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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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고 약했지만 하얗게 부서지던 입가의 웃음은 비아리츠에서 만난 파도만큼 강렬했지. 약한 것은 아름다워. 너의, 쌍둥이 남동생에게 나누어 줘버린 육신의 기력이 내 눈에는 그렇게 아름다워보일 수 없었다. 햇살 좋은 어느날, 심장을 움켜쥐고 처방전을 쥐어 주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네 눈을 보았어.
그래서 택한 의학이 너 뿐만 아니라 너의 나라 카메룬에서 커다란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는 너의 가슴은 네 눈망울 만큼이나 희고 선명했다. 선명한 것은 가슴을 확 트이게 해.
모호함 속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는 나와는 너무나도 달랐어.
너의, 올곧은 결단력, 단단한 사고방식, 솔직한 하얀 웃음.
내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어.
푸른 타일을 밟고 있는 너의 맨발을 기억해. 너의 반질거리는 노란 발바닥. 겨울에도 양말을 신고 싶어하지 않는 네 발바닥은, 그건 발바닥이 아니라 바닷가에 단련된 매끈거리는 자갈이었어. 차가운 푸른 타일을 밟고 있는 따뜻한 자갈. 아마도 따뜻한 온돌 위에 놓여있는 차디찬 내 발보다 네 발이 더, 발이라고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해.
44mmHg / 88mmHg. 이것이 내 최근 혈압기록이다.
숫자는 그럴듯한 가설보다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착각하면 안되지. 네가 말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무기력의 원인을 혈압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그리고 닫힌 마음의 완고함은 네트워크 탓으로 돌려보려 해. 남들처럼. 벽을 허물고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 준다고 많은 사람들은 착각을 하지만 사실 이 녀석은 벽을 만드는 장치였지. 그룹과 그룹, 지역과 지역,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 사이에 작용하는 초강력 바리케이드이다.
포털사이트에서의 언어는 힘이다. 힘은 때때로 정의를 이긴다. 그건 너와 산드린느 사이의 벽보다 훨씬 단순하고 그래서 견고하지.
오늘은 너의, 비아리츠의 파도와도 같은 그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는 않아. 사람들은 안개 속에 서서 선명해지기를 원하지만 선명해지려면 안개로부터 빠져나와. 너는 말하겠지. 너는 웃으며 검지 손가락을 까딱거리겠지.
그리고 비아리츠의 해변에서는 푸른 바다 너머 무지개가 선명하게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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