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될 때까지
떠나기 전날 조카들이 심은 감 씨앗에 하얗고 긴 목이 생겼다.
작은 두 손으로 흙을 덮고 물을 주고
아쉬움 섞인 한숨을 몇 번 내쉬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대로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어두운 흙 속에서 지내던 씨앗들은
지난 세 달 동안 줄곧 깨어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무거운 머리를 겨우 가누고 있지만
곧 목을 펴고 일어서 천천히 나무가 되어가겠지.
하루가 흘러가는 방식에 답답함을 느낄 때
가랑비처럼 젖어오는 삶의 무게가 웃음마저 씻어갈 때
삐거덕거리며 돌아가는 제도 탓이 하고 싶어질 때
어쩌면 혁명이 필요할 때
속할 자리를 찾고 섣불리 편을 나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조용히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장래를 위해 하루를 열심히 살라고
자신이 속할 적당한 그룹을 찾으라고, 경쟁에서 이기라고
준비를 갖춘 사회인이 되라고
수없이 많은 어른들이 말해왔다.
지금도 그렇게 어른이 된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되풀이한다.
그러나 장래를 내다보는 일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말한다.
장래에 커다란 나무가 되기 위해 분투하기보다
진정한 기쁨을 찾는 일에 하루를 온통 소비해도 된다고.
감씨앗은 호두나무가 될 수 없고
장미씨앗은 장미싹을 틔우는 피우는 법이니
자신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면 기꺼이 흙 속의 안식을 즐기라고.
어느 날 튼튼한 떡잎이 나오고 싹이 튼다 해도
진짜 나무가 되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그때까지 또 햇살을 달콤한 비를 바람을 즐기라고.
되어야할 각자 다른 나무들이 되어 스스로를 이해할 때까지.
아름다운 정원은
몇 그루의 같은 나무가 무리지어 자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다양한 종들이 조화를 이루어 자라는 모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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