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길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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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목에 서 있다.
겨울을 건너 기적처럼 만난 봄날의 찬란함도 지나가는 길목이고
현란한 붉은 빛 노을도 지나가는 길목이고
뒤영벌이 바둥대며 매달린 사과꽃도 지나가는 길목이다.
세월의 무게에 어깨가 무거운 것도
더 깊고 더 짙어지기 위한
지나가는 길목이다.
환원주의자들의 해체된 오딧세이 만이 태초의 비밀 근처를 배회하며
지나가는 것들을 비웃지만
지나가는 것들은 지나가는 것들을 비웃지 않는다.
지나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지나가는 것들의 모든 자취는
존재를 향한 유일무이한 단서이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현재를 들이키는 이유 또한
지나가는 길목에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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