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 물
눈의 결정 하나하나는
반짝이는 보석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는
육각형의 별들
작은 온기에서도
금세 녹아버리고 마는
가질 수도 붙잡아둘 수도 없는
어쩌면
영혼들의 눈물
소복소복 내리는 눈은
그림자만큼이나 이상해
세상을 하얗게 감춰버리지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
가진 상처가 많아
고슴도치 옷을 걸치고
휘적휘적 비틀비틀
걸어다니던 사람도
그의 가시에 화들짝 놀라
욕을 내뱉었던 사람도
한번쯤은 제 발자국을 돌아보게 돼.
한번쯤은
남이 아닌
스스로가 만든 흔적을 바라보게 돼.
육각형 속에 육각형 속에 육각형 속에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은 얼굴들
겹겹이 투명한 결정체는
너무 아름다워
그저 새하얗게만 보여
그래서 흰 눈 위에서는
걸음도 예쁘게 걷게 되나봐.
내가 찍어낸 나를 반영한 내 발자국이
혹시 팔자가 되면 어쩌나
조심스럽게 걸어가
새하얀 눈 위에 무엇을 남기려면
부끄러움이 없어야 해.
고양이 발자국 만큼.
저건
미약한 온기도 나눌 수 없는
영혼들의 눈물일지 모르니까
- 작가의말
그런데 어느 슬픈 영혼이 이렇게 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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