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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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서랍장 속에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했어요.
내 손엔 새 휴대폰
익숙했던 그의 자리를 차지하고는
오래전부터 그래왔다는 듯
그가 하던 일들을 대신 해주고 있어요.
그것도 능숙하게.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그를
플라스틱 겉옷을 입힌 채
배터리를 가득 채워둔 채
상자에 넣어
어두운 서랍장 속에
밀어 넣었다는 사실.
안녕, 하고
인사는 나누었어요.
그리고는 잊었던 것입니다.
몇날며칠이 지났을까요.
배고파
서랍장 속에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목소리
잠시 가슴 한구석이 콩콩 뜁니다.
그러나 뭉클함도 잠시.
이미 새 것을 얻은 내 손은 냉정하기만 합니다.
서랍을 열고
상자를 꺼내
그에게 입혀주었던 닳고 닳은 초록색 겉옷을 벗겨냅니다.
시체처럼 하얀 몸
프랑켄슈타인이 된
금이 간 얼굴을 한번 토닥인 후
네모난 상자에 돌려보냅니다.
이제 상자는 관처럼 으스스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가슴 한구석은
여전히 콩콩 뛰는 것일까요?
콩콩
콩콩
어쩌면 이것은
그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꺼내달라고
상자를 두드려대는 소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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