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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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정리 세일해요.
겉은 번지르르한 가죽.
안쪽은 북실한 털로 가득 찬
따뜻한 신발
세일해요. 세일.
동상 걸린 발가락이
새 신발을 필요로 한다고요?
진짜 겨울 신발이 필요해요?
이놈을 데려가세요.
싸게 싸게.
해서 데리고 온 새 신발.
안과 밖을 뒤집으면
신발모양의 동물이 될 것만 같아
신는 걸 미루고 미루다
한 발을 쏙 넣었다.
내 작은 발을 삼키고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새 신발.
다시 한 발을 쏙 넣다가
발목을 삐끗.
새 것은
길이 들 때까지 신는 거라는데
이젠 자신이 없어,
저 빳빳한 고개를
숙이게 만들 자신이 없어,
작고 초라해 보이는
헌 단화에 두 발을 넣는다.
나도 전에는 새 것이었지.
응.
나도 처음에 네 발을 물었어?
음,
생각해보니
복숭아뼈가 아팠더랬지.
그러자 새 신발이 한껏 고개를 세우고
낄낄 웃는다.
나는 길들이지 못할 거야! 낄낄
나는 절대 저.것.처럼 되지 않을 거야! 낄낄
콧대를 한껏 세운 신발과 눈싸움을 해본다.
그 눈 말고 이 눈,
깜박깜박
너도 알잖니.
누군가가 신지 않아도
언젠가는 헌 것이 되어버리는 걸.
뒤꿈치가 닳지 않을 뿐
모든 새 것들은
낡아지는 걸.
발목이 낫거든
다시 해보자. 우리.
깜박깜박
- 작가의말
며칠 전에 삐긋한 발목은 다 나았습니다.
오늘 밤에라도 다시 신어봐야 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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