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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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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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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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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국 조사전단

DUMMY

일행은 빠르게 움직였다.


이동속도는 그리 빨라지지 않았지만, 아이바르 쪽으로 내려갈수록 예민해지는 아지드의 감각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규모가 큰 숲과 동화되기 시작한 아지드의 감각은 로저가 가진 직감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내면을 끝까지 파고드는 로저의 직감과는 달리, 아지드는 스스로 가진 감각의 영역을 계속해서 넓혀가는 형태로 숲과 동화되고 있었다.


아지드가 뒤에서 로저에게 방향을 일러주기 시작하자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목적지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아이바르.... 도착했군요.”


큼지막한 벌판. 하늘을 찌를듯이 높게 솟아있는 나무들이 모여 끝을 모르고 지평선 언저리까지 뻗어있다.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무한의 대수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곳 역시 상상만으로는 재단하기 힘들만큼 방대한 숲이 분명했다.


하늘 너머로 저물어가는 해가 숲의 끝자락에 걸렸다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짙은 주홍빛 노을을 흩뿌리고 있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 장대한 풍경을 모두가 말없이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저물고 하늘이 어두워지자 로저가 먼저 고개를 들어올렸다.


“오늘은 날이 너무 늦었습니다. 근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내일부터 조사를 시작하죠.”


네피로스의 후예들을 생각한다면 한시라도 빠르게 숲으로 들어가야겠지만, 일행의 컨디션을 조절하는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마법사인 카이나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쉴틈없이 이어진 행군에 적잖이 지친것이 눈에 보일정도였다.


그녀 역시 로저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숲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서 하루를 보낸 일행은 해가 뜨고 난 이후 외진 길을 골라 안쪽으로 들어설 준비를 시작했다.


하루가 지나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 카이나와, 어제부터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아지드.


인원은 고작 세명이지만 로저는 자신이 있었다. 이곳에서 네피로스의 후예들을 잡아낼 수 있다면 메인스트림의 난이도를 한풀 꺾어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도 다른 이들의 방해가 없을경우 가능한 일이었다.


“소리가 들리네.”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던 아지드가 한 말에 로저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정도입니까?”


“꽤나 많아. 이백..... 그 이상으로 생각되는군.”


“........”


심상치 않은 숫자다. 자연스럽게 로저도 미간을 좁혔다.


왕도에서 아이바르로 출발한 3개번대의 단원들을 모두 합쳐도 마흔명이 되지 않는다. 2기사단과는 별개의 전력이라고 보는것이 타당했다.


굳이 정체를 따지자면 어느쪽일지 로저가 생각하고 있는데 아지드가 뜻밖의 말을 했다.


“같은 방향에서 오는게 아닐세. 두갈래로 나뉘어서 이쪽으로 오는군.”


“서로 다른 세력이란 뜻입니까?”


아지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는 그렇네. 걸음소리가 확연히 달라.”


“그렇다면 우리를 노리는건 아니겠네요.”


“언덕 아래쪽에 모일것 같군.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만나서 이야기를 할 생각이야.”


숲과 가까워진 엘프의 감각은 상상 이상으로 유용했다. 아지드의 말을 모두 들은 로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지켜보다가 위험해보이면 뒤로 빠지겠습니다.”


언덕 아래쪽이 적당히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몸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자니, 약속이나 한것처럼 두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에서 나타난것은 덩치가 큰 흑발의 남자를 필두로 한 기사단이었다. 수십명이 넘는 기사들이 번뜩이는 갑옷을 걸친 채 질서정연하게 걸어와 숲 앞쪽 공터에 멈춰섰다.


가슴에 새겨진 레이포드의 문양과, 기사들이 입은 기사단의 정복은 아이바르 지역을 관할하는 남부 기사단으로 보였다.


기사단 뒤쪽에 콘라드를 비롯한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것을 보니 11번대는 진작에 아이바르에 도착해 남부 기사단과 합류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그 반대편에서 걸어나온것은 열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앞선 부대와는 달리 복장도 가지각색이며 걸음걸이는 제멋대로였고, 줄도 제대로 서 있지 않았지만.


그들의 왼쪽 가슴에는 금색 깃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로저는 그 문양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젠장할......”


“저들이 누구길래 그래요?”


“이 대륙에서 황금색 문양을 사용할 수 있는건 오직 한 나라뿐이지.”


아지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중에서도 깃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을 상징처럼 여기는 부대가 하나 있네.”


중앙제국. 그중에서도 제국의 선봉이라 불리는 조사전단.


“최정예 레인저들만에게만 입단이 허락된다는 중앙 제국의 특무부대입니다. 독립 작전권을 가진 부대중에서는 한손에 꼽히는 강력한 무력집단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예전에는 헌터로도 자주 플레이를 해봤던 로저는 조사전단이 어떤곳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조사, 순찰, 탐색, 추적을 비롯해 온갖 분야에서 정상급의 실력을 유지하는 사냥꾼들을 한데 묶어놓은 곳이다.


개개인의 전투력이 엘리트 기사에 필적하는데다 하나같이 도망을 잘 치는것으로도 유명해서 생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려진 이들이었다.


“숫자를 보니 조사전단 전원이 온건 아닌것 같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닐겁니다.”


로저의 설명을 들은 카이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재수없는 남자의 말이 맞았군요. 정말로 제국이 개입할 줄이야.”


“조사전단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부대지만, 제국의 뜻을 대변하는 선봉부대입니다. 황실의 직접적인 명령 없이는 결코 움직이지 않죠. 그런 이들이 여기에 있다는것은....”


제국의 주인이 지금 레이포드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


“일단 지켜보겠습니다.”


두 부대간의 숫자차이는 확연했지만, 기세는 정반대였다.


조사전단이 여유롭게 앞으로 걸어나오는것과 달리 남부 기사단과 군인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선 순간, 병단 앞에서 누군가가 홀로 앞으로 걸어나왔다.


진한 갈색 피부와 새하얀 백발을 가진 이국적인 외모의 여자였다.


새하얀 제복으로도 가릴 수 없는 굴곡진 몸매를 보란듯이 내세우며 걸어나온 그녀는 허리춤에 길쭉한 장도 한자루를 차고 있었다.


그녀는 남부 기사단을 쭉 둘러보더니 팔짱을 끼고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책임자와 얘기하고 싶군요. 앞으로 나와주세요.”


굳이 누군가를 호명하지는 않았으나,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명백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덩치 큰 흑발의 남성이 말없이 걸어나와 그녀와 마주보고 섰다.


2m가 넘어가는 거한과 여성의 신장차이는 상당했지만, 오히려 긴장한것처럼 보이는건 거한 쪽이었다.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국 조사전단의 마티아 쉰이라고 해요. 그쪽은?”


“.....레이포드 남부 기사단의 네이먼 웰즈. 부단장 직위를 맡고 있다.”


“흠, 그쪽 단장님은 어디 계시죠?”


“다른 지역의 조사를 하고 있지. 용건이 있다면 내게 말해라.”


마티아는 네이먼의 딱딱한 대답이 마음에 안드는듯이 고개를 까딱거렸지만, 어쩧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좋아요, 네이먼. 간단하게 말하죠. 저희 제국은 현재 레이포드에서 일어나는 일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어요. 이에 황실은 마땅히 왕국이 짊어진 짐을 나눠들기 위해 손을 거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희 조사전단이 도움을 드릴 수 있을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군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웃음을 쳤지만, 누구도 따라서 웃지 않았다.


말만 그럴듯할뿐 사실은 대놓고 왕국의 일에 간섭하겠다 선언한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네이먼 역시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는지 한참동안 침묵했다.


비록 남부 기사단의 단장은 아닐지라도, 지금 제국의 조사전단을 대면한 이 자리에서는 엄연히 기사단을 이끄는 책임자였다.


그가 내린 판단이 제국에게 돌이킬 수 없는 명분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고민은 길었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우리는 이미 왕자 전하의 명을 받고 일주일이 넘도록 아이바르의 수림을 조사하고 있다. 제국의 도움은 달가우나, 이제와서 힘을 빌릴 이유는 없을것 같군.”


네이먼은 등뒤에 걸어놓은 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말을 맺었다.


“제국 조사전단의 도움은 정중하게 거절하지.”


대답하면서도, 이미 네이먼은 모종의 각오를 마친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티아는 그 모습을 뻔히 보고도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왕국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저희 조사전단은 국경선 근처까지 물러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수밖에요.”


“.......”


“설마 이 자리에서 사생결단을 내고 싶은 생각은 아니겠죠?”


그녀의 말 한마디에 공터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기사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반면, 제국 레인저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는 차이가 있었을뿐.


하지만 네이먼은 마티아가 하는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대검을 쥐고 있던 손을 놓고는 곧바로 등을 돌렸다.


“가자. 오늘 예정대로 수림의 미답지를 중심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왕국을 습격한 흉수들을 추적하는 중요한 일이니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네이먼은 그녀가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기사와 군인들에게 엄포를 놓고는 그대로 부대를 이끌고 자리를 떠났다.


마티아는 팔짱을 낀 채 그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카이나가 옆에 엎드린 로저에게 속삭였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살벌한데요?”


“왕국이 그렇게 약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죠.”


만약 레이포드 왕국이 중앙 제국에게 도저히 대적할 수 없을만큼 국력차이가 심각했다면 이런 상황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것이다.


힘싸움을 해볼 필요도 없이 깔끔하게 왕국이 굽히고 들어가는것으로 해결될 문제일테니까.


오히려 제국조차도 왕국의 힘을 쉽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단순한 국력만으로 왕국은 제국의 상대조차 될 수 없겠지만, 그 격차를 무색하게 만들만큼의 초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왕국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명백한 남부 기사단의 열세로 보였지만, 정작 조사전단도 정면승부를 확신할 수 없을만큼 남부 기사단의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였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죠.”


로저가 말했다. 세 사람은 느릿하게 언덕 뒤쪽으로 빠져 조사전단이 보이는 시야에서 벗어났다.


“으으..... 다리가 너무 저려요.”


한참을 웅크리고 있던 카이나가 꿈지럭거리면서 울상을 지었다.


“아직 조사전단이 남아있으니 시간을 두고 언덕을 내려가는게 좋겠군요.”


“이 거리에서 들킬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조심해서 나쁠건 없겠지.”


“남부 기사단이 숲의 어느쪽으로 향하는지 볼 수 있습니까?”


“확인해보겠네.”


아지드가 곧바로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했다.


카이나가 주저앉아 다리를 주무르는 사이, 아지드의 대답을 기다리던 로저는 문득 서늘한 한기를 느끼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이런 감각은 최근들어서 틀린적이 없다. 직감을 따라 곧장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린 로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을 느꼈다.


어느샌가 마티아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쉬익!


팔짱을 끼고 서 있던 그녀의 신형이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순간, 로저는 주저하지 않고 왼손으로 검을 빼들었다.


카아아앙!!


화들짝 놀란 카이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모든것이 뒤바뀌었다.


허공에서 새하얀 어스름과 함께 나타난 마티아의 칼날을 로저가 정확하게 막아냈던 것이다.


그녀가 비스듬히 손에 쥐고 있던 새하얀 장도는, 아지드의 코앞에서 정확하게 멈춰져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마티아의 청록색 눈동자가 로저에게로 향했다.


“레이포드에는 확실히 인재가 많군요. 이 거리에서 제 공격을 막아내는 기사가, 고작 일반 단원에 불과하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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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한계 +22 20.06.14 29,293 874 14쪽
41 적이 원하는것 +22 20.06.14 29,343 869 13쪽
40 난입 +19 20.06.13 29,272 935 14쪽
39 국면 전환 +30 20.06.13 30,277 995 14쪽
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8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9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1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50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8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4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7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7 964 13쪽
»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3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5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8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2 969 13쪽
25 두번째 임무 +14 20.06.03 33,567 970 12쪽
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21 확신을 더하다 +30 20.05.30 35,947 993 11쪽
20 대담 +35 20.05.29 36,834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1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6 1,083 11쪽
17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2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09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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