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
사실은 나 두려워서 그랬어요.
인연이 못 된 풋사랑
모두 내가 깨트린 것은.
고백 받은 순간
그대들을 멀리하게 된 것은.
단단한 갑옷이
나를 지켜줄 것처럼
도도하게 굴었지만.
사실은 나 두려웠어요.
풋사랑.
익기도 전에 또다시
깨트리게 될까봐
갑옷 속에 몸을 여미고
긴 더듬이로
당신과의 거리를 쟀는지도 몰라요.
가슴을 만져도
심장 뛰는 소리
느껴지지 않았는데
갑옷을 뚫고 전해오는
정체 모를 두근거림
낯설어서
두려워서
허공을 향해 더듬이를
흔들었는지도 몰라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또다시
도망치게 될까봐.
보란 듯이 무장하고
꽃그늘 아래
꽁꽁
숨었는지도 몰라요.
- 작가의말
털두꺼비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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