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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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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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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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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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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첫번째 임무

DUMMY

잠시 머뭇거린 로저가 대꾸했다.


“전 당신이 생각하는만큼 신기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게 이상하단 말이지. 분명 마력량은 잘 느껴지지 않을만큼 적은데, 감각은 좋은것 같고.... 계속 보고 있으면 뭔가 등골이 으슬으슬해져.”


“.........”


“한판 붙어보고 싶게 말이야.”


여자가 호승심에 찬 미소를 지었지만 로저는 고개를 저었다.


“결과가 뻔한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군요.”


상대가 기사단장급의 강자라는것을 알면서도 도발에 넘어갈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게다가 저는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알아. 기사지?”


“.....제게 별다른 볼일이 없다면 이쯤에서 헤어지는게 좋을것 같군요.”


그녀가 어떻게 로저가 기사인지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로저는 말을 대충 마무리짓고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듯 다리를 움직이면서도, 로저의 신경은 온통 등뒤에 있는 여자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만약 그녀가 막무가내로 싸움을 걸어온다면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는것은 피할 수 없다. 그건 로저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 분명했다.


황당한 결론이지만, 로저는 영웅들 중에서 성격이 괴팍한 사람이 많고 돌발 행동이 잦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숙지하고 있었다.


“........”


시간이 지나고, 로저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로저의 뒤를 따라 걷고만 있었던 것이다.


“정말 이럴겁니까?”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본 로저의 말에 여자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왜 그래? 난 그냥 길을 따라 걷고 있는것 뿐인데.”


“제가 기사라는걸 알면서도 이렇게 절 괴롭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군요.”


로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왕자의 이름을 들먹이는 멍청한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커스와는 격이 다른 존재였고, 왕자의 권위나 명성으로 그녀를 압박하는 행위는 오히려 반감을 살 가능성이 다분했다.


“너무 그렇게 보지는 마. 나도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이니까. 단지 그때까진 좀 시간이 남아서 재밌어 보이는 사람을 따라다니는것 뿐이야.”


“아주 질나쁜 취미군요.”


“왕도를 돌아다니는 기사라면 보나마나 왕궁 기사단 소속이겠지. 기사들이 어떻게 휴가를 보내는지 궁금해. 분명 왕도의 온갖 맛집을 섭렵하고 있겠지?”


“휴가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만...”


로저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리 꼭대기에 걸려있던 태양이 어느새 고지를 넘어 고개를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왕도를 구경하는데 너무 시간을 쓴건가. 사실 곧바로 크레시에의 말을 따라 란티스라는 남자를 찾아갔다면 이렇게 곤란한 여자를 만날일도 없었을것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결국 여자를 떼어내는것을 포기한 로저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후우..... 따라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시죠.”


마음이 급해진 만큼 자연스럽게 걸음도 빨라진다.


크레시에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란티스라는 남자가 실제로 지하수도 조사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인지는 직접 만나보고 판단할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다시 처음부터 쓸만한 팀원을 찾아다녀야 할테니, 그동안 발생할 시간낭비를 생각하면 끔찍한 손해다.


지금 떼어낼수도 없는 여자를 신경쓰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여자는 로저의 말을 듣자 해맑게 웃으면서 냉큼 로저의 옆에 섰다.


“그래서 날 왕도의 맛집으로 안내해줄 기사님의 이름은 뭐지?”


“로저입니다. 맛집따위는 가지 않을거고요.”


“난 아르윈이야. 이왕이면 고기가 먹고 싶으니까 참고해 줘.”


‘아르윈 .... 역시 이 여자였군.’


로저는 겉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윈 크뤼거.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높지만, 전 대륙을 돌아다니는 기묘한 방랑벽이 있어서 플레이 내내 얼굴 한번 마주치기 힘든 영웅이었다.


로저 역시 아르윈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한 지역에 적을 두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그 특성상 게임 내에서도 그녀에 대해 깊게 알아보려고 시도해본적은 없었다.


심지어 그녀의 위치는 회차마다 새롭게 리셋되어 전회차의 경험을 토대로 그 행적을 추적하는것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에 작정하고 뒤를 쫓는것 말고는 만날 방법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낮은 확률로 메인스트림을 진행하다보면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현실에서 딱 마주하게 될줄이야.


로저가 성향부터 내력까지 모조리 꿰뚫고 있는 다른 수많은 영웅들 대신, 게임 안에서도 그 성격을 종잡을 수 없는걸로 유명했던 그녀를 하필 이 시점에 만난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어쩔수 없지.... 알아서 떨어져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예상치 못한 길동무가 생겼지만 해야하는 일은 변하지 않는다.


로저는 곧바로 크레시에가 준 브로치를 사용하여 란티스라는 남자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물론 로저 역시 나름의 계획은 있었지만, 크레시에가 직접 언급한만큼 란티스는 상당한 능력자일게 분명했다.


‘왕국에는 아무런 연원이 없는 크레시에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제국과 연결된 인물이 분명해.’


그것만으로 란티스를 만날 이유는 차고도 넘쳤다.


골목길을 벗어난 뒤 왕도 서쪽으로 향하는 거리에 섰다. 로저의 걸음은 상당히 빨랐지만, 아르윈 역시 무리없이 그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왕궁이 위치한 왕도 중심에서 벗어나 외곽에 가까워지자, 조금씩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려퍼지던 왕도 중심부와는 달리 수백명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데도 그렇게 시끄럽지가 않았다.


하나같이 걸음이 빨랐고, 얼굴을 가린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똑같은 거리인데도 느껴지는 삭막한 분위기에 로저는 이곳이 왕도에서도 상대적으로 슬럼가에 해당하는 구역이라는것을 직감했다.


‘도박장이 있는 지역이라 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가.’


크레시에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던걸 생각하면 아마 도박장은 이 거리에서도 상당히 눈에 띄는 사업장일것이 분명했다.


거리 곳곳을 두리번거리며 그녀가 말한 도박장을 찾는동안, 로저는 적지 않은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는것을 눈치챘다.


로저의 모습이야 셔츠를 걸친 평범한 행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그와 함께 있는 아르윈의 외모는 상당히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녀도 그것을 눈치챈듯이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데 무슨 볼일이 있다는거야?”


“찾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저는 도박장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아직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거리 한구석을 통채로 밝히고 있는 휘황찬란한 불빛이 번쩍이는 건물을 못알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로저는 곧바로 도박장 입구로 향했다.


정장은 입은 두명의 경비원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지만, 로저의 얼굴을 힐끗 보기만 할뿐 그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르윈을 상대로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문을 열어주기까지 했다.


아르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로저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생각보다 친절한 녀석들이었네.”


“........”


아마 그녀를 물주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였지만, 로저는 굳이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로저가 보기에도 그보다는 환한 금발의 아르윈이 훨씬 부티가 나는건 사실이었다.


도박장 내부는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넓었다.


수십개가 넘는 테이블과 슬롯머신 주변으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칩을 주고받았다.


바깥의 삭막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화끈한 열기 속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술을 들이키며 주사위를 던지고, 카드를 섞고 머신을 당긴다.


바닥에 깔린 고급스러운 카펫과, 천장에 달린 화려한 샹들리에. 벽에서 흘러나오는 요란한 음악은 로저가 살고 있던 지구의 카지노를 연상시킬만큼 현대적이었다.


마법이 발달한 세상인만큼 이런 부분은 지구와 다르지 않다는것을 알고 있는 로저야 무덤덤했지만, 아르윈은 이런 도박장에 와본것이 처음인듯 눈을 반짝이면서 사방을 둘러보기 바빴다.


로저는 한동안 카지노를 오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알고 있는거라고는 란티스라는 이름 하나뿐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살펴봤자 시간낭비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지나가던 직원 한명을 붙잡고 란티스에 대해서 묻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분에게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라면 포기하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후우.... 제가 뭐라고 이야기할 입장도 아니겠죠. 저를 따라오시죠.”


한숨을 푹 내쉰 직원이 로저를 도박장의 구석에 위치한 작은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잔뜩 술에 절여진듯한 청년 한명이 카드가 엎어진 테이블에 얼굴을 처박고 요란하게 코를 골고 있었다.


잔뜩 떡진 금발을 아무렇게나 헝클어놓은 채, 다 헤진 정장을 걸친 청년의 주변에서 강한 알코올 향내가 올라와 코를 찔렀다.


직원은 청년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란티스님, 일어나시죠.”


“고로롱.... 커억!! 쿨럭! 쿨럭!!”


기분좋게 숨을 들이키다가 사레가 들린듯이 몸을 요란하게 들썩인 청년이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퀭한 눈을 비비면서 일어난 청년이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기랄.... 죽을뻔 했잖아. 정말 개같은 꿈을 꾸고 있었어.”


“손님이 오셨습니다.”


“됐으니까 일단 물이나 가져와봐.”


란티스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직원에게 손을 휘적거렸지만, 직원은 그런 란티스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하지 못한채 물을 가져와 그에게 건넸다.


물병채로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요란하게 물을 마신 그는 바닥에 물을 반 이상 쏟아낸 뒤에야 입을 닦고 후련하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 좀 살겠네. 아까 손님이라고 했나?”


“네. 이번에도 당신을 찾아온 사람들이니 알아서 잘 타일러서 보내세요. 이번에는 정말로 소란을 일으키면 안됩니다.”


떡진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하품을 하던 란티스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해보지.”


직원은 더 이상 그와 말도 섞기 싫은듯이 재빠르게 사라졌다.


그제서야 로저와 아르윈을 돌아본 란티스가 테이블에 턱을 괸채 두 사람을 위아래로 쭉 훑어보았다.


로저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가만히 란티스를 내려다보았다.


크레시에에게 이야기를 들었을때부터 어렴풋이 예상하긴 했지만 여러모로 유별난 사람이다.


도박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야 할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잠을 자는것도 모자라, 도박장의 직원을 아랫사람처럼 다루는 사람이 흔히 널려있지는 않으리라.


게다가 족히 일주일은 몸에 물을 대지 않은듯한 꾀죄죄한 행색과 술에 절여진 두 눈을 보고 누가 그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가만히 둘을 쳐다보던 란티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보통 이 시간에 날 찾아오는건 내게 팬티 한장까지 저당잡힌 고객들뿐인데, 두 사람 모두 도박장에서 얼굴도 본적이 없군. 나한테 무슨 볼일이냐?”


다분히 퉁명스러운 란티스의 말에 아르윈이 재밌다는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 찾고 있던게 이 사람이야? 꽤 재미있는 녀석이네.”


“그쪽은 누구길래 처음보는 사람한테 재미를 찾으시는지?”


“딱히 강해보이지는 않는데, 뭔가 숨겨진 재능이 있는건가?”


아르윈은 란티스의 대꾸를 완전히 무시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에 란티스가 고개를 흔들고 로저를 쳐다보았다.


“저 여자는 말이 안통하는군. 네가 나를 찾아온거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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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1 9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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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기척 +17 20.06.10 30,153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300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5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20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9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6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6 96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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