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 故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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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나를 버리고 간 그곳에
앉아만 있었지, 처음으로
돌연히 나를 떼어낸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어
뒤척이고 뒤척이며 내내 울기만 했지
매달려 살았던 삶이 한때 내 것이었다는 근거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상처와 맞닿아있던 작은 도드라짐이
아, 애틋한 증표라고 파르르 전율할 뿐
나 어느 한 시절에 잎으로 피어났던가
끓어오르는 수액 속에서 꿈꾸고 있었던가
어느 지나간 시절에는 대지에 오솔길로 누워 있었던가
게으른 영혼들이 초록색 때 묻은 발을 사쁜사쁜 내딛는 부드러운 이끼였던가
이제 연결의 근거는 모두 사라졌다
바람이 나를 버리고 떠난 곳에서 처음으로,
땅에 떨어진 삶을 만난 뒤
나는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부드러운 바위였고 눈덮인 산맥이었고
눈 덮인 산맥 위를 휘휘 나는 매의 빛나는 눈동자였다
나는 구름이 떼어낸 흰 눈이었고 노인의 마른 눈물이었다
상처와 맞닿은 곳에 돌기처럼 돋아난 것은
지나간 생과 다가올 생
바람이 나를 연결의 근거로부터 떼어낸 뒤
비로소 눈이 떠진
나 어느 먼 생에는
바람일 것이다
투명한 영혼을 몰고 다니다
부드러운 땅에
나를 떼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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