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혹은 영원

밤나무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흔들리고 휘어지고 꺾인 가지에 잔가지가 자라나 기괴한 모양새지만

나는 소돔에서 도망친 소금기둥이 아니야

원초적 태생이 바람일 뿐이야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긴긴 겨울을 나기 위해

남들보다 공들여 잎들의 입김을 저장시켜야 하니

가을 잎 색이 곱지 못한 걸 탓하지는 말아줘

차라리 줄기와 뿌리에 기록된 잎들의 고단한 숨결을 보아줘

통로 없는 영원의 입구에 선 것처럼 나역시 불안할 뿐이지만

겨울은 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법이야

온 몸으로 살아가는 자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란 존재하지 않으니

봄 늦게 틔운 잎이 투박하다 나무라지 말아줘

온갖 역경 속에서 피워낸

나를 닮아 흔들거리는 꽃을 그저 바라봐줘

꽃이 진 자리가 따갑다고 역정내지 말아줘

내가 닮지 못하는 세상 가시돋친 씨방 속에 응집된

생명력을 보아줘

[난정(蘭亭)]

응집된 생명력을 보여줘................ 끝내줍니다^*^

[윤도경]

어떤 시선을 거부하시는 것일까요?
소돔에서 도망친 소금기둥으로 보는 시선을 거부하시는 것일까요?
소돔에서 도망친 소금기둥은 세상에 미련이 많은 미련한 사람을 말하는 것일 테고,
상처입은 모양새일지라도 태생에 바람이라는 것은 본질이 (聖)靈이라는 것인데,
<공들인 입김>이나 <고단한 숨결>이나
모두 <생명의 에너지>를 뜻하는 것일 테고...
그렇죠?
응집된 생명력의 결정체로 보아 달라는 말씀이겠죠?
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