헬케튼 씨."


내 인사에 헬케튼은 쓰게 웃었다.


"내게 고마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감사라면 오히려 내가 해야지. 리체 양은 연약한 소녀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을 위해 활을 들고 용감하게 마물과 맞서지 않았던가?"


… 듣기 좋은 말일 뿐이군.

나는 그 활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조금 주저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아뇨, 저는 그 활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헬케튼 씨야 말로- "


"그만, 그만두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구?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하주게. 나는 언제 마물이 나를 집어 삼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떨며 집 안을 벗어날 생각조차 못했으니까."


"…."


그는 갑작스럽게 내 말을 끊으며 괴로운 얼굴로 마치 고백하듯 그렇게 말했다.


헬케튼과 우리 사이에 갑작스레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벨로그렌스는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아무말 없이 그 침묵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가 이내 그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개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이 달랐을 뿐입니다. 제 생각에 헬케튼 씨는 다른 젊은이들과 같이 무기를 들고 마물과 싸우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전투가 끝나고 이렇게 상처를 봐줄 의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내 죄를 자네에게 인정받으려는건 아니네만…."


헬케튼은 조금 지친듯, 식탁에서 의자를 빼내어 그곳에 앉았다.

오늘따라 그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 짙어 보인다. 주름살이 늘기라도 한 모양이다.


"솔직히 나는 이 마을이 전멸하리라 예상했네. 마물들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고 흉포했고, 오직 생존만 눈 앞에 놓인 상황에서 젊고 늙음을 따지는것은 의미가 없었지. 누구든지 무기를 들 힘이 있다면 앞으로 나가 싸워야 했네."


"…."


"오늘 마물을 성공적으로 격퇴한 기적이 일어난 까닭은, 자네가 이 마을에 있었기 때문이네. 물론 자네를 핑계로 내 비겁함을 정당화 시킬 수는 있겠네만… 아무래도 어렵군.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네."


"헬케튼 씨…."


벨로그렌스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 뒤로 더 이상 어떤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미안하네. 자네에게 쓸데없는 푸념 따위를 늘어 놓고 말았군."


"아닙니다. 아무튼…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오늘 헬케튼 씨가 없었다면 제 아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을 겁니다."


"… 고맙네."


벨로그렌스와 헬케튼의 대화를 들은 나는 어딘가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그들의 말 하나 하나는 이해가 갔지만 그 말들이 이루는 커다란 흐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벨로그렌스는 아직까지도 내가 걱정되는 모양인지 나로 하여금 빨리 휴식을 취하게 하려는것 같았다.


"아무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남의 집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리체도 빨리 안정을 취하는게 좋을것 같으니까요."


그런 말을 남겨 놓고서 벨로그렌스는 내 손을 잡고 이 집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헬케튼이 그런 우리를 붙잡았다.


"자, 잠깐만 기다려주겠나?"


"… 물론입니다.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시다면 편히 얘기해 주십시오."


그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헬케튼은 상당히 오랫동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벨로그렌스는 약간 초조해 하는것 같으면서도 헬케튼이 입을 열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렸다.


"혹시, 혹시 말이네만… 자네의 힘으로 윗마을도 도와줄 수 있겠는가?"


윗마을… 말그대로 이 마을의 위쪽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들의 이름이 없기에 편의상 그렇게 불리고 있는듯 하지만, 이제는 정말 그 이름으로 굳어져 가는것 같다.


"자네라면 분명 위기에 빠진 윗 마을 역시 구해낼 수 있을걸세. 하지만 아무리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위험하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지. … 자네에게 이런 못난 부탁을 하는 나를 용서해주게."


나는 벨로그렌스가 이 부탁을 바로 수락할 줄 알았다. 헬케튼의 말대로 어느정도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벨로그렌스의 압도적인 무력을 생각한다면 그 위험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벨로그렌스는 헬케튼의 부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벨로그렌스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 거절해도 상관 없네. 자네가 윗 마을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보상으로 줄 것이 아무것도 없네. 애초에 이런 위험을 감수하라는 요청 자체가 가당치 않은 것이겠지."


"보상같은건 필요 없습니다만…."


벨로그렌스는 여전히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말끝을 흐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갈등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조금,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의아함을 가지고 올려다본 내 시선에, 벨로그렌스가 아랫 입술을 세게 깨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작가의말

 * 여유롭게 쓰자고 생각했는데... 너무 여유를 부린것 같네요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 외전도 슬슬... 중후반 정도 진행 된 것 같군요. 완결은 2013년에 나겠습니다 ㅠㅠㅠ


 *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9

  • 작성자
    Lv.14 우울함
    작성일
    12.12.29 02:11
    No. 1

    르쿠프라 님 : 저는 거의 항상 새벽에 글을 올립니다 ㅎㅎ
    슈크림빵이 님 : 오늘 아침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속소원 님 : 우걱우걱...?ㅠㅠ
    Stellar별 님 : 설마 주인공이 먹히지는... 않겠죠?ㅋㅋ;;
    Acacis 님 : 다음편이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PCBSD 님 : 페로몬ㅋㅋㅋㅋ 내일, 나는의 주인공이 그런 면에서 영원으로 가는 문의 주인공에게 안되긴 하죠 ㅠㅠ
    잿빛나래 님 : ㅎㅎ 감사합니다!
    wolfbee 님 : 마물도 빠진걸까요?ㅋㅋ 감사합니다.
    Knark.mt 님 : 감사합니다!
    적안왕 님 : 그러고보니... 좀 많이 먹는군요;;;
    멀록 님 : 네 아직은 죽지 않습니다 ㅋㅋ;
    빠바룽 님 : 위장이 뒤집ㅋㅋㅋ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ㅠㅠ
    사황성자 님 : 설마요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진 않습니다!!ㅠㅠ
    혼돈의사제 님 : 외전에서 주인공이 사용하는 마법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ㅠㅠ
    아힌Ahin 님 : ㅎㅎ 감사합니다!
    시링스 님 : 마법을 쓰면 낫겠지만... 외전에선... ㅠㅠ
    드아르나크 님 : 언제나 충실하게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골드리버
    작성일
    12.12.29 02:16
    No. 2

    이 달콤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2.12.29 02:38
    No. 3

    오.. 얼마만인지.. 우흐.. 리체가 위험함에 스스로의 약속을 꺨줄 알았더만.. 아니였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실페리온
    작성일
    12.12.29 02:42
    No. 4

    new덕에 기억 저편에서 전편 줄거리를 끄집어 냈네요 ㅎ
    늦은시간에 좋은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Stellar별
    작성일
    12.12.29 03:22
    No. 5

    먹혀도 죽지 않는 존재가 맞....는 거죠??? 백룡이라도 먹히면 죽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이거한잔
    작성일
    12.12.29 03:53
    No. 6

    완전 잊고 있었는데 새글 이라닝!
    자기전에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wolfbee
    작성일
    12.12.29 04:20
    No. 7

    요즘 살짝 정신줄을 놓은듯한 네네보다는 리체가 더 보기좋군요

    그리고 리체가 벨로그렌스와 헬케튼의 대화를 들으면서 눈을 초롱초롱 껌벅거리고 있을게 보이는듯 하네요^^
    항상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음속소원
    작성일
    12.12.29 07:58
    No. 8

    ㅠ 삼월달에 군대가지말입니다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쵸코코칩
    작성일
    12.12.29 09:47
    No. 9

    이 세계관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진리는 네네위 귀여움인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므겡므겡
    작성일
    12.12.29 10:53
    No. 10

    벨로그렌스가 생각보다 무척 강하군요. 그러면 그전에 있던 파티의 전투력은... 왠만한 몬스터는 찜쪄먹을 수준이였겠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파앤
    작성일
    12.12.29 16:52
    No. 11

    오랜만에 와서 재밌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머라카노
    작성일
    12.12.29 18:18
    No. 12

    정말 오랜만이시네요 !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흑분
    작성일
    12.12.30 09:48
    No. 13

    아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리체 이야기 너무 좋아요!
    벌써 중후반이라니 안돠요 더더욱 내용을 늘려주세요 ㅠ

    덧. 리체이야기 처음에 드래곤 레어로 갈 적엔 리체는 분명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있는데 리체의 마법은 전투에는 쓸모없는 실용적인 마법들만 사용 가능한건가요?
    리체가 자유롭게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보고싶어요... 그것도 나무를 가꾼다거나 하는 요정다운 마법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혼돈의사제
    작성일
    12.12.30 11:02
    No. 14

    이성과 감성사이~
    즐거운 연말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사는게뭘까
    작성일
    12.12.30 14:03
    No. 15

    이글을 어찌 끝내시려는지 작가님의 고민이 보입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시링스
    작성일
    12.12.30 14:34
    No. 16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3.01.01 17:37
    No. 17

    우선 순위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devilcow
    작성일
    13.01.03 04:02
    No. 18

    외전 너무 재밌네요. 문피아에서는 영원말고 보는게 없음. .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Acacis
    작성일
    13.01.14 03:54
    No. 19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원으로가는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외전 관련 삽화입니다~ +6 12.05.21 4,813 1 -
공지 중요 공지입니다. +58 09.09.20 7,020 0 -
공지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11 09.06.10 4,271 1 -
197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8)- +86 17.10.08 1,580 34 7쪽
196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7)- +21 17.09.24 895 29 9쪽
195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6)- +29 16.07.06 2,040 48 9쪽
194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5)- +16 15.08.17 2,337 52 10쪽
193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4)- +17 15.03.31 2,099 54 13쪽
192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3)- +16 14.12.09 2,457 54 11쪽
191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2)- +18 14.07.11 2,212 65 15쪽
190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1)- +22 14.06.13 2,442 69 18쪽
189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0)- +24 14.02.20 2,553 76 14쪽
188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9)- +17 13.10.19 2,640 70 15쪽
187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8)- +16 13.05.21 2,771 68 11쪽
186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7)- +20 13.01.31 3,517 51 12쪽
»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6)- +19 12.12.29 3,020 52 23쪽
184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5)- +18 12.11.14 2,875 53 16쪽
183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4)- +17 12.10.26 2,917 47 15쪽
182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3)- +17 12.10.07 2,946 46 12쪽
181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2)- +25 12.08.15 2,829 47 14쪽
180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1)- +32 12.06.17 3,558 51 22쪽
179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10)- +32 12.06.10 3,024 54 12쪽
178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9)- +24 12.05.20 3,339 54 10쪽
177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8)- +26 12.05.07 3,408 44 17쪽
176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7)- +20 12.05.03 3,128 39 12쪽
175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6)- +18 12.04.20 3,341 50 17쪽
174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5)- +45 12.04.09 3,787 44 12쪽
173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4)- +34 12.02.18 4,286 51 12쪽
172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3)- +21 12.02.13 4,988 44 11쪽
171 원본입니다. +39 12.01.20 8,874 38 2쪽
170 영원으로 가는 문 -完- +113 12.01.15 6,932 97 9쪽
169 영원으로 가는 문 -161화- +12 12.01.15 4,211 68 24쪽
168 영원으로 가는 문 -160화- +54 12.01.06 4,238 58 22쪽
167 영원으로 가는 문 -159화- +7 12.01.06 3,709 60 17쪽
166 영원으로 가는 문 -158화- +33 12.01.01 4,050 58 15쪽
165 영원으로 가는 문 -157화- +28 11.12.24 3,499 57 17쪽
164 영원으로 가는 문 -156화- +44 11.12.20 3,617 58 22쪽
163 영원으로 가는 문 -155화- +36 11.12.18 3,992 60 17쪽
162 영원으로 가는 문 -154화- +51 11.12.12 3,510 52 24쪽
161 영원으로 가는 문 -153화- +29 11.12.05 3,884 50 18쪽
160 영원으로 가는 문 -152화- +46 11.11.27 3,725 56 23쪽
159 영원으로 가는 문 -151화- +31 11.11.21 3,911 66 19쪽
158 영원으로 가는 문 -150화- +31 11.11.14 3,574 55 19쪽
157 영원으로 가는 문 -149화- +27 11.11.08 3,476 65 16쪽
156 영원으로 가는 문 -148화- +19 11.11.03 3,352 47 18쪽
155 영원으로 가는 문 -147화- +35 11.10.28 3,526 54 17쪽
154 영원으로 가는 문 -146화- +26 11.10.25 3,358 51 17쪽
153 영원으로 가는 문 -145화- +33 11.10.19 3,728 51 25쪽
152 영원으로 가는 문 -144화- +23 11.10.17 3,454 55 24쪽
151 영원으로 가는 문 -143화- +41 11.10.09 3,651 50 13쪽
150 영원으로 가는 문 -142화- +32 11.10.08 3,722 61 27쪽
149 영원으로 가는 문 -141화- +34 11.10.03 3,780 65 24쪽
148 영원으로 가는 문 -140화- +33 11.09.28 3,700 45 23쪽
147 영원으로 가는 문 -139화- +25 11.09.24 3,676 56 20쪽
146 영원으로 가는 문 -138화- +28 11.09.19 3,493 50 25쪽
145 영원으로 가는 문 -137화- +24 11.09.14 3,819 56 10쪽
144 영원으로 가는 문 -136화- +8 11.09.14 3,460 43 12쪽
143 영원으로 가는 문 -135화- +46 11.09.06 3,701 48 13쪽
142 영원으로 가는 문 -134화- +16 11.09.04 4,001 46 10쪽
141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2)- +25 11.09.01 5,067 56 15쪽
140 영원으로 가는 문 -133화- +37 11.08.25 4,083 57 9쪽
139 영원으로 가는 문 -132화- +30 11.08.17 3,939 44 11쪽
138 영원으로 가는 문 -131화- +21 11.08.10 3,876 45 9쪽
137 영원으로 가는 문 -130화- +29 11.08.06 3,806 52 9쪽
136 영원으로 가는 문 -129화- +41 11.08.01 4,039 59 8쪽
135 영원으로 가는 문 -128화- +52 11.07.25 3,919 53 11쪽
134 영원으로 가는 문 -127화- +51 11.07.13 4,319 45 11쪽
133 영원으로 가는 문 : 지금까지의 줄거리 +54 11.07.07 5,840 31 4쪽
132 다시 오랜만입니다. +73 11.07.03 4,585 25 1쪽
131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드래곤 슬레이어- +72 10.12.29 6,208 58 20쪽
130 영원으로 가는 문 -126화- +34 10.12.25 4,691 49 7쪽
129 오랜만에 뵙습니다. +71 10.10.16 5,224 37 2쪽
128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어느날, 로나벨아크하임- +31 10.06.05 5,662 47 8쪽
127 영원으로 가는 문 -125화- +52 10.06.01 4,903 40 5쪽
126 영원으로 가는 문 -124화- +55 10.03.14 5,161 42 5쪽
125 영원으로 가는 문 -외전 : 어느 겨울 아침- +57 10.02.17 5,824 48 10쪽
124 오랜만에 뵙습니다. +73 10.02.13 5,837 32 1쪽
123 영원으로 가는 문 -123화- +76 09.09.17 7,631 46 22쪽
122 영원으로 가는 문 -122화- +64 09.09.10 6,499 42 17쪽
121 영원으로 가는 문 -121화- +53 09.09.08 6,586 41 9쪽
120 영원으로 가는 문 -120화- +59 09.09.03 6,951 55 16쪽
119 영원으로 가는 문 -119화- +60 09.08.29 7,109 46 16쪽
118 영원으로 가는 문 -118화- +72 09.08.26 6,959 45 12쪽
117 영원으로 가는 문 -117화- +46 09.08.25 6,410 47 14쪽
116 영원으로 가는 문 -116화- +79 09.08.20 6,937 53 16쪽
115 영원으로 가는 문 -115화- +20 09.08.20 6,431 47 10쪽
114 영원으로 가는 문 -114화- +56 09.08.15 7,079 38 13쪽
113 영원으로 가는 문 -113화- +67 09.08.11 7,287 52 10쪽
112 영원으로 가는 문 -112화- +63 09.08.08 7,165 44 11쪽
111 영원으로 가는 문 -111화- +69 09.08.01 7,258 45 7쪽
110 영원으로 가는 문 -110화- +54 09.07.30 7,246 46 10쪽
109 영원으로 가는 문 -109화- +68 09.07.24 7,586 56 10쪽
108 영원으로 가는 문 -108화- +20 09.07.24 6,830 48 7쪽
107 영원으로 가는 문 -107화- +69 09.07.18 8,070 55 9쪽
106 영원으로 가는 문 -106화- +59 09.07.16 7,304 49 13쪽
105 영원으로 가는 문 -105화- +80 09.07.07 8,125 52 12쪽
104 영원으로 가는 문 -104화- +73 09.07.02 8,553 52 12쪽
103 영원으로 가는 문 -103화- +58 09.06.29 8,202 46 10쪽
102 영원으로 가는 문 -102화- +85 09.06.26 8,758 72 10쪽
101 영원으로 가는 문 -101화- +88 09.06.24 8,831 57 11쪽
100 영원으로 가는 문 -100화- +153 09.06.21 10,272 57 8쪽
99 영원으로 가는 문 -99화- +64 09.06.19 8,626 55 11쪽
98 영원으로 가는 문 -98화- +57 09.06.19 8,242 51 15쪽
97 영원으로 가는 문 -97화- +69 09.06.16 8,653 52 11쪽
96 영원으로 가는 문 -96화- +62 09.06.14 8,603 62 11쪽
95 영원으로 가는 문 -95화- +25 09.06.14 8,056 64 12쪽
94 영원으로 가는 문 -94화- +50 09.06.11 8,135 55 10쪽
93 영원으로 가는 문 -93화- +48 09.06.10 7,876 61 9쪽
92 영원으로 가는 문 -92화- +39 09.06.07 8,306 61 13쪽
91 영원으로 가는 문 -91화- +54 09.06.04 8,230 57 11쪽
90 영원으로 가는 문 -90화- +22 09.06.03 8,216 59 10쪽
89 영원으로 가는 문 -89화- +35 09.06.02 8,340 51 10쪽
88 영원으로 가는 문 -88화- +38 09.06.01 7,549 48 9쪽
87 영원으로 가는 문 -87화- +34 09.05.28 7,727 55 11쪽
86 영원으로 가는 문 -86화- +36 09.05.27 8,209 52 13쪽
85 영원으로 가는 문 -85화- +15 09.05.27 7,970 53 8쪽
84 영원으로 가는 문 -84화- +34 09.05.26 7,880 58 9쪽
83 영원으로 가는 문 -83화- +32 09.05.25 7,948 58 11쪽
82 영원으로 가는 문 -82화- +51 09.05.23 8,292 57 10쪽
81 영원으로 가는 문 -81화- +27 09.05.21 7,961 52 9쪽
80 영원으로 가는 문 -80화- +24 09.05.20 8,553 66 9쪽
79 영원으로 가는 문 -79화- +18 09.05.19 8,136 53 8쪽
78 영원으로 가는 문 -78화- +26 09.05.17 8,307 53 10쪽
77 영원으로 가는 문 -77화- +20 09.05.16 8,229 50 11쪽
76 영원으로 가는 문 -76화- +31 09.05.14 8,208 65 11쪽
75 영원으로 가는 문 -75화- +22 09.05.13 8,273 53 11쪽
74 영원으로 가는 문 -74화- +23 09.05.12 8,276 63 11쪽
73 영원으로 가는 문 -73화- +25 09.05.11 8,536 65 15쪽
72 영원으로 가는 문 -72화- +26 09.05.09 8,207 61 11쪽
71 영원으로 가는 문 -71화- +30 09.05.07 8,689 63 14쪽
70 영원으로 가는 문 -70화- +20 09.05.06 8,552 48 8쪽
69 영원으로 가는 문 -69화- +35 09.05.05 8,341 56 6쪽
68 영원으로 가는 문 -68화- +24 09.05.04 8,238 60 12쪽
67 영원으로 가는 문 -67화- +25 09.05.04 8,772 58 10쪽
66 영원으로 가는 문 -66화- +18 09.05.02 8,492 53 7쪽
65 영원으로 가는 문 -65화- +24 09.04.30 8,646 49 8쪽
64 영원으로 가는 문 -64화- +26 09.04.27 8,805 48 19쪽
63 영원으로 가는 문 -63화- +17 09.04.27 9,037 49 8쪽
62 영원으로 가는 문 -62화- +14 09.04.26 8,772 51 10쪽
61 영원으로 가는 문 -61화- +25 09.04.25 9,085 62 11쪽
60 영원으로 가는 문 -60화- +28 09.04.24 9,073 54 10쪽
59 영원으로 가는 문 -59화- +35 09.04.23 9,588 61 11쪽
58 영원으로 가는 문 -58화- +23 09.04.23 9,670 58 9쪽
57 영원으로 가는 문 -57화- +32 09.04.22 10,121 67 8쪽
56 영원으로 가는 문 -56화- +23 09.04.22 9,483 54 10쪽
55 영원으로 가는 문 -55화- +15 09.04.22 9,541 67 9쪽
54 영원으로 가는 문 -54화- +14 09.04.22 9,135 71 14쪽
53 영원으로 가는 문 -53화- +7 09.04.22 9,521 66 8쪽
52 영원으로 가는 문 -52화- +5 09.04.22 9,584 65 13쪽
51 영원으로 가는 문 -51화- +16 09.04.22 10,091 78 20쪽
50 영원으로 가는 문 -50화- +25 09.04.22 10,128 69 9쪽
49 영원으로 가는 문 -49화- +17 09.04.22 9,830 64 12쪽
48 영원으로 가는 문 -48화- +18 09.04.21 10,304 64 9쪽
47 영원으로 가는 문 -47화- +13 09.04.21 10,159 72 10쪽
46 영원으로 가는 문 -46화- +24 09.04.21 10,257 71 12쪽
45 영원으로 가는 문 -45화- +17 09.04.21 10,293 78 13쪽
44 영원으로 가는 문 -44화- +12 09.04.21 10,453 68 11쪽
43 영원으로 가는 문 -43화- +16 09.04.21 10,597 84 14쪽
42 영원으로 가는 문 -42화- +17 09.04.21 10,784 68 12쪽
41 영원으로 가는 문 -41화- +13 09.04.21 11,043 76 8쪽
40 영원으로 가는 문 -40화- +12 09.04.21 11,099 73 16쪽
39 영원으로 가는 문 -39화- +14 09.04.21 11,076 75 10쪽
38 영원으로 가는 문 -38화- +14 09.04.21 11,002 91 7쪽
37 영원으로 가는 문 -37화- +18 09.04.21 11,591 90 8쪽
36 영원으로 가는 문 -36화- +8 09.04.21 11,376 80 10쪽
35 영원으로 가는 문 -35화- +7 09.04.21 11,087 70 11쪽
34 영원으로 가는 문 -34화- +21 09.04.20 11,246 84 13쪽
33 영원으로 가는 문 -33화- +10 09.04.20 11,358 81 16쪽
32 영원으로 가는 문 -32화- +15 09.04.20 11,773 78 11쪽
31 영원으로 가는 문 -31화- +18 09.04.20 11,680 84 16쪽
30 영원으로 가는 문 -30화- +10 09.04.20 11,770 82 12쪽
29 영원으로 가는 문 -29화- +16 09.04.20 11,787 77 12쪽
28 영원으로 가는 문 -28화- +13 09.04.20 12,254 75 8쪽
27 영원으로 가는 문 -27화- +16 09.04.20 12,205 84 11쪽
26 영원으로 가는 문 -26화- +20 09.04.20 12,258 91 13쪽
25 영원으로 가는 문 -25화- +11 09.04.20 12,658 98 8쪽
24 영원으로 가는 문 -24화- +17 09.04.20 12,919 94 11쪽
23 영원으로 가는 문 -23화- +21 09.04.19 13,217 87 15쪽
22 영원으로 가는 문 -22화- +22 09.04.19 13,904 96 12쪽
21 영원으로 가는 문 -21화- +29 09.04.18 13,759 97 12쪽
20 영원으로 가는 문 -20화- +26 09.04.16 14,874 104 26쪽
19 영원으로 가는 문 -19화- +13 09.04.16 14,374 89 11쪽
18 영원으로 가는 문 -18화- +14 09.04.16 15,548 104 12쪽
17 영원으로 가는 문 -17화- +20 09.04.15 16,289 104 10쪽
16 영원으로 가는 문 -16화- +25 09.04.15 16,727 110 13쪽
15 영원으로 가는 문 -15화- +18 09.04.15 17,441 116 13쪽
14 영원으로 가는 문 -14화- +25 09.04.14 17,665 114 10쪽
13 영원으로 가는 문 -13화- +13 09.04.14 17,973 129 8쪽
12 영원으로 가는 문 -12화- +11 09.04.13 18,476 122 9쪽
11 영원으로 가는 문 -11화- +19 09.04.13 18,875 123 13쪽
10 영원으로 가는 문 -10화- +18 09.04.13 20,061 124 9쪽
9 영원으로 가는 문 -9화- +21 09.04.12 20,456 139 9쪽
8 영원으로 가는 문 -8화- +20 09.04.12 21,294 137 10쪽
7 영원으로 가는 문 -7화- +21 09.04.09 27,060 151 22쪽
6 영원으로 가는 문 -6화- +52 09.03.25 29,488 174 11쪽
5 영원으로 가는 문 -5화- +44 09.02.09 31,971 193 12쪽
4 영원으로 가는 문 -4화- +25 09.02.08 34,290 202 12쪽
3 영원으로 가는 문 -3화- +42 09.02.05 35,514 231 8쪽
2 영원으로 가는 문 -2화- +23 09.02.05 38,500 215 7쪽
1 영원으로 가는 문 -1화- +47 09.02.05 59,485 22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