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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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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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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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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길잡이 반셀

DUMMY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단 길잡이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용병 사무소에 들려야겠지.


위치는 몰라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중앙 광장 근처에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도박장이 위치한 서쪽 슬럼가를 거꾸로 건너 왕도 중심부로 향하자 다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녁이 가까워진 만큼 많은 가족들이 왕도 주변에 나와있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대끼면서 중앙 광장에 도착한 로저는 신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광장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분수와, 그 중앙에 서 있는 거대한 사자 조각상이 특히 눈에 띄었다.


분수를 중심으로 펼쳐진 원형의 광장에는 역시 잡상인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광장 주변의 건물들을 둘러보던 로저는 어떤 그림이 그려진 간판을 보고는 곧바로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칼과 돈. 용병을 나타내는 가장 직관적인 상징물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테이블 곳곳에 앉아 술잔을 부딪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용병사무소 라기보다는 술집에 가까운 분위기. 로저는 당황하지 않고 곧장 널찍한 홀을 건너 바를 사이에 두고 서 있는 여성 접수원에게 향했다.


접수원은 로저를 보고 웃으면서 물었다.


“용병사무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람 한명을 고용하려고 합니다.”


로저의 말을 들은 접수원이 곧장 바 아래쪽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더니 빠르게 그의 말을 받아적었다.


“무슨 일로 용병을 고용하려 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왕도 지하수도에 내려가 길을 잡아줄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기간은 사흘 정도면 충분할것 같군요.”


“따로 원하시는 직업군이 있으신가요?”


“왔던 길을 기억할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녀는 서류를 작성한 뒤 그것을 곧바로 벽면에 있는 큼지막한 게시판에 붙여놓았다.


“의뢰를 수락한 용병이 찾아갈 주소지를 가르쳐주세요.”


“아직 숙소를 잡지 못해서.... 그냥 제가 나중에 와서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접수원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소를 가르쳐주기 싫은 사람들이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저는 접수를 마치고 곧바로 사무소를 나왔다.


내일 안으로 사무소에서 길잡이를 구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다른곳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모험가 연맹이나, 궁수 협회쪽에도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인재는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다만 그들은 용병보다 이런 시스템이 체계화되지 않은만큼 조금 더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대충 끝났다. 이제는 숙소를 찾아야 했다.


왕도 중심부에 있는 여관들은 대체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임무 수행명목으로 받은 자금이 부족한건 아니었지만, 길잡이를 고용하는데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는 만큼 일단 돈을 아낄 필요는 있었다.


왕도 바깥쪽을 둘러보기 위해 광장을 벗어나려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로저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려는 손을 휙 피해내자 뒤에서 뛰어오던 사람이 허공에 헛손질을 하고는 휙 고꾸라졌다.


“히익!!”


“조심하시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남자를 일으켜주자 그가 무안한 안색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제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괜찮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자였다. 옷차림은 깔끔해보였지만, 며칠동안 면도를 하지 않은것처럼 얼굴에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나이가 드니 이제 몸도 말을 잘 안듣지 뭡니까. 옛날에는 어떻게 뛰어다녀도 넘어지는 일은 없었는데, 이제는 그냥 돌부리에 걸려도 휘청인다니까요.”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로저가 그렇게 묻자 남자가 생각났다는 듯이 무릎을 탁 쳤다.


“아까 사무소에 의뢰를 맡기신 분 아니십니까? 그, 길잡이를 찾는다는.”


“의뢰서를 보고 오신겁니까?”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수도쪽으로 내려갈거라고 되어있더군요. 사실 그 의뢰서를 보자마자 이렇게 달려나온겁니다.”


“제가 맡긴 의뢰가 상당히 마음에 들은 모양이군요.”


“요즘 사무소에서 길잡이들에게 들어오는 의뢰라고는 하나같이 위험한 것들뿐이거든요. 저처럼 늙은 길잡이에게는 버거운 일들 뿐이죠. 왕도 지하수도라면 왕자 전하께서 직접 돌보신 덕분에 깔끔한데다 안전한 곳이 아닙니까.”


확실히 남자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마력을 얻지 못한다면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몸을 이끌고 계속해서 위험한 곳에 앞장서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로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 사무소 앞에서 보도록 하죠.”


“내일 말입니까?”


“서로 준비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지하수도를 내려가는데 준비가 과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잠깐 머뭇거린 남자가 동의했다.


“내일 말이죠, 알겠습니다. 제 이름은 이지트 반셀입니다. 사무소에서 반셀을 찾으시면 됩니다.”


“전 로저라고 합니다.”


로저는 굳이 자신이 기사단 소속이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쓸데없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용병인 반셀 역시 그런 사정따위는 입에 담지 않았다.


반셀을 떠나보낸 로저는 왕도 외곽쪽으로 향하다 보이는 적당한 여관에 방을 잡았다.


대충 몸을 씻고 작은 방의 침대에 등을 눕히자 오늘이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보내는 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로지스 와이즈먼의 몸에 들어온 첫날에는 검귀의 백을 흡수하기 위한 주술때문에 한나절을 꼬박 기절해있었던 것이다.


새삼 복잡한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었지만, 로저는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지금 잠을 자둬야 내일도 똑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터.


마음이 불안할수록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것쯤은 로저도 잘 알고 있었다.


왕도의 밤은 로저가 생각했던것보다도 훨씬 고요했다.



#



다음날 아침, 로저는 여관을 빠져나와 곧바로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사무소 근처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로저는 곧바로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 반셀을 찾는 대신에 앞에서 적당히 몸을 풀었다.


지하수도에 별다른 위험이 없을거라는 란티스의 말을 믿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몸을 뎁혀놓아야 했다.


검집까지 풀어내고 운동을 하다보니 기사의 육체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스펙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실감했다.


지구에서 로저의 몸이었다면 진작에 숨을 헐떡거려도 이상하지 않은 운동량에도 지금 로저는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몸과 재능을 가지고도 아직 갈길이 멀었다는것이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지만, 로저는 아직까지 주제를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엘스노지아는 이것보다 더한 괴물들이 판을 치는 초인들의 세상이고, 앞으로 다가올 ‘메인스트림’의 재앙들은 이런 세계를 무너뜨리는 멸망의 전조였다.


암울하기만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걸 알면서도 멈출수는 없다.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하나씩 처리해나갈 수밖에.


생각에 잠긴 사이 저 멀리서 반셀이 허겁지겁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로저님!! 이것저것 챙긴다는게 그만 시간을 깜박했지 뭡니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반셀은 등뒤에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맨 채 땀을 뻘뻘 흘렸다.


“아닙니다. 준비가 되었으면 이제 가죠.”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제가 사무소에 가서 리즈 양에게 의뢰서를 받아오겠습니다.”


로저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빠르게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 접수원에게 뭐라 말하고는 게시판에 붙은 의뢰서를 떼서 품에 넣었다.


“........”


“되었습니다. 이제 출발하죠.”


반셀은 그렇게 말하고는 짐을 짊어진채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뭐를 그리도 많이 챙겨왔는지 간혹가다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걷는데는 문제가 없는것 같았다.


그는 중앙 광장을 벗어나면서 로저에게 말했다.


“어제 로저님의 말을 듣고 제 나름대로 지하수도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하고 왔습니다.”


“성과가 있었나요?”


“그렇게 중요한 정보는 없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조사를 하다보니 이것저것 쓸만한 정보들이 있더군요. 로저님이 지하수도에서 뭘 찾으시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도움이 될 수 있을겁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만만한 어조로 설명했다.


“지하수도는 왕자 전하께서 오래된 지역을 개수하신 뒤 크게 두가지 구역으로 구분이 되어있습니다. 각종 폐수를 흘려보내는 처리구역과,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공급구역이 있죠.”


“처리구역은 왕도의 폐수를 한데 모아서 흘려보내고 있는만큼 감시가 엄해서 들어가기 쉽지 않지만, 공급구역은 왕도 곳곳에 가지를 치고 있어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한 편입니다. 제 생각에는 감시가 허술한 공급구역을 쭉 돌다가, 마지막에 처리구역쪽을 들러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만....”


“아뇨.”


로저는 반셀의 설명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처리구역을 먼저 가보도록 하죠.”


“네? 하지만 관리인의 눈에 뜨인다면 지하수도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고 쫓겨날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십여명의 관리인들이 돌아가면서 엄중하게 처리구역을 감시하고 있을겁니다.”


“괜찮을겁니다.”


그 관리인들이 모조리 실종되었다는것을 알고 있는 로저는 그들이 관리하고 있었다는 처리구역에 가봐야 한다는것을 곧바로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감시가 엄한 처리구역에 먼저 가봐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반셀의 대답이 늦었지만, 로저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관리인들이 사라진 만큼, 지금 처리구역은 완전히 무주공산일게 분명했으니까.


반셀은 광장을 빠져나가 길 모퉁이를 이리저리 돌았다.


로저가 제대로 기억하기도 힘들만큼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여러번 지나서 어느 외딴 골목길에 도착하자, 길바닥 한가운데 커다란 정사각형의 맨홀뚜껑이 덮여져있었다.


“지하수도로 향하는 길은 여러군데가 있습니다만, 이쪽이 그나마 관리인들을 마주치지 않을 가장 외진 입구일겁니다.”


무릎을 꿇은 반셀이 뚜껑 모서리를 잡고 그대로 힘차게 들어올리자, 뚜껑이 열리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서 로저가 고개를 숙이고 통로를 내려다보았다. 의외로 냄새가 풍기지는 않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만큼 새카만 어둠 사이로, 흐릿하게 사다리의 형체만이 보이고 있었다.


“내려가겠습니다.”


반셀이 먼저 통로 안쪽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그는 익숙하게 사다리를 잡고 빠른 속도로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로저 역시 맨홀 안쪽으로 들어가 사다리를 잡았다.


따뜻했던 지상과는 다르게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는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하수도의 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저가 땅을 딛고 고개를 올려다보자, 닫히지 않은 맨홀 구멍이 동전만한 크기로 보이고 있었다.


숨을 고르던 반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해야 합니다. 성실한 관리인들은 종종 순찰을 돌기도 한다더군요. 이 어둠을 뚫고 지하수도를 걷는다니, 상상만 해도 대단한 일이죠.”


“그렇습니까?


“관리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함부로 불을 밝혀서는 안됩니다. 잘 안보이시겠지만, 제 뒤를 잘 따라오시면 문제는 없을겁니다.”


“밤눈이 좋은 모양이군요.”


“길잡이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죠.”


반셀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서는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로저는 그를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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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8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9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1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50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8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3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5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8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7 97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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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4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1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6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900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2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10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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