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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에서 돌아오는 중 ☽

하루 혹은 영원

웹소설 > 일반연재 > 시·수필

이웃별
작품등록일 :
2016.02.12 00:11
최근연재일 :
2018.10.23 14:18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663
추천수 :
316
글자수 :
20,063

작성
16.02.26 17:44
조회
201
추천
8
글자
2쪽

까마귀의 역설법

DUMMY

나는 티레시아스 하하하 까르르르

신들의 목소리를 엿듣고 피조물의 운명을 예언하는 눈 먼 예언자

내가 예언의 노래를 부르면 지상의 생명들은 귀를 막지만

나는 결코 숙명을 피하지 않는다네

검은 것만을 노래한다고 돌을 던지는 이들에게

내 갈라진 목소리의 핵은 숭고한 질그릇이다 일러주어도

나를 반기는 이들은 만나보지 못했네

하하하 까르르르 그래서 이젠 목소리 다듬는 일도

검은 부리에 립스틱 바르는 짓도 그만두었지만

운명을 예언하는 일은 멈출 수 없다네

보이지 않는 눈 대신 반짝이는 지성을 얻은 내게

시력은 효력 없는 키르케의 묘약 같은 것

창공을 비행하며 즐길 수 있는 경관은

이미 쓸모없는 망막 속에 각인되어 있으니

한 겁의 시간을 넘나들며

온 몸으로만 볼 수 있는 세상을 노래한다네


누가 들어주겠나, 저 감성과 이성의 조율에 실패한 시인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했네, 세상에 적응한 시인은

감성과 이성의 조율에 실패한 듯 시를 쓰지만

실제로는 어느 하나 밀려서는 안 되지

타협이 나쁘다 말하지 말게나,

줄다리기에서 진 감성은 시인을 철학자로 만들어버리고

줄다리기에서 진 이성은 시인의 삶을 시로 만들어버린다네

삶이 시가 되는 순간 시인은 인간들로부터 내팽개쳐지고

자신이 창조한 시로부터 버림받게 된다는 걸

시인을 필요로 하는 신은 알고 있다네

세상의 등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시인에게

남는 것은 의식뿐이라네

내가 시력을 대가로 얻은 이 모든 권리를

시인은 미련없이 버리고 그 대가로 눈을 얻었다네

순수하게 정제되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는 의식의 눈

하하하 까르르르 내가 비밀을 하나 가르쳐주겠네

그 눈은, 신의 질투를 받게 된 것이라네

corneille_yi_ran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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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꿈에 본 시험 +8 18.10.23 115 6 1쪽
44 꽃차 +14 18.10.16 103 7 2쪽
43 나는 부자 +10 18.10.01 120 4 1쪽
42 갑옷 +8 18.09.28 104 8 1쪽
41 길 위의 행렬 +12 18.03.22 157 7 2쪽
40 배고파 +6 18.01.09 128 7 2쪽
39 겨울, 새싹, 봄그림자, 너. +6 17.12.25 133 4 1쪽
38 새신발 +3 17.12.25 86 4 2쪽
37 눈雪 물 +2 17.12.18 118 4 2쪽
36 성냥팔이 소녀에게 +6 17.12.02 131 5 2쪽
35 햇살 좋은 날 +4 17.10.29 146 6 1쪽
34 한 조각의 미스터리 +2 17.10.27 147 5 1쪽
33 너 떠난 길 +12 17.06.23 192 8 1쪽
32 그러라지 17.06.22 161 4 1쪽
31 꽃불 +2 17.02.05 172 5 1쪽
30 표정들 17.02.05 166 4 1쪽
29 Los Planetas 17.02.05 172 4 1쪽
28 미립자의 답시 +3 16.08.03 168 5 2쪽
27 블룸송 16.08.03 158 4 1쪽
26 낙화 +7 16.04.17 145 7 1쪽
25 나는 알비노입니다 16.04.07 177 6 1쪽
24 마른 꽃 +4 16.03.26 204 6 1쪽
23 마음 밭에 심은 씨앗 +2 16.03.18 300 7 1쪽
22 지나가는 길목에 +10 16.03.12 157 7 1쪽
21 창가에서 16.03.12 139 5 1쪽
20 My Romance 16.03.10 164 5 2쪽
19 수타사 16.03.10 166 6 1쪽
18 향기의 정체 +2 16.03.08 194 7 1쪽
17 샘터 +3 16.03.04 149 7 1쪽
16 순수함 추출 +3 16.03.04 183 10 2쪽
15 고엽 故葉 +8 16.02.26 188 10 2쪽
» 까마귀의 역설법 +2 16.02.26 202 8 2쪽
13 16.02.25 176 9 1쪽
12 좌표의 어디쯤에서 +4 16.02.24 179 9 1쪽
11 에너지장에 갖힌 현弦 +2 16.02.19 179 6 1쪽
10 비냐델마르 +2 16.02.18 185 8 1쪽
9 푸른 달 Blue Moon +4 16.02.18 188 9 2쪽
8 밤나무 +2 16.02.18 153 7 1쪽
7 잉여공간 수렴지점 +7 16.02.18 166 11 1쪽
6 꽃의 속삭임 +4 16.02.16 194 9 1쪽
5 대추나무와 통신 +2 16.02.14 177 9 2쪽
4 내 마음의 보석상자 +4 16.02.13 158 10 2쪽
3 감나무 될 때까지 +8 16.02.13 178 9 2쪽
2 니나 +4 16.02.12 244 9 3쪽
1 술렁거림 +14 16.02.12 370 1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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