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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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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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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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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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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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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숲의 종족

DUMMY

‘그렇기 때문에 검귀의 재능이 그렇게 특별한 것이겠지.’


로저가 얻은 직감 역시 마찬가지다. 검의 세계를 비틀어서 바라보는 능력은 태어날때부터 타고나지 않는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니까.


“지금은 눈에 띄는 사람이 있나요?”


“몇명 보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로저는 자리에 앉기 전부터 이미 청년과 같은 여러 사람들을 눈에 넣고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이렇게 요란한 분위기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사람, 또는 그 사람들 사이에서도 단연코 돋보이게 타오르는 사람.


눈에 뜨이는건 여러명 있었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로저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로저가 원하는건 시원하게 치고박는 전사가 아니라, 조용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임무에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직접 전투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주의력이나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는것이 중요했다.


하릴없이 시간이 흐르고, 정 안되면 사무소에도 들려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연맹 문을 열고 들어왔다.


메마른 인상을 주는 절제된 안색의 청년이 주변을 둘러보다 술 한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다른 일행도 없이 혼자 앉아서 고개를 숙인 그는 술은 몇모금 마시지도 않고 하릴없이 지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란스런 분위기 자체를 싫어하지만 억지로 이 자리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로저는 그가 들어온 순간부터 뭔가 느껴지는게 있어서 유심히 그를 살폈다.


카이나도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따라서 청년을 바라보았다.


“흠, 잘생기긴 했는데 저 사람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대로 청년은 그다지 정이 안가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걸 제외하면 상당히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제 생각에는.... 완벽한것 같습니다.”


“네?”


그 청년을 본 순간, 로저는 란티스가 했던 말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었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지금 찾아온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빠르게 주변을 살피자 몇몇 사람들이 은근슬쩍 청년에게 시선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로저는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성큼 걸어가 곧바로 청년이 앉은 테이블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인 로저는 청년이 고개를 들자 씩 웃으면서 말했다.


“여긴 시끄럽고 술도 맛이 없는 곳이죠.”


“......?”


처음와보는 연맹 지부의 술맛을 거리낌없이 깎아내린 로저는 빠르게 본론을 꺼냈다.


“일거리를 찾고 있다면 저와 잠깐 이야기를 해보는게 어떻겠습니까? 당신의 능력을 아주 잘 살릴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재밌는 일이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말하는겐가?”


청년은 차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말투로 대꾸했다.


“자네의 말대로 일을 찾아서 여기 온 것은 사실이네만, 나는 안면이 있는 이들과 일을 하는것을 선호하네. 부탁이니 물러가줬으면 좋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로저와 별다른 이야기도 나누고 싶지 않은듯 했다.


하지만 로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쪽 종족이 꽤 폐쇄적인 성향이라는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숲과 관련된 일이라면 좀 흥미가 생기지 않습니까?”


“........”


고개를 들어올린 청년의 눈빛에서는 숨길수 없는 당혹감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무심코 귀를 만지작거리더니, 놀란 눈으로 로저를 쳐다보았다.


“위장은 완벽한데.... 어떻게 알았지?”


“저희는 아이바르의 숲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어차피 일을 할 생각이라면 이쪽에 더 흥미가 생기지 않으십니까? 물론 보수는 두둑하게 챙겨드리죠.”


로저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에 허리춤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청년에게 보여주었다.


그 안에 가득 들어있는 은화더미를 확인한 청년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결심을 굳힌 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밖에서 얘기하지.”


그가 곧바로 밖으로 나가는것을 본 다른 사람들의 눈빛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로저는 여유롭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카이나에게 향했다.


“찾았습니다. 멀리 갈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군요.”


“정말 확실한 거예요?”


의뭉스러운 카이나의 표정에 로저는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재원입니다. 다른 인간들과는 결이 다를겁니다.”


“꼭 인간이 아니라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맞습니다. 그는 아마 엘프일테니까요.”


“.....뭐라구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카이나를 보며 로저는 빠르게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밖으로 나가죠. 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사람들 사이를 헤쳐나가는 로저의 옆에 바짝 붙은 카이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엘프라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는 고대 역사에서 멸망했다고 알려진 종족의 후예일거라는 말이죠. 저도 반신반의했는데, 한번 던져본 말에 너무 쉽게 걸려들더군요.”


로저는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청년이 무언가 초조한 기색으로 연맹 지부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청년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로저가 손을 들어서 말을 멈춰세우고 입을 열었다.


“일단 한적한 곳으로 갈까요?”



#



“음.... 나쁘지 않은 향이야. 라딘의 잎사귀를 끓여서 향을 내고 페디츠의 꽃으로 쓴맛을 잡았군.”


중앙 광장에서 멀찍이 떨어진곳에 위치한 작은 카페.


그 앞에 세워진 작은 테라스에서 차 한모금을 마신 청년이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인간들의 술은 너무 독하지만, 그들이 만드는 차는 더할나위없이 부드러워.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금세 여유를 되찾은 청년을 보던 로저가 입을 열었다.


“슬슬 이야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흠? 아, 물론이네. 난 아지드 리스탈이라고 하지. 카든버러 숲의 엘프였고, 지금은 떠돌이로 하루 벌어 먹고사는일에 매진하고 있네.”


“세상에..... 정말로 엘프였군요.”


카이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아지드가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쪽의 젊은 아가씨는 모르고 있었나? 이 친구가 눈치가 빠른거였군.”


“전 로저, 이쪽은 카이나라고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아이바르 숲과 관련된 일에 대해 말을 좀 하고 싶군요.”


“아이바르.... 어릴적에 그곳에 몇번 놀러갔던 적이 있었지. 그때만 해도 아직 우리 종족은 약하게나마 세를 보존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엘프라는걸 들키고 나자 아지드는 스스럼없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쏟아냈다.


메인스트림의 시나리오로도 종종 출현하는 ‘잊혀진 종족’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긴 했지만, 지금은 엘프의 한탄이나 듣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로저는 아지드가 하는 이야기를 대충 흘려듣고 곧바로 본론을 꺼내들었다.


“바로 그 아이바르의 숲을 조사하는 일에 협력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현재 왕국에서 일어난 정체불명의 습격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요 골자는 란티스에게 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로저는 그 과정에서 아이바르에 위치한 숲이 입을 피해를 조금 더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엘프들은 평생을 숲에서 살지는 않지만, 언제나 그들의 마음의 고향이 그곳에 있다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임무에 협력하는것이 숲을 지키는데도 큰 도움이 될거라는 일장연설을 마치고 나자, 카이나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녀도 그의 옆에서 여러번 이야기를 들었으니, 로저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각색을 했는지 눈치를 챘던 것이다.


따가운 시선에 로저는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마무리했다.


“흠흠, 저는 왕실 기사단의 일원으로, 왕자 전하의 하명으로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쪽이 손을 빌려준다면 그에 걸맞는 보수를 충분히 지급하겠습니다.”


왕자가 아무리 로저에게 까탈스럽게 굴어도, 금전처럼 눈에 확연하게 보이는 지원부분에서 로저를 섭섭하게 대하지는 못했다.


이런 부분에서까지 로저에게 인색하게 굴면 싫어도 흔적이 남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래서 로저는 자신의 돈은 아니지만, 적어도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두둑하게 소지하고 있었다.


로저는 아까 그에게 보여주었던 은화주머니를 통채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쿵!!


한번에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에 아지드도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반짝이는 눈으로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세간에 떠도는 말과 달리 엘프는 속세에 초탈하지 못하다.


특히 그처럼 마지못해 인간들과 어울리며 생을 이어가는 엘프들에게 인간의 화폐는 무척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로저의 이야기에 그리 흥미가 생기지 않더라도, 이만한 돈이 있다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카이나도 그 돈을 보고는 로저에게 작게 투덜거렸다.


“저렇게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저한테는 몇마디 말로 퉁치려고 한거예요?”


“금전적인 보수를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훨씬 부자이시지 않습니까?”


“....그냥 해본 말이예요.”


마법사는 여기저기 돈을 쓸일이 많지만, 그것보다 곱절로 돈을 쓸어담을 수 있는 직업이다.


심지어 마탑의 마법사이기까지 한 카이나라면 주변에 몇번 손을 빌려주는것만으로 금세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것이다.


로저가 괜히 그녀에게 먼저 돈 얘기를 꺼내지 않은것이 아니다. 그녀와 같은 연구자들에게는 돈 몇푼보다는 희귀한 지식이 몇배는 더 가치있는 자산이었다.


말없이 주머니를 쳐다보던 아지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뢰를 받아들이지. 하지만....”


그는 손을 뻗어 은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열어보고는, 그 안에서 은화 세 개를 집어들고 주머니를 로저에게 돌려주었다.


“의뢰비는 이걸로 충분하네.”


카이나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로저는 대충 눈치를 채고 물었다.


“엘프의 자존심입니까?”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숲을 위하는 일에 과욕을 부리고 싶지는 않아.”


“제가 거짓말을 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군요.”


“자네는 엘프에 대해서 잘 아는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는군.”


로저는 그 말에 무심코 대꾸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건 어떻게 보면 로저라는 인간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이었다.


아지드는 메마른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돌렸다.


한적한 골목길에는 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의심할 줄 모르는 엘프는 모두 죽었네. 거짓말을 모르는 엘프 역시 모두 자취를 감췄지.”


“.......”


“남은건 고향을 그리워하는 떠돌이들 뿐일세.”


입을 다문 아지드의 내면에서 어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지 로저는 알 수 없었다.


게임을 하는동안 멸망한 종족에 관한 이야기를 단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으니까. 로저에게 있어 그들은 단지 게임의 일부분이었을뿐이다.


“.....오늘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준비할 시간은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아지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얼마 걸리지는 않을걸세. 숙소에 있는 짐을 챙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왕도 남문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로저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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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난입 +19 20.06.13 29,271 935 14쪽
39 국면 전환 +30 20.06.13 30,277 995 14쪽
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8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8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0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49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7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4 964 13쪽
» 숲의 종족 +24 20.06.05 32,798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6 970 12쪽
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3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0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5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1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09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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