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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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겐빌레아 붓꽃 금작화 제라늄 샐비어 히비스커스 헬리오트로프 향꽃무우 석류나무 로즈메리 수레국화 수선화
낯설고 이국적인 이름들이
하나씩 낯익은 얼굴이 되기까지
거창한 무엇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마음속에 뿌리 내리고 자리잡도록
익숙지 않은 혀의 움직임으로 이름들을 불러보고
발음이 주는 이미지를 그리고
지긋이 지켜봐주는 일
그러다 흙이 메마를 때 즈음해서 한번씩 흠뻑
물을 주는 일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며가며 보고 또 보는 일
만지고 쓰다듬는 일
그래도 향기만은 끝내 알 수가 없었다.
티파사 제밀라 알제 오랑
아프리카 지중해의 낯선 도시들의 이름에
이국적이고도 익숙한 꽃들이 피어나면
그것은
인내로 가꾸어 온 손자국 눈자국 마음자국,
순수를 고집하다 유적지의 닳고 닳은 돌이 되어버린
시간이라는 시인의 선물.
언젠가는 감격으로 맡게될
진실이라는 향기.
- 작가의말
. . . 한 인간이 자기의 마음이 깨끗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에는 적어도 자기를 그토록 기묘하게 순화시켜준 그 힘을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의 의무다.
(카뮈 - NOCES suivi de L’ÉT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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