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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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닫아두었던 빗장을 풀고 당신에게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모든 것들이 조화로웠고 적당히 아름다웠습니다.
적당히 바람이 불었고 햇살이 비췄고
그래서 적당한 만큼만 마음이 떨렸습니다.
전율이라고 하기에는 좀 밋밋할지 모르지만
새벽에 비바람을 맞으며 잠시 몸 밖으로 나왔던 나무의 영혼들이 아직도
하늘을 물 위를 나무 사이를 방황하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들의 일부가 내 속으로 걸어들어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란 그런 것일까요?
폐부 깊숙이 소용돌이치며 들어오던 그 요란한 느낌들은 이제
좀 더 점잖은 방법으로 내 영혼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네요.
원효대사를 본 것도 같고 은사시나무 이야기를 해준 아저씨를 만난 것도 같고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날개를 지닌 늙은 천사를 스쳐 지나간 것도 같고.
모든 것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는 계절의 끝자락은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물과 그들의 영혼을
시간 속에 조화롭게 버무릴 줄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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