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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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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최근연재일 :
2020.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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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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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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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왕도 지하수도

DUMMY

기사의 육체를 가진 로저는 굳이 반셀을 따라 걷지 않아도 이 어두운 지하수도의 정경이 모두 눈에 들어오고 있었지만, 굳이 그걸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로저와 반셀이 걷고 있는 길을 중심으로 양 옆에 두갈래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하천의 크기는 강보다는 작았고, 많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물소리가 크게 나지는 않았다.


하수도의 통로는 주기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상당히 깔끔했고, 별다른 이물질도 보이지 않았다.


중간 중간 지하수도 벽에 걸린 등이 주변을 비춰주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짙은 어둠속에서 길을 헤쳐나가야 했다.


불빛에 비춰지는 물을 보니, 상당히 깨끗한것이 폐수는 아닌듯 하여 로저는 이곳이 공급구역에 해당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반셀은 이곳을 통해 처리구역으로 넘어갈 생각인듯 했다.


“이쪽으로 돌아서 꺾으면 공급구역에서 처리구역으로 넘어가는 지점입니다.”


“관리인이 없길 바래야겠군요.”


“역시 공급구역부터 돌아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만.....”


“혹시 우연히 감시가 소홀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죠.”


천연덕스러운 로저의 말에 반셀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셀의 앞에서 길이 사방으로 갈라지면서 그에 맞추어 족히 다섯군데 넘게 갈라진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반셀이 가장 오른쪽으로 굽이진 길로 들어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이 확 넓어지면서 앞에 커다란 장벽이 나타났다.


두께를 알 수 없을만큼 두텁게 지어진 장벽이 통로를 가득 메운채, 그 사이로 작은 쪽문이 하나 보였다.


반셀은 쪽문에 귀를 대고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다가,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보통 여기까지 오면 관리인의 모습이 보여야하는테, 이상하게도 문 너머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군요.”


“저희로서는 잘된 일 아닙니까? 바로 들어가보죠.”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보는것이....”


로저는 반셀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끼이익!


반셀의 긴장감이 허무하게 느껴질 만큼 문은 쉽게 열렸다. 둘은 곧바로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처리구역은 이제까지 지나왔던 모든 공급구역을 합친것보다도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거대한 공동을 가득 메우는 요새 아래쪽으로, 건너편에서 물밀듯이 물려드는 물이 폭포수처럼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지하에 이런 시설을 구축한다는것이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라는것을 짐작한 로저가 신기한 눈으로 폐수가 떨어져내리는 아래쪽을 쳐다보는 사이, 반셀이 묘한 표정으로 코를 움켜쥐었다.


“냄새가 좀 나는군요. 폐수 처리구역이라 어쩔 수 없는것 같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로저는 반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검귀의 기억은 다른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묘하게 코를 찌르면서 머리 뒤쪽을 자극하는 불쾌한 악취.... 시체가 썩어들어가는 냄새였다.


“일단 관리인들이 아무도 없으니 요새쪽으로 가봐야겠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처리구역 관리소라고 해야겠지만, 건물의 생김새는 아무리 봐도 외부 침입자에게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것처럼 보였다.


“.....과, 관리인들의 눈을 피해서 들어왔는데 굳이 그쪽으로 갈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원하는 물건을 찾으려면 넓은 지역을 돌아보시는게....”


“괜찮습니다.”


반셀의 말을 끊은 로저가 곧바로 요새쪽으로 향했다.


폐수가 흐르는 거대한 강의 한가운데 위치한 요새로 가기 위해서는 그 위를 지나는 나무다리를 건너야 했다.


다리를 구성하는 나무판자에 찍힌 발자국을 본 로저가 눈을 빛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곧바로 다리를 가로질렀다.


요새의 문은 단단한 강철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조금도 상처가 나지 않은 채 매끈해보였다.


로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을 밀어젖혔다.


쿠구궁!!


두꺼운 철로 된 문이 쉽게 열리고, 문의 뒤쪽을 확인한 로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는 매끈해보였던 것과는 달리, 문의 안쪽은 짐승이 할퀴고 간것마냥 온갖 상흔들이 가득했던 것이다.


관리인들을 납치했던 범인은 뒤처리를 하기는 했지만, 이런 칼자국까지는 어떻게 수습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로저는 반셀이 이 칼자국을 보기 전에 먼저 자리를 떴다. 혹시나 그가 이걸 보고 기겁해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면 곤란해질테니까.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관리소 안쪽은 쥐죽은듯이 조용하기만 했다. 밖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물소리만이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집무실과 생활공간을 비롯한 여러 방을 둘러보았지만, 유난히 흐트러져 있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란티스의 말대로, 이미 모든 볼일을 끝마치고 도망가버린 것일까.


“로저님,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의 뒤에서 따라오던 반셀이 입을 열었다. 그는 부산스럽게 관리소 안쪽을 돌아다니는 로저를 따라다니느라 꽤 숨이 찬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이 지하수도에서 뭘 찾으시려고 여기를 둘러보시는 겁니까? 운좋게 관리인들이 모두 순찰을 나간 때에 저희가 여기 들어온 모양인데, 빨리 나가지 않는다면 관리인들에게 발각될지도 모릅니다.”


“그 관리인들을 찾고 있습니다.”


관리인들의 당직실로 보이는 방에 들어서면서 로저가 대답했다.


“과, 관리인에게 들키면 오히려 당장 쫓겨나고 말텐데요.... 그리고 지금 이 곳에는 저희 둘밖에 없지 않습니까?”


“관리인들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해보죠.”


“.....네?”


“그랬다면 그들을 살해한 범인은 그 시체를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해면 흘러가는 폐수에 모두 던져버렸을겁니다. 물은 깔끔하게 모든 냄새와 흔적을 지워줄테니까요.”


“그, 그렇겠죠.”


로저는 돌아보지 않은 채 흐트러진 침대 아래쪽을 살펴보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제게는 썩어가는 시체의 냄새가 아주 생생하게 맡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죠.”


스스로 란티스와 비슷하게 말하고 있는것을 느낀 로저가 쓰게 웃었다.


란티스를 만난것이 어지간히 로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추론까지 비슷하게 해낼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범인에게 부상을 입었지만 그때 즉사하지 않았던 관리인이 범인의 눈을 피해 숨었을 가능성 말입니다. 관리인은 비록 부상으로 죽었지만, 흔적을 지우려는 범인의 손을 피할 수 있었을겁니다.”


“..........”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말과 함께 로저는 벌떡 일어나 바로 옆에 있던 벽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콰앙!!


그 순간 절묘하게 가려져있던 벽장 문이 떨어져나가면서,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이 그대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것은 고통으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중년 남성의 시체였다.


시체는 지나친 부패로 온 몸이 문드러져 있었지만, 양 손을 입에 넣은 채 웅크린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그것은 죽어가면서도 신음소리를 내지 않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었을것이다. 로저는 시체를 본 순간 그것을 직감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강하게 퍼지는 시체의 냄새에 대략적으로 위치를 직감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 흔적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들였던 것이다.


그 순간, 로저의 내면에서 불현듯이 떠오른 직감이 그의 몸을 움직였다.


섬전처럼 어깨를 옆으로 젖힌 순간 뒤에서 나타난 칼날이 비스듬히 그의 등을 스쳐지나갔다.


“이이익!!”


등 뒤에서 들리는 이를 악문 각오와 함께, 고개를 숙인 로저가 다시금 휘둘러진 칼날을 피해내고 그대로 상대의 다리를 걷어찼다.


콰직!!


마력을 실어 내지른 발차기가 그대로 상대의 정강이를 반으로 부러뜨렸다.


“아아아악!!”


허무할정도로 쉽게 전의를 잃은 상대가 그대로 정강이를 움켜쥐고 쓰러지며 울부짖었다.


로저는 허리를 숙인 채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반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신중한 것도 정도가 있지.”


“흐윽, 흐으으....!!”


“시체를 들킨 뒤에야 내 입을 막을 생각이 든건가?”


고통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반셀이 숨을 헐떡이면서 물었다.


“어, 언제부터....”


“처음부터 의심은 하고 있었지.”


길잡이를 구한다는 의뢰를 붙이자 마자 접근해온 것은 안전한 지하수도를 돌고 싶다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러려내 했다.


하지만 사무소에서 게시판에 붙어있는 의뢰서를 떼어낸것은 로저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었지만, 로저와 반셀이 사무소 밖에서 만났다는 사실과 결합하면 하나의 결론이 될 수 있었다.


“사무소 밖에서 나와 만났으니 접수원은 네가 의뢰를 받아들였다는 사실도 모를테고, 그 상태로 날 죽여 없애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겠지. 몇달 지나고 나면 접수원도 그런 의뢰가 있었는지 기억하지도 못할테니 말이야.”


“흐윽....!!”


“게다가 용병이 의뢰를 받으면서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지도 않다니.... 날 너무 만만하게 본 것 아닌가?”


반셀이 일부러 처리구역을 제외하고 공급구역을 돌아다니려고 했던 것과, 로저가 무엇을 찾는지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던 것.


관리소 문 앞의 칼자국을 분명히 보았을텐데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점 등 심증은 무수히 많았지만 로저는 반셀이 먼저 칼을 꺼내기까지를 끈질기게 기다렸다.


다짜고짜 멱살을 틀어쥐고 자백을 유도하는 것보다 먼저 발톱을 드러내게 만드는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로저는 란티스처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듯한 과감한 추론은 할 수 없었지만 이미 있는 정보를 가지고 결론을 조합해내는 일에는 익숙했다.


바로 이런식으로 시나리오의 결론을 이끌어내는것이 그가 엘스노지아에서 수천번 넘게 해왔던 일이었던것이다.


결과적으로 반셀을 움직인것은 그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옷장속의 시체였지만, 로저가 미리 이끌어낸 결론은 곧바로 그의 입을 열기에 만들기 충분했다.


반셀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내가 죽인게 아니야. 난 안 죽였어..!!! 난 그냥 뒤처리만 했을 뿐이라고!!”


“지금 그렇게 말하면 믿어줄 것 같아?”


“정말이야! 어, 어쩔 수 없었어! 그놈들이 날 여기까지 안내하라고 협박했단 말이야!! 그리고 그 많은 시, 시체들도 전부 나한테 처리하라고... 으흐흑...!!!”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소리죽여 흐느꼈다.


아마 반셀도 처음에는 로저에게 말했던 이유로 그들의 의뢰를 들어주었을것이다. 안전한 지하수도를 안내하면서 돈도 받고 싶었겠지.


하지만 그들이 반셀을 협박하면서 처리구역에 들이닥친 순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로저는 반셀의 멱살을 틀어쥐고 물었다.


“그놈들이 누구지? 어떤 생김새를 하고 있었나?”


“모, 몰라!! 다들 검은 천을 두르고 있어서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했어. 온갖 무기를 다루면서 관리인을 학살하고, 건물을 피바다로 만들었다고..... 다, 당신처럼 말이야.”


‘일이 귀찮게 됐군.’


이 시점에서 메인스트림의 단서를 알아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셀은 아무것도 아는것이 없었다.


두려움에 질려서 그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고작 무기를 다루는 초인이라는 묘사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특정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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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이데르타 (3) +19 20.06.12 29,407 914 14쪽
37 이데르타 (2) +19 20.06.12 29,268 887 13쪽
36 이데르타 +18 20.06.11 29,680 922 14쪽
35 전투 시작 +25 20.06.11 30,260 1,026 14쪽
34 기척 +17 20.06.10 30,149 921 13쪽
33 남부 기사단 +19 20.06.10 30,297 951 13쪽
32 길잡이 +22 20.06.09 31,473 960 13쪽
31 전조 +17 20.06.09 30,916 1,004 14쪽
30 아이바르의 숲 +35 20.06.08 31,356 964 13쪽
29 제국 조사전단 +20 20.06.07 31,992 981 12쪽
28 내부의 적 +18 20.06.06 32,824 964 13쪽
27 숲의 종족 +24 20.06.05 32,797 1,040 11쪽
26 한명 더 +20 20.06.04 33,591 9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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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협력의 대가 +20 20.06.02 33,785 996 12쪽
23 마탑의 마법사 +21 20.06.01 35,178 988 12쪽
22 차출 +26 20.05.31 35,424 1,0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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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담 +35 20.05.29 36,833 1,063 13쪽
19 대립 +28 20.05.28 37,100 1,064 12쪽
18 메인스트림 네피로스 +22 20.05.27 37,035 1,083 11쪽
» 왕도 지하수도 +18 20.05.26 37,050 1,052 12쪽
16 길잡이 반셀 +23 20.05.25 38,899 1,044 12쪽
15 구명의 은혜 +34 20.05.24 39,301 1,129 13쪽
14 첫번째 임무 (3) +24 20.05.23 40,109 1,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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