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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에서 돌아오는 중 ☽

하루 혹은 영원

웹소설 > 일반연재 > 시·수필

이웃별
작품등록일 :
2016.02.12 00:11
최근연재일 :
2018.10.23 14:18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669
추천수 :
316
글자수 :
20,063

작성
16.03.08 12:49
조회
194
추천
7
글자
1쪽

향기의 정체

DUMMY

부겐빌레아 붓꽃 금작화 제라늄 샐비어 히비스커스 헬리오트로프 향꽃무우 석류나무 로즈메리 수레국화 수선화

낯설고 이국적인 이름들이

하나씩 낯익은 얼굴이 되기까지

거창한 무엇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마음속에 뿌리 내리고 자리잡도록

익숙지 않은 혀의 움직임으로 이름들을 불러보고

발음이 주는 이미지를 그리고

지긋이 지켜봐주는 일

그러다 흙이 메마를 때 즈음해서 한번씩 흠뻑

물을 주는 일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며가며 보고 또 보는 일

만지고 쓰다듬는 일

그래도 향기만은 끝내 알 수가 없었다.


티파사 제밀라 알제 오랑

아프리카 지중해의 낯선 도시들의 이름에

이국적이고도 익숙한 꽃들이 피어나면

그것은

인내로 가꾸어 온 손자국 눈자국 마음자국,

순수를 고집하다 유적지의 닳고 닳은 돌이 되어버린

시간이라는 시인의 선물.

언젠가는 감격으로 맡게될

진실이라는 향기.

IMG_20150224_155701.jpg


작가의말

. . . 한 인간이 자기의 마음이 깨끗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에는 적어도 자기를 그토록 기묘하게 순화시켜준 그 힘을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의 의무다.

 

(카뮈 - NOCES suivi de L’ÉTÉ 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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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3.08 17:43
    No. 1

    아, 내가 내 마음을 깨끗하다고 느낀 적이 한번이나 있었던가......
    이웃별님의 글을 보면 이상스레 '순수'라는 어휘가 몹시 어렵게 여겨집니다.
    때가 덕지덕지 묻었기 때문일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16.03.08 18:41
    No. 2

    그럴리가요. 난정님.
    순수란 어쩌면 때가 하나도 묻지 않아 깨끗하다는 의미보다는
    묻어있는 때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그만큼 선명하고 잡음을 느낄 수 없는 어떤 상태가 아닐까 해요.
    자신이 무엇인지 알고 지향하는 신념을 알고 타협하려 하지 않기에,
    그래서 순수란 생각보다 다루기 어려운 게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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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꿈에 본 시험 +8 18.10.23 115 6 1쪽
44 꽃차 +14 18.10.16 103 7 2쪽
43 나는 부자 +10 18.10.01 120 4 1쪽
42 갑옷 +8 18.09.28 104 8 1쪽
41 길 위의 행렬 +12 18.03.22 157 7 2쪽
40 배고파 +6 18.01.09 129 7 2쪽
39 겨울, 새싹, 봄그림자, 너. +6 17.12.25 133 4 1쪽
38 새신발 +3 17.12.25 86 4 2쪽
37 눈雪 물 +2 17.12.18 118 4 2쪽
36 성냥팔이 소녀에게 +6 17.12.02 132 5 2쪽
35 햇살 좋은 날 +4 17.10.29 146 6 1쪽
34 한 조각의 미스터리 +2 17.10.27 147 5 1쪽
33 너 떠난 길 +12 17.06.23 192 8 1쪽
32 그러라지 17.06.22 161 4 1쪽
31 꽃불 +2 17.02.05 172 5 1쪽
30 표정들 17.02.05 166 4 1쪽
29 Los Planetas 17.02.05 172 4 1쪽
28 미립자의 답시 +3 16.08.03 168 5 2쪽
27 블룸송 16.08.03 158 4 1쪽
26 낙화 +7 16.04.17 145 7 1쪽
25 나는 알비노입니다 16.04.07 177 6 1쪽
24 마른 꽃 +4 16.03.26 204 6 1쪽
23 마음 밭에 심은 씨앗 +2 16.03.18 300 7 1쪽
22 지나가는 길목에 +10 16.03.12 158 7 1쪽
21 창가에서 16.03.12 139 5 1쪽
20 My Romance 16.03.10 164 5 2쪽
19 수타사 16.03.10 167 6 1쪽
» 향기의 정체 +2 16.03.08 195 7 1쪽
17 샘터 +3 16.03.04 149 7 1쪽
16 순수함 추출 +3 16.03.04 183 10 2쪽
15 고엽 故葉 +8 16.02.26 188 10 2쪽
14 까마귀의 역설법 +2 16.02.26 202 8 2쪽
13 16.02.25 176 9 1쪽
12 좌표의 어디쯤에서 +4 16.02.24 179 9 1쪽
11 에너지장에 갖힌 현弦 +2 16.02.19 179 6 1쪽
10 비냐델마르 +2 16.02.18 185 8 1쪽
9 푸른 달 Blue Moon +4 16.02.18 188 9 2쪽
8 밤나무 +2 16.02.18 153 7 1쪽
7 잉여공간 수렴지점 +7 16.02.18 166 11 1쪽
6 꽃의 속삭임 +4 16.02.16 194 9 1쪽
5 대추나무와 통신 +2 16.02.14 177 9 2쪽
4 내 마음의 보석상자 +4 16.02.13 159 10 2쪽
3 감나무 될 때까지 +8 16.02.13 178 9 2쪽
2 니나 +4 16.02.12 244 9 3쪽
1 술렁거림 +14 16.02.12 370 1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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