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비노입니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알비노가
붉은 피부보다 부끄러운 건 아니다.
온통 붉은 피부들 속에 홀로 서 있는 것이
그저 눈에 띄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빛을 띠고 꼿꼿하게 서 있는 것이
힘든 일은 아니다.
너는 달라 다르지 하며 그어놓은 선이
눈에 밟히는 것이다.
부끄러운 것은 옅은 피부가 아니라
군중의 물결에 휩쓸려 익명이 되어버린
숨결마저 덩어리진 삶이다.
부끄럽지 않은가.
절대 다수의 제복 아래에 감춰진
진짜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이
진짜 부끄러움이다.
익명들은 잊어버리고
판에 박힌 그들 시선 따윈 잊어버리고
알비노라는 이름 오롯이
투명한 피부에 새겨두자.
꽃잎 바람결에 흩어져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